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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인지부하 유발하는 부작용 메시지 구조(17)

  • 데일리팜
  • 2023-01-18 20:00:34

위험커뮤니케이션 연구자인 폴 슬로빅(Paul Slovic)은 위험이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로 표현되면 그 자체로 이해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진실이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위험 관리는 위험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탐구하는 거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메시지 구조와 인간의 인지구조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인지구조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정보(novel information)가 들어오는 감각기관(sensory input), 정보를 처리하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 스키마의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는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 그것이다.

그런데 메시지를 처리하는 인간의 작업기억은 제한된 용량(limited capacity)을 가지고 있다. 이를 두고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인 조지 밀러(George A. Miller)는 인간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항목의 수는 고작 7개 정도라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작업기억의 용량 한계는 교육심리학자인 존 스웰러(John Sweller)가 연구, 발표한 인지부하이론(cognitive load theory)의 기본 전제 역할을 한다.

인지부하이론은 작업기억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인지구조를 고려한 메시지나 정보 설계를 주창한다. 실제로, 우리는 메시지 나열 구조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효율적인 기억을 위해 노트 정리를 다시 했던 경험을 떠올려 보자. 교과서에 나온 긴 문장을 쪼개어 한눈에 들어 올 수 있게 바꾸고, 관련되었으나 떨어져 존재했던 정보들을 포스트잇에 붙여 한곳에 모으는 작업 말이다. 이것은 본능적으로 인지부하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그렇다면, 이론적으로 어떤 인지부하를 줄일 수 있을까?

학문적으로, 인지부하이론은 작업기억 내에서 겪는 인지부하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내재적 인지부하(intrinsic cognitive load), 외재적 인지부하(extraneous cognitive load), 본유적 인지부하(germane cognitive load)가 바로 그것이다.

이 중, 우리가 노트 정리를 통해 다른 말로 나열된 메시지의 구조 변경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인지부하는 외재적 인지부하이다. 외재적 인지부하는 정보의 형식 및 절차 구조에 의해 발생하며 메시지 이해를 낮추는 인지부하로 알려져 있다. 한편, 본유적 인지부하와 내재적 인지부하는 꾹 참고 견뎌야 배울 수 있는 내용 자체에서 오는 부하를 의미한다. 참고로, 이것들은 메시지의 구조적 형식을 바꾼다고 해서 줄어들지 않는다.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를 평가해 보자. 먼저, 의약품 부작용의 내용은 안전성 및 알권리 확보 차원에서 발견된 부작용들을 모두 포함한다. 이에 부작용 메시지의 양은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부정적 정보 과부하(negative information overload)로 불리며 의약품에 대한 불안(anxiety)과 공포(fear)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내용에 의해 발생하는 부정적 인식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건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의 태생적 운명 같은, 내재적 인지부하인 것이리라. 문제는 부작용 메시지가 나열되는 구조적 형식이다. 국내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 구조를 살펴보자.

국내 의약품 부작용 메시지의 구조는 신체 기관에 따라, 부작용 가능성과 부작용 종류를 나열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신체 기관은 11~13개로 구분되기 때문에 항목 숫자는 열 개 이상이다. 이에,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구조로 부작용 종류와 가능성을 나열한다.

이런 형식의 부작용 메시지를 본 경험이 있는가? 보통은 예시보다 훨씬 길다. 그래서 읽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용기 내어 읽기를 시도하는 메시지 수용자조차, 신체 기관을 확인하고, 각각의 부작용의 가능성을 해석하고, 종류를 확인, 종합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를 포기하게 된다. 즉, 신체 기관별로 부작용 메시지가 분산되어 있으면, 학습자는 분산된 대상들을 각각 이해한 후, 통합해야 하므로 외재적 인지부하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부작용 메시지의 구조적 문제를 일찍 파악한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정교하지 않은 메시지 구조와 위험 인식의 관계를 탐색해왔다. 그 결과, 2009년 1월 12일 유럽 연합은 부작용 메시지를 수용자의 위험 인식에 근거하여 모호하지 않게 표현하기 위한 방침을 발표했다(Guideline on the Readability of the Labelling and Package Leaflet of Medicinal Products for Human Use).

구체적으로 "기관/ 시스템/ 군"(organ/system/class)에 의한 분류는 일반적인 메시지 수용자에게 익숙하지 않으니(not familiar) 추천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very common"의 구두적 표현을 사용할 때는 "more than 1 in 10 patients"을 함께 사용하도록 권고하였다. 이에 미국과 유럽의 부작용 메시지는 신체 기관 별로 부작용을 나열하지 않고, 다섯 단계의 부작용 가능성 별로 부작용 종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통합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부작용 메시지 구조 개정은 수용자의 인지 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부작용 메시지 표현 및 구조에 의한, 수용자의 인지부하 그리고 왜곡된 부작용 인식 정도에 관한 점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메시지를 읽는 일반 수용자 관점에서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어, 머리가 덜 아픈 부작용 메시지들을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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