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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모연화의 관점] 홍조·두통이 '흔하게 발생'은 과연 몇 %?(7)

  • 데일리팜
  • 2022-11-09 16:33:45

의약품을 처방받은 사람들은 많은 경우, 부작용 메시지를 찾아보게 된다. 부작용 메시지는 부작용 종류와 발생할 가능성 묘사의 조합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홍조 및 두통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처럼 말이다. '홍조 및 두통'은 부작용 종류, '흔하게'는 부작용 가능성을 나타낸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어떤 가능성을 묘사할 때, 구어적 부사들을 사용해왔다. '자주, 가끔, 흔히, 때때로, 종종' 같은 단어들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전문가들도 어떤 가능성을 묘사할 때, 숫자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개념 단어를 좀 더 많이 사용해왔다. 이것은 부작용 가능성을 표현하는 규칙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의약품 부작용 가능성 표현법은 다섯 단계의 구어적 표현으로 약속되어 존재한다. 한국어로는 '매우 흔하게, 흔하게, 때때로, 드물게, 매우 드물게'이고, 영어로는 'very common, common, uncommon, rare, very rare'이다. 헬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표현법을 'verbal descriptor'로 명명하기도 한다.

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표현은 구어적이지만, 의미하는 것은 숫자적이다. 가령 '매우 흔하게'라는 단어는 관찰된 부작용이 10%보다 클 때 사용할 수 있다. '흔하게'는 부작용 가능성이 1~10% 사이일 때, '때때로'는 0.1~1% 사이일 때, '드물게'는 0.1-0.01% 사이일 때, '매우 드물게'는 0.01%보다 낮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즉, 임상시험에서 관찰되는 부작용 가능성의 숫자 표현은 규칙에 따라 구어적 표현으로 치환돼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하지만 '흔하게'라는 단어가 일반인에게(전문가들에게조차) 1~10% 사이의 가능성으로 인식될 수 있을까?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건강 심리학자인 다이엔 베리(Dianne Berry)는 구어적으로 표현되는 부작용 가능성을 사람들이 어느 정도로 인식하는지 알고자 했다.

결과에 따르면, very common으로 묘사한 부작용은 평균 64.7%의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very common headache'라고 적혀 있으면, 그 약을 먹고 두통이 발생할 확률을 60% 이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표현들도 실제 부작용 가능성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로 인식시켰다. 구체적으로 common은 44%, uncommon은 16.2%, rare는 7.1%, very rare는 3.4%의 가능성으로 추정되었다.

이 실험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궁금하지 않은가. 한국어 맥락에서도 저렇게 부작용 가능성이 과대로 인식되는지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실험을 진행해보았다. 우선, 온라인 실험을 설계하고, 300명의 일반인을 모집하였다. 그리고 '매우 흔하게' 부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흔하게' 두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설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피부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매우 드물게' 백혈구 수치 감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지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숫자로 기록하게 했다.

결과에 따르면, '매우 흔하게'는 55.01%, '흔하게'는 46.93%, '때때로'는 32.04%, '드물게'는 19.42%, '매우 드물게'는 12.26%의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즉, 한국어 맥락에서도 부작용 가능성은 실제 가능성보다 과대 추정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때때로' 설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장을 읽은 사람은 실제 설사 가능성이 0.1~1% 남짓인데, 30% 이상으로 가능성을 가늠한다는 의미이다.

아울러, 구어적인 가능성 표현은 객관적 해석 관점에서 본질적 한계를 가진다. 왜냐면 흔하게, 때때로 같은 부사는 개인의 삶 속에서 경험된 개념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미권의 선행 연구들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데, 'often'이라는 표현은 28~92%의 가능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걸 파악할 수 있다. 'likely' 역시 25~75%로 변화량이 많다. 즉, 나의 흔하게와 너의 흔하게는 같지 않고, 나의 드물게와 너의 드물게도 같지 않다는 것이다.

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묘사가 '약속된 대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 이건 생각보다 큰 문제이다. 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추정은 약의 복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약사들은 현장에서, 부정적 가능성을 과대 추정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난다. 이러한 위험 인식을 수정하는 것도 전문가의 역할이라 환자 접점에서 적지 않은 노력을 투입한다. 하지만, 이미 결과를 상상해버린 사람의 해석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정리하자면, 메시지는 사람의 인식을 경작하고, 행동 결과를 짐작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약의 메시지가 개인과 사회의 위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언제나 고려되어야 한다. 올바른 표현은 객관적인 해석의 필요조건임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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