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연화의 관점] '고작?' 읽을 수 있다고 아는 건 아닌데(16)
- 데일리팜
- 2023-01-11 19: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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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의 구별...헬스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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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용법과 용량을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고작'이라는 이름으로 프레임돼 왔다. "약국에 가면, '고작' 하루 몇 번 먹으라는 이야기밖에 안 해요."라는 식이 대표적이다. 그래서인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약사의 용법, 용량 복약지도를 잘 듣지 않는다. 매번, '그냥 하루, 세 번 식후 30분이겠지'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듯하다.
그 결과 약국 현장에서는 용법, 용량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생기는 사고들이 곧잘 목격된다. 예를 들어, 신종플루에 사용하는 타미플루는 하루 2번(12시간 간격) 5일간 복용 용법이다. 그래서 딱 10캡슐의 약이 처방, 조제된다. 그런데, "아니, 약이 5일분이라고 했는데, 왜 3일 먹었는데, 약이 없냐?"라는 항의 전화가 종종 약국으로 걸려 온다. 이런 경우, 약사들은 약을 하루, 몇 번 드셨냐고 물어본다. 대다수 하루 3번이라는 답을 받는다. 분명히 하루 2번이라고 설명했는데도 말이다.
강의할 때는, 상대가 해석한 내용까지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이끄는 전문가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저런 상황을 맞닥뜨릴 때면, ‘에이, 약사 말 좀 잘 들어주지’라는 야속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약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는 약사의 복약지도 중 기본이다. 흔히들, 약봉투에 적혀 있는데? 라고 하지만, 읽는 것과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 일례로, 병원 투약구에서 근무하던 당시, 스멕타를 처방받은 한 어르신께 복약지도를 하면서, ‘공복’에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한참 후 한가해진 투약구에 그분이 다시 오셨다. 약을 받을 때마다 궁금했는데, 공복이 대체 언제냐고 물으셨다. 본인은 하루에 두 끼, 오전 11시와 오후 6시에만 식사를 하는데 하루, 세 번, 공복을 어떻게 챙기면 좋겠냐고 말이다.
그래서 공복은 속이 비어있는 시간으로, 보통 식전 1시간 / 식후 2시간 정도를 의미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약을 챙겨 먹기 편한 시간을 체크하고, 오전 10시, 오후 2시, 주무시기 전 이렇게 세 번을 드시면 어떨까요? 라고 제안했다. 더불어, 변이 무르지 않는 단계가 오면 횟수를 줄이시라고 말씀드렸다. 짧은 문장이지만 공복의 정의, 용량/용법 조정을 통해 고도로 맞춤화된 대면 서비스(highly tailored, in-person services)를 제공한 셈이다.
실상, 공복이라는 용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어는 읽기 쉬움으로 인해, 읽었으니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읽을 수 있는 능력과 이해하고, 생각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다름에 기반을 둔,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이 점차 강조되는 추세다.
헬스리터러시는 개인이 건강 정보 용어를 이해하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다. 건강 정보는 의약품 메시지, 질병 메시지, 의학 관련 단어, 건강 관련 정보의 수치 등을 포함한다. 헬스리터러시는 자율적인 건강 관리 및 의료 서비스 활용에 필요하며, 의약품 정보 공개 이후, 개인의 건강 결과와 밀접한 관계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헬스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은 의료 정보, 전문가의 조언, 약의 용법/용량 등 건강 정보에 대한 이해와 참여에 대한 동기가 높아 건강 결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낮은 헬스리터러시는 건강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 구체적으로 높은 입원율, 높은 응급실 방문율, 높은 사망률, 높은 의료비, 낮은 유방암 검사율, 낮은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 적절한 의약품을 복용하기 어려워하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제 헬스리터러시 아카데미(Global Health Literacy Academy) 창립자인 크리스틴 쇠렌센(Kristine Sørensen)과 의료 연구가이자 의사인 데이비드 베이커(David W. Baker)는 공공의 건강을 위해 헬스리터러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환자와 보건 전문가들 간의 질의응답 커뮤니케이션은 헬스리터러시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학습에는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것, 만한 게 없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약사의 설명에 관한 생각 전환이 필요하다. 앞서 예시로 든 ‘공복’ 상황처럼 말이다. 고작’ 용법이 뭐가 중요해. ‘고작’ 용량이 뭐가 중요해, ‘고작’ 하루에 몇 번이 별거냐는 프레임을 바꾸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용법은 무척 중요하고, 적혀진 의미는 사람마다 맞춤형으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 일례로, 어떤 약은 식후라 적혀 있지만, 약사에게 질문해 보면 빈속에 먹어도 큰 무리가 없는 약이 있고, 어떤 약은 공복에 먹는 것이 가장 약효가 좋은데, 식습관에 따라 공복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또 어떤 약은 반드시 식 직후에 먹어야 하거나, 어떤 약은 식사 중간에 먹어야 하는데 이 또한 개인의 식사 루틴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용량 또한 마찬가지다. 용량은 남용과 오용을 예방하는 굉장히 중요한 정보이다. 하루에 한 번 먹어야 하는 혈압약을 세 번 먹으면 큰일을 치를 수 있고, 두 번 먹어야 하는 약을 세 번 먹으면 부작용만 커질 수 있으며, 두 알씩 먹어야 하는데 한 알씩 먹게 되면,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아이에게 시럽을 먹여야 할 때, ml를 잘 못 읽는다면, 엉뚱한 용량을 투여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약사에게 질문하면 대다수 약사가 시럽병에 줄을 그어주거나, 주사기를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용량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종합하자면, 헬스리터러시는 환자 중심 약료를 끌어가는 개념이다. 치료 과정 혹은 치료 결정 과정에서 [개인의 건강 정보 이해 능력]은 올바른 판단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헬스리터러시는 설명 듣기로 점철된 전문가와의 커뮤니케이션 형태가 묻고 질문하는 상호작용 형태로 전환될 때, 높아질 수 있다. 이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을 먹게 하려는 약사의 루틴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복약상담이란 '용량, 용법;이라는 기본에서 시작해 깊이를 더해가는 거라는 걸 기억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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