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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모연화의 관점] 부작용 두려워…"복약없이 결과 없다"(15)

  • 데일리팜
  • 2023-01-04 12:01:44

며칠 전,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말씀하시길, 건강 검진 후 새롭게 처방받은 고지혈증약을 반 알씩 잘라서 복용하고 계신단다. 의사 몰래 그렇게 하려다 보니 진료는 제때 받으시고, 약은 남고, 이걸 어떻게 해야 좋을까 걱정이시란다. 왜 그러시는지 여쭈어보니 '그냥 뭐.'이러시며 얼렁뚱땅 넘어가신다. 캐묻고 캐물으니 뉴스에 고지혈증약 부작용이 나왔는데 너무 무서워서 못 드시겠단다.

사람들은 삶의 맥락에 따라 위험에 가중치를 두기도 하고 이익에 가중치를 두기도 하며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치료의 핵심은 환자의 동의와 실행이다. 그래서 복약 이행(Medication adherence)은 환자가 약물치료에 동의하고 복용을 실행하는 과정, 반대로 치료에 동의하지 않거나 복용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복약 비이행(Medication non-adherence)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복약 비이행은 약물 복용을 하는 사람의 '의식적 의도'에 따라 의도적(intentional), 비의도적(unintentional) 복약 비이행으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 의도적 복약 비이행은 의약품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하여 약을 중단하거나 줄여서 복용하는 것을 의미하고, 비의도적 복약 비이행은 주의가 부족하거나, 약 복용을 잊어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비이행을 의미한다.

정의에 따르면, 내 엄마는 의도적 복약 비이행 중이시다. 참고로, 약을 의도적으로 줄이거나 건너뛰는 의도적 비이행은 65세 이상 어르신들 사이에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전통적인 의료 관점에서 복약 비이행은 의료 공급자를 중심으로 평가되었다. 의사와의 관계, 혹은 약사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 또는 관련 지식 부족에 의해 의도적 비 복용이 발생한다고 말이다. 그래서 의약품 설명서를 제공하거나, 친절한 복약 알람 등을 해주면 복약 이행의 비율이 높아질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비이행의 비율은 크게 경감되지 않았다.

이것은 복약 비이행 연구 방향을 전통적인 의료 관점에서 환자의 관점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요인에 대한 탐구, 즉 의도적으로 약을 중단하는 이유에 대한 환자 중심의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에, 개인이 약물치료에 관해 가진 신념을 측정하기 위해 BMQ(Belief Medication Questionnaire)가 개발됐다.

BMQ는 크게 약물 치료에 대한 우려와 필요 차원으로 구분되어 있다. 우려 신념은 장기간 복용에 대한 우려, 의존에 대한 우려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필요 신념은 자기 삶을 위한 약물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지각하고 있느냐에 관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요-우려’모델은 약물 치료에 대한 환자의 심리적 신념이 치료 참여에 영향을 미쳐 권고대로 복용하지 않는 행동을 설명한다.

BMQ와 복약 이행의 인과를 파악한 연구들에 따르면, 우려 신념은 의도적 복약 비이행과 더불어, 비의도적인 복약 비이행으로 알려진 건망증과 부주의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환자들에게 왜 약을 먹지 않냐고 물어보면 그저 “잊었다”라고 대답하지만, 약물 치료에 대한 우려 신념과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났다. 즉 약물 치료에 대한 우려는 무의식을 침투해 약을 피하게 만들고, 잊음을 합리화하는지도 모른다.

아울러, 의도적 복약 비이행은 의약품에 대한 부작용 인식과 높은 관련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작용 메시지에 노출된 사람은 부작용 발생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이것이 [걱정, 우려된다]는 신념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약의 부작용에 대한 위험 인식은 치료의 시작 그리고 치료 시작 후 6개월까지 가장 높게 유지된다. 이미, 1년 이상 복용을 진행한 환자군은 1년간 부작용의 경험이 없었기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점차 낮아진다. 즉, 의도적으로 약을 끊는 사례는 약을 처방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어쨌든, 엄마에게 두 가지 이야기를 해드렸다. 먼저 좋은 의사라면 엄마의 고민을 무시하지 않을 거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고, 의사에게 약의 부작용이 무서워 약을 반 알씩 드신다고, 그렇게 드시고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면 고지혈증 수치 관리가 가능한지 솔직하게 여쭤보라고 말씀드렸다. 엄마의 고지혈증 수치가 아주 높으면 의사가 절대 안 된다고 할 것이고, 수치가 관리할만하다면, 의사 역시 시도해 보자고 할 거라고.

그리고 약사로서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위한 고지혈증약은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방하는 약이니, 엄마가 꾸준히 잘 복용하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엄마가 걱정하는 치매나 근육 부작용은 오천 보 이상 걷고 빵과 떡을 적게 드시는 것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결론적으로, 엄마는 의사에게 말할 용기는 아직 없는 듯, 그녀의 의도적 비이행을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려 신념은 좀 낮아져, 다행히 현재는 용량대로 드시고, 운동을 꾸준히 하신다. 안타깝지만, 빵과 떡은 아주 조금 줄이셨다.

의료 데이터 연구자인 의사 로버트 멘츠(Robert J. Mentz MD)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심혈관질환과 관련 지역사회 기반 역학 조사인 JHS(Jackson Heart Study) 자료에 따르면, 만성질환자의 72.9%에서 간헐적 복약 비이행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나아가, 미국 처방전 데이터를 살펴보면,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발행된 외래 처방전은 한 해 평균 약 40억 장 정도인데, 절반 이상의 환자들이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았고, 이러한 복약 비이행에 의해 발생하는 의료비용은 약 5,284억 달러에 달하며 관련 사망자는 매년 약 275,689명 이상이란다.

이러한 현실에서 약물 부작용에 관한 정확한 정보, 예방, 관리에 대해 환자들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논의할 수 있는 전문가는 지역 약국 약사다. 아울러, 의약품에 관한 과도한 심리적 우려를 낮춰 복약 이행을 높일 수 있는 전문가 또한 지역 약국에서 헬스-커뮤니케이션하는 약사라는 것을 정책 입안자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심리적인 우려를 낮추는 커뮤니케이션, 혹은 동기를 부여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큼의 티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건강 결과에는 꽤 많은 영향을 미친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복용이 없는 곳엔 결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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