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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제네릭 약가, 데이터로 얘기하자"…정부 응답할까

  • 천승현 기자
  • 2026-03-11 06:00:59
  • 약가 개편 비대위, 53.55%서 10% 낮춘 48.20% 정부에 제시
  • "산업계 뼈를 깎는 고통으로 10% 인하 감내 제시"
  • 급여 중심 제약사 이익률 5~6%대...제네릭 10% 인하돼도 타격 불가피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10일 기자회견을 열어 약가인하 분석 등 공동연구를 정부에 제안했다.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업계가 정부의 제네릭 약가인하 저지선 10%를 공식화했다.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 53.55%에서 10% 인하된 48.20%를 감내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건넸다. 다만 급여 의약품 중심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이 5%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제네릭 약가 10% 인하도 치명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약가개편 비대위, 약가인하 영향분석 등 공동연구 착수 제안...급여 의약품 제약사 이익률 5~6%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제약바이오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약가인하 영향분석‧유통질서 확립‧제약산업 선진화 방안 등 3대 사항의 공동연구 착수를 정부에 제안했다.  

비대위는 지난해 11월 약가제도 개편 발표 직후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 차원 공동 대응을 위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으로 구성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건정심에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내용이 담긴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보건복지부가 1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약가제도 개편안을 최종 논의할 것으로 알려지자 제약업계에서 약가인하 수용 불가 압박을 높인 셈이다.

이날 노연홍 제약바이오협회장은 “보험 재정 어려움을 감안해서 산업계가 뼈를 깎는 고통을 해도 10% 정도는 국가 차원과 건보 재정에서 감내할 수 있다고 비공식적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라면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수치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제네릭 약가산정률 53.55%보다 10% 낮춘 48.20%까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권기범 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약가인하를 꼭 해야 한다면 혹독한 원가 절감을 위한 노력, 거래처와 고통 분담을 통해서 그 정도는 노력하겠다는 의미다"라고 토로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네릭 약가 10% 인하도 감내하기 힘들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가 10% 인하가 영업이익 10% 하락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의 2020년과 지난해 3분기 누적 실적을 비교한 결과 비급여 의약품 중심 기업은 압도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급여 의약품 중심 제약사는 수익성이 크게 후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전체 50개사의 평균 매출은 5441억원으로 5년 전보다 7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평균 영업이익은 306억원에서 804억원으로 162.7%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9.7%에서 14.8%로 5.0%포인트 상승했다.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군별로 나눠보면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급여 의약품 중심 전통 제약사는 40개사 매출은 3071억원에서 4314억원으로 40.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4억원에서 272억원으로 33.9% 늘었다. 수치상으로는 증가했지만, 전체 평균 증가율을 고려하면 크게 뒤처진 수준으로 사실상 성장 정체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다.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6.6%에서 6.3%로 감소했다.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제약사 입장에선 제네릭 약가 10% 인하가 사실상 영업이익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반해 비급여 의약품 중심 기업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을 3배 이상 키우며 성장을 이어간 것과 비교하면 급여 중심사의 부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휴젤·파마리서치·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비급여 중심 기업 10개사의 평균 매출은 2020년 3분기 누적 3438억원에서 작년 3분기 누적 9947억원으로 189.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16억원에서 2930억원으로 309.2% 급증했다. 

조사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실적 상위 상장사 5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비급여 의약품 중심 기업군은 보툴리눔톡신·필러·의료기기·위탁개발생산(CDMO) 등 건강보험 급여와 무관한 시장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는 10개사로 구성했다. 급여 의약품 중심 기업군은 전문의약품·제네릭·처방 기반 급여 매출 비중이 높은 40개 전통 제약사로 분류해 비교·분석했다. 

비대위는 제네릭 약가 산정기준이 40%로 낮아지면 연간 최대 약 3조6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수치를 근거로 정부 설득에 나섰다. 영업이익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제네릭 수익성이 30% 가량 감소하면 사업 지속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제약사들의 현실적인 고민이다.   

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한 급여 의약품 중심 제약사 83곳의 2024년 영업이익률은 5.1%로 집계됐다. 2022년 5.5%에서 매년 감소하는 흐름이다. 

제네릭 최고가 요건·계단형 약가 강화도 수익 감소 야기...업계 "데이터를 토대로 얘기하자" 제안 

제약업계는 제네릭 약가 산정 기준 인하 뿐만 아니라 최고가 요건 강화도 수익 감소를 야기한다고 우려한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과 등록 원료 사용 등 최고가 요건도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면 약가인하 폭이 커지는 제품이 속출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7월부터 개편 약가제도에 따라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정부안에 따르면 개편 약가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될 전망이다. 제네릭 산정 기준이 40%로 설정되면 기준요건 미충족 1개 제네릭은 32.0%, 2개 모두 미충족한 제네릭은 25.9%로 산정기준이 더욱 내려간다. 이때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0.9% 인하되고 2개 미충족의 인하율은 25.6%다. 개편 제네릭 산정 기준이 40%로 설정됐을 때 생동성시험을 수행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위탁 제조를 맡긴 제네릭은 산정 기준이 특허 만료 전 신약의 32.0%를 넘을 수 없다. 현행 45.52%와 비교하면 29.7% 내려가는 것으로 계산된다.   

영업이익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제네릭 수익성이 30% 가량 감소하면 사업 지속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고민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 강화되는 계단형 약가제도도 제약업계의 반발을 초래한다. 계단형 약가제도는 제네릭 진입 시기가 늦을 수록 한 달 단위로 상한가가 떨어지는 구조다. 지난 2012년 폐지됐지만 2020년 약가제도 개편으로 재시행된 제도다. 현행 제도에서 기등재 동일제품이 20개가 넘을 경우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제네릭은 약가가 15%씩 낮아진다.   

복지부는 개편 약가제도에서 동일 제제 11번째 품목 등재시부터 퍼스트 제네릭이 산정된 약가에서 5%포인트(p)씩 감액한 약가를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21번째보다 더욱 줄어든 11번째부터 계단형 약가제도가 적용되기 때문에 제네릭 전체적으로는 낮아진 약가기준에 추가 인하 장치가 더욱 빨리 작동되는 셈이다.   

여기에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 제품의 감액 기준이 15%에서 5%포인트 변경된다는 점이 후발주자들에 치명적인 약가인하 기전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현행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최고가가 53.55원일 때 21번째 제네릭은 15% 내려간 45.52원을 넘을 수 없다. 22번째와 23번째 제네릭은 각각 38.69원, 32.89원으로 내려간다. 24번째는 27.95원, 25번째는 23.76원으로 후발주자로 갈수록 약가인하 금액이 작아진다. 

 제네릭 약가 산정기준이 40%로 설정된 개편 약가제도에서 최고가가 40원일 때 11번째와 12번째 제네릭은 계단형 약가감액 기준 5%포인트씩 낮아진 35원과 30원으로 내려간다. 이때 약가인하율은 각각 12.5%, 14.3%다. 13번째 제네릭은 5%포인트 낮아진 25원으로 떨어지는데 약가인하율은 16.7%다. 계단형 약가제도가 3번째 적용되는데도 현행 제도보다 약가인하율은 더욱 커지는 구조다.   

14번째와 15번째 제네릭은 각각 20원, 15원으로 낮아지면서 약가인하율은 20%, 25%로 기하급수로 확대된다. 계단형 약가제도가 5번 적용되는데도 특허만료 전 신약의 15% 수준으로 상한가가 낮아지면서 사실상 추가 제네릭 진입 동력은 꺾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제약사들은 공동개발 규제로 신규 제네릭 진출 동력이 크게 꺾인 상태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개정 약사법 시행으로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가 제한되는 공동개발 규제가 적용됐다. 이른바 '1+3' 규제로 불리는 새 규정은 하나의 임상시험으로 허가 받을 수 있는 개량신약과 제네릭 개수를 제한하는 내용이다.   

앞줄 왼쪽부터 류형선 의약품수출입협회장,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권기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

노 회장은 “정부에 데이터를 토대로 얘기를 해보자고 했지만 명확한 답변이 없어서 약가인하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정확히 분석해보자고 제안했다”라고 했다. 

비대위는 국산 전문의약품을 주요 대상으로 약가인하를 포함한 약가제도 개편안이 정부안대로 시행될 경우 국민 건강과 산업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실질적으로 분석할 것을 요청했다.  

의약품 영업대행업체(CSO)의 급증과 수수료 지급 등에 따른 산업계 유통질서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제안했다. 산업발전과 국민 건강을 고려하고 5대 제약바이오강국 도약이라는 국정 목표 실현에도 부합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선진화 방안을 도출할 것을 비대위는 촉구했다.  

비대위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국민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비대위 참여 단체 회원 기업과 약업인들이 참여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비대위는 “서명운동은 일방적 약가인하 강행은 보건안보는 물론 신약개발 등 혁신 생태계 조성에도 역행하는 처사이기에 재고돼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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