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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모연화의 관점] 약? 병? 직전 행동? 무엇 때문인가(11)

  • 데일리팜
  • 2022-12-07 11:57:34

건강 심리학 교수 키스 펫리(Keith Petrie)는 뉴질랜드의 인구를 대표하는 표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주 동안 경험한 증상(symptom)을 조사했다.

결과에 따르면 한 주간 아무런 증상이 없었다고 답한 참가자는 10.6%에 불과했고 참가자들이 경험한 증상 수의 중간값은 5개에 달했다. 많이 호소한 증상은 요통(38%), 피로(36%), 두통(35%), 콧물이나 코막힘(34%), 관절통(34%), 불면증(29%), 기침(28%), 근육통(23%) 순이었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겪는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것을 배경 증상(background symptom)이라 명명했다. 배경 증상은 전년도 의료 기관 방문 혹은 현재의 약물 복용과 유의하게 연관되어 있긴 했지만, 질병을 앓고 있을 때만 발생하지는 않았다. 데이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배경 증상의 비율은 질병 유병률을 웃돌았다.

한편, 의사 기린탄(Kirin Tan)과 동료 교수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배경 증상과 자주 처방되는 의약품의 부작용으로 나열된 증상 유형 간에 높은 중복률을 발견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흔하게 경험하는 20가지 증상 중 8가지가 90% 이상의 의약품 부작용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어떻게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었을까? 선행 연구들은 오귀인(misattribution) 이라는 심리적 특유성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했다. 오귀인의 정의 이전에, 먼저 귀인이라는 개념을 살펴보자. 귀인(歸因, attribution)은 원인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심리적 경향성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추론하고 사건의 결과와 연결해, 인과를 정리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A씨에게 졸음이 몰려오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A씨는 왜 졸리는지 탐구하기 위해 자기 행동을 반추한다. '점심으로 피자를 먹음, 머리가 아파 약을 복용, 커피를 마심' 그러고는 그 원인을 찾아, 결과와 연결 짓는다. 일례로, A씨가 졸림의 원인을 약의 복용으로 추정했다고 치자. 이런 과정 자체가 귀인이다.

그런데 기린탄(Kirin Tan)과 동료 교수들은 어떤 증상이 발생했을 때, 그 전에 약을 먹었다고 약 때문이라고 귀인하는 건 오귀인의 일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인과 결과를 잘못 잇는 오귀인은 귀인 편견(attributional bias) 중 하나인데, 대표적인 예시는 흔들다리 효과이다. 흔들다리를 이성과 함께 건너는 경우, (무서워서) 심박수가 높아지는 걸 사랑의 두근거림으로 (잘못) 추정하는 것이다.

사실 A씨는 감기 기운이 있었고, 복용한 약의 성분은 덱시부프로펜으로 졸음이라는 부작용과 큰 관계가 없기에, 졸음의 원인은 감기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혹은 소화되지 않은 피자가 졸음의 원인일 수도 있다. 즉, 약의 부작용인지, 병의 증상인지, 식품이 원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의약품 부작용으로 꽤 많이 기록된, 설사나 변비 같은 증상도 다르지 않다. 특정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행동을 한다. 약을 먹기도 하고, 비타민을 먹기도 하고, 과일주를 마시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약은 독이고, 약의 부작용은 무조건 존재한다고 생각하므로, 증상과 약의 관계를 인과 관계로 추정해버린다.

종합하자면, 약에 관한 [감정과 지각]은 귀인 과정에 영향을 미쳐 오귀인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약, 피자, 과일주, 스트레스에 어떤 감정을 품느냐에 따라 결과와의 연결고리가 달라진다. 만약, 약을 먹는 행위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나 감정 '나는 약에 예민해, 나는 약이 싫어'를 가지고 있다면 안 좋은 증상의 원인으로 약을 지목하기 쉽다.

지각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부작용 증상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었고, 인지적으로 지각하고 있다면 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기 때문에, 원인으로 단정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러한 감정과 지각이 장기적으로 치료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부정적 감정을 가진 사람은 더 많은 부작용 증상을 보고하고, 이것이 모두 약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컸다. 설사, 치료에 의한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그 사실을 부정하고, 다른 요인과 치료 효과를 연결해버리기도 한다. 가령, 약을 먹었을 때는 부작용만 있었고, 치료는 마음이 했다(혹은 식품이 했다)는 식으로 인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가 있다면, 행동 여정을 질문하고, 다양한 관점의 귀인을 ‘함께’ 시도할 필요가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고, 가능성을 탐색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중요하다. 아울러, 22년 10월 19일 자 칼럼에서 논한 노세보 효과를 참고해, 귀인 과정에서 메시지 수용자의 부정적 기대의 영향력도 고려해봄 직하다.

물론, 민감한 주제로 환자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 상황이 무섭고 두려울 수 있다. 특히, 학부 과정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실제 상황을 처음부터 잘 풀어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작용 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약사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다. 증상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일이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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