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17 15:55:41 기준
  • #MA
  • 제약
  • 신약
  • #약사
  • 약사 상담
  • 글로벌
  • 진단
  • #질 평가
  • 인력
  • CT
네이처위드

HPV 백신, NIP 도입 1년만에 '다가백신 대세' 입증?

  • 안경진
  • 2017-10-25 06:14:53
  • 가다실9 시장점유율 30% 육박…남성 접종필요성도 고개

(왼쪽부터)가다실, 서바릭스, 가다실9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 만 12세 여성청소년 대상의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지정된지 1년 6개월이 되어간다.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지만 첫 해 성적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2004년생 여아의 접종률은 52.2%로 집계됐다. 연말까진 보건당국이 목표한 70%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더욱 흥미로운 건 비슷한 시기 국내 시장에 상륙한 '#가다실9'의 행보다. '가다실9'은 기존 4가백신(6·11·16·18형)에 5가지 아형(31·33·45·52·58형)이 추가돼 가장 많은 HPV 유형을 포함한다. 바이러스 아형이 늘어난 만큼 자궁경부암 예방효과가 70→90%로 높아졌고, 외음부암과 질암, 자궁경부 상피내 선암 등에 관한 예방효과도 지녔다.

'가다실9' 상승세…'다가백신' 선호도 반영?

이 같은 차별성이 통한걸까. 1회당 20만원을 웃도는 비싼 접종가격에도 불구, '가다실9'은 상당히 안정적인 시장 장악력을 보여준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가다실9은 2016년 9월 런칭한 뒤 25억원대 실적을 냈다. 올 상반기에는 서바릭스(34억원대)를 제치고 58억원대 매출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2017년 2분기 기준, 국내 시판 중인 HPV 백신 3개 품목의 점유율은 가다실(4가백신, 57.3%)과 가다실9(27.8%), 서바릭스(14.9%) 순으로 정리된다. 질환 예방범위가 넓은 다가(多價)백신의 이점이 시장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HPV 백신의 매출현황(단위: 백만원, 출처: IMS헬스)
'가수' 높은 백신을 선호하는 현상은 해외 국가들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HPV 백신을 NIP로 도입한 전 세계 76개국 가운데 2가지 백신을 병용채택한 16개국(우리나라 포함)을 제외할 경우 NIP 도입국가의 80% 이상이 4가 또는 9가백신을 사용하고 있다(2017년 2월 기준).

출시된지 1년 남짓된 가다실9을 단독 또는 병용채택한 국가는 미국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캐나다, 슬로베니아, 독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 8개국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4가백신을 단독 채택해 왔던 호주에서도 가다실9으로 교체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HPV 백신경쟁 2라운드…남성접종으로 이동하나

올해 HPV 백신시장에 불어온 또다른 변화는 '남성접종'에 관한 관심이었다. 오랜 기간 자궁경부암 자체 예방효과만을 강조해 온 '서바릭스'마저 지난 8월 남녀의 항문암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HPV 백신의 남성접종 필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 것.

실제 HPV는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바이러스로서 자궁경부암 외에도 항문암, 생식기사마귀(곤지름), 항문상피내 종양 등의 질환과 관련된다. 대한부인종양학회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이드라인에서 "4가백신 접종대상을 만 9~26세 여성과 만 9~15세 남성으로 권고한 것도 그러한 연유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최근 "사람유두종바이러스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궁경부암백신이 아닌 사람유두종바이러스백신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전 세계 76개국의 NIP 채택현황(2017년 2월 기준)
학계에 따르면 가다실에 포함된 HPV 6·11형은 생식기사마귀 발생원인의 90%를 차지한다. 가다실은 남성에게 호발하는 생식기사마귀에 대해 89.3% 예방효과를 인정받았다.

대한요로생식기감염학회지 최근호(Urogenit Tract Infect 2017;12:89-94)에는 "생식기사마귀로 비뇨기과에 내원한 국내 성인 남성 환자(435명)를 대상으로 HPV 유형을 분석한 결과 HPV 6형과 11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논문이 게재된 바 있다.

해당 연구를 주도한 조정호 원장(골드만비뇨기과)은 "HPV 감염률 자체는 성별차가 없다"며, "자궁경부암 등 HPV에 의한 질병의 중증도는 여성에서 높을지 모르나 유병률은 오히려 남성에서 훨씬 높다. 생식기사마귀가 치명적이진 않지만 유병률(20~30%)이 높고 수술 시 합병증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HPV 백신접종에 의한 예방효과를 따지면 남성에게 나타나는 혜택이 많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본인 뿐 아니라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HPV 전염을 막을 수 있어 간접면역 효과도 크다. 남성에게도 HPV 백신접종의 필요성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HPV 백신의 남성접종을 NIP로 도입 또는 예정인 국가 현황(2017년 9월 기준)
물론 여아의 NIP 접종률이 50%를 웃도는 상황에서 남성접종 필요성을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부인종양학회에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이드라인 제정위원장을 맡았던 이재관 교수(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역시 "권고안 제작과정에서 남아 접종에 관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한 바 있다.

현재 남아에게 HPV 백신을 무료접종하는 국가는 미국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덴마크, 캐나다를 비롯해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호주까지 총 17개국이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심리가 해소되고 나면, 우리나라에서도 HPV 백신의 남성접종 유용성에 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