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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쓸 항생제가 없다…경제성평가 걸림돌 해결해달라"

  • 김진구
  • 2019-09-05 13:17:29
  • 국회 다제내성균 대응방안 토론회…"보험급여 새 기준 필요" 목소리
  • 2014년 이후 13개 신약 중 국내 사용가능 1개뿐…이마저도 비급여
  • 복지부 "소외 인정…특수성 감안해 등재 방안 고민하겠다" 약속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쓸 약이 없다고 감염 전문가들이 강하게 토로했다. 심지어는 골수이식이나 간이식을 성공하고도, 항생제가 없어 환자가 죽어나가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쓸 만한 항생제는 경제성평가라는 허들을 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와 관련한 제도적 개선을 일선 감염내과 전문의들이 주문하고 나섰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명수 의원(자유한국당) 주최로 열린 '항생제 다제내성균 감염 대응방안 정책토론회'에서였다.

발제자로 나선 최원석 고려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항생제의 옵션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된 항생제 신약은 13개다. 각각 ▲달바반신 ▲시벡스트로 ▲오리타반신 ▲저박사 ▲세프타지딤-아비박탐 ▲델라플록사신 ▲메로페넴-버보박탐 ▲세크니다졸 ▲폴라조마이신 ▲에라바사이클린 ▲오마다사이클린 ▲리파마이신 ▲레카브리오 등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국내에 허가된 약물은 시벡스트로와 저박사, 2개에 그친다. 그나마 실제 판매하는 항생제는 저박사 단 하나다. 그렇다고 2014년 이전에 나온 항생제를 쓰자니, 다제내성균 우려로 의료현장에서 사용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줄줄이 경평 통과 실패…급여 포기하거나 출시 포기하거나

어떻게 된 일일까. 우선 14개 항생제 중 유일하게 급여로 등재된 시벡스트로는 업체가 국내출시를 포기했다. 낮은 시장성 때문이다. 시벡스트로의 경우 미국에선 300달러(약 34만원) 수준으로 판매되지만, 국내에선 10만원 정도의 급여약가를 받았다.

저박사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판매 중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비급여로 환자접근성이 제한되는 형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성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진료상 필수약제로 선정되지 못한 데다, 대체약제 대비 소요비용이 고가여서 비용효과성이 떨어진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최근에는 답토마이신(튜비신 제네릭)이 출시를 앞두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업체는 급여등재를 포기했다. 역시나 급여약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답토마이신의 비급여 약가는 1일 90만원으로, 20일간 사용할 경우 1800만원이 든다는 계산이다.

최원석 교수는 "새로운 항생제 내성균 출현 속도는 항생제 신약의 개발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며 "특히, 항생제는 시장 가격이 매우 낮게 책정되기 때문에 정부 지원 없이 기업에만 맡겨서는 개발이 어려운 분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정부에서 국내 제약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꼭 필요한 경쟁력 있는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해야 한다"며 "여기에 이미 개발된 신규 다제내성균 감염 치료제들의 신속한 확보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증명됐다면 적어도 쓸 수 있는 옵션으로는 적용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그렇지 못하면 피해는 환자가 받는다. 가격으로 치료접근성이 제한되면 돈 있는 사람만 치료가 가능해지는 상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골수이식 수술 성공하고도 환자가 죽는다" 현장 목소리

그의 우려처럼 실제 현장에서 항생제 내성균 감염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골수이식·간이식 등 어려운 수술을 성공해놓고도, 현장에 마땅한 항생제가 없어 카페네벰 감염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 교수는 "한국의 경제적 수준이면 충분히 보험급여로 적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경제성평가에 막혀) 약이 들어오지 않거나, 들어와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임상현장에 있는 의사 입장에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다제네성균은 카파베넴 내성장내세균(CRE)"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CRE 감염환자는 2017년 5717명이었으나, 올해만 9월까지 9577명으로 급증했다. 이미 70% 가까이 증가한 상황으로, 연내 1만명 돌파가 유력하다. 특히 중증환자가 많은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에서 카바페넴 내성률이 약 83%에 달하는 상황이다.

그는 "강력한 항생제인 만큼, 내성이 한 번 생기면 매우 위험하고 전파도 쉽다"며 "이로 인해 환자수가 급증하고 사망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이들에게 쓸 수 있는 약이 없다. 카페베넴에 대응할 수 잇는 항생제가 없어 여러 항생제를 섞어서 쓰는 형편"이라고 힘을 더했다.

복지부 "항생제 소외 인정…급여등재 고민하겠다"

이같은 현장 목소리에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항생제의 특수성을 감안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호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사연이 없고 안타깝지 않은 약제가 없다. 그럼에도 항생제는 소외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사용가능한 항생제 옵션이 없어 다제내성균 감염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박사의 경우 필요성이 상당한데, 경제성평가 허들을 넘지 못해 매우 아쉽다"며 "돈이 무한정 나올 수 있지 않기 때문에 비용효과성을 보고 있는데, 여기서 생긴 공백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항생제 경제성평가와 관련한 심각성이 오늘 토론회에서 지적됐다"며 "항생제의 특수성을 감안하겠다. 외국사례 등을 파악하고, 전문가 논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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