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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면역항암치료의 혁신, 면역관문억제제①

  • 최병철 박사
  • 2026-08-07 06:04:20
  • 요약
  • 최병철 박사의 노벨드럭인사이트
  • 환자 면역체계 활성화

암은 심혈관질환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사망 원인 중 하나이며, 현대 의학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암 치료는 세포독성 화학항암제(cytotoxic chemotherapy)의 개발을 시작으로,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 변이나 신호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표적항암제(targeted therapy)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이러한 치료법은 다양한 암종에서 생존기간을 연장하고 치료 성적을 크게 향상시켰지만, 정상세포 손상으로 인한 독성, 치료 저항성의 발생, 재발 및 전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였다. 특히 동일한 암종이라도 환자마다 치료 반응이 크게 다르고, 초기에는 효과를 보이던 치료가 시간이 지나면서 내성이 발생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은 기존 항암치료의 중요한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암세포 자체가 아니라 환자의 면역체계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정상적인 면역계는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외부 병원체뿐 아니라 체내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세포까지 감시하고 제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실제로 우리 몸에서는 매일 수많은 돌연변이 세포가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면역계에 의해 제거되어 임상적으로 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암세포는 면역감시(immune surveillance)를 회피하거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다양한 전략을 획득하여 결국 증식과 전이를 일으킨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암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면역계가 다시 암을 공격하도록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새로운 치료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발전한 치료법이 바로 면역항암치료(Immunotherapy)​이다. 면역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기존 치료와 달리,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를 활성화하거나 조절하여 암을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치료 전략이다. 초기에는 인터루킨-2, 인터페론과 같은 사이토카인 치료가 주로 사용되었으나 제한적인 효과와 높은 독성으로 인해 활용 범위가 제한적이었다.

현재 면역항암치료는 단순히 하나의 치료법이 아니라 여러 치료 플랫폼을 포함하는 거대한 치료 영역으로 성장하였다. 대표적으로 ▲면역관문억제제, ▲CAR-T 세포치료제, ▲TIL 치료제, ▲암백신, ▲사이토카인 치료제, ▲이중특이항체 등이 임상에 도입되었거나 활발히 개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들 치료법 간의 병용은 물로 표적항암제,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치료와 병용하는 전략이 암 치료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암 치료의 중심축을 '암세포를 직접 공격'에서 '환자의 면역반응 조절을 통한 암 제거'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들 다양한 면역항암치료 가운데 현재 가장 큰 성공을 거두며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치료법이 바로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ICI)​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약제가 아니라, 암세포에 의해 억제되어 있던 T세포의 항암면역반응을 회복시켜 면역계가 다시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만드는 치료제이다. 기존 항암제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장기간의 완전관해와 지속적인 생존이 일부 진행성 암 환자에서 확인되면서, 면역관문억제제는 암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면역항암치료(Cancer Immunotherapy)란 무엇인가?

면역항암치료는 우리 몸이 종양항원(tumor antigen)을 인식하고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 내에서 면역반응을 활성화하여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법으로,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를 이용하여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유도한다.

기존의 세포독성 화학항암제가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고, 표적항암제가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나 신호전달 경로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것과 달리, 면역항암치료는 면역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하거나 조절하여 면역계가 스스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기존 항암치료와 근본적으로 다른 치료 개념이다.

정상적인 면역계는 세균과 바이러스 같은 외부 병원체뿐 아니라 체내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세포까지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면역감시(immune surveillance) 기능에 의해 대부분의 돌연변이 세포는 암으로 발전하기 전에 제거된다. 그러나 일부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인식을 회피하거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다양한 기전을 획득하여 면역감시를 벗어나 증식과 전이를 일으킨다.

따라서 면역항암치료의 핵심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에 의해 억제된 면역기능을 회복하거나 강화하여 면역계가 다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면역항암치료의 개념은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에서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임상적 관찰에서 비롯되었다. 실제로 18세기 초부터 감염 이후 종양이 자연적으로 퇴행하거나 성장이 억제되는 현상이 보고되었으며, 18세기 후반에는 조직병리학적 분석을 통해 이러한 현상이 과학적으로 확인되었다.

1868년 Busch는 단독(erysipelas)에 감염된 환자에서 종양이 현저히 감소하거나 퇴행하는 사례를 보고하였다. 이어 Fehleisen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균이 Streptococcus pyogenes임을 규명하였다. 이후 William B. Coley는 열처리한 세균 혼합물인 Coley's toxin을 개발하여 암 치료에 적용하였으며, 이는 최초의 암 면역치료 시도로 평가된다.

면역항암치료의 발전은 백신 연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1796년 Edward Jenner는 천연두 백신을 개발하여 예방면역의 기초를 확립하였으며, 이는 이후 면역치료 발전의 토대가 되었다. 이후 1960~1970년대에는 Bacillus Calmette–Guérin(BCG)과 Candida parvum 등의 세균 제제를 이용하여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같은 시기 종양항원, T세포 인식 기전,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의 항원제시 기능 및 면역반응 조절기전에 대한 연구도 급속히 발전하였다. 또한 재조합 DNA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면역조절 사이토카인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으며, 이를 이용한 암 치료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특히 1983년에는 인터페론 알파(IFN-α)의 항종양 효과를 평가하는 임상연구가 수행되었고, 이후 IFNα-2b는 악성 흑색종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어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최초의 면역항암제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세포치료 분야도 같은 시기에 크게 발전하였다. 1987년 Fefer, Cheever 및 Greenberg는 림프종 동물모델에서 종양 특이적 T세포의 치료 효과를 입증하였으며, 이후 진행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림포카인 활성화 살해세포(Lymphokine-Activated Killer, LAK)와 인터루킨-2(IL-2)를 병용한 수동면역치료 연구가 수행되어 세포 기반 면역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2000년대에 들어 Robert Schreiber는 면역계가 단순히 암세포를 제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암세포의 진화와 선택을 지속적으로 조절한다는 '암 면역편집(Cancer Immunoediting)' 개념을 제시하였다. 그는 면역계가 종양을 제거(elimination)하고, 일부 암세포와 균형을 유지(equilibrium)하며, 결국 면역회피(escape)가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암 발생과 면역반응의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정립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인터페론(IFN)과 면역관문(checkpoint) 신호전달 경로가 암 면역반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이후 Chen과 Ira Mellman은 암 면역반응을 단계적으로 설명하는 '암 면역주기(Cancer-Immunity Cycle)' 개념을 제안하였다. 암 면역주기는 종양항원의 방출, 항원제시, T세포 활성화, 종양 침윤 및 암세포 사멸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며, 면역계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면서도 정상 조직에 대한 자가면역은 최소화하는 균형 유지 원리를 제시하였다. 현재 이 개념은 면역관문억제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면역항암치료 전략을 이해하는 핵심 이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면역항암치료는 감염에 의한 종양 퇴행에 대한 초기 관찰에서 시작하여 백신, 사이토카인, 세포치료, 암 면역편집 및 암 면역주기 개념의 확립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오늘날 면역관문억제제, CAR-T 세포치료제, 암 백신 및 다양한 차세대 면역항암제가 개발되었으며, 암 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면역항암치료 분야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치료법은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하기 위해 이용하는 면역관문(checkpoint)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항암면역반응을 회복시키는 치료제이다. 일부 진행성 암 환자에서 장기간의 완전관해와 지속적인 생존이 확인되면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현재는 다양한 고형암과 일부 혈액암에서 표준치료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면역항암치료는 기존의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항암제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이들 치료와 상호 보완적으로 병용되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차세대 면역관문 표적, 새로운 세포치료제, 암 백신 및 정밀 바이오마커의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면역항암치료는 앞으로도 암 치료의 발전을 이끌 핵심 분야로 평가받고 있다.

면역감시(Immune Surveillance)와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이란 무엇인가?

암에서의 면역감시는 면역계가 체내를 지속적으로 순찰하면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 비정상 세포를 조기에 인식하여 제거하는 생체 방어기전이다. 면역감시는 외부 병원체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뿐 아니라 암세포의 발생과 성장을 억제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정상적인 인체에서는 세포분열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매일 수많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돌연변이 세포는 DNA 복구기전이나 세포자멸사(apoptosis)에 의해 제거되지만, 일부는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진다. 이러한 세포는 정상세포와 다른 종양항원(tumor antigen)을 발현하거나 세포 내 스트레스 신호를 나타내며, 면역계는 이러한 변화를 감지하여 제거한다.

면역감시에는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이 모두 관여한다. 선천면역에서는 자연살해세포(NK cell), 대식세포(macrophage),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가 초기 방어를 담당한다. 특히 NK세포는 MHC class I 발현이 감소한 세포를 선택적으로 인식하여 직접 사멸시키며, 수지상세포는 암세포 유래 항원을 포획하여 림프절에서 T세포에 제시함으로써 적응면역을 유도한다.

적응면역에서는 CD8⁺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lymphocyte, CTL)가 핵심적인 항암효과세포로 작용한다. CTL은 종양항원을 인식한 후 perforin과 granzyme을 분비하거나 Fas–Fas ligand 경로를 활성화하여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킨다. 또한 CD4⁺ 보조 T세포(helper T cell)는 다양한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CTL과 B세포의 기능을 증강시키고 지속적인 항암면역반응을 유지한다.

면역감시 개념은 1950년대 Frank Macfarlane Burnet과 Lewis Thomas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다. 이후 면역결핍 환자에서 특정 암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면역기능이 저하된 동물에서 종양 발생이 현저히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면역감시 이론은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암세포가 면역감시에 의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암세포는 지속적인 선택압(selection pressure) 속에서 면역세포의 인식을 회피하거나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능력을 획득하여 생존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암 면역편집(Cancer Immunoediting)의 기초가 되며, 살아남은 암세포는 자신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주변 조직과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형성되는 것이 종양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 TME)이다. 종양미세환경은 암세포만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면역세포, 기질세포, 혈관 및 세포외기질이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동적인 생태계(dynamic ecosystem)이다. 암세포는 이러한 미세환경을 지속적으로 재구성하여 성장, 침윤 및 전이를 촉진하고 면역감시를 회피한다(Figure 1).

Figure 1. Characteristics of the Tumor Microenvironment(출처: Front. Immunol. 2026:16:1563858).

종양미세환경은 물리적(physical), 기계적(mechanical), 대사적(metabolic), 염증성(inflammatory) 및 면역학적(immune) 요소로 구성된다. 저산소증(hypoxia), 높은 간질압(interstitial pressure) 및 산성화(acidosis)는 종양의 생존과 혈관신생을 촉진하며, 암연관 섬유아세포(Cancer-associated fibroblast, CAF), 세포외기질(Extracellular Matrix, ECM) 및 비정상적인 종양혈관은 면역세포의 종양 내 침투를 방해하는 물리적 장벽을 형성한다.

또한 암세포는 포도당, 글루타민 및 지질 등의 영양소를 과도하게 소비하고 젖산을 축적하여 T세포의 대사와 기능을 저하시킨다. 만성 염증과 면역억제성 사이토카인(TGF-β, IL-10 등)의 분비 역시 항암면역반응을 약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종양미세환경에는 CD8⁺ T세포, 자연살해세포, 수지상세포, B세포, 대식세포, 골수유래 억제세포(Myeloid-derived suppressor cell, MDSC),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Treg) 등 다양한 면역세포가 존재한다. CD8⁺ T세포와 NK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제거하는 항암효과세포이며, 수지상세포는 종양항원을 제시하여 항암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반면 Treg, MDSC 및 종양관련 대식세포(Tumor-associated macrophage, TAM)는 면역억제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T세포 기능을 억제하여 면역감시를 약화시키고 암의 면역회피를 촉진한다.

결국 종양미세환경은 암세포가 면역감시를 회피하기 위해 형성한 면역억제성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면역관문 분자인 PD-1/PD-L1, CTLA-4, LAG-3 등의 신호 역시 이러한 종양미세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여 항암면역반응을 저해한다.

암 면역편집(Cancer Immune Editing)이란 무엇인가?

면역감시는 면역계가 발생 초기의 암세포를 인식하여 제거하는 중요한 생체 방어기전이다. 그러나 모든 암세포가 면역계에 의해 제거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생존하여 점차 면역반응에 적응하고, 결국 면역계를 회피하는 능력을 획득하게 된다. 이처럼 면역계와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암세포가 선택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암 면역편집(Cancer Immunoediting)이라고 한다.

암 면역편집은 단순히 면역계가 암세포를 제거하는 과정이 아니라, 면역계가 지속적인 선택압(selection pressure)을 가함으로써 면역공격에 취약한 암세포는 제거되고, 면역회피 능력을 가진 암세포만 선택되어 살아남는 과정을 의미한다. 살아남은 암세포는 새로운 유전자 변이와 표현형 변화를 축적하면서 면역공격에 더욱 강한 세포로 진화하게 된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발견되는 대부분의 암은 여러 차례의 면역선택을 거쳐 형성된 결과로 이해된다.

이 개념은 1950년대 Burnet과 Lewis Thomas가 제안한 면역감시 가설을 발전시킨 것으로, 2002년 Robert Schreiber 연구팀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립되었다. 현재 암 면역편집은 면역감시와 암의 면역회피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암 면역학의 핵심 이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제거(elimination), 평형(equilibrium), 회피(escape)의 세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Figure 2).

Figure 2. The Concept of Cancer Immunoediting(출처: Front. Immunol. 2025:16:1655176).

① 제거 단계(Elimination)

제거 단계는 면역감시가 실제로 수행되는 단계로,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이 협력하여 발생 초기의 암세포를 제거한다. 자연살해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CD8⁺ 세포독성 T세포가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대부분의 암세포는 이 단계에서 제거된다. 따라서 제거 단계에서는 임상적으로 암이 발견되지 않는다.

② 평형 단계(Equilibrium)

일부 암세포는 면역공격을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지만 제거되지도 않은 채 면역계와 균형을 이루며 장기간 생존한다. 이 시기에는 면역계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하며, 암세포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유전자 변이를 축적하면서 면역공격에 더 잘 적응하는 세포가 선택된다. 평형 단계는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지속될 수 있으며, 암의 휴면기(tumor dormancy)를 설명하는 중요한 기전으로 여겨진다.

③ 회피 단계(Escape)

지속적인 면역선택을 견뎌낸 일부 암세포는 결국 면역감시를 회피하는 능력을 획득한다. 암세포는 종양항원의 발현을 감소시키거나 MHC class I 발현을 저하시켜 T세포의 인식을 피하며, PD-L1과 같은 면역억제 분자를 발현하거나 TGF-β 및 IL-10 등의 면역억제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T세포 기능을 억제한다. 또한 종양미세환경(TME) 내로 조절 T세포(Treg), 골수유래 억제세포(MDSC), 종양관련 대식세포(TAM)를 유도하여 면역억제성 환경을 강화한다.

이와 같이 형성된 면역회피 기전은 항암면역반응을 점차 약화시키고, 암 면역주기의 여러 단계를 차단하여 암세포가 지속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암 면역주기(Cancer-Immunity Cycle)란 무엇인가?

암 면역편집은 면역계와 암세포가 장기간 상호작용하면서 암세포가 면역회피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이에 비해 암 면역주기는 면역계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하는 기전적 모델이다. 이 개념은 2013년 Chen과 Ira Mellman에 의해 제안되었으며, 현재 면역관문억제제를 비롯한 대부분의 면역항암치료의 작용기전을 이해하는 핵심 이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암 면역주기는 암세포가 사멸하면서 방출된 종양항원이 면역계에 의해 인식되고, T세포의 활성화와 종양조직으로의 이동 및 암세포 사멸을 거쳐 다시 새로운 종양항원이 방출되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는 순환적 면역반응을 의미한다(Figure 3).

Figure 3. Therapies that Might Affect the Cancer-Immunity Cycle(출처: Immunity 39, July 25, 2013).


암 면역주기는 크게 일곱 단계로 구성된다.

① 종양항원의 방출(Release of Cancer Cell Antigens)

암세포가 괴사(Necrosis)하거나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표적치료제 등에 의해 파괴되면 종양항원이 미세환경으로 방출된다. 이때 방출되는 항원에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형성된 신생항원(neoantigen)을 비롯하여 종양특이항원(TSA) 및 과발현된 종양연관항원(TAA) 등이 포함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세포내 칼레티쿨린(calreticulin)의 세포막 노출, extracellular ATP 분비, HMGB1 단백질 방출과 같은 손상연관분자패턴(DAMPs)이 수반되어야 한다. DAMPs는 수지상세포의 표적 수용체(TLR4, P2RX7 등)를 자극하여 수지상세포의 신속한 모집 및 성숙을 유도하는 필수적인 선천면역 신호로 작용한다.

따라서 방사선치료나 특정 항암화학요법은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킬 뿐만 아니라, 단순 사멸(apoptosis)이 아닌 면역원성 세포사멸(Immunogenic Cell Death, ICD)을 유도함으로써 종양항원과 DAMPs의 방출을 극대화한다. ICD가 성공적으로 유도되어야만 방출된 항원이 수지상세포에 효율적으로 포획되어 후속 적응면역(T세포 반응)으로 원활히 이어질 수 있다.

② 종양항원의 포획과 제시(Cancer Antigen Presentation)

사멸한 암세포에서 방출된 종양항원은 항원제시세포(APC), 특히 수지상세포(DC)에 의해 포획된 후 구심성 림프관을 통해 국소 림프절로 이동한다. 수지상세포는 포획한 항원을 가공하여 MHC class I 및 class II 분자를 통해 각각 CD8⁺ 세포독성 T세포와 CD4⁺ 보조 T세포에 제시한다.

특히 1형 고전적 수지상세포(cDC1)가 외인성 종양항원을 내인성 경로인 MHC class I을 통해 CD8⁺ T세포에 제시하는 교차제시(Cross-presentation)는 암세포를 직접 타격할 세포독성 T세포를 형성하는 필수 핵심 과정이다.

암 백신(Cancer Vaccine)은 다양한 형태의 종양항원을 제공하여 이 과정을 직접 자극하며, GM-CSF는 수지상세포의 분화 및 림프절 이동을 촉진한다. 또한 CD40 작용제(Agonist)와 Toll-like receptor(TLR) 작용제는 수지상세포의 성숙을 유도하고 공동자극분자(CD80/CD86) 발현 및 면역 활성 사이토카인 분비를 극대화하여 항원제시 능력을 강화한다.

종양세포의 MHC class I 발현 억제나 수지상세포 성숙 장애 등으로 이 단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종양항원이 존재하더라도 효과적인 T세포 면역반응이 유도되지 못한다.

③ T세포의 초기 자극과 활성화(Priming and Activation)

림프절에서 항원제시세포(수지상세포 등)가 제시한 종양항원을 미경험 T세포(naïve T cell)의 T세포수용체(TCR)가 인식하면서 T세포 활성화의 첫 번째 신호(Signal 1)가 작동한다. 그러나 완전한 활성화를 위해서는 TCR과 항원-MHC 복합체 결합 외에도, T세포 표면의 CD28과 항원제시세포의 B7(CD80/CD86) 분자 결합에 의한 공동자극 신호(Signal 2)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러한 통합적 신호를 받은 T세포는 클론 증식(clonal expansion)을 거쳐 종양특이적 CD8⁺ 세포독성 T세포(CTL)와 CD4⁺ 보조 T세포(Th cell)로 효과적으로 분화한다.

CTLA-4는 CD28보다 B7 분자에 훨씬 높은 친화성으로 결합하여 공동자극 신호를 억제하는 대표적인 면역관문 수용체다. CTLA-4 억제제(Anti-CTLA-4)는 이 음성 신호를 차단하여 림프절 내 T세포의 초기 활성화와 증식을 촉진한다. 나아가 CD137(4-1BB), OX40, CD27 작용제(agonist)와 같은 추가 공동자극 표적 치료제 및 IL-2, IL-12 사이토카인(Signal 3)은 T세포의 강력한 증식과 생존, 그리고 장기 기억 T세포(memory T cell) 형성을 보완적으로 증진시킨다.

④ 활성화된 T세포의 종양조직 이동(Trafficking of T Cells to Tumors)

활성화된 종양특이적 T세포는 혈류를 따라 종양조직으로 표적 이동(homing)한다. 이 과정은 종양미세환경에서 분비되는 CXCL9, CXCL10, CXCL11 케모카인과 T세포 표면의 CXCR3 수용체 간의 결합, 그리고 혈관내피세포의 부착분자(ICAM-1, VCAM-1 등)와 T세포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된다.

케모카인 분비가 부족하거나 부착분자 발현이 억제되어 충분한 수의 활성화된 T세포가 종양조직으로 이동하지 못하면(Cold Tumor 상태), 이후 단계의 항암면역반응 및 면역관문억제제 치료 역시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⑤ T세포의 종양조직 침윤(Infiltration of T Cells into Tumors)

종양조직에 도달한 T세포는 혈관내피를 통과하여 종양 내부로 침윤해야 한다. 이 과정은 혈관내피세포와의 부착(adhesion), 혈관벽 통과(diapedesis/extravasation) 및 세포외기질(ECM)을 통한 이동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종양미세환경(TME)에서는 비정상적인 종양혈관 구조, 내피세포의 부착분자 발현 억제, 암연관 섬유아세포(CAF), 치밀한 세포외기질 및 TGF-β 등이 물리적·기능적 장벽을 형성하여 T세포의 효율적인 침윤을 방해한다.

항-VEGF 치료는 VEGF 신호를 억제하여 종양혈관을 정상화하고 혈관내피세포의 부착분자 발현을 회복시킴으로써 T세포의 종양 침윤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킨다.

⑥ T세포에 의한 암세포 인식(Recognition of Cancer Cells by T Cells)

종양 미세환경 내부로 침윤한 CD8⁺ 세포독성 T세포는 표면의 T세포수용체(TCR) 및 CD8 보조 수용체를 통해 암세포 표면의 MHC class I 분자에 제시된 종양 특이적 펩타이드 항원을 정교하게 인식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면역 압박을 피하기 위해 종양항원 발현을 단돌연변이로 잃거나, B2M 결손 및 TAP 수용체 억제 등을 통해 MHC class I 발현을 현저히 저하시킴으로써 T세포의 인식을 회피한다.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 세포치료제는 항체 유래 항원결합부위(scFv)와 T세포 활성화 도메인을 융합한 인공 수용체를 발현하여 암세포 표면 항원을 직접 인식하므로 MHC-항원 제시 과정에 의존하지 않는다(MHC-independent). 따라서 항원제시 능력이 상실되거나 MHC class I 발현이 현저히 감소한 면역 회피 종양에 대해서도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탐지하고 결합할 수 있다.

⑦ 암세포의 사멸(Killing of Cancer Cells)

암세포를 성공적으로 인식한 세포독성 T세포(CTL)는 퍼포린(Perforin)을 통해 암세포 막에 구멍을 뚫고 그란자임(Granzyme B)을 주입하여 카스파제(Caspase) 경로를 통한 세포자멸사를 유도하며, 동시에 Fas-FasL 상호작용을 거쳐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또한 IFN-γ와 TNF-α 같은 에펙터 사이토카인을 분비하여 암세포 증식을 trực접 억제하고 주변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한다.

그러나 종양미세환경(TME) 지속 노출 시, 암세포나 면역세포가 발현하는 PD-L1이 T세포의 PD-1 수용체와 결합하여 TCR 신호전달을 억제함으로써 T세포 탈진(T-cell exhaustion)을 유발한다. PD-1 및 PD-L1 억제제는 이 억제 신호를 차단하여 탈진된 T세포의 세포독성 기능을 재활성화(reinvigoration)한다. 아울러 IDO(Indoleamine 2,3-dioxygenase) 억제제는 트립토판(Tryptophan) 고갈과 키뉴레닌(Kynurenine) 축적에 의한 대사적 면역억제 환경을 개선하는 주요 치료 전략으로 연구된다.

사멸한 암세포로부터 새로운 종양항원과 DAMPs가 다시 방출됨으로써 면역-암 주기는 스스로를 증폭시키는 선순환(Positive Feedback Loop)을 형성하게 된다.

암 면역주기의 임상적 의의

면역-암 주기의 각 단계는 서로 톱니바퀴처럼 연쇄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일 표적 접근을 넘어, 항원 방출부터 T세포 활성화·침윤·면역억제 해제까지 여러 단계를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겨냥하는 병용 면역치료 전략(Combination Immunotherapy)이 필수적이다.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이란 무엇인가?

면역관문은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정상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면역계가 갖추고 있는 생리적인 면역조절 기전이다. 면역계는 외부 병원체나 암세포와 같은 비정상 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해야 하지만, 동시에 정상 조직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은 억제해야 한다. 이러한 균형이 유지되지 않으면 자가면역질환이나 만성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면역관문은 T세포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일종의 '브레이크(brake)' 역할을 수행하며, 면역 항상성(immune homeostasis)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정상적인 생리 상태에서 이러한 면역관문은 자가면역질환을 예방하고 과도한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이러한 생리적 조절기전을 이용하여 면역공격을 회피한다. 많은 암세포는 PD-L1과 같은 면역관문 리간드를 과발현하여 T세포의 PD-1과 결합함으로써 T세포의 증식, 사이토카인 분비 및 세포독성 기능을 억제하고, 결국 T세포를 기능적 탈진(T-cell exhaustion) 상태로 유도한다. 그 결과 면역계는 암세포를 인식하고도 충분한 항암면역반응을 일으키지 못하게 된다.

면역반응은 T세포, B세포 및 자연살해세포(NK cell)와 같은 림프구가 항원을 인식한 후 다양한 공동자극(co-stimulatory) 및 공동억제(co-inhibitory) 신호의 균형에 의해 조절된다. 수지상세포는 종양항원을 제시하면서 MHC-TCR 결합을 통해 항원특이적 신호(Signal 1)를 전달하고, 동시에 여러 공동자극 또는 공동억제 분자를 통해 T세포의 활성도를 조절한다. 종양세포 역시 다양한 면역관문 리간드를 발현하여 활성화된 림프구의 기능을 억제하고 면역회피를 유도한다(Figure 4).

Figure 4. Immune Checkpoint(출처: American Reseach Products Inc.)

수지상세포와 림프구 사이에서는 CD28-CD80/CD86, ICOS-ICOSL, CD27-CD70, OX40-OX40L, 4-1BB-4-1BBL, CD40-CD40L, GITR-GITRL 등이 대표적인 공동자극 신호로 작용하여 림프구의 증식, 생존 및 세포독성 기능을 촉진한다. 반대로 CTLA-4, PD-1, TIGIT 등은 공동자극 신호를 억제하여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억제성 면역관문이다.

종양미세환경에서는 종양세포가 PD-L1, PD-L2, Galectin-9, CD48, CD47, IDO1, CEACAM1 등의 면역조절 분자를 발현하여 림프구의 활성을 억제한다. PD-L1/PD-1 결합은 T세포의 증식과 사이토카인 분비를 감소시키고 기능적 탈진을 유도하는 가장 대표적인 면역회피 기전이다. 또한 TIM-3–Galectin-9, 2B4(CD244)-CD48, CD47 등의 신호 역시 항암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임상에서 승인된 면역관문억제제는 주로 CTLA-4, PD-1, PD-L1 및 LAG-3를 표적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TIGIT, TIM-3, OX40, GITR, 4-1BB, CD27, CD40, CD47 등을 표적으로 하는 차세대 면역조절 치료제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특히 억제성 면역관문을 차단하는 전략뿐 아니라 OX40, 4-1BB, GITR, CD27과 같은 공동자극 수용체를 활성화하여 항암면역반응을 증폭시키는 접근도 중요한 치료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결국 종양미세환경에서의 면역반응은 단일 면역관문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공동자극 신호와 공동억제 신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면역조절 네트워크에 의해 조절된다. 따라서 최근 면역항암제 개발은 하나의 면역관문만 차단하는 치료에서 벗어나, 다수의 면역관문을 동시에 조절하거나 공동자극 신호를 강화하는 병용면역치료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차세대 면역항암치료의 핵심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ICI)의 개발 역사는 어떠한가?

면역관문억제제의 개발은 하나의 신약이 탄생한 과정이 아니라, 암과 면역의 관계를 이해하려는 수십 년간의 기초연구가 임상으로 이어진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과거에는 암이 면역계의 감시를 회피하여 성장한다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았으며, 면역을 이용한 암 치료는 제한적인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T세포 활성화와 면역관문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1950년대 Frank Macfarlane Burnet과 Lewis Thomas는 면역계가 체내에서 발생하는 암세포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제거한다는 면역감시(immune surveillance) 가설을 제안하였다. 이후 면역결핍 환자에서 특정 암의 발생률이 증가하고,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면역계가 종양 발생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가설은 점차 인정받게 되었다.

1987년 Pierre Golstein 연구팀은 T세포 표면에서 새로운 수용체인 CTLA-4(Cytotoxic T-Lymphocyte Antigen-4)​를 발견하였다. 당시에는 그 기능이 명확하지 않았으나, 1995년 James P. Allison은 CTLA-4가 T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음성조절 분자임을 규명하였다. 이어 1996년에는 CTLA-4를 항체로 차단하면 T세포의 항암면역반응이 회복되고 종양이 퇴축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에서 입증하였다. 이 연구는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의 출발점이 되었다.

한편 1992년 Tasuku Honjo 연구팀은 새로운 면역조절 분자인 PD-1(Programmed Death-1)​을 발견하였다. 이후 PD-1이 말초조직에서 T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면역관문이며, 암세포가 PD-L1을 발현하여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러한 연구는 CTLA-4와는 다른 새로운 면역관문 치료 전략의 기반이 되었다.

기초연구의 성과는 곧 임상으로 이어졌다. 2011년 CTLA-4를 표적으로 하는 최초의 면역관문억제제가 미국 FDA 승인을 받았으며, 이어 2014년 PD-1 억제제가 연이어 승인되면서 면역관문억제제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후 PD-L1 억제제와 LAG-3 억제제가 개발되었고, 현재는 TIGIT, TIM-3, VISTA 등 다양한 차세대 면역관문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면역관문 연구의 의학적 가치는 2018년 James P. Allison과 Tasuku Honjo가 '음성 면역조절을 이용한 암 치료의 발견(Discovery of cancer therapy by inhibition of negative immune regulation)'​이라는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기초 면역학 연구가 혁신적인 항암치료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면역관문억제제는 흑색종, 비소세포폐암, 신세포암, 방광암, 간세포암, 두경부암, 위암, 식도암, 자궁내막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새로운 면역관문과 병용요법 개발을 통해 암 치료의 적용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의 치료 기전은?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거나 사멸시키는 기존의 세포독성 항암제와 달리, 환자의 면역계를 활성화하여 암세포를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면역조절제(immunomodulator)이다. 따라서 면역관문억제제의 약리기전은 암세포 자체를 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와 면역세포 사이의 면역억제 신호를 차단하여 항암면역반응을 회복시키는 데 있다.

정상적인 항암면역반응에서 T세포는 항원제시세포(APC)가 제시한 종양항원을 T세포수용체(TCR)를 통해 인식하고, CD28과 B7(CD80/CD86) 사이의 공동자극신호(co-stimulatory signal)를 받아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T세포는 증식하면서 인터루킨-2(IL-2), 인터페론-γ(IFN-γ) 등의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퍼포린(perforin)과 그랜자임(granzyme)을 이용하여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킨다.

그러나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인한 정상 조직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활성화된 T세포에는 CTLA-4와 PD-1을 비롯한 면역관문 분자가 발현된다. 이들 분자는 T세포 활성을 억제하는 음성조절기전(negative regulatory mechanism)으로 작용하여 면역 항상성을 유지하고 자가면역질환과 과도한 염증반응을 예방한다.

암세포는 이러한 생리적 조절기전을 이용하여 면역공격을 회피한다. 많은 암세포는 PD-L1을 과발현하여 T세포 표면의 PD-1과 결합함으로써 T세포의 증식, 사이토카인 분비 및 세포독성 기능을 억제하고, 지속적인 자극을 통해 T세포를 기능적으로 탈진(exhaustion) 상태로 유도한다. 또한 종양미세환경(TME)에서는 조절 T세포(Treg), 골수유래 억제세포(MDSC), 종양관련 대식세포(TAM)와 함께 TGF-β, IL-10 등의 면역억제성 사이토카인이 작용하여 항암면역반응을 더욱 약화시킨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이러한 면역억제 신호를 선택적으로 차단하여 T세포의 항종양 기능을 회복시킨다. CTLA-4 억제제는 주로 림프절에서 T세포의 초기 활성화 단계(priming phase)를 촉진하여 종양특이적 T세포의 생성과 증식을 증가시킨다. 반면 PD-1 또는 PD-L1 억제제는 종양미세환경에서 PD-1/PD-L1 신호를 차단하여 이미 종양 내에 존재하는 T세포의 세포독성 기능을 회복시키고 암세포 제거능을 향상시킨다. 최근 도입된 LAG-3 억제제는 PD-1 억제제와 병용하여 탈진된 T세포의 기능을 더욱 효과적으로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를 직접 표적으로 하지 않으므로 기존 세포독성 항암제와 약리학적 특성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치료 효과는 약물의 혈중농도보다 환자의 면역상태와 종양미세환경의 특성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치료 반응이 나타나기까지 수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치료 초기에는 면역세포의 침윤으로 종양이 일시적으로 커진 것처럼 보이는 가성진행(pseudoprogression)이 관찰될 수 있다.

반면 면역관문이 차단되어 면역반응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정상 조직까지 면역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피부, 폐, 간, 장, 갑상선, 뇌하수체 등 다양한 장기에서 면역관련 이상반응(immune-related adverse events, irAEs)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면역관문억제제의 대표적인 약리학적 특징이다.

이처럼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를 직접 사멸시키는 약제가 아니라 면역계의 '브레이크(brake)'를 해제하여 환자 자신의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다시 인식하고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면역조절 치료제이다. 이러한 독특한 작용기전은 기존 항암치료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하였으며, 현재 암 면역치료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 2편에서 계속)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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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aniel S. Chen and Ira Mellman. et al. “Oncology Meets Immunology: The Cancer-Immunity Cycle” Immunity 39, July 25, 2013).
4. Meiyin Zhang et al. “Advances in cancer immunotherapy:historical perspectives, current developments,and future directions” Molecular Cancer (2025) 24:136  
5. Li-Ping Kang et al. “Breakthroughs in immune checkpoint therapy: overcoming NSCLC immune checkpoint therapy resistance with novel techniques“ Front. Immunol. 2025:16:1630940.
6. Drew M. Pardoll “The blockade of immune checkpoints in cancer immunotherapy” Nat Rev Cancer. ; 12(4): 252–264. 
7. 기타 인터넷 자료(보도 자료, 제품 설명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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