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베팅한 SK바팜 신약후보물질 '오파칼림' 기대와 그늘
- 차지현 기자
- 2026-09-08 12:09:47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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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9년 미국 출시 가정…2042년 점유율 3.3%·순매출 21억달러 추산
- 외부평가, 임상 성공확률 71.9%·할인율 14.4% 반영…가치 10억달러
- 바이오헤이븐 외 원개발사에도 별도 로열티…Kv7 경쟁약 개발 제한 조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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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SK바이오팜이 1조원대에 도입한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의 기대와 부담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2029년 미국 출시 이후 2042년 순매출 2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지만, 상업화 이후 계약 상대방인 바이오헤이븐과 원개발사 크놉에 각각 판매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8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BHV-7000)과 기타 칼륨채널(Kv7) 활성화제 화합물, Kv7 디스커버리 플랫폼 등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평가한 관련 자산의 가치는 9억960만달러(1조2581억원)다. 이는 SK바이오팜이 체결한 최대 계약금액보다 14%가량 높은 수준이다.
해당 가치 평가는 오파칼림이 향후 창출할 매출에서 원가와 연구개발(R&D)비, 판매관리비, 운전자본 등을 차감해 잉여현금흐름을 계산하고 임상 성공확률과 시간가치를 반영해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반적인 현금흐름할인법(DCF)에 신약개발 실패 위험을 추가로 반영한 것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지난달 26일 바이오헤이븐(Biohaven) 바이오사이언스 아일랜드로부터 오파칼림과 기타 Kv7 활성화제 화합물, Kv7 신약발굴 플랫폼에 대한 전세계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계약규모는 최대 7억9500만달러(1조995억원)로 이 가운데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업프론트)은 4억달러(5532억원)다. 제품 판매에 따른 경상기술료(로열티)는 별도다.

오파칼림은 뇌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조절하는 Kv7.2·Kv7.3 칼륨채널을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경구용 항발작 후보물질이다. 과도하게 흥분한 신경세포를 안정시켜 발작 발생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기존 일부 항발작제와 달리 감마아미노부티르산(GABA) 수용체에 대한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어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낮출 가능성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오파칼림의 원개발사는 미국 크놉 바이오사이언스(Knopp Biosciences)다. 바이오헤이븐은 2022년 2월 크놉 자회사 채널 바이오사이언스 인수 계약을 맺고 같은 해 4월 거래를 완료하면서 Kv7 플랫폼과 오파칼림을 확보했다. 당시 크놉이 받은 대가는 현금 3500만달러와 6500만달러 상당 바이오헤이븐 주식으로 초기 대가만 1억달러에 달했다. 이후 개발·허가 등에 연동된 마일스톤과 판매 로열티 조건도 붙었다.
현재 오파칼림은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3상 'RISE2'와 'RISE3'을 진행 중이다. RISE3은 지난 6월 환자 모집을 마쳐 올 하반기 톱라인 결과 공개를 앞뒀다. 앞선 임상 2상 이후 장기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공개연장시험(OLE)에서는 75mg 투여 환자의 54%가 연속 6개월간 발작 빈도를 50% 이상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외부평가기관인 신한회계법인은 오파칼림이 임상과 허가에 성공해 2029년 미국에 출시된다는 전제 아래 향후 매출과 현금흐름을 추정해 자산가치를 산정했다. 미국 부분발작 치료제의 전체 처방건수는 2016~2025년 연평균 증가율인 2.6%가 앞으로도 이어진다고 가정했다. 오파칼림의 시장점유율은 출시 첫해인 2029년 0.1%에서 2030년 0.4%, 2035년 1.9%, 2040년 2.9%로 높아지는 것으로 봤다. 처방가격은 유사제품 4종의 2025년 평균 가격에 20.0% 프리미엄을 붙인 1550.3달러를 기준으로 매년 4.6%씩 상승할 것으로 봤다. 여기서 리베이트와 각종 할인 등을 감안해 실제 매출은 처방가격의 52.0%만 반영했다.
이 같은 가정에 따라 오파칼림은 2029년 미국 출시 첫해 2114만달러의 순매출을 올린 뒤 출시 14년차인 2042년 미국 순매출 20억7913만달러로 정점을 찍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2043년 독점권 상실(LOE)을 반영해 점유율은 1.6%로 떨어지고 순매출도 10억6173만달러로 감소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임상과 품목허가를 거쳐 상업화에 성공할 누적 확률 71.9%와 할인율 14.4%를 적용해 최종 자산 가치를 도출했다.
특히 오파칼림 출시 중반 이후 70%가 넘는 영업이익률을 거둘 것으로 추정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신한회계법인은 오파칼림의 영업이익률이 2040년 71.5%, 2041년 71.6%, 2042년 72.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SK바이오팜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 39.3%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높은 수익성의 배경에는 낮은 비용 구조가 있다. 신한회계법인은 미국 유사 바이오텍의 평균치를 토대로 매출의 10.9%를 원가, 17.3%를 판매관리비로 반영했다.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이미 150여명 규모의 현지 전문 영업조직과 유통 인프라를 구축한 만큼 추가 비용을 크게 늘리지 않고 오파칼림을 함께 판매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SK바이오팜이 업프론트로만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2039억원)의 세 배에 육박하는 금액을 투입하면서까지 오파칼림 권리 확보에 나선 것은 향후 상업화 가능성과 매출 성장성, 높은 수익성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는 분석이다. SK바이오팜이 오파칼림을 연매출 20억달러를 넘기면서 70%대 영업이익률까지 낼 수 있는 고수익 블록버스터 자산으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양사가 맺은 상호 경쟁금지(non-compete) 조항도 눈길을 끈다. SK바이오팜과 바이오헤이븐은 제품의 첫 상업 판매일로부터 수년간 전 세계 시장에서 경쟁 Kv7 활성화제 화합물을 독자적으로 개발·제조·상업화하거나 제3자의 관련 연구를 지원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현재 Kv7 계열에서는 제논파마슈티컬스가 '아제투칼너'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제논은 지난 3월 아제투칼너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하고 올 3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신청을 앞뒀다. 아제투칼너가 계획대로 허가를 받으면 뇌전증 분야 최초의 Kv7 계열 치료제가 된다. 아제투칼너가 상업화에 한발 앞선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오파칼림의 시장가치를 지키고 후속 Kv7 후보군까지 안정적으로 키우기 위해 안전장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오파칼림이 상업화에 성공해 매출이 늘어날수록 계약상 지급해야 할 로열티 부담도 함께 늘어난다는 점은 향후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오헤이븐이 지난달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개한 현행보고서(Form 8-K)와 라이선스 계약 원문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미국에서 오파칼림과 일부 항발작 제품을 판매할 경우 바이오헤이븐에 순매출 구간별로 10%대 중반(mid-teens)에서 20%대 초반(low twenties)의 경상기술료를 지급한다. 미국 외 매출에는 한 자릿수 중반 수준의 로열티가 적용된다.
여기에 원개발사 크놉 몫이 별도로 붙는다. SK바이오팜이 바이오헤이븐의 기존 계약상 의무를 넘겨받으면서 Kv7 제품의 전세계 순매출에 대해 한 자릿수 중반(mid-single digit)의 별도 로열티를 크놉에 지급해야 한다. 이 로열티는 바이오헤이븐에 지급하는 로열티와 별개이며 서로 상계되지 않는다.
미국에서 오파칼림 매출이 발생하면 바이오헤이븐에 10%대 중반~20%대 초반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동시에 원개발사 크놉에도 한 자릿수 중반의 로열티를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상 SK바이오팜이 상용화 이후 약을 팔 때마다 두 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합산 로열티가 최대 20%대 중후반에 이를 수 있는 셈이다. 이 경우 오파칼림이 평가 시나리오대로 미국에서 연매출 20억달러를 넘기더라도 이중 로열티 부담으로 실제 이익으로 남는 폭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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