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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종 유니즈랩 대표 "제약이 화장품 이기는 무기는 DDS"

  • 최다은 기자
  • 2026-09-08 12:09:35
  • 요약
  • 해면 배양, 원료 정제, 처방 개발, 완제품 생산 전 과정 수직계열화...세계 유일, 점유율 70%
  • "성분 싸움은 이미 레드오션...제약이 이길 수 있는 자리는 전달(DDS)"
  • 즉시 출시 가능한 처방 50여 종부터 국소 적응증 의약품까지 3단계 로드맵 제시
  • 생산시설 포화에 3000평 규모 확장 추진...내년 상반기 이전 목표

[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성분은 누구나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달 경로(DDS)는 살 수 없습니다."

김필종 유니즈랩 대표가 스피큘(Spicule)의 사업 영역을 화장품에서 제약·바이오 분야로 확장한다. 15년째 스피큘 한 소재만 연구해 온 그는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더마코스메틱 사업을 확대하면서 원료와 활용 기술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스피큘을 화장품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제약 분야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원료라고 본다"며 "다만 제약사가 성분만으로 경쟁한다면 오랫동안 화장품을 해온 기업을 이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종 유니즈랩 대표

해면 배양부터 완제품까지, 세계에서 유일한 수직계열화

김 대표는 유니즈랩을 "스피큘 하나만 연구해 온 회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화장품을 하다가 스피큘을 만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 소재만 했다. 다른 것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니즈랩은 해면을 직접 배양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료 정제부터 처방 개발, 완제품 생산까지 네 단계를 모두 자체적으로 수행한다. 김 대표는 "이 네 단계를 모두 하는 회사는 세계적으로도 저희뿐"이라며 "현재 전 세계 스피큘 시장의 약 70%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즈랩은 월 2톤, 연 25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ISO 9001과 ISO 22716(화장품 GMP) 인증을 받은 자체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스피큘을 활용한 화장품 처방 50여 종을 개발했고, 전 세계 500여 개 화장품 제조사에 원료를 공급하며 30여 개국에 디스트리뷰터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경영학도·IT 사업가가 스피큘에 뛰어든 이유

흥미로운 점은 김 대표가 화학이나 생물학 전공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인생 전반부를 IT 업계에서 보냈다. IT 사업을 하던 중 어려움을 겪으면서 새로운 사업을 모색했고, 15년 전 우연한 계기로 스피큘이 들어간 화장품을 접했다.

김 대표는 "그때 완전히 매료됐다. 바르는 것만으로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것이 놀라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후 기록을 찾아봤고, 러시아에서 수백 년 동안 피부 개선 민간요법으로 써 온 소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당시 독일 피부과에서 시술되던 MTS(미세침 시술)나 프락셀 레이저를 대체할 수 있는 원료라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시술실에서만 되던 일을 원료 하나로 옮길 수 있겠다고 봤다. 그래서 도전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술이었다. 관련 지식도, 업계 인맥도 없었다. 결국 화학과 분리·정제, 발효 기술을 독학하기 시작했다.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대량생산 공정으로 옮기는 스케일업 과정까지 직접 시행착오를 거쳤다.

스피큘이란 무엇인가...제약 용어로는 '분말형 마이크로니들'

스피큘은 담수해면의 골격을 이루는 천연 바이오 실리카 침(針)이다. 길이 100~320마이크로미터의 속이 빈 미세한 구조로, 사람이 인위적으로 깎아 만든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세포가 효소 작용으로 만들어 낸 천연 물질이다.

김 대표는 "제약 용어로 옮기면 마이크로니들이 분말 형태로 수천만 개 들어 있는 소재라고 보면 된다"며 "200마이크로미터 등급 기준으로 1g당 약 1,640만 개"라고 설명했다. 육안으로는 미세한 분말이지만 현미경으로 확대하면 침과 같은 구조를 띠며, 피부에 도포할 때 느껴지는 특유의 따끔거림도 이 구조에서 비롯된다.

기술력의 핵심은 세 가지...발효 정제·순도 99%·액티브 코팅

유니즈랩의 경쟁력은 스피큘 자체를 처음 발견한 데 있지 않다. 김 대표는 기술력의 핵심을 세 가지로 꼽았다.

먼저 정제 공법이다. 원물인 스펀질리아를 세계 최초로 독자 개발한 발효 공법으로 정제한다. 업계 표준인 강산(强酸) 정제와 달리 미생물의 효소 작용을 이용하기 때문에 유기물 구조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불순물만 제거하고, 화학 용매를 쓰지 않아 잔류 용매 문제도 없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효소가 쓰인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 등에서 사용되는 효소 50~60종을 직접 시험해 스피큘 정제에 적합한 효소를 골라냈다"고 말했다. 초기에는 산을 이용한 기존 정제 방법도 직접 시험했으나 위험한 시행착오를 겪은 뒤 보다 안전한 효소 방식에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제 순도다. 이 공법으로 순도 99%까지 정제할 수 있다. 이 수준까지 끌어올린 원료 회사는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한 차례 생산 과정에서 약 3톤의 물을 사용해 23 차례 정제 공정을 거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료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도 생산 경쟁력 중 하나다.

액티브 원료 코팅·함침 기술도 중요하다. 스피큘에 콜라겐이나 PDRN 같은 유효 성분을 코팅하고 함침하는 기술로, 스피큘이 단순히 피부에 통로만 여는 것이 아니라 스피큘 자체가 유효 성분을 싣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제약사와 이야기하고 싶은 지점이 바로 여기"라고 말했다.

"성분은 누구나 산다, 전달은 아무나 못한다"

김 대표가 제약업계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는 "제약사들이 더마코스메틱에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대부분 성분으로 싸우고 있다. 성분 싸움은 이미 레드오션이고, 솔직히 그 싸움에서는 화장품 회사를 이기기 어렵다. 그쪽이 훨씬 오래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이 화장품 회사보다 확실히 앞서는 축은 하나, 전달(Drug Delivery System·DDS)이다. 성분은 누구나 살 수 있지만 전달 경로는 살 수 없다. 그리고 전달은 제약의 본업"이라며 "저희는 그 본업을 화장품에서 쓸 수 있게 만드는 소재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약사에는 없는 화장품 제조시설...OEM·ODM으로 해결

제약사가 실제로 막히는 지점은 생산이다. 김 대표는 "성분을 정해도 만들 곳이 없다. 화장품 GMP 라인을 새로 짓는 것은 몇 년짜리 투자이고, 외부에 맡기자니 스피큘을 다뤄 본 라인이 아니다. 스피큘은 온도와 전단력에 예민해서 표준 공정에 그냥 넣으면 구조가 손상된다"고 말했다.

유니즈랩은 ISO 9001·ISO 22716 인증을 갖춘 자체 생산시설에서 이미 개발해 둔 처방을 바탕으로 OEM·ODM을 바로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김 대표는 "제약사는 브랜드와 임상과 채널을 가져오시면 된다. 원료 개발부터 생산까지는 저희가 맡겠다"고 말했다.

제약사 진입 로드맵은 3단계

김 대표는 제약사가 스피큘 사업에 진입하는 과정을 3단계로 제시했다.

1단계는 즉시 가능한 단계다. 이미 개발된 50여 종 처방 중에서 골라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조정하면 3~6개월 안에 출시할 수 있고, 별도 설비 투자가 필요 없다.

2단계는 1~2년이 걸리는 단계다. 제약사가 보유한 펩타이드나 성장인자 같은 자사 활성물을 스피큘에 코팅·함침한 전용 원료와 전용 처방을 개발한다. 이 단계부터는 다른 회사가 따라 만들 수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3단계는 국소 적응증 의약품·의약외품 영역으로, 여기서부터는 제약사가 주도하게 된다. 김 대표는 "1단계 매출로 3단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 저희가 드리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안전성은 어떻게 검증됐나

스피큘은 비결정형(非結晶形) 실리카다. 김 대표는 "폐 질환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결정형 실리카이고, 두 가지는 국제암연구소(IARC) 분류부터 다르다"고 설명했다. 

피부에 48~72시간 머문 뒤 정상적인 각질 탈락 주기와 함께 배출되며, 공인시험기관에서 일차 피부자극 시험 비자극성, 세포독성 시험 음성으로 확인받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만능은 아니다. 상처가 있는 피부, 활성 염증 부위, 아토피 급성기, 시술 직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물리적으로 피부에 작용하는 소재이기 때문에 따르는 제한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의약품 형태로 쓰인 사례도

김 대표가 15년 전 처음 확인했던 해외 사례는 지금도 유효하다. 러시아에서는 같은 소재인 담수해면이 외용 현탁액 조제용 산제로 국가 등록된 일반의약품이다. 등록번호가 있고 약효군까지 분류돼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판매된다.

미국에서는 Spongilla lacustris가 동종요법약전 수재 물질로 FDA 의약품 목록에 액제·정제·펠릿 형태로 등재돼 있다. 다만 동종요법 제품은 FDA가 유효성을 평가한 것은 아니라는 단서가 붙는다.

학계 연구는 한발 더 나아가 있다. 아시클로버 겔 플라스터, 인슐린을 포함한 친수성 고분자 전달, 리도카인 국소마취, 항균펩타이드를 이용한 여드름 치료, 경피 백신까지 관련 논문이 발표됐다. 최근에는 반대로 피부에서 체액을 뽑아 치료약물농도를 모니터링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성분을 넣는 것뿐 아니라 빼는 용도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해외가 먼저 주목한 소재...한국은 아직 화장품에 머물러

영국 화장품 산업 전문지 코스메틱스 비즈니스(Cosmetics Business)는 올해 3월 발표한 2026년 스킨케어 트렌드 톱5에서 스피큘을 1위로 꼽았다. 해당 기사는 이 흐름을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세계가 먼저 알아본 소재인데 정작 한국에서는 아직 화장품 원료로만 쓰고 있다. 이것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은 화장품 회사가 아니라 제약회사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유니즈랩의 주력 사업은 화장품 원료다. 화장품 기준의 인체적용시험과 안전성 시험은 마쳤지만, 의약품 기준의 임상 데이터는 아직 없다. 김 대표는 "그것은 원료 회사가 아니라 제약회사가 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유니즈랩은 원료 단계에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시험성적서(COA) 등 기본 자료와 화장품 적용에 필요한 피부 안전성·세포독성 관련 자료를 제공한다.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로 개발하려면 해당 기업이 목적에 맞는 별도의 검증과 개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김 대표는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것은 원료와 생산이다. 임상은 함께 갈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이번 인터뷰의 목적도 사실 그것"이라고 말했다.

3000평 규모 신규 부지로 이전...내년 4~5월 목표

사업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 확충도 추진한다. 김 대표에 따르면 현재 생산시설은 가동 여력이 빠듯한 상황으로, 약 3000평 규모의 신규 생산시설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목표 시점은 내년 4~5월께다.
완제품 역시 일본 등 해외로 공급하고 있어, 이전과 함께 대응 여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제약사들이 화장품 시장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한다. 다만 성분으로 들어오면 화장품 회사를 이기기 어렵다"며 "제약이 이길 수 있는 자리는 하나, 무엇을 넣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넣느냐다. 그것은 제약이 수십 년 해 온 일이고 화장품 회사는 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스피큘을 만든다. 무엇을 실을지는 제약사가 정하면 된다. 그 조합이 K-뷰티의 다음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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