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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의료AI 구독, 두 번째 결제를 만들 수 있나

  • 황병우 기자
  • 2026-08-21 06:00:44
  • 요약

[데일리팜=황병우 기자]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의 설명에서 '구독'이라는 단어가 부쩍 늘었다. 솔루션을 한 번 공급하고 끝내는 대신 계약기간이나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받겠다는 구상이다. 적자가 이어지는 의료AI 기업에는 매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다.

병원도 고가의 시스템을 한꺼번에 구매하지 않고 필요한 기간이나 사용량만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의료AI 사용료 지원에 나서며 도입 문턱을 낮추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구독 전환은 아직 출발선에 가까운 모습이다. 구독 방식으로 공급했다는 발표는 늘었지만 계약기간과 금액, 실제 사용량, 갱신 여부까지 공개한 사례는 많지 않았다. 구독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만으로 안정적인 반복매출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구독은 매출을 발생시키는 방식이지 제품의 가치를 입증한 결과가 아니다. 병원이 솔루션을 설치한 뒤 의료진이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진료 과정에서 어떤 효율을 얻었는지, 계약이 끝난 뒤 자체 예산으로 다시 비용을 지불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의료AI 기업들이 크고 작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상당수 기업의 병원 공급 발표에서는 계약금액과 기간은 물론 실제 사용량과 재계약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 병원에 제품이 들어갔다는 사실과 기업의 매출 체질이 바뀌었다는 판단 사이에는 아직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

최근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서비스에서도 구독 상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용자의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서비스별 기능이 나뉘면서 여러 상품을 동시에 결제해야 하는 부담과 구독 피로도 함께 나타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용자는 가장 자주 쓰거나 대체하기 어려운 서비스만 남기게 된다.

의료AI도 이와 다른 길을 간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병원에 여러 영상·진단 보조 솔루션이 동시에 들어가기 시작하면 한정된 예산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비슷한 기능의 제품이 늘어날수록 병원은 모든 구독을 유지하기보다 실제 활용도와 비용 절감 효과가 높은 솔루션을 선별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AI의 구독 피로는 일반 소비자 서비스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 단순한 결제 부담을 넘어 시스템 연동과 의료진 교육, 업무 절차 변경,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입 과정에서 의료진의 업무가 오히려 늘거나 기존 진료 흐름과 맞지 않는다면 계약기간이 끝난 뒤 우선적인 정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도 같은 기준에서 바라봐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의료AI 사용료 지원은 병원이 솔루션을 경험하고 기업이 임상 현장의 근거를 쌓도록 돕는 마중물이다. 다만 지원 기간에 체결된 계약 수만 성과로 남아서는 곤란하다.

지원이 끝난 뒤 병원이 자체 예산으로 계약을 갱신하는지, 의료진의 실제 사용이 이어지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도 도입 기관 수뿐 아니라 사용량과 갱신율, 진료 효율 개선 등 후속 지표를 축적할 필요가 있다. 마중물의 성과는 얼마나 많은 제품을 설치했는지가 아니라 지원 없이도 살아남은 제품이 얼마나 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기업도 병원 수와 계약 건수를 앞세우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계약 유지율과 사용량, 유료 전환율을 공개해야 구독 전환의 성과를 시장에 설득할 수 있다. 의료진의 추가 업무를 줄이고 기존 진료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설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의료AI가 ‘있으면 편리한 도구’를 넘어 ‘없으면 진료 효율이 떨어지는 도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 진단 정확도뿐 아니라 판독시간 단축, 업무 부담 감소, 환자 관리 개선 등 병원이 비용을 계속 지불할 이유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AI 산업이 구독이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았지만 간판만으로 매출 체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병원은 더 정밀하게 구독을 선별할 것이다. 정부 지원이 첫 결제를 만들 수는 있어도 두 번째 결제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의료AI가 반복매출을 완성하는 순간은 계약을 따냈을 때가 아니라 병원이 지원 종료 후에도 그 솔루션을 필수재로 선택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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