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AI 단건 판매서 구독으로…병원은 계속 돈을 낼까
- 황병우 기자
- 2026-08-13 12:00:30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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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건 공급 벗어나 기간·사용량 과금…병원 구독 계약 확대
- 신규 공급 넘어 갱신·사용량 증가…반복매출 성과 확인
- 정부 사용료 지원은 마중물…수가·임상효용이 지속성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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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의료 인공지능(AI) 기업들이 단건 판매에서 벗어나 기간과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받는 구독형 사업모델로 전환하고 있다. 신규 병원 공급을 넘어 계약 갱신과 사용량 증가까지 나타나면서 반복매출 가능성도 확인되고 있다.
다만 구독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병원이 비용을 계속 지불할 만큼 임상·업무 효용을 입증하는 것이 과제로 남는다.
단건 공급에서 사용료로…병원 문턱 낮춘다
의료AI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은 기간제 구독과 사용량 기반 과금 방식의 공급을 늘리는 추세다. 기존 구축형 계약은 도입 시점에 매출이 집중돼 이후 실적 공백이 생기기 쉽지만, 구독형은 계약기간에 걸쳐 매출을 나눠 인식하거나 실제 사용량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뉴로핏은 울산대학교병원과 경상국립대학교병원, 전남대학교병원의 의료AI 솔루션 공급사로 선정됐다. 뉴로핏 아쿠아 AD와 뉴로핏 스케일 펫을 병원별 수요에 맞춰 공급하고 이를 구독 중심 사업 전환의 발판으로 삼을 계획이다.
제이엘케이는 동아대학교병원에 뇌 MR 영상 분석 솔루션 JLK-PWI를 포함한 뇌졸중 AI 제품을 구독 방식으로 공급했다. 회사는 수도권 대형병원에 이어 지역 거점병원으로 구독 공급망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루닛과 코어라인소프트 역시 구독 매출을 기반으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정책도 구독형 확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7개 권역책임의료기관의 상용 의료AI 진료시스템 사용료를 지원하는 사업에 국비 142억원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1차로 120억원을 지원하고 잔액 22억원은 추가 공모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병원은 대규모 구축비를 한 번에 부담하지 않고 AI를 검증할 수 있으며, 기업에는 상급종합병원 임상 레퍼런스를 확보할 기회가 된다.
갱신·사용량으로 확인된 반복매출
현재 구독형 전환의 성과가 비교적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난 곳은 코어라인소프트다.
코어라인소프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1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7% 증가했다. 기간·사용량·유지보수 기반 반복매출 비중은 49%로 전년 동기 38.9%보다 높아졌다. 사용량 기반 과금(PPU) 매출은 같은 기간 319.7% 늘었다.
미국 의료영상 후처리 기업 3DR Labs와의 계약도 4년째 갱신됐다. 3DR Labs의 연간 AVIEW 사용량은 기존보다 60% 증가했고 코어라인소프트는 추가 동시접속 라이선스 확대를 추진 중이다. 기존 관상동맥석회화 분석 제품에서 폐결절 제품군으로 교차판매도 검토하고 있다.
신규 계약이 갱신으로 이어지고 사용량과 적용 제품이 함께 늘어야 구독형의 장점이 실적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만 코어라인소프트 역시 3DR Labs 계약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반복매출 비중이 확대됐지만 1분기 전체 매출이 1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절대적인 매출 체급을 키우는 과제도 남는다.
뉴로핏은 구독형 전환 과정에서 단기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도 짚었다. 일회성 구매보다 매출이 수년에 걸쳐 분산되기 때문이다. 대신 계약이 누적되면 매출 변동성을 낮추고 자금운용 계획을 세우는 데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구독보다 중요한 '계속 지불할 이유'
구독은 판매 방식일 뿐 수요를 만드는 장치 자체는 아니다. 병원이 계약을 갱신하려면 진단 정확도뿐 아니라 판독시간 단축과 업무 효율 개선, 지속적인 기능 업데이트 등 비용을 넘어서는 효용이 필요하다.
루닛은 단일 솔루션에서 유방암 검진 관련 여러 제품을 묶은 포트폴리오로 제품군이 확장되면서 구독 전환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신규 제품이 추가될 때마다 계약을 다시 맺지 않고 최신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 가치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수가가 구독 모델의 필수 전제는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진단보조 제품 외에 병원 운영과 워크플로우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는 별도 수가 없이도 효율 개선을 근거로 비용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수가와 연결될 경우 병원의 비용 부담을 낮춰 구독 확산에 속도를 낼 수 있다.
딥노이드도 생성형 AI 기반 흉부 엑스레이 예비소견서 생성 솔루션 M4CXR의 과금 방식을 기존 판독행위와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우식 딥노이드 대표는 미디어데이 후 데일리팜과 만나 기존 월정액과 달리 영상 판독행위와 워크플로우를 기준으로 사람이 판독하는 비용과 AI 활용 비용을 놓고 가격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막연한 소프트웨어 사용료보다 실제 판독 건수와 업무 절감 효과를 기준으로 과금하겠다는 접근이다. 다만 AI 활용에 대한 별도 건강보험 수가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종 가격과 과금 구조, 병원 도입 규모가 확인돼야 매출 기여도도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의료AI 구독이 늘수록 병원의 구독 피로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러 기업의 솔루션이 각각 사용료를 요구하면 병원은 임상적 필요성과 비용 대비 효과를 더 엄격하게 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제품별 구독 난립보다는 여러 기능을 묶은 플랫폼과 실제 사용량에 연동한 과금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앞으로 구독형 사업의 성적표는 공급 병원 수보다 갱신률과 해지율, 병원당 사용량, 추가 제품 도입 여부에서 갈릴 전망이다. 구독 계약이 쌓여도 사용량이 적거나 갱신되지 않으면 반복매출의 질은 떨어진다. 클라우드와 유지보수 비용을 제외하고도 수익성이 남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뉴로핏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제품 구독형이라는 사업 방식 자체보다 고객이 지속적으로 의료AI 소프트웨어의 비용을 지불할 이유가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제품 판매 방식을 바꾸는 게 아니라 AI 성능 고도화, 임상 근거 확대, 제품 기능 업데이트, 유지보수 등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체계를 기반으로 구독형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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