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약국 허가라도 지자체에 인근약국 손배 책임 없다"
- 김지은 기자
- 2026-09-28 11:57:36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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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 2명, 대한민국·강남구·담당 공무원 상대 4억7900만원대 배상 요구
- 앞선 행정소송서 병원 내 약국 개설등록 '위법' 확정…법원, 배상책임 별개 판단
- "신규 약국 따른 기존 약국 재산상 이익 침해, 약사법이 직접 보호하는 이익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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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보건소의 위법한 병원 내 약국 개설 허가로 피해를 봤더라도, 지자체가 인근 약국의 매출 감소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각각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씨와 B씨가 대한민국과 강남구, 약국 개설업무를 담당한 보건소 공무원 2명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2022년 지역 내 한 병원이 입주한 건물에 새 약국이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A, B약사가 운영하는 약국은 해당 병원 출입문을 기준으로 각각 약 90m, 104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문제의 건물에는 병원이 2층 로비층부터 6층까지 입주해 있었다.
사건의 약국 개설 장소에는 앞서 한 차례 약국 개설이 추진됐다 무산된 전력이 있었다. 지난 2018년 다른 약사가 해당 건물에 약국을 개설하려 했지만 관할 보건소는 약국이 의료시설 안에 개설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약사법 제20조 제5항 제2호를 근거로 신청을 반려했다.
하지만 4년 뒤 상황은 달라졌다. 또 다른 약사가 2022년 3월 해당 장소에 약국을 개설하기 위한 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약국 개설등록을 신청하자 관할 보건소는 같은 해 5월 이를 수리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A, B 약사는 반발했고, 그해 6월 보건소장을 상대로 약국 개설등록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약사들의 승소였다. 서울행정법원은 2023년 4월 문제의 약국과 병원이 일반인에게 기능적으로 독립된 장소로 인식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공간적·기능적으로도 독립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해당 약국이 병원 처방전을 독점적으로 유치하고 있었던 점, 병원에서 발행한 처방전을 검증·견제할 의무를 소홀히 할 우려가 있는 점, 병원 직원들이 환자들에게 해당 약국에서 약을 조제받도록 안내한 점 등도 판단 근거가 됐다.
법원은 결국 해당 약국 개설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에 해당해 약사법을 위반했다며 개설등록 처분을 취소했다. 보건소가 항소했지만 2024년 2월 기각됐고 같은 해 3월 판결이 확정됐다. 해당 약국은 결국 2023년 8월 폐업 처리됐다.
"잘못된 개설 허가로 매출·권리금 감소"…법원 ”약사법이 직접 보호하는 이익 아니다“
A, B약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해당 장소가 병원 시설 안 또는 구내에 해당해 애초 약국 개설이 허용될 수 없는 곳이었고 2018년에도 같은 이유로 개설신청이 거부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특히 자신들과 약사회가 담당 공무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고 개설 신청을 반려해달라고 요청을 했음에도 충분한 조사나 확인 없이 개설을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새 약국 개설로 A약사는 1억5052만원, B약사는 3억2884만원 상당의 매출과 권리금 감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앞선 행정소송에서 결국 개설등록 처분이 위법하다고 인정돼 취소된 만큼 담당 공무원의 직무상 위법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국가 또는 지자체가 배상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약사들은 우선 약국 개설등록 업무가 국가사무라고 보고 대한민국에 배상을 청구했고, 자치사무로 판단될 경우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강남구에도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우선 법원은 약국 개설등록 업무를 국가사무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라고 판단했다.
약사법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약국 개설등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고 이를 보건소장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 약국 업무정지나 과징금 처분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로 보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약국 개설등록 업무가 반드시 전국적으로 통일된 처리를 필요로 한다거나 국가가 관련 경비 또는 최종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가사무라는 것을 전제로 대한민국에 제기한 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담당 공무원 개인의 책임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려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담당 공무원들이 약사들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직무상 위법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더욱이 앞선 행정소송에서는 약국 개설 이후 병원 처방전을 독점적으로 유치하거나 병원 직원이 환자에게 해당 약국을 안내한 사실 등 개설등록 처분 이후 발생한 사정까지 개설 취소 판단에 반영됐다는 점도 국가배상 책임을 부정하는 근거가 됐다.
또 하나 주목되는 판단은 기존 약국의 경제적 손해에 관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약사법의 입법 취지는 약국을 의료기관으로부터 공간적·기능적으로 독립시켜 의료기관에 종속되거나 서로 담합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공공 일반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고 봤다.
따라서 신규 약국 개설로 인해 인근 약국의 재산상 이익이 침해됐다고 하더라도 이를 약사법이 직접 보호하려는 이익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규 약국 개설등록 신청 수리가 사후 취소됐다 하더라도 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국가배상책음을 인정하는 것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사건의 약국 개설신청을 수리해 인근에서 약국을 운영 중이던 원고들의 재산상 이익이 침해됐다 해도 이런 이익은 반사적 이익에 해당돼 약사법에서 직접적으로 보호하려는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설령 반사적 이익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이 사건 처분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해 국가배상을 필요로 하는 수준에 이르렀거나 강남구에 국가배상책임을 부담시킬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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