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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폭탄 개설 분쟁...23년째 중구난방 허가 되풀이

  • 정흥준
  • 2023-10-10 17:31:56
  • 보건소 해석 따라 개설여부 갈려...실무자도 난감
  • 약사법 제20조 5항 의약분업 이후 개정 없어
  • 변호사들 "조항 구체화해야"...약사회, 정부 지침 보강 필요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약국 개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매년 신규 약사들은 배출되고 지역마다 새로운 약국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죠. 소위 ‘치들(치고 들어오는) 약국’이라는 표현이 약국가에 자리잡은 것을 보면 과열된 약국 부동산 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편법·담합 논란이 불거지는 약국 개설 분쟁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약사회와 인근 약국이 개설 취소를 구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들도 있지만, 지역 보건소 판단에 따라 개설이 확정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약사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개설 사례들도 나오는데요. 이는 개설 허가 판단 기준의 모호함 때문입니다. 편법 개설의 방식은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는데 허가 기준이 되는 약사법은 23년 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보건소에서 편법 개설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약사법 제20조 5항으로 단 4줄 짜리 조항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76조에 따라 개설등록이 취소된 날부터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자인 경우’를 제외하면 3줄의 제한 규정이 있을 뿐입니다.

약사법 중 개설등록 제20조 5항은 문구가 구체적이지 않아 편법 개설을 막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약국을 개설하려는 장소가 의료기관의 시설 안 또는 구내인 경우 ▲의료기관의 시설 또는 부지의 일부를 분할·변경 또는 개수(개수)해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에 전용(전용) 복도·계단·승강기 또는 구름다리 등의 통로가 설치돼 있거나 이를 설치하는 경우가 전부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과 부산, 경기 등 전국 곳곳에서 편법약국 논란들이 생기고, 잘못된 개설 허가를 취소해달라는 법정 싸움만 되풀이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약국 개설 관련 소송을 주로 맡고 있는 변호사들은 의약분업 당시 편법 개설과 담합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병원과 약국이 있는 층에 무인 커피숍을 놓고 개설 허가를 받는 등의 편법 사례를 막기 위해선 23년 간 변함없는 개설 관련 조항을 손 봐야 한다는 겁니다.

우종식 변호사(법무법인 규원)는 “의약분업 당시에는 담합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다. 가령 약사법에서는 다중이용시설이 있으면 전용 복도가 아니라고 한 적이 없지만, 허가 현장에서는 이를 와전해 (다중이용시설로) 불특정 다수가 있기만 하면 개설이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우 변호사는 “문제가 발생했지만 약사법 20조 5항은 분업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문제 사례를 파악해 고시나 시행규칙으로 추가해 규제를 구체화할 수 있다”고 법 개정 필요성을 얘기합니다.

작년 서울의 한 병원 별관에 카페와 함께 약국이 입점을 시도하다 소송에 패소하며 개설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약국 입점을 위한 위장점포 논란이 있었다.
유사한 개설 사례를 놓고 지역 보건소마다 허가 판단을 중구난방으로 내놓지 않도록 법을 구체화하자는 게 요지입니다.

우 변호사는 “일부 보건소는 실사를 통해 복도 이용객을 살펴보고 전용복도로 판단할 시 개설 허가를 내주지 않는 곳도 있지만 역시 보건소에 따라 판단은 제각각이다. 만약 과반수가 병원과 약국을 이용하면 전용복도라거나 혹은 주된 이용객이 복도를 이용할 때 전용복도로 볼 수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규제가 추가된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나아가 우 변호사는 “도매업체는 특수관계에 있는 의원, 약국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약사법 조항이 있다. 가능하다면 의료기관과 약국도 소유관계 혹은 지배관계에 있을 시 개설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복지부 개설지침 미약하지만 효력...주기적인 지침 갱신 필요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실무 협의체를 거쳐 지난 2020년 ‘약국개설등록 업무지침’을 만들었고, 이를 전국 보건소 개설 허가 업무 담당자들에게 전달?었죠.

복지부의 29페이지 짜리 업무지침에는 개설 판단이 엇갈린 12개 사례가 취합 정리돼 있습니다. 의료기관 구내, 전용복도, 부지 분할 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담아 실무자들이 참고하도록 한 겁니다. 그동안 보건소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의미죠.

정부 지침은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주기적으로 보완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2020년 약국 개설등록 업무지침이 만들어졌지만, 이후 보완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약사법 제20조 4항에 따라 지역별로 개설 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박정일 변호사(정연법률사무소)는 “약사법 제20조 4항에서는 시도지사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시도의 규칙으로 약국의 개설등록 기준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 조항에 따라 규정을 만드는 지자체는 없다”고 했습니다.

박 변호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이라고 하지만 하위 법령이 마련돼있지 않다. 이를 마련하고 시도지사가 지역별로 좀 더 엄격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종식 변호사도 “보건소 실무자들이 판단을 할 때 복지부가 만든 개설등록 업무지침을 참고한다. 하지만 지침엔 최근 판결이 담겨있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면서 지침의 주기적인 갱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약사회, 편법개설 사례별로 지원...제도·지침 보완엔 공감대

약사회는 전국에서 접수되는 편법개설 민원별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앞서 창원경상대병원, 천안단국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을 비롯해 지역 약국가에서 논란이 되는 일부 행정소송을 지원한 바 있습니다.

이는 개설 불가 판례들을 쌓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편법 논란을 사전 차단하는 근본적인 대책은 아닙니다. 이에 약사회는 작년 ‘전국 임원 분회장 워크숍’에서 복지부의 약국개설등록 업무지침을 고도화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정현철 약사회 약국 담당 부회장은 “의약분업의 취지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라는 것인데 편법, 담합 개설은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다. 결국 환자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도적인 구멍을 메꾸는 것은 필요하다”며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또 정 부회장은 “약사회로 접수되는 관련 분쟁 사례들에 대해서는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면서 “또 복지부의 약국개설등록 업무 지침을 보강해야 한다는 방향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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