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배춧값 폭락과 상비약 대란 출구전략
- 김진구
- 2022-04-08 06: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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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현상을 경제학 교과서에선 '거미집 이론'으로 설명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의 변화가 느린 시장을 의미한다. 올해 공급난이 발생해서 가격이 폭등하면, 이듬해 배추 공급이 급증하고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가격이 폭락한다는 이론이다.
농산물만큼 아니지만 의약품에도 거미집 이론을 어느 정도 적용할 수 있다.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상비약 대란이 그렇다. 지난해 감기·독감 환자가 급감하면서 관련 치료제 수요가 감소해 올해 생산계획을 예년보다 낮게 잡았는데 갑작스레 수요가 급증한 상황이다.
전국적 수급난에 정부는 제약업계에 공급량 확대를 요청했다. 그러나 자판기처럼 생산량을 즉각 늘릴 수 없었다. 원료와 부자재를 확보하고 허가를 변경하고 인력을 투입해 생산량을 늘리는 데 1~2개월 시간차가 발생했다.
제약업계의 적극적 협조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상비약 수급난은 여전한 모습이다. 그러나 조금 더 멀리 내다보면 변화 조짐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일단 코로나 확진자가 3월 말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난 두 달여간 상비약 대란으로 웬만한 가정에서는 필요한(혹은 필요 이상의) 상비약을 구비해뒀다는 점도 변화의 이유로 꼽힌다.
시기의 문제일 뿐 '공급 부족'이 이내 '공급 과잉'으로 바뀌는 것은 확실하다는 의미다. 최근 기자와 만난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비약 대란을 '조삼모사'로 표현했다. 당장은 상비약이 날개 돋친 듯 팔리지만, 이 대란이 지나고 나면 한동안 상비약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제약업계는 지난 공적마스크 대란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때 5부제까지 동원할 정도로 '귀한 몸'이었던 마스크는 1년도 되지 않아 '계륵'이 됐다. 도매 유통업체 창고엔 마스크가 재고로 쌓였다.
제약업계에선 올 상반기까지는 이 같은 수급난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출구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다른 의약품으로 생산라인을 다시 구축하는 데 1~2개월의 시간차가 불가피하다. 수급난이 마무리된 뒤에 변화를 따르기엔 늦다. 정부도 제약업계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면밀하고 즉각적인 시장 조사와 함께 과잉 공급 물량을 정부가 구매하는 등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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