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먼저냐, 경영 먼저냐…제약 오너가 2030 승계 시계
- 최다은 기자
- 2026-09-11 06:00:59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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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LB·파마리서치·동국, 지분 0%대에도 이사회·경영 참여
- 종근당·휴온스, 지분 확대와 핵심 보직 배치 동시에 진행
- 지분율보다 보유 회사·담당 사업 따라 세대교체 속도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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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제약업계 오너가의 세대교체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승계 방식은 회사마다 제각각이다. 자녀에게 지분을 먼저 넘겨 경영권 승계의 토대를 닦는 곳이 있는가 하면, 기존 오너가 지분을 유지한 채 자녀를 이사회나 핵심 사업에 먼저 배치하는 회사도 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생 오너가 자녀들은 개발과 글로벌 사업, 투자, 전략기획, 신사업 등 회사의 핵심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다만 경영 참여가 곧 지분 승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 일선에 선 시점과 지분을 넘겨받는 속도는 회사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6월 말 기준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차세대 오너가의 직접 지분은 0.01%에서 4%대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HLB처럼 자녀가 각각 0.01%만 보유한 채 주요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는 곳이 있는 반면 휴온스는 장남이 지주사 지분 4% 이상을 확보한 상태에서 핵심 사업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다.
같은 오너가 안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종근당은 지주사에서는 세 자녀의 지분이 비슷하지만 사업회사 지분 이전과 경영 참여에서는 장남이 앞서고 있다. 마더스제약은 남매의 지분율이 비슷한 반면 경영에는 장남이 먼저 참여했다.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사업회사 직접 지분만 봐서는 승계 흐름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 JW처럼 사업회사 지분은 0%대에 불과하지만 지주회사에서는 오너 일가의 지분이 크게 움직이는 사례도 있다. 결국 제약가의 세대교체에는 지분 승계와 경영 승계 두 관점을 동시에 확인해야 한다.

HLB·파마리서치·동국·녹십자, 지분은 0%대…경영 참여 먼저
지분 승계보다 경영 참여가 먼저 시작된 곳으로는 동국제약, 녹십자, 파마리서치, HLB 등이 꼽힌다. 차세대 오너가의 상장사 직접 지분은 0%대에 머물고 있지만 이미 이사회나 주요 사업에서 경영 경험을 쌓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국제약은 차세대 오너가의 직접 지분보다 경영 참여가 앞선다. 권기범(59) 회장의 장남인 권병훈 이사은 올해 6월 말 동국제약 지분 0.18%를 보유하고 있다. 2024년 동국제약 경영관리본부 재무기획실에 입사해 재무 실무를 시작했고 이후 회사가 인수한 리봄화장품 경영에도 참여했다.
반면 권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지배구조는 공고하다. 권 회장은 동국제약 지분 19.17%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동국제약 최대주주인 디케이앤컴 지분 50.80%를 가진 최대주주다. 디케이앤컴은 동국제약 지분 20.62%를 보유하고 있다.
동국생명과학에서도 같은 지배구조가 나타난다. 올해 6월 말 동국생명과학은 동국제약이 39.5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권 회장이 직접 11.11%, 디케이앤컴이 7.55%를 갖고 있다. 세 주체의 지분을 합하면 58.16%다.
GC녹십자그룹 역시 차세대 오너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지분 승계보다 핵심 사업에서의 경영 경험 축적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허일섭(72) 회장의 장남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본부장의 GC녹십자홀딩스 지분율은 0.87%, 차남 허진훈 GC녹십자 알리글로팀장은 0.85%다.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2%포인트에 불과하다. 반면 최대주주인 허일섭 회장이 12.29%를 보유하고 있다.
파마리서치도 비슷하다. 정상수(68) 의장의 장남인 정래승 사내이사의 올해 6월 말 파마리서치 지분율은 0.09%다. 정상수 의장이 30.8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자 간 지분 격차는 30%포인트를 넘는다.
지분과 달리 경영 참여는 이미 시작됐다. 정 이사는 지난해 파마리서치 사내이사로 합류해 투자전략 수립과 투자심사를 담당하고 있다. 현 오너가 지분 대부분을 유지한 상황에서 자녀가 이사회에 먼저 진입해 경영 경험을 쌓는 구조다.
HLB그룹에서는 진양곤(60) 회장의 두 딸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장녀 진유림 HLB 이사와 차녀 진인혜 베리스모테라퓨틱스 상무의 HLB 지분율은 각각 0.01%다. 진유림 이사가 9012주, 진인혜 상무가 8957주를 보유해 두 사람의 지분을 합쳐도 0.02%에 그친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지분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최근 두 사람은 보유 중이던 전환사채(CB)의 전환권을 행사해 HLB이노베이션 주식을 각각 19만6155주 취득, 지분 0.13%씩을 확보했다.
반면 경영 참여는 지분보다 앞서 있다. 진유림 이사는 HLB 이사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진인혜 상무는 2023년 HLB이노베이션 사내이사로 선임된 이후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테라퓨틱스에서 전략기획과 사업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관투자가 대상 베리스모 기업설명회(IR)에 직접 나서 기술과 개발 전략을 소개하는 등 대외 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HLB의 지배력은 진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진 회장은 HLB 지분 7.1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HLB제약과 HLB생명과학 등 주요 계열사 이사도 겸하고 있다. 두 자녀에게 대규모 지분을 먼저 이전하기보다 경영 경험을 쌓게 하는 형태로 볼 수 있다.
동국제약, 녹십자, 파마리서치, HLB 모두 차세대 오너가의 지분율 자체는 아직 미미하다. 대신 이사회와 본사 핵심 부서, 계열사에서 경영 경험을 먼저 축적하고 있다. 향후 현 오너의 지분이나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법인 지분이 차세대로 어떻게 이동하는지가 본격적인 지분 승계 여부를 가늠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종근당·휴온스, 지분과 경영 참여 함께
종근당과 휴온스는 차세대 오너의 지분 확보와 경영 참여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다만 그룹 지배권의 핵심인 지주사 지분은 여전히 현 오너에게 집중돼 있다.
종근당그룹에서는 이장한(74) 회장의 장남 이주원 상무가 지분과 경영 양쪽에서 다른 형제보다 한발 앞서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 회장은 종근당홀딩스 지분 33.7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세 자녀의 지분은 이주원 상무 2.89%, 이주경 2.55%, 이주아 2.59%다. 세 자녀 합산 지분은 8.03%로 이 회장과 격차가 크다.
사업회사에서는 장남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 이 회장은 보유한 종근당 주식 131만8807주 전량을 세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이주원 상무에게 가장 많은 52만8807주가 돌아간다. 증여가 완료되면 이 상무의 종근당 지분율은 기존 1.48%에서 5.32%로 높아진다. 이주경과 이주아의 지분율은 각각 4.04%가 된다.
경보제약에서도 이 상무의 지분율은 6.21%로 세 자녀 가운데 가장 높다. 가족회사 벨에스엠에서는 이 상무가 4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경영에서도 이 상무가 가장 앞서 있다. 세 자녀 가운데 유일하게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종근당 상무로 개발기획과 개발전략, 신약사업기획 등을 맡고 있다.
사업회사 지분과 경영 경험에서는 장남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지만 그룹 지배권의 핵심인 종근당홀딩스 지분 33.73%는 여전히 이 회장이 갖고 있다.
휴온스그룹도 지분과 경영 승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윤성태(62) 회장의 장남 윤인상 부사장은 올해 6월 말 기준 휴온스글로벌 지분 4.62%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회사인 휴온스 지분도 3.38% 갖고 있다.
차남 윤연상 이사의 휴온스글로벌 지분율은 3.01%, 삼남 윤희상 차장은 2.72%다. 세 형제가 모두 지주사 지분을 확보한 가운데 장남의 지분율이 가장 높다.
경영에서도 장남이 가장 앞서 있다. 윤인상 부사장은 현재 휴온스 경영관리총괄본부장과 미래전략본부장을 겸직하고 있다. 차남 윤연상 이사는 2025년 휴메딕스에 입사해 전략기획본부장을 맡고 있고, 삼남 윤희상 차장은 휴온스메디텍 에서 근무하고 있다.
다만 종근당과 마찬가지로 그룹 지배권은 여전히 윤성태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윤 회장의 휴온스글로벌 지분율은 42.76%다. 세 아들이 보유한 지분을 합해도 10.35%로 윤 회장과 상당한 격차가 있다.
종근당과 휴온스 모두 자녀 세대의 지분과 경영 역할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지만 지배권 자체가 넘어간 단계는 아니다.
대원·JW중외·마더스·알리코, 1~4%대 지분 확보…실전 경영도 병행
대원제약과 마더스제약은 차세대 오너가 일정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실제 사업과 경영을 맡고 있다.
대원제약 백인영 상무는 올해 6월 말 기준 회사 지분 2.92%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인 백승열(67) 부회장의 11.3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영 참여와 지분 확보가 동시에 진행되는 모습이다.
백 상무는 2019년 대원제약에 입사해 신성장추진단 등을 거쳤다. 2021년 대원헬스케어 인수 후 통합(PMI)을 총괄하며 경영정상화 작업에 참여했고 현재 대원제약 상무와 에스디생명공학 대표를 맡고 있다. 본사 신사업뿐 아니라 인수 계열사의 경영까지 직접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JW그룹에서는 이경하(63) 회장의 장남 이기환 JW중외제약 포트폴리오전략부 부서장이 사업회사 대신 지주사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경영 경험을 쌓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 디렉터의 JW홀딩스 지분율은 3.02%다. 이경하 회장이 28.4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 부서장 역시 지주사 지분을 일정 수준 확보하고 있다.
이 부서장은 2022년 JW홀딩스 경영지원본부 매니저로 입사해 그룹 경영지원 업무를 경험했다. 올해 1월에는 JW중외제약으로 이동해 비등기임원인 포트폴리오전략부 부서장을 맡았다. 현재 개발전략과 사업화 업무를 담당하며 핵심 사업회사에서 경영 경험을 넓히고 있다.
다만 이 부서장의 JW홀딩스 지분율은 지난해 말 4.37%에서 올해 6월 말 3.02%로 1.35%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오너 일가 내부에서도 지분 변동이 나타난 만큼 현재 지분율만으로 향후 승계 구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마더스제약에서는 남매의 지분과 경영 역할이 엇갈린다. 올해 6월 말 김좌진(65) 대표의 마더스제약 지분율은 34.43%다. 자녀인 김예린과 김요섭 상무는 각각 4.52%, 4.49%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지분율 차이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분만 놓고 보면 김예린 씨가 소폭 많지만 경영에 먼저 참여한 것은 김요섭 상무다. 김 상무는 2020년 회사에 합류해 현재 기획실장을 맡고 있으며 경영기획과 중장기 성장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두 자녀가 비슷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한 가운데 실제 경영 경험은 장남이 먼저 쌓고 있는 형태다. 김좌진 대표가 여전히 34.43%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지배권은 현 오너에게 집중돼 있다.
알리코제약에서는 이항구(65) 부회장의 딸 이지혜 부사장이 지분과 경영 양쪽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올해 6월 말 이 부사장의 알리코제약 지분율은 1.09%다. 이항구 부회장은 33.41%를 보유하고 있다.
0.01%부터 4%대까지…지분율만으로 못 읽는 승계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의 사례를 종합하면 차세대 오너가의 지분율과 실제 경영 참여 수준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HLB 진유림 이사와 진인혜 상무는 HLB 지분을 각각 0.01% 보유하고 있지만 이미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파마리서치 정래승 이사의 지분율도 0.09%에 그치지만 사내이사로 투자전략을 맡고 있다. 동국제약 권병훈 이사 역시 0%대 지분을 보유한 상태에서 본사 재무와 인수기업 경영을 경험하고 있다.
반면 대원제약 백인영 상무는 2.92%, 마더스제약 김요섭 상무는 4.49%, 휴온스 윤인상 부사장은 지주사인 휴온스글로벌 지분 4.62%를 확보한 상태에서 경영 역할을 넓히고 있다.
같은 가족 안에서도 지분과 경영의 속도는 다르다. 종근당은 지주사 지분이 세 자녀에게 비교적 고르게 분산돼 있지만 사업회사 지분과 경영에서는 장남 이주원 상무가 앞선다. 마더스제약은 남매의 지분율이 거의 같지만 경영에는 장남이 먼저 참여했다.
지분율의 크기만큼 중요한 것은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JW처럼 사업회사 직접 지분이 0%대여도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에서 의미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
제약업계의 세대교체는 이미 시작됐지만 각 회사의 승계 시계는 제각각이다. 승계 진행도를 단순히 후계자가 몇 %의 지분을 가졌는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주사와 사업회사 가운데 어느 곳의 지분을 확보했는지, 이사회에 진입했는지, 핵심 사업이나 계열사 경영을 실제로 맡고 있는지까지 골고루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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