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쇼핑에서 사업화 동행으로…제약 오픈이노베이션 진화
- 차지현 기자
- 2026-09-11 06:00:58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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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케미칼·GC녹십자, 글로벌 사업화 성과로 오픈이노베이션 결실
- 삼성에피스·대원·SK바팜, 서울바이오허브 연계 스타트업 발굴·육성
- 셀트리온 일본 클러스터·차바이오텍 노바티스 협력…글로벌 접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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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국내 제약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외부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거나 유망 바이오벤처를 발굴하는 데 무게를 뒀다면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나 해외 바이오 클러스터와 연계해 사업화까지 지원하는 자체 협업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협력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SK케미칼·GC녹십자, 오픈이노베이션 '사업화 성과' 입증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9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6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위크-바이오헬스'에서 '바이오헬스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유공 포상' 단체 부문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이 포상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기술협력과 공동연구, 기술이전 등을 통해 바이오헬스 분야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에 기여한 기업과 개인에게 수여한다.
SK케미칼은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당뇨병 복합제를 공동개발하고 자체 생산 역량과 파트너사의 글로벌 허가·판매 역량을 연계해 다국가 상용화로 이어간 성과를 인정받았다. 양사는 2020년 공동개발 협력을 시작해 SK케미칼이 생산을, 파트너사가 글로벌 허가와 판매를 담당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시다프비아는 2023년 국내 허가 후 청주공장에서 상업생산에 들어갔으며 현재 아시아와 중남미 등 10개국 이상에서 상용화됐다.
GC녹십자도 오픈이노베이션을 실제 글로벌 사업화 성과로 연결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녹십자는 '2026 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유공 포상'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표창을 받았다. 자체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을 미국 법인 큐레보(Curevo)에 이전하고 글로벌 임상개발을 진행해 사업화 성과를 거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앞서 녹십자는 2018년 글로벌 백신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시애틀에 큐레보를 설립했다. 이후 녹십자와 목암생명과학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아메조스바테인'(CRV-101) 글로벌 임상 개발을 맡겼다. 큐레보는 미국 현지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외부 자금을 유치해 개발 부담과 리스크를 분산했고 후보물질을 임상 3상 진입 가능 단계까지 끌어올렸다.
올 5월 일라이 릴리가 큐레보 인수를 결정하면서 녹십자는 보유 지분 전량을 최대 4599억원에 처분하게 됐다. 큐레보 설립 이후 약 8년 만에 최초 취득금액의 17배에 달하는 회수 성과를 거둔 셈이다. 국내에서 개발한 후보물질을 별도 법인에 이전해 개발을 진행한 뒤 글로벌 제약사 인수로 연결한 대표적인 '뉴코'(NewCo) 방식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다.
스타트업 발굴 넘어 공동개발로…서울바이오허브 협력 확대
최근 국내 제약사의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특히 단순히 외부 기술을 찾고 협약을 체결하는 수준에서 나아가 기술검증과 공동연구, 글로벌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다양해지고 있다. 해외 바이오 클러스터와 협력해 현지 스타트업을 육성하거나 별도 오픈이노베이션 거점을 만들고 제약사와 벤처·투자자를 연결하는 상시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도 눈에 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SK바이오팜, 대원제약 등은 서울바이오허브와 손잡고 각각의 연구개발(R&D) 수요에 맞는 바이오벤처를 발굴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7월 2026 '서울바이오허브-삼성바이오에피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참여기업으로 프레이저테라퓨틱스와 바이온사이트를 선정했다. 프레이저테라퓨틱스는 차세대 표적단백질분해(TPD) 플랫폼을, 바이온사이트는 인공지능(AI) 기반 화학단백질체학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선정 기업에 기술 고도화와 멘토링, 사업화 컨설팅 등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최종 평가를 거쳐 공동연구와 기술이전, 공동사업화 등 실질적인 후속 협력 가능성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단순히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망 기술을 조기에 검증해 실제 R&D 협력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대원제약은 서울바이오허브와의 협력을 3년째 이어가고 있다. 대원제약은 올해 약물전달기술(DDS) 분야 옴니아메드와 큐리오사바이오사이언스를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참여기업으로 최종 선정했다. 두 기업은 향후 1년간 대원제약과 기술실증(PoC), 공동연구 검토, R&D 방향성 자문, 사업화 전략 고도화 등을 진행한다.
기존 프로그램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대원제약은 2024년 프레이저테라퓨틱스와 신약 공동개발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유노비아와 소화성 궤양 치료제 공동개발·제조·판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아토매트릭스와 신약개발 AI 모델링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스타트업 선발과 육성 이후 실제 공동개발이나 기술이전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SK바이오팜도 서울바이오허브를 기술 발굴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11월 서울바이오허브와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SK바이오팜의 기술 수요에 부합하는 바이오·의료 창업기업을 선정하고 글로벌 신약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R&D 진단과 연구계획 수립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SK바이오팜은 협력 분야를 기존 주력인 중추신경계(CNS)를 넘어 항암과 방사성의약품 등 신규 모달리티로 넓혔다. 선정 기업에는 1년간 서울바이오허브 입주 임대료를 지원한다. 또 서울바이오허브의 연구 인프라와 투자유치, 홍보, 글로벌 진출, 비즈니스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연계한다.
해외 클러스터부터 글로벌 빅파마까지…협업 무대 해외로
해외 바이오 생태계를 직접 오픈이노베이션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셀트리온은 일본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고베 바이오메디컬 혁신 클러스터(KBIC)와 손잡고 '2026 KBIC-셀트리온 글로벌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일본 전역에서 항체와 펩타이드, 저분자화합물, 항노화 등 셀트리온의 기술 수요와 연계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모집해 내년 3월 최종 2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선정 기업에는 기술만 들여다보는 수준을 넘어 R&D와 임상, 허가, 생산, 글로벌 상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의 멘토링과 기술자문을 제공한다. KBIC 운영기관인 고베의료산업도시추진기구(FBRI)는 R&D와 특허·지식재산권, 사업전략 분야 전문가를 기업별로 연결한다. 향후 셀트리온과 공동연구를 추진하거나 차세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셀트리온은 2023년부터 KBIC가 운영하는 간사이 라이프사이언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KLSAP)에 참여해왔다. 고베에 거점 오피스를 설치하고 LINK-J,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데 이어 이번에는 현지 스타트업을 직접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차바이오텍은 한국노바티스와 협력해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조성 중인 CGB(Cell Gene Bioplatform)를 기반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예 연구부터 임상과 생산, 글로벌 사업개발까지 한데 모은 오픈이노베이션 거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구상의 핵심은 CGB 내 약 1만㎡(3000평) 규모로 마련하는 'K-Bio CIC 오픈이노베이션센터'다. 올해 하반기 본격 운영을 목표로 공유 실험실과 연구설비뿐 아니라 임상 접근성,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생산 연계, 글로벌 사업개발(BD) 지원까지 한곳에서 제공한다. 차바이오텍의 세포·유전자치료제 R&D 역량과 미국·한국·일본 생산 네트워크를 활용해 스타트업의 기술검증부터 임상, 생산, 사업화, 글로벌 파트너링까지 전 주기를 연결한다는 아이디어다. 한국노바티스도 센터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글로벌 제약사 관점의 기술 자문과 멘토링, 네트워크 연계를 지원하고 유망 바이오 기술 발굴과 협력 기회 모색에 나설 예정이다.
한미약품은 바이오벤처와 제약업계, 자본시장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한미약품은 지난 7월 키움증권과 'Hanmi × Kiwoom Bio Innovation Day'를 열고 국내 바이오벤처 10곳의 기업설명회(IR Pitch)와 투자기관 간 1대1 미팅을 진행했다. 행사에는 행사에는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 증권사, 전략적투자자(SI) 등 80여명이 참여했다.
대웅제약도 외부 혁신 기술을 내부 역량과 연결하는 'C&D'(Connect & Development)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TIPS 운영사로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동시에 자체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이노베어'를 5년 연속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초기 기업 발굴에서 공동개발까지 이어지는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유한양행은 공공 연구기관의 인력과 인프라를 활용하는 공동 R&D 모델을 택했다. 최근 케이메디허브와 업무협약을 맺고 신약 공동연구 과제 발굴·수행, 연구인력 교류, 연구시설·첨단장비 상호 지원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구체적인 연구 수요에 따라 실질적인 공동연구와 기술협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R&D 비용 부담이 커지고 신약개발 불확실성도 높아지면서 외부 기술과 역량을 활용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실제 공동개발과 기술이전, 글로벌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오픈이노베이션 모델을 얼마나 구축하느냐가 기업의 R&D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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