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급여부터 유통까지…신약 출시 전략도 '조합' 시대
- 손형민 기자
- 2026-08-28 06:00:59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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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력 충원 대신 외부 전문기업 활용…고정비 부담도 고려
- PR·영업은 전문업체·국내사와 협업…회사별 선택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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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신약 하나를 국내 시장에 내놓기까지 제약사는 여러 차례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제약사는 임상부터 업무를 자체적으로 수행할지 외부 전문기업의 도움을 받을지, 허가 이후 급여와 약가는 어떤 방식으로 준비할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 제품 홍보는 인하우스 조직과 PR에이전시의 역할을 나눠야 하고, 출시 이후에는 자체 영업조직을 가동할지 국내 제약사와 공동판매에 나설지 선택지가 갈린다. 유통 역시 전문 유통사에 맡기거나 여러 도매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비용도 외주 활용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신약 출시를 위해 필요한 기능마다 인하우스 인력을 새로 충원하면 인건비 등 고정비가 늘어난다. 반면 신약의 허가와 급여, 출시처럼 특정 시기에 외부 전문기업를 프로젝트 단위로 활용하게 되면 고정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결국 제약사는 제품의 시장성과 향후 사업 규모, 기존 조직의 역량과 비용 등을 따져 필요한 전문성을 내부에 확보할지 외부에 맡길지 결정하게 된다.
과거에도 외부 기업과의 협업은 일반적이었다. 최근 두드러지는 것은 하나의 신약이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선택지가 많아지고 외부 전문기업의 참여 영역도 세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가 신약이 늘면서 급여·약가 전략은 복잡해졌고 신약 출시와 적응증 확대가 이어지면서 관련 업무량도 급증하고 있다. 동시에 다국적제약사는 사업 우선순위에 따라 내부 조직을 효율화하면서 모든 기능을 자체 인력으로 수행하기보다 필요한 영역에서 외부의 역량을 빌리는 방식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약 출시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업무를 외부에 맡길 것인지 여부가 아니다. 어떤 기능을 내부에서 직접 수행하고 어느 단계에서 누구와 협업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 자체가 시장 진입 전략의 일부가 되고 있다.
신약 하나에 여러 선택지…협업 방식도 다변화
신약의 국내 시장 진입은 글로벌 본사의 도입 결정에서 시작한다. 이후 한국법인은 허가와 급여·약가, 메디컬, 마케팅, 영업 등 국내 시장에 맞는 세부 전략을 수립한다.
각 단계에서는 다양한 외부 전문기업이 참여할 수 있다. 임상과 허가 과정에서는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인허가 컨설팅업체가 지원하고, 급여 단계에서는 로펌과 약가 컨설팅업체 등이 경제성평가와 재정영향 분석을 맡는다.
법률과 약가 정책 이슈 등에는 로펌이 자문하고 제품과 질환 커뮤니케이션에는 PR·마케팅 에이전시가 참여한다. 판매 단계로 넘어가면 영업대행(CSO), 국내 제약사, 의약품유통업체가 협업 대상으로 추가된다.

모든 신약들에 있어 다국적제약사가 같은 협업 방식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환자 규모와 치료영역, 예상 매출과 급여 가능성뿐 아니라 한국법인이 이미 보유한 조직과 인프라에 따라 필요한 파트너도 제각각이다.
특정 치료영역에 영업·마케팅 조직을 갖춘 회사라면 직접 시장을 공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국내 제약사나 CSO와 손잡을 수 있다. 급여에서도 내부 약가 조직의 경험과 제품 특성에 따라 외부에 맡기는 업무 범위에 차이가 생긴다.
인력 운용 방식도 중요한 판단 요소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필요한 기능이라면 내부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특정 신약의 허가나 경제성평가처럼 일정 기간에 업무가 몰리는 분야는 외부 인력을 활용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
결국 신약 하나를 놓고도 회사별로 다른 협업 지도가 만들어진다.
직접 팔까, 손잡을까…상업화 방식도 다양
출시 이후에는 영업과 유통에서 또 다른 결정이 필요하다.
한국법인이 해당 치료영역의 영업조직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자체 판매에 나설 수 있다. 반대로 국내 영업망이 충분하지 않거나 단기간에 폭넓은 의료기관을 공략해야 한다면 국내 제약사와 공동판매하거나 CSO에 일부 업무를 맡기는 방안도 있다.
제품 특성 역시 판단 기준이다. 환자 수가 적고 처방 의료진이 한정된 희귀질환이나 일부 항암제는 상대적으로 작은 전문조직으로 시장을 담당할 수 있다. 반면 만성질환처럼 처방 기반이 넓은 제품은 전국 단위 영업망의 중요성이 높다.
특히 신규 사업을 위해 대규모 영업조직을 직접 채용할 경우 고정비 부담이 커진다. 시장 규모와 제품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운 초기에는 외부 영업망을 이용하고 사업이 커진 이후 자체 조직을 강화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국내 제약사가 다국적제약사의 공동판매 파트너로 꾸준히 선택되는 이유도 이미 구축한 영업망과 특정 치료영역에서 축적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은 영업과 별개의 결정이다. 자체 영업에 나서는 회사도 물류는 전문 유통사에 맡길 수 있고 여러 유통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사와 공동판매한다고 해서 해당 기업이 반드시 제품 유통까지 모두 담당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영업과 마케팅, 유통을 하나로 묶기보다 각 기능에서 해당 제품에 적합한 방식과 비용을 따져 파트너를 조합하는 형태로 상업화 전략이 세분화되고 있는 셈이다.
같은 GLP-1도 다른 선택…영업·유통 전략 갈렸다
최근 급성장한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은 같은 시장을 공략하는 다국적제약사들이 서로 다른 협업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노보노디스크는 2024년 10월 비만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를 국내 출시하면서 쥴릭파마를 통한 공급체계를 택했다. 이후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자 영업·마케팅과 유통 전략에도 변화를 줬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종근당과 위고비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영업·마케팅에서 협업 체계를 구축했다. 올해에는 기존 공급체계에 국내 주요 의약품유통업체를 추가하며 유통망도 다변화했다.
반면 한국릴리는 비만치료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별도의 국내 제약사와 공동판매 없이 자체 영업·마케팅 조직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제품 공급은 여러 의약품유통업체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을 택했다.

같은 GLP-1 비만약 시장에서도 한 회사는 전문 유통사와 국내 제약사를 파트너로 두는 반면 다른 회사는 자체 상업화 조직과 복수 유통업체를 연결하는 방식을 취한 셈이다.
이 같은 차이는 제품의 시장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회사가 보유한 영업조직과 기존 유통망, 특정 치료 영역에서의 사업 경험, 시장 침투 전략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
비용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전국 단위의 영업조직을 새로 구축하고 유지하려면 상당한 인건비와 관리비용이 발생한다. 이미 해당 치료영역에서 영업망을 갖춘 국내 제약사나 외부 조직과 손잡을 경우 필요한 인프라를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출시 당시 결정이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위고비 사례처럼 경쟁환경과 제품 수요, 공급 상황 등이 변하면 출시 이후에도 영업·마케팅과 유통 파트너를 다시 조정할 수 있다.
약가제도 바뀌면 출시 전략도 다시…초기부터 영향 분석
급여·약가 전략은 신약의 임상적 가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부가 어떤 약가·급여제도를 운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시장 진입 방식과 예상 가격, 등재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신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신속등재와 위험분담제, 경제성평가 자료 제출 생략,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허가-평가-협상 사업 등 다양한 제도가 활용되는 가운데 약가 산정과 사후관리 체계까지 잇따라 손질되고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허가 이후 급여 신청 단계에서 대응하기보다 국내 도입 초기부터 향후 적용 가능한 제도와 가격 영향을 함께 따질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특히 약가제도가 크게 바뀌면 출시 예정 신약뿐 아니라 이미 판매 중인 제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제도 변화가 개별 품목의 가격과 향후 적응증 확대,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이에 맞춰 등재 시점과 급여·약가 전략을 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법인의 마켓엑세스(MA) 조직이 전체 방향과 보건당국과의 소통을 맡고, 경제성평가와 재정영향 분석, 제도 변화에 따른 품목별 영향 분석 등은 외부 컨설팅업체나 로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제도 변화에 대응할 인력을 상시적으로 내부에 확보하기보다 필요한 분야의 경험을 외부에서 보완하는 방식이다.
다만 외부 업체가 약가 전략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제약사가 제품의 임상적 가치와 시장성을 토대로 방향을 정하고, 변화하는 제도에 맞춰 필요한 분석과 자문을 조합하는 형태에 가깝다.
외주화 넘어 '조합'으로…한국법인 역할은 더 중요
외부 전문기업이 신약 출시 과정에 참여하는 영역이 넓어진다고 해서 한국법인의 역할이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어떤 기능에 인하우스 인력을 둘 것인지, 어떤 업무를 외부와 나눌 것인지 판단하는 역할이 중요해진다.
상시 조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와 외부 전문기업을 프로젝트 단위로 이용했을 때의 비용을 비교해야 하고, 동시에 회사 내부에 장기적으로 축적해야 할 역량인지도 따져야 한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제품별로 서로 다른 전략을 택할 수 있다. 하나의 제품은 자체 영업하고 다른 제품은 국내사와 공동판매할 수 있다. 급여에서는 제품 특성에 따라 컨설팅 업체나 로펌의 도움을 받고 PR 역시 필요한 시점과 업무에 맞춰 파트너를 선정할 수 있다.
외부에 맡기는 것이 언제나 비용을 줄이는 선택인 것도 아니다. 여러 업체가 동시에 참여하면 관리와 조율에 별도의 비용과 인력이 필요하고, 핵심 역량을 지나치게 외부에 의존할 경우 회사 내부에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결국 최근 신약 출시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한 외주 확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제품의 시장성과 회사가 보유한 조직, 필요한 전문성, 업무의 지속성, 비용을 함께 따져 내부와 외부의 역할을 조합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 출시 과정이 복잡해질수록 모든 기능을 직접 보유하기보다 필요한 전문성을 적시에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법인의 역할도 개별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데서 내부와 외부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방향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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