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환자가 고함량 아르기닌을"…약보다 나은 건기식
- 김지은
- 2023-07-23 17:45:12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①건기식 마케팅에 만성질환자 부작용·상호작용 위험
- 건기식 과대광고에 ‘혹’하는 소비자…약보다 높은 함량 홍보
- 규제 더 풀겠다는 정부…약사 “질환·의약품과 상호작용 우려”
- AD
- 매출을 부르는 약국공간 컨설팅 휴베이스 디테일이 궁금하다면?
- 휴베이스 모델약국 투어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당뇨로 신장투석을 받는 환자가 혈관을 뻥 뚫어준단 광고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겠어요. 홀린 듯이 결제하시고는 혹시나 해 약국을 찾았다더라고요. 위험하다고 만류하자 환자는 알겠다고, 고맙다고 인사하며 떠났지만 환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건강기능식품 만능시대다. 넘치는 정보와 마케팅 속 건강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가리지 않고 건기식은 이제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문제는 기능성이 인정된 건기식의 시장이 성장하면서 평소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성분이나 함량에 제한 없이 건기식을 복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에 비해 허가의 문턱이 낮은 건기식 시장을 감안할 때, 이 같은 추세가 자칫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과 의약품과의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신장질환 환자가 고함량 단백질을…'이상사례' 관리 시각지대
최근 지방의 한 약사는 약국에서 겪은 사례를 전하며 과도한 건거식 마케팅의 심각성을 조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약사가 전한 사례는 이렇다. 60대 환자가 얼마 전 약국을 찾아 홈쇼핑에서 혈액순환에 좋고 혈관을 뚫어준다는 광고보를 보고 아르기닌 제품 3개월 분을 구매했다고 이야기한 것. 문제는 이 환자가 당뇨로 현재 신장투석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발가락을 절단하기까지 한 상황이라는 점이었다.
약사는 환자의 말에 놀라 신장이 좋지 않은 환자가 단백질 성분 아르기닌을 과도하게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복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하고 돌려보냈다. 만성질환 환자가 기능성이 있는 건기식을 별다른 제한 없이 구매하고 복용하는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례다.
이 약사는 “심근경색이나 만성신부전 등 신장이 좋지 않은 환자에 과도한 단백질 성분이 투여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아르기닌 성분 의약품의 경우 복용 시 주의사항이 존재한다. 용법에서 3주 이상 연속 복용은 권장하지 않고, 일부 질환을 가진 환자는 복용하면 위험하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 같은 성분인데 의약품 구매 시에는 이 같은 부분이 확인되거나 고지될 수 있지만, 건기식에서는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게 위험한 지점”이라고 했다.

실제 이뇨제를 처방 받아 복용 중인 환자가 알로에를 원료로 한 건기식을 함께 먹을 경우 체내 칼륨량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고, 면역 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클로렐라나 스피루리나 같은 면역 증진 기능식품을 먹을 경우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약사들의 말이다.
약은 20mg인데 건기식은 100mg?…의약품 함량 넘어서는 건기식
분명 같은 성분인데 의약품보다 건기식의 일일 섭취량 기준이 높거나, 이 점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건기식 제품도 적지 않다.
의약품의 경우 엄격한 허가신고, 품질관리 기준이 적용되고 있지만 건기식은 의약품에 비해 기준이 낮다 보니 섭취량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약사들에 따르면 콘드로이친의 경우 시중에 출시된 일반의약품으로는 800mg가 최대 함량이다. 하지만 건기식에서는 1200mg를 이름에 내건 제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콘드로이친의 하루 권장량이 1200mg이다 보니 대부분의 제품이 1200mg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엔자임Q10도 상황은 마찬가지. 약사들에 따르면 의약품으로 허가 가능한 코엔자임Q10의 경우 의약품으로 허가가 가능한 섭취량은 20mg 이하지만 건기식은 일일 섭취량 100mg까지 허가되는 실정이다.
문제는 건기식은 의약품에 비해 함량에 대한 별다른 제한이나 인식 없이 복용하는 환자가 적지 않아 필요 이상의 함량을 복용하고 이것이 자칫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오성곤 약학박사(성균관대 약학대학 겸임교수)는 “오히려 허용된 일일 섭취량이 의약품보다 높은데 질환 치료가 아닌 건강에 도움을 준다 하고 더 손쉽게 구매해 복용할 수 있다는 상황 자체가 모순되는 구조”라며 “영양제에서는 오히려 국내에 허가된 의약품이 오히려 저용량이 경우가 적지 않다. 의약품은 건기식에 비해 허가 기준이 엄격하고, 용량이 올라갈수록 그만큼 효과가 증가된다는 보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 박사는 “문제는 건기식이라 해도 고함량으로 갈수록 그만큼 부작용이나 다른 의약품, 특정 질환과의 상호작용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라며 “건기식은 기본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칫하면 환자에게 위험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약 대신 건기식 먹겠다는 환자”…만성질환자 위협
약사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건기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건강한 사람이 복용해야 할 건기식을 특정 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들이 무분별하게 복용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약과 같은, 오히려 약보다 더한 건기식 제품들이 등장하고 있는 데다가, 건기식은 의약품에 비해 규제 문턱이 낮아 과대광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질환을 가진 환자의 오남용이나 의약품을 복용 중인 경우 상호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약사는 일부 건기식 제품의 과장 광고에 현혹돼 복용 중인 의약품을 건기식으로 대체하는 최악의 사례도 있다고 우려했다.
만성질환자의 경우 이미 여러 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건강기능식품과 상호작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어떤 관리도 책임도 전무한 상태다. 이런 부분이 종합적으로 검토되고 관리될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다.
오 박사는 “이미 다른 약을 복용 중인 환자라면 건기식을 복용함에 따른 상호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복용하는 건기식의 함량이 높으면 그만큼 부작용이나 복용 중인 약, 다른 건기식 성분과의 상호작용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이라며 “약은 약사의 상담이나 복약지도라는 1차적 제한장치가 따르지만 건식은 이런 제한 장치가 전혀 없다는 데서 문제의식이 출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건기식은 의약품과 달리 진입 장벽이 사실상 없는 상태다 보니 너도 나도 판매에 뛰어들어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키워드를 조합해 광고, 마케팅을 하다 보니 환자가 본인 몸 상태에 맞춰 복용하는 것보다 잘못된 섭취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
약사회-식품안전정보원, 건기식 이상 사례 관리 업무 협약
2022-10-19 08:21:34
-
"건기식 부작용 늘어도 실제 회수는 절반도 안돼"
2022-09-20 11:35:02
-
"건기식 부작용 늘어나는데 위해제품 회수율 30%"
2020-10-13 09:08:09
-
약사회 "건기식 2분류로 안전망 구축 필요"
2019-04-22 15:10:28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상장 바이오 추정 순이익 '껑충'...비교군 한미약품 '최다'
- 2완강한 약무정책과장..."플랫폼 도매 허용 동의 힘들어"
- 3고환율에 복잡한 약가인하...사업계획 엄두 못내는 제약사들
- 4"대통령, 중대사고 엄벌 주문…제약업계도 대비해야"
- 5수두백신 2회 접종 개발 본격화…SK바이오, 임상3상 승인
- 6성과 증명한 강원호, 2대주주 등극…유나이티드 영향력 확대
- 7사노피 '듀피젠트', 아토피피부염 넘어 천식 공략 눈앞
- 8"웰컴"...K-약국, 해외관광객 소비건수 1년새 67% 증가
- 9[2025 결산] 급여재평가 희비...건보재정 적자터널 진입
- 10[기자의 눈] ‘깜깜이’ 약가인하 혼란, 언제까지 반복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