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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진입 견제’…깐깐한 약가우대의 위험한 담합 유혹

  • 천승현 기자
  • 2026-08-04 06:04:40
  • 요약
  • 항생주사제·소아의약품 약가우대 요건 '3개 이하 등재' 고수
  • 상당수 제품 등재 개수 많아 약가 우대 실효성 물음표
  • 약가 우대 요건 근접 제품군 시장 진입 저지·철수 담합 가능성

[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정부가 항생 주사제와 소아용 의약품의 약가우대 요건을 동일제제 3개 이하 등재로 못 박았다. 동일제제가 4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가산이 종료된다는 원칙도 제시했다. 제약사들은 현실적으로 3개 이하 등재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울 뿐더러 약가우대 요건을 사수하기 위해 4번째 진입을 저지하려는 담합 유혹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의 눈초리를 보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개편 약가제도를 담은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 개정고시를 발령했다. 지난 5월 행정예고한 이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했다. 개편 약가제도는 제네릭과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다. 

개편 약가제도에는 항생주사제와 소아용의약품의 약가를 68%까지 우대해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항생주사제는 세계보건기구(WHO) ATC 코드 기준 J(전신용 항감염제)에 해당하고 투여경로와 제형이 주사제인 항생제가 약가 우대 대상이다. 페니실린 계열이나 세팔로스포린 계열 의약품이 WHO ATC 코드 기준 J 유형에 포함된다.  

약제급여목록표에 GN(과립제), PD(산제), LQ(액제), SY(시럽제), SS(현탁제), EL(엘릭서제)로 등재된 품목으로, WHO 소아용 필수의약품 목록에 내복제(Oral)로 등재된 소아용의약품도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이부프로펜이나 아세트아미노펜 시럽제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약가 우대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점을 문제삼는다. 

항생주사제와 소아용의약품이 약가 우대를 받으려면 직접 생산과 동일 제품 3개 이하 등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개정안을 보면  ‘해당 약제의 결정 신청을 한 제조업자․위탁제조판매업자․수입자가 해당 약제를 직접 생산할 것’, ‘투여경로, 성분 및 제형이 동일한 제품의 회사 수가 결정 신청한 회사를 포함하여 3개 이하일 것’이라는 약가 우대 요건이 명시됐다. 직접 생산은 품목 허가권자가 포장 단계 이전의 모든 생산 공정을 자사에서 직접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항생주사제와 소아용의약품 모두 수십개 품목이 등재된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이 드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I 생성 이미지

예를 들어 세팔로스포린 계열 항생제 성분인 세프트리악손1g 주사제의 경우 총 35개 품목이 등재돼 약가 우대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다른 세팔로스포린계열 항생제 세파제돈1g 주사제는 총 11개 품목이 등재돼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없다. 세파제돈1g 주사제는 생산 업체가 5곳에 불과하지만 위탁을 통해 6개 업체가 시장에 진입한 상태다. 경보제약, 국제약품, 신풍제약, 영진약품, 한국유니온제약 등이 생산하는 제품을 다른 제약사들이 판매하고 있다.   

세포탁심1g 주사제도 15개 제품이 등재돼 약가 우대가 적용되지 않는다. 세포탁심1g 주사제를 직접 생산하는 업체는 6곳에 불과하지만 약가 우대 요건인 '3개 이하 등재' 요건과 거리가 멀다.  

복지부가 제시한 항생주사제·소아용의약품 약가 우대 박탈 요건(자료: 보건복지부)

업계에서는 약가 우대를 받기 위해 업체간 담합이 발생할 가능성도 벌써부터 제기된다. 복지부는 투여경로·성분·제형이 동일한 제품의 회사 수가 4개사 이상으로 늘어나면 신규 제약사 품목 등재와 동시에 가산이 종료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미 3개 이하 등재 요건을 충족해 약가 우대를 받는 경우 후발 제품의 신규 진입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소아용의약품 이부프로펜 20g(20mg/mL) 시럽제는 총 3개 제품이 등재됐다. 한미약품의 이부서스펜시럽, 대우제약의 어린이알부펜시럽, 삼일제약의 어린이부루펜시럽 등 3개 제품이 등재돼 소아용의약품 약가 우대 요건 중 하나인 3개 이하 등재 요건이 충족됐다. 이중 삼일제약이 직접생산하고 있어 약가 우대가 가능한 요건이다. 하지만 만약 추가로 1개 제품이라도 등재되면 약가 우대 요건이 소멸된다. 약가 우대 요건을 갖춘 업체 입장에서는 추가 등재 저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항생주사제나 소아용의약품이 4개 이상 등재돼 약가 우대를 받지 못하더라도, 약가 우대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등재 제품을 3개 이하로 축소하려는 담합도 발생할 수 있다.

 페니실린 계열 항생제 중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성분 주사제는 총 4개 제품이 등재됐다. 종근당, 건일제약, 신풍제약, 삼진제약 등이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성분 주사제를 허가‧등재받고 판매 중이다. 3개 이하 등재 기준을 초과하면서 기등재 제품 뿐만 아니라 신규 등재 제품도 약가 우대 대상으로 지정받을 수 없다. 

AI 생성 이미지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성분 주사제 품목 허가권자 중 직접 생산 업체는 신풍제약 1곳 뿐이다. 종근당과 건일제약은 펜믹스에 아목시실린‧클라불란산 성분 주사제를 위탁 생산한다. 만약 1개 제품이 철수하면 신풍제약은 약가 우대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수탁사가 위탁사 1곳과의 거래를 종료하고 시장 철수를 유도하면 약가 우대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제약사들은 3개 이하 등재 요건을 완화하거나 등재 제품 개수와 무관하게 직접 생산 제품에 한해 우대를 해달라는 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는 행정예고안을 고수했다. 

제약사 한 관계자는 “항생 주사제와 소아용의약품 시럽제 등은 제약사들이 채산성을 이유로 판매를 주저하는 제품이다. 약가 우대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시돼 약가 우대를 받기 위해 기업들마다 치밀한 전략을 연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만약 약가우대를 받는 제품도 적으면 약가인하 이후 생산‧공급 중단에 따른 수급난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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