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정형외과 인공눈물처방...집근처 약국 6곳 뺑뺑이
- 강혜경·정흥준
- 2023-12-15 21: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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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대시행 비대면 진료 직접 받아보니…
- "약 없어요" 잇따라 거절…폐업·폐문약국도 앱 상 '영업 중' 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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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강혜경·정흥준 기자] 15일 오후 6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밤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처럼 비대면 진료 허들은 저녁 6시면 사라졌다.
빗장이 풀린 첫날, 직접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받아봤다. 직접 이용해 본 비대면 진료는 그야말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진료를 신청했다는 알림톡이 도착했고, 앱에는 '15일 18시20분에 진료가 시작돼요. 042-○○○-○○○○로 오는 전화를 받아 주세요'라는 안내가 떴다.
5분 뒤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방금 비대면 진료를 접수했던 대전 소재 의원이었다.
'눈이 건조하고 뻑뻑하다'고 하자, 의사는 '인공눈물을 처방해 드리겠다'며 '얼마나 처방을 원하냐'고 물은 뒤, '우선 한 달 치를 처방하고, 이후에도 불편함이 있으면 안과를 찾아 진료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오후 2시34분이었다.
3분 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주간에는 진료가 어려우니 오후 6시 이후에 다시 전화를 하겠다'는 전화였다.
[PM6:31] 정형외과의 안과처방 당초 진료 예약시간인 6시20분이 지났지만 연락이 없었다.

6시31분 의원에 전화를 했다. 두 명의 간호사와 통화를 한 뒤에야 '의사선생님이 전화를 하실 것'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6시39분 낮에 통화했던 의사와 통화할 수 있었다. 이전 통화 내역처럼 의사는 인공눈물 한달치를 처방해 주겠다고 했고, 생리통이 있다고 하자 해당 약도 함께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6시43분 진료비가 결제되고, '원하는 약국을 선택해 처방전을 보내라'는 메시지와 함께 '약국 선택하기'로 연결이 됐다.

'약사님께 아래 처방전에 있는 약 이름을 불러주세요'라는 안내와 함께 처방전이 전송됐다. 처방된 약은 ▲히알루미니점안액0.18%(30일치) ▲록소쿨정 ▲에페론정 ▲레프정(각 3일치)이었다.
무려 5군데 약국에 전화를 걸어 재고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번번이 실패였다. 히알루미니점안액만 얘기했을 뿐인데, 첫 번째 약국은 '재고가 없다'고 했고, 두 번째 약국은 '귀하의 전화를 연결할 수 없습니다'라는 안내멘트가 나왔다. 세 번째는 용량을 확인했지만 0.18이 없다고 답변했으며 네 번째 약국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섯 번째 약국 역시 재고가 없다고 답했다. 처방약이 없다고 누르자 '다른 약국을 선택해 주세요'라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결국 동네에서 제법 규모가 큰 약국을 직접 방문해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전화를 받지 않았던 약국은 분명 앱에서는 '영업 중'이라고 안내돼 있지만 실제로는 문이 닫혀 있었다. 폐업한 지 일 년이 된 약국도 '영업 중'이라고 표기돼 있었다.
[PM7:15] 플랫폼에 제휴한 적이 없는데요? 앱에 뜬 약국 리스트를 보여주자 약사는 '저희 약국은 한 번도 플랫폼에 제휴한 적이 없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심평원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자, 약사는 '저는 동의한 적이 없는데'라고 답했다.

팜IT3000에 의원정보와 환자정보 등을 입력한 뒤 조제가 완료됐다.
투약을 하려던 찰나 복병이 하나 더 있었다. 약국에 있는 히알루미니점안액은 60튜브였던 것. 약사는 의원에 전화를 해 처방을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고, 의원은 '의사선생님이 식사 중이시니, 차후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이전과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비대면 진료는 약국 '뺑뺑이'로 끝났다. 대전의 의원에서 서울에 있는 약국이 가지고 있는 의약품 재고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고, 약국 뺑뺑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단순 감기나 복통, 설사 등 보편적인 질환일 경우 이보다는 약을 구하는 게 어렵지 않겠지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본 후기는 '또 다시 이용하고 싶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탈모나 다이어트 약은 더하리라 생각됐다.
'비대면 진료가 확대되지만 이용자들의 불만은 더 커질 것'이라는 플랫폼 업체 대표의 말이 진정으로 와닿았다. 비대면 진료 이용자의 절대다수는 '약'이 필요해 비대면 진료를 신청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형외과 의사가 처방하는 안약, 산부인과 의사가 처방하는 탈모약. 과연 오후 6시 이후에, 또는 주말·공휴일에 비대면으로 받아야 하는 처방과 약인지 의문이 커질 뿐이었다.

전화를 끊고 심야약국 2곳에 전화를 걸었다. 한 곳에서는 “팩스 처방 못 받는다”고 거절했고, 또 다른 약국에서 팩스 번호를 들을 수 있었다.
의원에 다시 전화를 걸어 약국 팩스 번호를 알려줬다. 약 3분 뒤 의사로부터 전화가 와서 비대면진료가 이뤄졌다. 가벼운 감기 증상으로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증상과 발현 기간을 물었고, 복용 중인 약과 부작용 여부 등을 물었다. 입금이 확인되면 약국으로 팩스 처방전을 보낸다는 설명까지 약 2분이 걸렸다. 전화를 끊은 뒤 계좌번호와 진료비를 받았다.

약 5분 뒤 약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약사는 팩스를 받았고, 그 중 약 하나가 대체된다고 안내했다. 끝으로 본인이 수령할 것이냐고 확인하고 전화를 끊었다.
[PM9:22] 끝까지 처방전은 볼 수 없었다 진료 후 2시간 30분이 넘어 약국을 찾았다. 대체조제를 안내했던 약사는 이미 퇴근한 뒤였다.
마스크를 쓰고 약국을 찾았지만, 본인 확인 절차는 따로 없었다. 맡겨둔 약을 찾으러 온 기분이었다. 약이 하나 바뀌었다고 했고 그때까지도 처방전은 볼 수 없었다.
환자 처방전은 없냐고 묻자 한 장 뿐이라는 답변이, 어떤 약이 바뀌었냐고 묻자 처방전을 가리키며 대체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다른 거짓 증상을 호소하며 처방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지인 혹은 심부름 업체를 통해 약을 수령했다면 어땠을까.
비대면진료는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의원을 직접 찾아가지 않아도 돼서 편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쉽게 발견되는 허점들은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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