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라면 팔고 약도 팔고…마트에 갇힌 창고형약국
- 강혜경 기자
- 2026-07-30 06: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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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대형마트나 아울렛 내 100평, 150평 규모 약국이 들어서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공간적 여유와 함께 주차, 유동인구까지 보장된 대형마트 내 창고형 약국이 바이블 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드는 대형마트들에게 창고형 약국은 꽤나 매력적인 장소로 어필됐다.
대형마트처럼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약과 건강기능식품을 원하는 쓸어 담을 수 있다는 '마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확실한 집객이 가능한 모델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약국 입장에서도 별도 건물이나 주차관리 요원을 두지 않아도 되고, 일정 수준 이상의 마트 이용객이 담보되다 보니 윈윈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 내 입점해 있던 약국들이 애먼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다. 임대 만료에 맞춰 재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는가 하면, 기존 10평 약국이 상존해 있음에도 100평 규모 약국을 입점시키는 등 상도의를 벗어난 시도도 빚어졌다.
결국 홈플러스, 롯데마트, 하나로마트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들이 공평하게(?) 창고형 약국을 입점시키며 하나의 사업 영역으로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문제는 대형마트 내 약국들이 갖는 리스크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가 창고형 약국에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고 본다.
홈플러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 자금 지원을 두고 극적 합의에 성공하면서, 청·파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고 회생절차를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홈플러스 이슈가 메가팩토리약국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약이 진열돼 있어야 할 약장에 라면, 햇반, 과자가 빼곡히 쌓여있고, 약국인지 마트인지 분간하기 힘든 모습을 보면서 소비자들이 '혁신'이라고 입을 모았던 창고형 약국이 얼마나 초라해질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국이 단순히 저렴한 생필품을 사러 가는 마트의 연장선으로 전락할 때 복약지도와 건강상담이라는 약사 본연의 역할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앞선 단락에서 '윈윈'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대형마트 내 창고형약국은 철저히 갑과 을의 계약에 갇히는 구조다.
약국에 대해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6개월, 1년의 렌트프리 기간을 보장한다는 달콤한 제안 뒤에는 대형마트의 경영 악화 이슈가 도사리고 있다. 내방객수가 줄어들고, 주요 3개 대형마트의 매출액 역시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유통업체는 공간 채우기식 입점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지역 상권과의 상생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가격 경쟁력에만 가치를 부여하는 창고형 약국의 영업 방식 역시 제고해야 할 부분이다.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약국, 약사 마저 무한 가격 경쟁과 규모의 경제라는 정글로 내몰리는 것이 과연 우리 사회에 이로운 일일까. 편리함의 대가로 더 소중한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게 아닌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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