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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리스크 공동부담'...길리어드의 영리한 성장 전략
안경진 기자 2019-07-16 06: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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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리스크 공동부담'...길리어드의 영리한 성장 전략
안경진 기자 2019-07-16 06:20:35

[DP토픽] 필고티닙 공동개발사 갈라파고스에 6조원 투자...임상단계 파이프라인 6종확보

10년간 지분율 최대 29.9%로 제한·R&D 분야 협력강화...인수합병 가능성 차단

길리어드가 벨기에 생명공학기업 갈라파고스에 6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C형간염치료제 매출부진을 만회하려는 포석이다.

갈라파고스에 대한 지분율은 30%에도 못 미치지만 향후 10년간 개발되는 모든 파이프라인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받았다. 과거 카이트파마 인수 사례와 같이 일방적인 인수합병(M&A) 거래와 비교하면 새로운 형태의 투자다. 연구개발 독립성을 보장하고,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영리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실행했다는 평가다.

◆길리어드, 갈라파고스와 6조원 규모 신약개발 제휴

길리어드사이언스는 14일(현지시각) 벨기에 소재의 생명공학기업 갈라파고스(Galapagos)와 10년에 걸친 글로벌 연구개발 협력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갈라파고스가 보유한 임상단계의 합성신약 파이프라인 6종과 20개 이상의 전임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신약발굴 플랫폼에 대한 접근권한을 확보하는 조건이다.

길리어드는 이번 거래과정에서 갈라파고스에 계약금(upfront fee) 39억5000만달러를 지급하고, 11억달러 규모의 지분투자에 합의했다. 갈라파고스 주식 최근 30일 종가의 가중평균치에 20%의 프리미엄을 얹어 총 51억달러를 투자했다.

본래 갈라파고스의 최대 주주였던 길리어드의 지분율은 기존 12.3%에서 22%로 늘어났다. 양사의 합의조건에 따라 갈라파고스 주주들의 승인을 얻고나면 소유지분을 최대 29.9%까지 확대할 수 있다. 길리어드는 갈라파고스 이사회에 2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권한도 보장받았다. 이번 거래의 후속절차는 오는 3분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길리어드의 2번째 선택, 갈라파고스는 어떤 회사?

길리어드는 수년간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물색해왔다. 한 때 회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C형간염 치료제 매출이 급감하면서 매출공백을 메울 수 있는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했다. 2015년 330억달러에 이르던 '소발디'와 '하보니' 2종의 매출은 지난해 36억860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길리어드는 2017년 카이트파마를 119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항암제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CAR-T 치료제 '예스카타'는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고 시장이 협소하다는 제약으로 만족할만한 실적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는 길리어드가 카이트파마 이후 2번째로 대규모 투자를 실행한 데다 최고경영자(CEO) 교체 이후 첫 대형거래가 성사됐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표한다.

 ▲ 갈라파고스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주요 R&D 파이프라인

갈라파고스는 벨기에 메헬렌(Mechelen)에 소재한 생명공학기업이다. 특정 유전자가 활성화됐을 때 질병에 걸린 인체세포에 일어나는 변화를 탐구함으로써 새로운 타깃을 찾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질병타깃에 작용할 수 있는 합성신약 개발에 주력했다.

길리어드와 공동개발 중인 선택적 JAK-1 억제제 '필고티닙(Filgotinib)'이 대표 파이프라인이다. 갈라파고스는 올해 상반기 류마티스관절염과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환자 등 대상의 필고티닙 3상임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보하고 연내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신청을 추진 중이다. 최근 2020년 필고티닙 상용화 목표를 공식화한 바 있다. 그밖에 특발성폐섬유증(IPF)과 골관절염, 아토피피부염 등 신약후보물질 6종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전임상 단계에서는 염증과 섬유증 관련 20개가 넘는 신약개발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고티닙 상업화 임박...특발성폐섬유증·골관절염 치료제 유망

길리어드와 갈라파고스는 2015년 12월 '필고티닙' 개발과 상업화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3년 넘게 파트너십을 구축해왔다. 필고티닙은 3상임상을 마친 3가지 적응증 외에도 강직성척추염과 건선성관절염, 포도막염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적응증 확대를 시도 중이다.

필고티닙은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즉각적인 매출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길리어드에게도 중요한 파이프라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양사는 이례적으로 이번 거래 과정에서 필고티닙의 유럽 매출분할 조건을 변경하는 데 합의했다.

미국의 의약전문지 엔드포인츠뉴스(Endpoints News)는 필고티닙의 유럽 매출 분할에 관한 양사의 계약조건이 기존 80대20에서 50대50으로 변경됐다고 보도했다. 유럽 시장에서 필고티닙에 관한 갈라파고스의 소유권이 확대된 셈이다.

 ▲ 갈라파고스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필고티닙 임상진행 현황

업계에서 이번 거래를 '일방적으로 권리를 빼앗는 합병과 다른 형태'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례적인 요소는 또 있다. 길리어드는 향후 10년간 갈라파고스에 대한 지분율을 최대 29.9%로 제한하는 데 합의하면서 적대적 M&A 가능성을 제거했다.

대신 길리어드는 갈라파고스가 임상2상 단계까지 독자 개발한 모든 파이프라인의 후속개발 권한을 인수할 수 있는 선택권을 계약조건에 담았다. 갈라파고스가 보유한 약물표적 발굴을 위한 세포분석 플랫폼기술 등 각종 인프라에 대해서도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예를 들어 현재 2상임상 단계인 특발성폐섬유증 신약후보물질 'GLPG1690'과 골관절염 신약후보물질 'GLPG1972'의 경우 길리어드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진다. 길리어드는 골관절염 관련 GLPG1972의 2b상임상이 종료되고 나면 미국 시장 권한을 행사하는 대가로 2억5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임상결과 이차유효성목표가 충족될 경우 최대 2억달러를 추가 지급하고, 향후 허가취득과 매출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최대 5억5000만달러의 마일스톤 지급을 보장했다.

GLPG1690이 FDA 허가를 획득하면 길리어드는 마일스톤으로 3억2500만달러를 지급하게 된다. 이들은 계열최초약물(first-in-class)라는 점에서 길리어드에게 중‧후기 파이프라인 확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평가받는다.

나머지 파이프라인에 대해서도 프로그램당 1억5000만달러의 계약금(opt-in fee)과 매출에 따른 로열티 지급조건이 걸렸다.

◆업계 "양사에 시너지 효과...리스크 최소화한 전략적 거래"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양사 모두에 윈윈(win-win)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갈라파고스 입장에서는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하고, 길리어드 역시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첨단기술을 손에 넣었다는 점에서다.

미국 투자회사 제프리스(Jefferies)의 최신 보고서는 "길리어드가 회사 전체를 인수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파이프라인에 대한 선택권을 얻었다"며 "투자 리스크를 줄이면서 파이프라인을 대폭 확장한 현명한 거래였다"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길리어드가 갈라파고스를 전격 인수하는 대신 연구개발 파트너십을 확대하는 방식의 투자를 결정했다"며 "과거 사노피와 리제네론 거래방식과 유사하다. 양사는 파트너십을 통해 수많은 의약품을 배출하고 의미있는 실정을 달성했다"라고 평가했다. 갈라파고스가 신약개발 분야 첨단기술을 보유했지만 실패확률도 그만큼 높다는 점에서 적절한 투자방식이었다는 판단이다.

 ▲ 다니엘오데이 길리어드 CEO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양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파트너십 확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길리어드의 다니엘 오데이(Daniel O’Day)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부임 직후 그간 논의사항을 전달받았다. 2주만에 갈라파고스 경영진과 만나고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갈라파고스가 신약개발 플랫폼기술을 비롯해 뛰어난 연구개발 조직을 보유 중이라는 점이 파트너로 선택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다니엘 오데이 CEO는 로슈 제약사업부 대표 출신으로 올해 3월 길리어드에 정식 취임했다. 로슈 재직 당시 제넨텍 인수 등을 성사시키면서 출중한 협상가(dealmaker)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오데이 CEO는 "이번 거래를 통해 길리어드의 연구역량이 2배 가량 확대됐다. 유럽 지역에서 연구 거점을 확립하게 된 점이 가장 큰 성과"라며 "대형합병(megamerger)은 종종 조직을 분산시키고 혁신에서 멀어지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런 유형의 거래를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갈라파고스의 온노 판 드 스톨페(Onno van de Stolpe) CEO는 "길리어드와 대형거래를 체결하면서 파이프라인 개발이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지분 이외 투자된 자금으로 R&D 인력을 2배가량 확충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안경진 기자 (kjan@dailypharm.com)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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