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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발암 위장약' 프레임이 안타깝다[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완제의약품 원료에 발암물질이 검출되면서 '라니티딘' 성분 위장약이 연일 이슈다. 과거 페놀 사태, 멜라민 분유 사태에 이어 지난해에는 고혈압약 원료가 되는 발사르탄 성분에서 발암을 유발하는 NDMA가 검출되면서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이번 라니티딘 사태는 발사르탄 사태와 유사하다. 지난 9월 13일 미국 식품의약국이 속쓰린데 먹는 위장약으로 유명한 '잔탁'을 비롯한 라니티딘 성분 제품에서 미량의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국내 라니티딘 성분 원료의약품 수거해 검사했다. NDMA가 잠정관리기준(0.16ppm)을 초과한 라니티딘 사용 완제의약품 268품목은 잠정적으로 제조·수입·판매 및 처방 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이 발표에서 지켜볼 점은 강제회수가 아니었고, 이미 처방전이 발행됐거나 조제의약품을 가지고 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재처방', '재조제'를 하겠다는 점이었다. 먹고 있던 약을 중단하지 말라는 경고도 없었다. 라니티닌 성분 의약품은 매일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약과 달리 소화 불량이나 속쓰림, 그리고 단순 감기나 해열제를 처방하면서 소화불량 부작용을 막기 위해 처방하는 의약품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발사르탄 파동 당시 고혈압약 복용 환자 14만명 보다 10배 많은 144만명의 의약품 교환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약을 처방하는 병의원이나 조제하는 약국에서 일반 환자 진료를 보지 못할 정도로 업무 마비가 올 것이라 예상했다. 의문을 갖고 여러 전문가, 보건당국 행정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돌아오는 여러 답변은 똑같았다. 이번에 식약처가 검출한 라니티딘 NDMA 기준은 0.16ppm이다. 라니티딘 성분이 들어간 위장약 600mg을 매일 70년간 섭취해야 발암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잔탁 70mg을 하루에 9알씩 70년을 먹어야 한다는 얘긴데,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다. 고혈압약은 매일 복용해야 했고, 발사르탄 NDMA 검출기준은 라니티딘보다 높은 0.3ppm이었던 만큼 꾸준히 오래 복용하면 발암 노출에 더 가까울 수 있다. 하지만, 라니티딘에 '발암 위장약' 프레임을 씌워 국민에게 혼란을 제기하는 부분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사태를 교훈 삼아 라니티딘 성분에서 발암 물질이 검토됐다는 FDA 보고에 따라 발빠르게 대처했다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혈압약과 다른 특성의 위장약의 제조·수입·판매 및 처방 중지 조치를 해놓고 발생한 국민들의 혼란과 의구심을 해결하는 몫은 현장의 의·약사에게 던져놨다. 식약처의 역할은 위해의약품 차단 뿐 아니라, 정확한 위해 사실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 제2의 발사르탄 사태가 불과 1년만에 발생했고, 또 다시 어디에서 불순물이 검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위해의약품을 찾아내는데 급급하기 보다 제3, 4의 발사르탄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의약품 안전관리 강화와 의약품 안전성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된 국민들을 위한 다양한 홍보전략을 마련해야 한다.2019-10-07 11:17:51이혜경 -
[기자의 눈] 녹십자그룹의 '자금 조달' 승부수[데일리팜=이석준 기자] 녹십자그룹이 승부수를 던졌다. 방식은 외부 자금 조달과 상장사 늘리기다. 사업 지속성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다. 녹십자그룹은 최근 외부 자금 조달이 잦다. 1년새 상장사 4곳과 비상장 해외법인 1곳에서 3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수혈했다. 올 9월 녹십자엠에스(단기차입금 300억원, 유상증자 528억원), 7월 녹십자랩셀(단기차입금 150억원), 5월 녹십자(일반사채 1200억원), 지난해 12월 녹십자셀(단기차입금 70억원)과 Green Cross Bio Therapeutics Inc.(유상증자 750억원) 등이다. 지주사 녹십자홀딩스도 사상 첫 공모채(1000억원 규모) 발행을 검토 중이다. 녹십자웰빙은 조만간 10월 상장을 통해 공모 자금 500억원 이상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녹십자그룹의 또 다른 승부수는 상장사 늘리기다. 상장사 늘리기도 결국 외부 자금 수혈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기업공개=자금조달'은 하나의 공식으로 봐도 무방하다. 녹십자그룹은 2014년 이후 2년마다 자회사 상장에 나서고 있다. 2014년 녹십자엠에스(진단시약 사업), 2016년 녹십자랩셀(제대혈과 세포치료제 사업), 2018년 녹십자웰빙(건강기능식품)이다. 녹십자웰빙 상장이 마무리되면 녹십자그룹 상장사는 6개로 늘어난다. 1978년 녹십자홀딩스(지주사), 1989년 녹십자(제약사), 1989년 녹십자셀(옛 이노셀) 등과 함께다. 향후 녹십자헬스케어(의료서비스 사업), 녹십자지놈(유전자분석 사업) 등도 차기 상장후보로 꼽힌다. 시장이 바라볼때 녹십자그룹의 전방위적인 외부 자금 확보는 양날의 검이다. 운영자금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현 사업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 놓였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주가 등에 부정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그룹 대표 사업회사 녹십자 주가는 10월 2일 종가 기준 11만2500원이다. 1년전 10월 2일(16만3500원)과 비교하면 31.19% 빠진 수치다. 녹십자그룹의 선택은 전자다. 시장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사업 지속성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동시다발적 외부 자금 조달을 택했다. 일종의 승부수다.2019-10-04 06:11:48이석준 -
[기자의 눈] 위장점포를 보는 약사-보건소의 다른 시선[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한 편법약국 개설 논란을 쫓다보면, 약사들과 보건소의 좁히기 힘든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최근 병의원들이 건물 1층에 의원과 카페 등의 다중이용시설을 입점시키면서, 약국을 임대하는 시도는 늘어나는 추세다.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점점 더 기승을 부리는 것만은 틀림없다. 일부 지역에서는 4평 규모의 의원을 등록한 뒤 약국 개설을 시도했다가, 결국 의사를 구하지 못 하며 약국이 문을 닫게 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이같은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나오는 지적이 '위장점포' 문제다. 약사들은 보건소가 약국 개설을 위한 위장점포인지를 조사·검토해 허가의 판단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병원 건물 외부에는 간판도 없는 카페가 높은 임대료를 내고, 하루 열명의 손님만을 받으며 병원 건물 1층에서 운영을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유사 편법약국 개설 사례를 겪은 서울 모 약사는 "만약 하루에 손님이 10명 아래로 찾아오는 상가가 서울 한복판에서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한다면, 그건 정상정인 운영이라고 봐야하느냐"고 되물었다. 따라서 보건소는 위장점포로 의심되는 상가들이 정상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조건인지까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국민권익위는 약 1평 규모의 네일아트가게를 위장점포로 해석해, 지역 보건소에 약국 개설처분에 대한 시정권고를 내린 적이 있었다. 당시 권익위는 네일아트가게의 면적, 하루 이용 방문객, 약국과 의원의 독점적 처방관계 등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약사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지역 약사들은 보건소들도 권익위처럼 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의약분업의 취지에 어긋나는 자리의 개설 시도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건소는 다중이용시설의 운영 현황을 근거로만 약국 개설을 허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약사들은 편법 개설에 동의하는 행정편의적 허가 방식이라고 비판하고, 보건소는 약사법상 위반사항이 없고 위장점포를 입증할 증거도 없다고 맞선다. 결국 유사 사례들은 논란 끝에 개설 허가가 이뤄지고 있고, 이는 일부 과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네약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약사들은 편법 원내약국 차단을 위해 국회 발의된 약사법 개정안과 복지부의 약국개설등록업무협의체에 희망을 걸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로 법안 통과는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누구보다 문제를 잘 인식하고 있는 복지부가 먼저 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인 가이드를 제시하길 기대해본다.2019-10-01 18:37:31정흥준 -
[기자의 눈] 라니티딘 사태, 책임공방 벌일 시간 없다[데일리팜=이탁순 기자] 항궤양제 '라니티딘' 성분 제제에서 발암우려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판매가 금지되면서 벌써부터 책임공방이 뜨겁다.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이어서 정부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한 늦장대처 지적도 나오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선 안 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향후 이와 관련된 사건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일단 작년 발사르탄 사태도 그렇지만, 검증기술의 발달로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리란 보장이 없다. 우리 나름대로 완벽한 준비를 한다해도 예기치 않은 곳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미국FDA나 유럽EMA보다 정보습득이 늦었다고 식약처를 크게 나무랄 필요도 없다. 어차피 두 기관의 인력규모나 검증시스템, 경험과 노하우에서 식약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중요한 건 미국FDA와 유럽EMA가 독점하고 있는 의약품 위해정보를 재빨리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도 드러났듯 FDA가 라니티딘에서 소량의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했지만, 해당 품목의 원료 생산지, 시험·검사법, 추정되는 원인 등은 베일에 가려져 있어 우린 부랴부랴 원료 전수조사를 거쳐야 했다. 물론 해외정보를 검증하기 위해선 국내 유통품목 조사가 불가피했지만, FDA가 확보한 구체적인 정보를 사전에 알았다면 어느정도 결과에 대비할 시간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면 제약사들이 스스로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통과 요양기관의 혼란도 최소화됐을 것이다. 해외기관 간의 협력 시스템 마련은 정부가 그 중요성을 깨닫고 핵심의제화해서 상대방 국가와 논의해야 한다. FDA, EMA와 협력이 어렵다면 주변 국가간 실시간 정보교류를 통해 예측가능한 위기관리 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 두번째는 사태 수습으로 발생한 비용 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식약처도 업계 설명회에서 이야기했듯 이번 사태는 누구 잘못으로 일어난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교환·환불 및 회수에 따른 비용은 대부분 민간이 책임지고 있다. 더구나 정부는 발사르탄 사태 때 손실된 건강보험 비용을 제약사에 구상권을 청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역시 제약사 책임이 아니라고 하면서 손실을 민간에 떠넘긴다면 앞으로 누가 정부정책에 신뢰를 갖겠는가. 앞에도 언급했지만, 이런 사태가 또 안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처리비용에 대해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합의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의약품 회수나 교체 과정에서 불만이 일어나지 않고 신속 수습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일반 국민들도 의약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성분명 처방이나 국제일반명(INN) 등 보다 소비자 친화적인 정책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유관단체들과 협의가 필수적이지만,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합의 전 검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쪼록 이번 일을 교훈삼아 전 국민이 불만없는 의약품 위기관리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길 바란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라니티딘 제제 판매금지 이후 곧바로 보건당국과 직능단체 간 양방향 소통과 위기상황 대응매뉴얼 확립 의견을 복지부와 식약처에 전달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생각한다.2019-09-30 16:53:48이탁순 -
[기자의 눈] 약국에 다시 찾아온 의약품 회수 악몽[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라니티딘 사태에 약국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발사르탄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 벌어진 라니티딘 성분 완제의약품 269품목 전량 회수 조치에 일선 약국들은 적지 않은 혼란을 겪고 있다. 약사들은 이번 라니티딘 회수 조치가 발사르탄 사태 그 이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량 회수 조치이다 보니 대체조제가 불가능하고 관련 성분 약을 처방받았던 환자는 일일이 병원을 찾아 재처방받고, 약국에서 다시 약을 투약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약사들은 약봉투에서 일일이 라니티딘 제제 약을 골라낸 후 변경된 약을 넣어 재조제하는 수고를 떠안게 됐다. 30일 이상 장기처방의 경우 약국이 감내해야 할 수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대형병원 문전약국들이 회수 조치 발표 전부터 초긴장 상태였던 것도 그 이유에서다. 재조제와 일반약 교환, 환불도 문제지만 이번에도 역시 환자들의 원성과 항의는 약국의 몫이 될 듯하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 민원은 약을 만든 제약사도, 이를 검사하고 회수 조치를 내린 식약처도 아닌 병원, 약국이 떠안아야 하는 형편이다. 이미 지난 발사르탄 사태 때 질릴대로 질리게 경험했던 약사들이다. 어느 개국약사는 “불량약을 만든 건 제약사인데 처방약을 뜯고 약을 다시 분리해 조제하고 환자 불만을 다 감내해야 했던 수고는 누굴 위한 봉사였나. 더 복잡하고 긴시간을 투자해야 했던 재조제, 이로 인해 다른 약국으로 가버린 환자 등을 생각하면 약국의 손해는 단정할 수 없다"며 지난 발사르탄 사태 당시를 회상했다. 반복되는 의약품 원재료 안전성 문제와 정부의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약사는 지치고,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더 이상 제3의 발사르탄 사태는 없길 바란다.2019-09-26 20:46:11김지은 -
[기자의 눈] '불순물 라니티딘' 깊어지는 산업계 우려[데일리팜=정혜진 기자] '제2의 발사르탄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온 약업계가 전전긍긍하며 식약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추석연휴 이후 라니티딘 불순물 검출 뉴스가 끊이지 않으면서 업계 불안감도 높아진다. 모두가 이번 라니티딘 사건을 바라보며 발사르탄을 떠올리는 건, 그만큼 지난해 7월7일 발생한 발사르탄 사건 후유증이 깊고도 오래 갔기 때문이다. 당사자인 제약사들은 식약처가 허가한 원료를 사용하고도 '발암물질 든 고혈압약을 만들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죄인 취급을 받았다. 약을 교환받고자 약국에 들이닥친 환자들에게 무방비 상태에서 항의를 받은 약사도 만만치 않다. 병을 고치려 먹은 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환자들 심정은 또 어땠을까. 잘못된 원료의약품 하나가 모두에게 고통으로 남았다.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발사르탄 제제 회수에 쏟아부은 유통 사정은 미처 알려지지도 않았다. 문제 의약품을 골라내 낱알 단위의 수백가지 품목을 약국으로부터 회수해 제약사에 전달하는 과정은 대부분 유통이 할 수 밖에 없었다. 도매업체들이 불순물 의약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 인력, 전산 비용을 감당했지만 이걸 보상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제약, 유통, 약국, 환자 중 잘못한 사람은 없는데 모두가 피해를 봤으니 보상받을 방법이 묘연했다. 업계는 일부 제품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돼 강제회수 명령이 떨어지지 않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식약처의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문에 그 발표의 내용이 어느정도 수위가 될 지, 이번에도 아무 대가 없이 낱알을 세고 반품, 정산을 처리하느라 온 직원이 밤을 새야 할지 걱정하는 유통업체가 한둘이 아니다. 정당한 유통마진을 받고 배송하는 만큼, 의약품 문제 발생에 따른 반품, 회수도 유통이 도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의약품 생산, 유통에 걸친 모든 주체가 별다른 보상 없이 사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았던 만큼 특별히 유통만 손해를 보았다고 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발사르탄 사태 1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정산을 마무리짓지 않은 제약사, 문제가 생기면 손놓고 제약과 도매, 약국에서 알아서 해결하길 기다리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유통업계의 목소리가 허황된 것만은 아님을 알게 된다. 모두가 분담해야 하는 고통을 다른 주체에게 떠넘기려는, 크고 작은 관행이 아직도 업계에 팽배하다. 그리고 이러한 '관행'이라는 이름의 피해는 결국 힘없는 소규모 업체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제약사든 의약품 유통업체든, 국민 건강을 위해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책임감과 자부심만으로 버티기 힘든 시절이다. 경쟁은 치열해지고 정부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는데, 이제는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는 의약품 이슈의 뒷수습까지 군소 유통업체가 떠맡고 있다. 만약 라니티딘도 회수 명령이 내려진다면 이번에는 어떨까. 제약사와 유통업체 한숨이 깊어진다.2019-09-25 06:10:28정혜진 -
[기자의 눈] 라니티딘 불순물, 어떻게 마무리될까[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제2의 발사르탄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최종 조사결과지에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출'이라고 적힐 경우, 연 2700억원 규모의 라니티딘 시장에서 그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관건은 조만간으로 예상되는 식약처의 조사결과 발표다. 현재 식약처는 잔탁 오리지널 3개 품목(긴급조사 결과 미검출)을 제외한 나머지 392개 품목과 원료의약품 제조소 11곳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10곳 중 4곳을 지목해 원료약 사용현황을 상세히 기재토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이 추가조사에서 NDMA가 과다 검출될 경우, 제조·판매 중지나 회수 등의 결정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결정이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라니티딘 제제를 판매 중인 국내사는 단일제의 경우 99곳, 복합제의 경우 139곳에 달한다. 사실상 주요 제약사 대부분이 판매 중이다. 파장이 제약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라니티딘 제제의 전체 생산·수입실적은 2664억원에 달한다. 발사르탄 사태 때의 시장규모(약 2900억원)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얼마나 많은 원료약 제조소에서 문제가 발견되느냐에 따라 발사르탄 사태 때보다 더 큰 매출타격도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제2의 발사르탄 사태로 커져선 안 된다. 제약사의 손해를 정부가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문제가 있다면 제조중지든 판매중지든 회수든 적절히 조치하면 된다. 다만, 사태의 책임을 제네릭 의약품과 이를 생산하는 국내 제약업계 전반으로 돌리진 말자는 것이다. 발사르탄 때도,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제약업계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네릭 난립이 근본원인이라며 각종 조치를 단행했다. 작년여름 발사르탄에서 NDMA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 과연 공동생동 폐지와 제네릭 약가인하, 그리고 정부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보건복지부 검토 중)를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이번 사태는 어떻게 마무리될까.2019-09-23 06:10:33김진구 -
[기자의 눈] 첩약급여서 약사·한약사 빼자는 한의사[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한의사, 약사, 한약사, 시민단체 등이 협의중인 한약(첩약)급여 시범사업이 난항에 빠졌다. 지난 4월 구성된 한약급여화협의체 첫 회의 이후 5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협의체는 아무런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채 표류중이다. 회의 초반부터 가시밭길을 예고했던 첩약보험은 예측을 한 뼘도 비껴나가지 않고 한의사, 약사, 한약사 직능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갈등 배경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첩약보험 시범사업 내 약사와 한약사 비중을 대폭 축소하겠다는 한의사 주장이 갈등 악화에 한 몫 톡톡히 했다. 사실상 '한의사의, 한의사에 의한, 한의사를 위한 첩약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일부 강성 한의계 인사들과 대한한의사협회 생각이다. 약사·한약사 비중을 최소화하겠다는 한의협 최혁용 회장 집행부의 입장 표명에도 일부 한의사들은 "우린 약사·한약사와 같이하는 첩약보험을 허락한 적 없다"며 한의사 단독 정책이 아니면 협의체를 파기하란 식의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 한의사들이 이제 막 논의를 시작한 첩약보험 정책을 제 입맛대로 주무르려 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한의협은 이미 한약제제 분업 보이콧을 선언한 상태다. 한약제제 분업이 자칫 미래 한방완전분업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한의계 여론을 수렴한 결과다. 결과적으로 한의사는 '한약제제를 포함한 한방분업 절대 반대'와 '약사·한약사 낀 첩약급여 절대반대'를 외치고 있는 셈이다. 직능 간 이해관계를 떠나 일부 한의사들이 이같이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은 약사·한의사는 물론 환자와 국민 비판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첩약보험은 특정 직능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꼭 필요한 한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건강보험을 적용해 부담을 낮춰 건보적용률을 높이는 게 첩약보험의 목표다. 애초 오는 10월 시범사업을 예고했던 첩약보험은 연내 협의체 합의안 도출 여부마저 불투명한 상황에 빠졌다. 한약사는 한의사 중심의 첩약급여 시범사업이 도입된다면 차라리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며, 약사 역시 첩약 안전성 문제 해결을 필두로 한약제제와 한방완전분업이 이행될 때 바른 한약급여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결국 한의계가 한약사와 약사를 배제하고 한약급여 등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일방적인 계획을 철회하고 상호 합의안 도출에 협력할 때 협의체가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첩약급여는 지난 2013년 약사·한약사와 함께 할 수 없다는 한의계 반대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7년여만에 재결성된 협의체가 갈 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자 과거와 같은 사태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감이 곳곳 감지된다. 만약 이번에도 무산된다면 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복지부 역시 치명상을 입게 된다. 협의체 참여 직능단체들이 타 직능을 배제하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지엽적 회무를 철회하고 '국민 한약 안전성·보장성 강화'란 목표를 향해 차근차근 합의안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기대한다.2019-09-20 06:13:16이정환 -
[기자의 눈]계약해지에도 쿨한 렉시콘의 여유[데일리팜=안경진 기자] 프랑스 제약기업 사노피와 미국 제약사 렉시콘 파마슈티컬스가 끝내 결별했다. 7월말 사노피의 계약해지 통보 이후 렉시콘사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진퀴스타(성분명 소타글리플로진)' 공동개발 계약을 둘러싼 양사 갈등이 극에 달했는데, 2개월 여간의 협상을 거쳐 합의점을 찾은 모양새다. 렉시콘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9월 9일부로 양사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고 '진퀴스타'의 1·2형 당뇨병 적응증 관련 글로벌 판권을 전부 되찾았다고 밝혔다. 사노피가 진퀴스타 관련 임상시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대신 총 2억6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확인된다. 합의 조건에 따라 사노피는 계약종료와 동시에 2억800만달러를 렉시콘에 건내고, 12개월 이내에 잔금을 치러야 한다. 렉시콘은 계약해지 과정에서 확보된 위약금을 진퀴스타 개발에 전격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1형 당뇨병 환자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프로그램을 비롯해 '진퀴스타'의 핵심임상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짓고, 미국과 유럽 보건당국에서 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양사의 결별과정을 지켜보다보면 기술수출 계약해지라는 악재 가운데서도 당당하게 잇속을 챙긴 렉시콘사의 여유가 인상적이다. 사노피는 지난 2015년 3상임상 단계의 당뇨병 신약후보물질 소타글리플로진을 도입하면서 렉시콘사에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 3억달러를 지급했다. 또한 최대 14억달러의 경상기술료와 10% 이상의 판매로열티를 보장했다. 간판제품인 '란투스'를 대체할 차기 성장동력이 그만큼 절실했단 얘기다. 구체적인 계약해지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당뇨병 시장 입지가 4년 전보다 한결 좁아진 사노피가 위약금까지 물어가며 진퀴스타를 반환한 데는 시장성공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올해 초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당뇨병성케톤산증(DKA) 발생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진퀴스타의 1형 당뇨병 치료제 허가를 거부한 점이 계약해지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향후 진퀴스타가 당뇨병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하지만 계약성사부터 해지에 이르기까지 렉시콘이 사노피와 일방적인 갑을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의 파트너사였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로넬 코츠 렉시콘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종료와 관련 "지난 4년간 이어온 사노피와의 파트너십이 상당히 생산적이었다"고 자평했다. 아름다운 결별은 없다지만 이 정도면 꽤나 성공적인 계약해지가 아닐까. 렉시콘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계약체결 당시부터 해지에 대비한 조항을 철저하게 마련한 덕분일 것이다. 이미 파이프라인 상업화가 임박했고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에 유리한 계약을 이끌어냈을 가능성도 높다. 아직은 기술수출 계약 성사 자체만으로도 반가운 게 현실이지만, 언젠가는 결별에도 당당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도 생겨나길 기대해본다.2019-09-18 06:10:53안경진 -
[기자의 눈] '코리아 패싱' 기획 취재 에필로그[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사 잘 봤습니다." 참 중의적인 피드백이다. 같은 말이지만 기사에 공감할 때도, 반감을 애둘러 표현할 때도 사용된다. 지난달 의약품 코리아 패싱 현상을 다룬 3편의 기사(관련기사 참조)는 유독 취재와 작성에 어려움이 많았다. 제도를 둘러싼 정부와 산업계와 첨예한 입장차는 항시 존재한다지만 '코리아'라는 단어에서 비롯되는 '애국'의 경계가 자칫 밸런스(balance)에 영향을 미칠까하는 우려 탓이었다. 제약업계 역시 조심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기사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던 다국적제약사 대상 설문조사는 20개 업체의 대답을 받아내는데, 한달의 시간이 소모됐다. 아직까지 '신약=다국적사'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약가가 낮아, 이대로는 우리회사가 약을 안 팔 것이다"라는 말은 부담을 준다. 해당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환자'라는 계층을 내려놔야 한다. 단순히 한국법인을 떠나 본사 차원에서 난감함을 표했다는 여담도 있었다. 같은 '익명' 담보라 하더라도, 댓글과는 성격이 다르다. 한 제약회사의 대표성을 지닌 의견은 업계 대표성의 일부가 된다. A7을 A10으로 바꾸고 ICER값 상향, 제도의 근본적인 조정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비공개 약가 비중을 높이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음을 보더라도, 정도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들이 엿보인다. "자국민 건강을 위해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는 한 다국적사 약가담당자의 말은 진심을 담고 있었다. 재정부담을 늘리는 것이 아닌데, 비공개 약가 문제에 선비처럼만 접근할 수는 없다. 참조하기 좋지만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의 딜레마는 짊어져야 할 짐이다. 시민단체 눈치보기는 여전하지만 정부가 위험분담계약제(RSA, Risk Sharing Agreement) 확대의 첫발을 뗀 것도 고무적이지만 잔존하는 갈증을 위한, 패싱 최소화를 위한 움직임은 지속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바라고 당부하게 되는 것은 '약'이라는 재화에 대한 책임감. 제도개선 과정의 중간에, 본사 설득의 논의 과정에 '우리회사의 약을 우리나라에 가져오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수반됐으면 하는 가치이다. "약이 잖아요. 벤츠 자동차가 아니라, 샤넬 가방이 아니라 약이 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씁쓸해요." 기사에 나왔던 문구는 정부 측의 코멘트가 아닌, 어느 다국적사 약가 담당자의 고백이었다.2019-09-16 06:12:04어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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