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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마스크 판매이력제, 약사의 힘 보여줄 때

  • 이혜경
  • 2020-03-05 18:30:27

[데일리팜=이혜경 기자] "마스크 판매이력제. 이제 약사의 힘을 보여주세요." 요즘 같은 시기, 꼭 약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전국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사, 간호사들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대구와 청도로 떠났다. 연일 그곳에서 코로나19를 힘들게 이겨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언제 잡힐지 모르는 코로나19 확산의 불안감 속에 국민들은 정부의 권고대로 개인 위생 관리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권고사항이 있다. 바로 마스크 착용이다. 오죽하면 1매에 6000원 하는 K94 마스크를 '황제마스크'라고 부르고 있다.

'마스크 부익부빈익빈'.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 전파된지 40일 만에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게 마스크가 됐고, 이제는 돈이 있어도 구할 수 없는 위생용품이 마스크가 됐다.

지난달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특단의 조치를 냈다.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 일부개정 고시'를 발표하고 26일부터 생산되는 마스크 수량의 절반 이상을 약국, 우체국, 농협하나로에 우선 배포하기로 했다. 마스크 공적판매처가 현실화 됐다. 가격과 수량도 정했다. 약국은 1곳 당 하루 100매를 공급 받았고, 1인에게 1매당 최대 1500원씩 5매 이하로 판매할 수 있었다.

그동안 전염병으로 인한 국가적 재난 사태에 앞서 봉사하던 의사, 간호사의 역할은 빛났고, 뒤에서 남모르게 애쓰던 약사들의 역할을 묻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2만5000여개의 약국에서 마스크 공적판매처에 동참하면서 주말에 문을 열지 않은 우체국, 농협하나로 등을 대신해 국민의 위생을 책임졌다.

공적판매처 지정 이후 본연의 업무인 의약품 조제 및 판매를 위한 환자 대면 보다 마스크를 찾는 국민들을 대면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마스크 대란'이라 불렸다. 대란 속에 약사들은 단골 손님에게 마스크를 먼저 챙겨준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고, 사재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알 수 없는 비난도 들어야 했다. 약국이 공적판매처로 참여하면서 나왔던 우려의 목소리가 역시나 들려왔던 것이다.

공적마스크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판매처로 나섰던 약국, 그리고 구입하는 국민들 모두가 불신하는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마스크 판매이력제와 판매량 제한 카드가 나왔다. 정부가 공적마스크 유통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칼을 꺼내들었다. 대부분 그 시작이 경북 문경에서 약국을 하고 있는 현직약사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제안한 DUR(Drug Utilization Review)을 활용한 약국 판매이력제 활용이라 알고 있지만, 정부는 마스크 대란이 발생한 지난 주말부터 공적마스크 유통체계 개편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기획재정부를 컨트롤 타워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의약단체 등이 참여하는 회의가 여러차례 열렸고, 가장 먼저 논의됐던 게 DUR을 활용한 판매이력제였다. 하지만 DUR은 병·의원, 약국 등 요양기관에서만 쓰일 뿐 아니라, 공산품과 달리 고유코드를 부여받은 의약품에 한하고 있는 만큼 의약외품인 마스크의 중복판매를 관리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랐다.

다음으로 논의된 방안이 심평원 요양기관업무포털과 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다. 두 시스템 모두 약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만큼 마스크 판매이력제에 활용할 수 있다는게 이유였다. 둘 중 마약류 보다 업무포털이 향후 공적판매처인 우체국과 농협하나로 등에도 확대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판단되면서 심평원이 DUR 원리를 이용한 시스템을 개발, 이번 주내로 약국에서 먼저 마스크 판매이력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로 협의됐다. 이르면 오늘(5일)이나 내일 기재부가 최종 방안을 발표하게 된다.

지난 4일 데일리팜이 전국 개국약사 656명을 대상으로 카카오톡으로 시행한 공적마스크 유통 긴급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마스크 중복구매 방지 시스템 도입에 약사 64.7%(425명)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반대한다'는 약사는 35.3%(231명)였다. 비슷한 시기 데일리팜 홈페이지 이슈앤폴(issue&poll)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볼 수 있다. 참여한 약사들은 중복구매 방지 시스템이 DUR인지, 요양기관업무포털인지, 마통시스템인지 파악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약사 10명 중 6명의 시스템 도입 찬성 의견은 어떤 시스템이던 약사가 공적마스크 판매를 위한 정부 추진 방안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괘를 같이 보면, 일선 약사들의 모임인 아로파약사협동조합은 약국의 마스크 판매이력제 소식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논평을 냈다. 이 조합은 "DUR이라고 지칭한 것은 익숙하거나 혹은 기대 시스템이기 때문"이라며 "마스크가 공평하게 배분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마스크 판매이력제 시스템으로 무엇을 활용하는지, 현재 상황에선 중요하지 않다. DUR 고도화 등 향후 약사 행위료에 수가를 매기는 시범사업에 판매이력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할 이유가 아니라면,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DUR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으로 마스크 판매이력제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마스크 판매이력제 시스템 도입이 언급되면서, 약국 등을 포함한 공적판매처는 마스크 구매자의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기존 판매 내역을 확인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건 예견된 사실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부터 약사들은 현장에 함께 있었다. 온 국민이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적 재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팔을 걷어부친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마스크가 보급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키' 또한 약사들이 쥐고 있다. 보조원이 없는 약사 1인 약국, 의약품 조제 만으로도 일손이 부족한 약국 등 어려움이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정부 고시대로 이번 공적마스크 판매는 길어야 4월 30일까지다.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국가적 재난 사태 해결에 약사들이 기꺼이 두 팔 벌려 참여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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