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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코로나 정복' 기업들 정말 떳떳한가요

[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코로나19 치료제(혹은 백신) 개발에 나서겠다.’

최근 이런 내용의 보도자료가 기자의 메일함에 부쩍 많아졌다. 코로나19 위기가 확산되면서 많은 제약사가 앞 다퉈 치료제 혹은 백신 개발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부는 순수한 의도로 읽히지 않는 게 사실이다. '주가 띄우기’ 목적이 너무 뻔히 보인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A업체는 사이토카인을 억제하는 신약을 개발 중인데, 이 물질이 코로나 치료에 쓰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임상시험계획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신규 항바이러스제를 개발 중인 B업체는 아직 임상1상도 끝나지 않은 후보물질을 코로나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도록 식약처에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신청했다고 홍보했다.

결핵백신을 개발하는 C업체도 코로나 백신 개발에 나선다고 했다. 자사의 면역증강제 기술로 바이러스 변이와 관계없는 범용코로나 백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바이오벤처들도 보도자료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코로나’ '치료제’ '개발’ 세 단어가 핵심이다. 나머지는 설득력을 얻기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 '임삼시험계획신청’이나 '사용승인신청’ 같은 단어는 실체가 없다.

연구개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해당 치료제 혹은 백신에 대한 연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그간 연구에서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일부 바이오벤처의 '의도’를 의심하는 이유다. 코로나 치료제·백신을 개발할 역량은 갖췄는지, 개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 그저 업체의 주장과 일방적인 가능성뿐이다.

보도자료는 대부분 '붙여넣기’에 가까운 형태로 기사화된다.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되고, 곧바로 주식시장이 반응한다. 언론과 주식시장은 공생관계를 구축한 지 오래다. 앞에서 사례로 든 세 업체 모두 적잖은 이득을 봤다. 상한가를 친 업체도 있다.

기시감이 든다. 가깝게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멀게는 2003년 사스 사태 때로 돌아가 보자. 지금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당시 많은 업체가 치료제·백신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그때도 주가 상승은 덤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지금까지 치료제 혹은 백신 개발에 성공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과연 개발을 천명했던 곳 중 얼마나 많은 업체가 지금까지 연구개발을 지속해오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얼마 전 중국에선 '브라이트진(BrightGene Bio-Medical Technology)’이라는 회사가 코로나 치료제와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가 망신을 샀다.

이 업체는 잠재적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를 모으는 '렘데시비르’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주가는 급등했다. 한 달여 동안 60% 가까이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상하이증권거래소가 나섰다. 중국 의약품당국으로부터 렘데시비르 제조승인을 획득하지 못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관련 자격을 갖추지 못했을 뿐 아니라, 대량생산 능력조차 없다고 분명히 했다.

결국 브라이트진의 주가는 하루 만에 20% 급락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물론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모든 제약사가 브라이트진처럼 불순한 의도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진 않았으리라 믿는다.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던 기업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시간이 흘러 코로나 사태가 수습되고 나면 비로소 기업의 양심이 체에 걸러질 것이다. 그때의 역풍은 기업 스스로가 감당해야 한다.

언론도 자성이 필요하다. 팩트 확인이 없는, 무비판적 붙여넣기 기사가 누군가에겐 피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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