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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약·유통·약국, 업종 간 불신 위험하다[데일리팜=정혜진 기자] 태풍이 오면 그 영향이 수면은 물론 고요하던 심해까지 미친다. 바닥에 가라앉아있던 것들까지 수면 위로 떠올라 작은 쓰레기부터 대형 쓰레기까지 강물에 떠내려가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라니티딘이라는 태풍에 약업계도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크고작은 문제점들이 많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큰 문제없이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라니티딘 전 품목 판매중단과 회수는 우리 업계가 그동안 안보려 애쓰며 묻어두고 있던 문제들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 대형쓰레기 중 하나는 업종 간 불신이다. 신호탄은 유통업계가 먼저 쏘아올렸다. 발사르탄 사태를 경험한 유통업계는 다시는 같은 피해를 반복할 수 없다며 일정 회수비용을 제약사로부터 보상받겠다는 뜻으로 '요양기관 공급가+회수비용 3%' 정산을 제약사에 요구했다. 한달여를 끈 끝에 중소형 업체를 중심으로 협상에 응하고 있지만, 대형제약사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유통과 약국은 어떤가. 약국은 유통이 반품을 제대로 받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도매업체들은 어차피 우리가 할 일이니 서두를 필요 없다 했지만, 약국은 회수와 정산을 하루빨리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중이다. 자칫 회수가 늦어지면 정산도 늦어져 약국에 금전적 피해가 올까 싶어서다. 제약과 유통, 유통과 약국 간 갈등은 불신에서 기인했다. 제약사는 정산비용 추가지급 자체를 꺼리기보다는, 이런 틈을 타 일부 도매업체가 꼼수를 부릴까 싶어 불안해하는 눈치다. 도매업체는 약국이 반품 피해를 도매에 떠넘길까봐, 약국은 도매업체가 반품을 기피해 결국 '생돈' 주고 매입한 약을 약국이 폐기처분할까봐 전전긍긍한다. 이 뿌리는 과거에 상대를 믿었다 피해를 본 경험에서 시작됐다. 한 도매업체 관계자는 도매업체의 회수비용 요구 근거를 믿지 못하겠다는 제약사를 보며 "그동안 우리 업계 선배들이 얼마나 꼼수를 부려 부당이득을 취했기에 제약사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나 싶어 새삼 우리를 되돌아보기도했다"고 말했다. 불신이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인데, 시쳇말로 해먹은 사람이 따로있는데 정직하게 영업하는 후배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그러나 서로가 꼼수를 부려도 사업이 굴러가던 시대는 지났다. 전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대다수 정상적인 업체들은 투명하게 거래하고 정산하고 있다. 또 그래야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다. 제약사와 도매업체, 약국도 과거보다 많이 투명해졌고 상당수 업체들이 과거처럼 영업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과거 경험에서 우러나온 피해의식과 일부 비정상적인 업체들을 근거로 '당신들을 믿을 수 없다'고 버틴다. 결국 불신의 결과는 라니티딘 회수 지연,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갈등과 감정 싸움이다. 문제는 상한 감정으로 앞으로도 계속 거래를 해야한다. 이번 라니티딘 정산 문제가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얼마만큼의 신뢰관계에서 거래를 할 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번 사태가 서로의 불신만 확인한 채 끝나지만은 않을 거다.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에 쓰레기 뿐 아니라 전에는 찾을 수 없었던 전복과 희귀한 물고기도 같이 떠오른다. 업종 간, 업체 간 불신을 해소할 기회도 함께 주어졌다. 서로가 솔직하게 정산 협상 태이블에 앉을 때다.2019-11-01 06:10:14정혜진 -
[기자의 눈] 병원약사 인력 공백 해법이 필요하다최근 요양병원에서 혼자 일하는 1인 약사의 제보가 있었다. 기존 업무도 벅찬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까지 관리해야 하니 가장 기본 업무인 조제와 처방 검토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정부도 문제를 알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는 "요양병원 약사 인력 부재가 환자 안전에 영향이 있냐"는 국회 질문에 "의료기관 내 약사 인력은 환자 안전 확보에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인력 기준 개선 검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근무약사가 부족한 요양병원은 전체 1540곳 중 35곳이나 됐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 요양병원에서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제보와 같이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약사 대부분 1인 또는 주 16시간 근무를 하며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약사가 부족하다는 시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지난 2010년 개정한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요양병원에는 1인 이상 약사나 한약사를 둘 수 있게 했고 200병상 이하는 이마저도 완화한 주당 16시간, 즉 시간제 약사를 허용했다. 복지부가 내놓은 데이터는 200병상 이상은 1인 약사가 조제부터 반품, 처방 검수 등 관리업무와 응급실·입퇴원환자 검토, 복약지도 등 환자안전과 관련한 여러 업무를 도맡아 해내야 하는 실정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특히 주당 16시간 근무는 단 2일만 약사가 병원에 있다는 얘기다. 이 외에는 무자격자인 보조인력에 의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복지부는 2017년 병원약사 인력 확보를 위해 약대 교육과정에 임상약학을 중점으로 하고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보냈다지만 단순히 인력만 늘리려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PEET를 치른 약대 졸업생의 평균 나이는 올라만 가고 이들은 수익과 근무지역, 미래라는 현실적 조건을 따질 수 밖에 없다. 향후 통합 6년제로 전환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 5월 병원약사 관리자 연수교육에서 복지부는 약물오류 환자안전사고 보고현황을 발표했다. 2016년부터 올해 3월까지 총 4726건의 약물오류 사고가 있었다. 처방오류가 2081건(44%)으로 가장 많았다. 요양병원에서는 129건만 보고해 단편적으로는 낮은 수치가 나왔다. 병원약사회는 그 이유를 "약물사고가 적어서가 아니라 약화사고 인과관계와 보고 인력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하며 약사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법적으로 요양병원 내 약사 근무 기준 규정부터 고쳐야 한다. 최소한 200병상 이하는 2인 이상으로 강화하고 200병상 이하 주16시간 근무약사는 없애 안정적인 근로 조건과 환자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1인 근무약사의 업무 역량을 정확히 평가하고 약사를 추가할 경우 환자 안전에 미치는 영향, 인력 수급, 의료계 수용 여부 등을 파악해야 한다. 국립약학대학원을 설립해 약사가 필요한 의료기관에 일정 기간 근무하는 공공약료인력을 육성하는 것도 고민해볼 의제다. 대한약사회는 전문의약품은 공공재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다룰 약사가 부족한 현실이다. 결국 약사도 공공재라는 인식으로 다가서야 한다. 복지부는 2017년 6월 요양병원 특성을 고려해 당직의료인 배치 기준을 개정하며 의사 1인당 입원환자 200명에서 300명으로 높이고, 간호사는 1인당 200명에서 80명으로 줄였다. 노인요양시설에선 30인 이상 규모는 입소자 25명당 간호사(간호조무사) 1명을 배치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턴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을 통해 입소자 6인당 1명으로 개선해 24시간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요양병원이나 시설에선 의료행위보다 돌봄·건강관리가 더욱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2019-10-30 09:57:04김민건 -
[기자의 눈] 그들만의 경영 승계 벗어나려면[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중소형제약사 가업승계가 한창이다. 창업주 2, 3세들은 사장, 부사장, 대표이사, 등기임원 등 주요 보직에 초고속 승진하고 있다. 더불어 사실상 회사 주인이자 최고 결정권자인 최대주주에도 오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가업 승계는 어찌보면 당연하다. 가족 중 회사 경영을 이끌 적임자가 있다면 애써 일궈놓은 터전을 남에게 줄 필요는 없다. 다만 따져봐야할 부문은 있다. 가족 경영은 기대와 숙제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사업 지속성은 유지할 수 있지만 변화에 둔감할 수 있다. 외부와 단절된 주주 및 임원 구성, 내수의존도, 연구개발비와 연계된 미래 성장 동력 부재, 경영승계를 목적으로 운영한 계열사 성적 부진 등이 그렇다. 기업마다 경영 스타일은 다르다. 현 사업을 유지해 대대손손 잘 먹고 잘 사는게 목적이라면 변화는 필요없다. 다만 반대라면 외부 소통 등 변화의 과정은 필연적이다. 일부 중소형제약사는 전문경영인 영입, 바이오벤처 지분 투자, 시설 투자, R&D 등으로 성장 동력을 만들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 가족경영 기업인 일성신약은 전문경영인을 들여왔다. 효과 여부는 지켜봐야겠지만 상근 등기임원 8명 중 5명 오너일가 등 가족 일변도 경영진 구성에 일단 변화를 줬다. 최근에는 철옹성 자사주도 유통 물량으로 풀었다. 일성신약 자사주는 유동주식수의 50%에 육박해 유통주식수(거래량) 부족 주범으로 평가받았다. 현대약품은 수년째 이어진 저마진 구조에도 매출액의 10% 정도를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는 영업이익의 11배가 넘는 135억원을 R&D에 집행했다. 올해도 3분기만에 100억원을 넘어섰다. 중소형제약사의 가족경영 세대교체는 변화냐 안주냐의 갈림길로 볼 수 있다. 그들만의 경영 승계가 되지 않으려면 외부 소통 등을 통한 기존 사업과 향후 전략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물론 안주를 택한다면 그들만의 리그로 남아도 괜찮다.2019-10-28 12:15:54이석준 -
[기자의 눈] 법원 판결문에 나타난 약사들의 짐[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임차 약사가 건물주를 상대로 제기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드러난 약국의 현실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건물주의 방해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며 약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정작 이번 판례에서 눈길이 가는 부분은 그간 클리닉 건물 내 독점 입점이란 명목으로 약사가 짊어져왔던 짐들이었다. 이 약국은 건물 내 의원 3곳에 매달 200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지불한 것은 기본이고,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임대료를 인상하는 건물주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계약이 만료돼 새 임차 약사를 구했지만 건물주는 새 임차 약사에 무리하게 인상된 임대료를 제시하거나 약국을 더 입점시키겠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임대차계약을 방해했다. 결국 약사는 권리금도 회수하지 못한 채 약국 문을 닫을 형편이 됐다. 이쯤되면 갑을 관계라고 표현하기에도 부족하다. 비단 이 약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매월 수백만원대 병원 지원금은 기본이고 상가 내 병원 입점을 위한 광고비까지, 의약분업이 파생해 낸 오늘날 약국가의 현실이다. 실제 한 병의원 개설 컨설턴트에 따르면 최근 약국 개설 시 10곳 중 7곳 이상은 병원지원금을 요구받고 있다. 약국에 노골적으로 지원금을 요구하는 병의원은 늘고 있고, 그 방법도 다양하고 교묘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처방전을 사이에 둔 병원과 약국 간 은밀한 거래가 공공연하다 못해 당연시 여겨지는 형편까지 이른 것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의약 담합을 근절하기 위한 대안 마련에 나선 모습이다. 오는 12월에 있을 대한약사회, 복지부 간 약정협의체에서는 의약담합 실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오고갈 예정이다. 정부도 더 이상 병원지원금으로 불리며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오고가는 의약 담합 실태를 지켜보고만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병원-약국 간 관계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약사사회 내부적으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약사들이 스스로 굽히고 들어가는 상황에서 치부와도 같은 이 문제를 어떻게 수면 위로 올리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잊지말아야 할 것은 처방전과 지원금을 사이에 둔 병원, 약국 간 아슬아슬한 공생 관계가 약사 개인의 치부나 불합리한 대우에서 끝나지 않는단 점이다. 병원과 약국 간 금전을 사이에 둔 관계는 결국 의약 담합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곧 환자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부가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의약 담합에 관심을 가져 다행이다. 이제라도 물밑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그 연결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정부와 약사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할 때다.2019-10-24 21:39:13김지은 -
[기자의 눈] 의약담합은 정부의 품에서 키워졌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복지부가 최근 약정협의체를 통해 의약담합 문제를 겨냥하며 개선 의지를 드러냈지만, 대응책 마련에 대한 약사들의 기대감은 바닥이다. 정부는 의약사가 돈을 주고받으며 담합을 하는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 리베이트와 쌍벌제 등을 언급하며 처벌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복지부 관계자가 최근 기자들과 진행한 현장질의 답변에서 가감없이 드러난다. 이 관계자는 약사법 24조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쌍벌제 규정을 언급하며, 리베이트와 같은 수위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자정과 제도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문제가 밝혀지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겠지만, 모종의 거래에 대해서만큼은 자정을 통해 주고받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른바 병원지원금을 주고받는 담합 행위는 겉으로 드러난 일부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약사들의 중론이다. 의약품 선택에 대한 권한을 의사에게 집중시키고, 분업의 취지를 비껴가는 편법약국 개설들에 눈감아주면서 의약담합의 환경을 조성한 건 오히려 정부라는 지적이다. 1%대로 현저히 낮은 대체조제율, 발사르탄과 라니티딘 사태에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국제일반명처방, 편법약국개설을 막기 위한 약사법 개정 등이 진척되지 않는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문제에 대한 관리 감독과는 별도로 처방조제 환경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다면, 불공정한 거래는 결국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약담합은 결국 환자에게 가는 보건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약사가 처방보다는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약국들이 더 나은 서비스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현재로선 의약담합에 동의해야만 약국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 시스템이 망가진 상황에서 구성원의 선택이 잘못됐다고만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의약담합을 개선하기 위해 대체조제와 국제일반명처방, 편법약국 개설방지 등을 위한 종합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2019-10-22 18:30:57정흥준 -
[기자의 눈] NDMA에 대처하는 두 가지 방법[데일리팜=김진구 기자] 글쓰기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두괄식과 미괄식, 그러니까 전체의 핵심을 머리에다 두느냐 꼬리에다 두느냐의 차이다. 두괄식은 판결문이나 기사에 주로 쓰인다. 사실 전달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판결을 먼저 내리고 양형이유를 설명하는 식이다. 미괄식 구조는 논문에서 쓰인다. 사실 전달보다는 설득이 목적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러한 결론이 나왔는지 그 과정을 납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니티딘 사태를 보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두괄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먼저 판매중지를 내린 뒤, 라니티딘에서 NDMA를 검출하는 시험방법을 공개했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에는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방법 설명회도 열었다. 그러나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식약처의 두괄식 처리에 불만이 적지 않은 듯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전 품목 판매중지로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상태에서 뒤늦게 복잡하기만한 검사법을 공개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기자에게 푸념을 늘어놨다. 미국을 보자. 한국과는 달리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괄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있다. 맨 처음 NDMA 검출 우려를 전했고, 이어 시험법을 공개했다. 정부 차원에서 내린 조치는 아직 없다. 유럽의약품청(EMA)도 마찬가지다. 대신 결정은 업체가 내렸다. 업체는 공개된 방법으로 시험을 하고, 자체 판단 하에 판매중단이든 회수든 결정했다. 시험법 공개 전에 자체적으로 판매를 중단한 업체도 있다. 한국과 미국 중에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아직 판단하기에 이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식약처는 ‘설득’ 대신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엇갈린 판단이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지켜볼 부분이다.2019-10-21 06:10:28김진구 -
[기자의 눈] 한의협, 첩약급여 정공법으로 돌파해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국민이 먹는 한약(첩약)의 건강보험 적용 이슈가 결국 보건복지부 주관 첩약급여협의체 내부 논의를 넘어 국회 국정감사 수술대 위에 올랐다. 대한약사회와 대한한약사회 등 한약 전문가들이 줄기차게 지적해 온 '한의원 공동이용 원외탕전실'의 취약한 규제 현실도 여실히 공개됐다. 한 명의 한약사가 3000개에 달하는 한의원의 한의사 처방전을 관리하고 첩약을 대량 조제하는 원외탕전실에 감시주체인 복지부가 인증 도장을 찍어주는 규제 헛점이 주요 비판거리였다. 결국 국회와 국민이 첩약급여를 향해 요구한 것은 첩약의 안전성·유효성과 경제성평가 자료다. 자료 요구 수준 역시 방대하거나 엄청난 게 아닌 환자가 질환 치료를 위해 첩약을 먹어도 안전한지, 효과는 있는지, 첩약에 국민 세금을 집어 넣어 보험권 안에 진입시켜도 낭비가 아닐지를 판단할 기초 자료다. 건보료를 내고 직접 한약을 사먹을 국민으로서 이같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대한한의사협회는 첩약 안유·경평자료로 정책 알맹이를 채우기 보다는 청와대와 복지부 등 유관부처를 만나 첩약급여를 '문재인 케어'와 결부시켜 외연을 화려히 하고 정책을 통과시키는데만 급급한 모습이다. 한의협이 첩약급여와 문케어 찬성을 조건으로 청와대와 밀약을 맺었다는 김순례 의원 지적에 한의협 최혁용 회장은 "첩약급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열 번이라도 엎드려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최 회장이 제출한 첩약 유효성·안전성 자료와 경제성평가 자료가 없어 첩약급여 심사를 검토할 수 없었다는 게 김승택 심평원장의 답변이다. 한의협이 과학적 근거와 국민 안전을 가장 우선으로 앞세워 추진해야 할 첩약급여를 지나치게 정치적으로만 해결하려 든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특히 첩약급여 국감 뭇매에도 한의협은 국회 지적을 '한의계 음해'로 규정, 격하했다. 최 회장은 "첩약급여 대척점에 선 약사 출신 김순례 국회의원의 한의계 공격으로 협회 노력이 왜곡돼 참담하다"고 했다. 약사는 한의협 첩약급여를 반대하기만 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최 회장의 문제인식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더욱이 김 의원이 지적한 첩약급여 안전성·유효성·경제성평가 자료와 관련해 최 회장은 아무런 해명이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한의협회장이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고 협회 이익에도 부합하는 첩약급여 정책 관철을 위해 누구를 만나고 어디를 가지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국민 건강이 최우선 과제라면 청와대를 찾아가 허리를 굽힐 게 아니라 첩약 내 중금속 등 안전성 입증 데이터와 막대한 건강보험재정을 투입해 보험을 적용할 필요성이 있는지 경제성평가 자료를 만들어 국민앞에 알리는 게 먼저다.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건보료로 국민 의심이 해소되지 않은 첩약을 보험화하겠다는 발상은 동의를 얻기 힘들다. 한의협은 첩약급여의 본 취지를 다시 새겨 청와대와 정부가 아닌 국민에게 떳떳이 자랑할 수 있는 첩약 안전성·유효성·경제성 데이터를 만들어 내는 정공법으로 첩약급여를 따내야 한다. 나아가 한의협은 첩약급여 유관 직능단체인 약사회와 한약사회를 대척점에 선 적군으로만 볼 게 아니라 국민 첩약 복용 효율성을 높일 정책 파트너로서 힘을 합칠 노력을 할 때다.2019-10-18 16:44:17이정환 -
[기자의 눈] 의약사도 모르는 의약품 성상 변경[데일리팜=김민건 기자] 제약사가 의약품 성상 변경을 공지한 내용이 일선 약국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여전하다. 의약전문가인 약사가 환자 신뢰를 잃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제형 크기나 색깔이 바뀌는 건 그나마 알기라도 쉽다. 최근 동일 제형 색상과 크기에 식별 표시만 바뀐 사례가 있었다. 제조일자에 따라 예전 식별 표시가 인식된 제품이 있었고, 다른 약통에는 새로 만들어진 제품이 들어있었다. 환자가 "약사가 이것도 모르냐"는 핀잔을 줄 여지가 충분했다. 분명히 같은 약인줄 알고 조제하고 받았는데 약통을 까보니 내가 알던 것과 다른 색깔, 크기, 식별 표시가 돼 있다면 약사도 환자도 황당할 수 밖에 없다. 환자는 약사한테 항의하면 된다지만 그 분노를 받아낸 약사는 누구에게 억울함을 전할까. 이 경우 약사들은 가장 먼저 "잘못된 약을 조제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런 걱정을 약사만 안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누군가에겐 사소할 수도 있는 성상 변경 사실을 약사가 아느냐 모르냐에 따라 전문가로서 위신이 서기도, 죽기도 하는 대한민국이다. 영화 타짜에서 주인공 고니(조승우)가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는 명대사가 오늘날 우리네 약국에 꽂힌다. 환자가 날린 독설에 애꿎은 약사의 마음만 타들어 간다. 그 환자가 해당 약국을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이다. 의약품 성상 변경 공지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제약사들이 의약품 유통업체(도매상), 약사회 등을 거쳐 전하는 행태는 변하지 않고 있다. 아예 알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약업계는 문제와 개선책을 안다. 바로 성상 변경을 의무적으로 고지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의약품 색상과 크기, 포장 등이 바뀌면 사전에 약국 등 요양기관에 의무적으로 알리는 방법이다. 정부는 법제화를 외면한다. 과잉 규제라는 입장이다. 제약사가 노력해야 한다거나 약사회 소통을 늘리면 해소할 수 있다는 말만 한다. 의약분업 이후 대한민국에서 의약품 조제와 복약지도 전문가는 약사다. 의약품 성상 변경 고지 의무화는 약화사고를 예방하는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다.2019-10-15 18:56:06김민건 -
[기자의 눈] 타그리소 1차요법 OS 결과의 기현상[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의사가 치료제의 보험급여 확대를 반대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약물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타그리소(오시머티닙)', 비소세포폐암에 쓰이는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타이로신키나제억제제(TKI)이다. 국내 일부 종양학자들이 급여 확대에 회의론을 제기하고 있는 적응증은 1차치료, 즉 처음 진단받은 환자에 대한 타그리소 처방이다. 회의론의 근거는 이 약의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을 확인한 FLAURA 3상 결과다. 아니, 정확히는 현재 일부 공개된 이 연구의 아시아인 하위분석 결과다. 연구를 통해 드러난 타그리소의 OS는 38.6개월로 1세대 약물인 '이레사(게피티닙)'와 '타쎄바(엘로티닙)' 대비 6.8개월 개선 효능을 입증했다. EGFR TKI 중 최초라는 점, 연구윤리 상 1세대 약물에서 T790M 변이가 확인된 환자의 크로스오버(Cross over) 처방을 인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면이 있다. 문제가 된 것은 아시아인 대상 하위분석의 위험비(HR, Hazard Ratio)였다. 타그리소의 아시아인 대상 HR이 0.995에 불과했던 것. 0.995라는 수치는 '1'을 기준으로 격차가 0.005라는 얘기로, 사실상 대조군과 차이가 없다는 의미다. 이를 근거로 "한국인이 속한 아시아인에서 타그리소의 OS는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종양학자로써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이것이 '급여'로 가면 기현상이 될 수 있다. 타그리소는 이미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 데이터를 근거로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이미 1차치료제로 시판허가를 획득한 약물이다. PFS 결과는 아시아인에서도 유의미한 유효성을 보였다. 1차요법은 정부가 투약을 승인한 적응증이란 얘기다. 급여는 여기에 비용효과성이 추가 고려된다. 국민건강보험제도인 우리나라에서 경제성평가를 진행하고 재정부담 추이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약의 급여권 진입을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처방권을 가진 의사에게 치료옵션은 다다익선이다. 타그리소의 1차요법 급여가 인정되도 선택권은 의사에게 있다. 이레사, 타쎄바, 지오트립이라는 선택지에 타그리소가 추가되는 것 뿐이다. 의학적 판단하에 한국인에 대한 타그리소 1차치료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거나 순차치료를 지지한다면 처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고가약시대인 요즘 의사도 재정을 걱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타 약제 대비 고가인 타그리소의 약가인하를 주장하면 될 일이다. 환자를 보는 의사가 "타그리소 1차요법, 급여 주면 안 된다"고 얘기한다. 차라리 그렇게 쓸모없는 약물임을 확신한다면 한국에서 1차요법 적응증의 허가 취하를 주장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더 타당하다. 신약의 가치를 평가한 연구결과가 공개됐을때 벌어지는 학자들의 갑론을박은 바람직하다. 각자의 지견을 바탕으로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고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의대 교수들의 의견은 당연히 다양한 영역에서 참고된다. 상대적으로 작은 타그리소 처방이 가능한 2차치료 도달환자 비율, PFS 데이터 등을 근거로 필요성을 얘기하는 의사들도 분명 존재한다. 영향력 있는 발언의 근간에 환자가 있어야 하며, 이권은 없어야 한다.2019-10-15 06:10:28어윤호 -
[기자의 눈]K-바이오, 투자자 신뢰회복이 우선[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주식투자 대상의 기업탐방이나 기업설명회(IR) 행사 참석은 자제하는 편입니다." 얼마 전 한 인기 경제 팟캐스트에 출연한 공인회계사가 밝힌 소신이다. '재무제표 모르면 절대 주식투자하지 마라'라는 책의 저자로 잘 알려진 이 회계사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하고, 종목을 고르는 투자 철학을 고수한다. 간혹 주가흐름이 예상을 벗어나 궁금증을 풀기 위해 IR 행사에 가보기도 하지만, 기업탐방이나 IR 행사에서는 대부분 좋은 얘기만 나오니 오히려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업탐방 다녀오면 투자하고 싶지 않은 회사가 없더라"는 동료 회계사의 말도 농담삼아 전했다. 한 회계사의 개인적인 투자원칙이 정답은 아니다. 더욱이 매출 자체가 발생하지 않거나 개발 중인 1~2개 파이프라인만을 보유하는 바이오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경우에는 다소 동떨어진 발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제약바이오기업들의 행태를 보면 곰곰이 곱씹어볼만한 얘기인 듯 하다. 지난 몇주간 코스닥에 상장한 일부 바이오기업의 주가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의 3상임상 실패로 주가에 큰 타격을 입었던 한 회사는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신청을 시도한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임상 중단 선언 이후 시총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가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지분을 늘렸다는 소식에 주가가 회복세로 돌아선 사례도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우려스럽게 바라본다. 바이오기업의 기술력에 대한 정확한 검증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소위 '카더라' 통신에 휩쓸려 무분별하게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단일 파이프라인이나 불투명한 재무운용 구조 등을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한계로 진단하는 언론보도도 쏟아져 나왔다. 투자자들에게는 언론보도나 주식 카페, 지인 등을 통해 얻는 정보 대신, 회사의 재무상태나 기술력을 토대로 투자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현명한 태도가 요구된다. 문제는 주식시장에서의 정보가 비대칭적이라는 데 있다. 오랜 시간을 들여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고 지표를 분석하는 기관투자자나 기업 내부 관계자들과 개인 투자자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기업의 IR은 이 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바이오기업 CEO들이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실패한 임상을 성공으로 둔갑시키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임상 실패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교묘한 용어를 사용하는 모습에서는 투자자들을 혼란시키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상습적으로 공시 규정을 어기는가 하면 임상 지연, 실패 등 주가에 민감한 경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빈번하게 제기되는 실정이다.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의식에서 비롯된 IR을 주가부양 수단으로 활용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 몇년간 수많은 국내 투자자들은 신약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배우는 과정에서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기업이 제시한 목표대로 신약이 허가를 받고 시장에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혹여 임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발매 성적이 좋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신약개발 본연의 신성한 가치를 훼손한 채, 투자자들을 기만하려는 태도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력과 더불어 그에 걸맞는 IR 원칙을 정립해 나가길 기대해본다.2019-10-11 06:10:59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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