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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마스크 수요예측 실패한 식약처

  • 이탁순
  • 2020-03-20 16:24:53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식약처가 이렇게 보건용 마스크 때문에 곤욕을 치를지는 몰랐을 것이다. 코로나19 환자 증가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하면서 식약처는 마스크 공급 관리에 우선순위를 두고 업무를 보고 있다.

아무도 예상 못 했던 일이다. 매점매석 단속을 시작할 때도 내부에서는 불멘소리가 들렸다. 식품과 보건제품의 안전성·유효성 심사라는 고유의 업무 대신 마스크 공급관리에 힘 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스크 구매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요즘 마스크 공급관리는 식약처의 주업무가 됐다. 부서 다수 인원들은 마스크 제조업체에 지원 업무를 나가고 있다. 양진영 차장은 햐루 250~300명이 현장에 파견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장에 나간 직원들은 마스크 생산이 원활하게 돌아가는지, 공급 배분은 초과·부족없이 적정하게 이뤄지는지 점검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부서에는 최소 인원만 남아 기존 업무를 보고 있다. 비상 시국인만큼 업무 과부하는 불가피하다.

식약처는 대구 신천지 환자에서 확진자가 쏟아지기 전까지는 마스크 공급이 이렇게 달릴 줄은 예상 못한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장기간 미세먼지 문제가 발생해도 마스크는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월말 식약처는 바이러스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하려면 KF94 이상 마스크를 쓰라는 여유까지 있었다. 그러다 2월초에는 KF80도 충분하다는 권고가 있었고, 지난 3월 3일에는 감염 우려가 높지 않으면 면마스크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최근엔 KF94 마스크 대신 필터 소모량이 덜한 KF80으로 생산을 전환 유도하고 있다. 마스크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권고되는 마스크도 단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초기 KF94 이상을 권고한 게 식약처의 실책이라고는 볼 수 없다. 현재 허가사항에도 KF94 이상 마스크만 바이러스같은 감염원으로부터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KF80은 황사나 미세먼지 등 입자성 유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기능만 갖고 있다.

이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원칙대로 코로나19 발병 초기 KF94를 권고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대규모 지역감염이 일어난 다음 마스크 수요예측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수요폭발에 대비해 일찍이 국민을 설득해야 했다. 지금처럼 국민들이 일주일에 2장 밖에 살 수 없다는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너무 불안에 떨지 않도록 메시지를 줘야 했다.

5부제가 시행된 9일보다 훨씬 이전에 그런 메시지가 나왔어야 했다. 마스크를 구매하려고 약국에 줄을 서기 시작할 때 "보건용 마스크의 원활한 생산·공급을 위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원칙적인 메시지를 내기엔 이미 때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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