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출발했습니다"...약사인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
- 김지은
- 2022-03-09 15: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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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러티브] 늘어나는 비대면 처방 조제, 우려하는 약국
- 대리인 수령 무시하고 ‘퀵배송’ 선택하는 환자들
- 환자의 약국 선택권 퇴색…약국의 병원 종속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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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약국에 출근해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하루에도 수십 통 전화가 걸려오고 환자들은 약의 배송 상황을 체크한다. 이쯤 되면 내가 중국음식점 사장인가 싶은 착각도 한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에 달하고 재택치료 환자는 115만명을 육박하면서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우리 약국이 최근 들어 전에 없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가적 재난 상황 속 한시적 비대면 처방과 조제가 허용된 것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는 코로나 재택환자의 진료, 투약 상황을 보고 있으면, 미래 약국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약사회는 ‘약은 약사에게’란 신념 하나로 어렵사리 재택치료 환자의 약 배송을 약국의 재량권으로 확보했다고 하지만, 최근 병원의 재택 상담과 약국의 약 전달 체계 속 ‘퀵배송 우선주의'가 이미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의 대리인 수령 원칙이 무색하게도 대다수 확진 환자와 대리인들은 ‘퀵 배송’을 요구하는 게 현실이다. 배송 비용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굳이 약국으로 약을 찾으러 오는 수고를 감수할 환자나 대리인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지 않나.
나아가 병원 진료 과정부터 ‘퀵 배송’은 당연한 약 전달 수순으로 여겨진다. 병원은 전화 진료, 상담 과정에서 약은 대리인이 수령할지, 퀵으로 배송을 받을지 묻고, 환자는 당연하게 이를 선택한다.
‘퀵 배송용'이란 문구가 처방전에 버젓이 기재돼 있는 것이 요즘 병원, 약국의 풍경이다.

최근 재택치료 대상자의 처방의 생리를 보면 사실상 환자의 약국 선택권은 어디로 사라졌나 싶을 정도다. 약 배송이 당연시 된 상황에서 환자는 굳이 약국을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고, 병원은 자신의 입맛대로 약국을 선택해 처방전을 전송하고 있다.
며칠 전 처방전에 ‘퀵 배송 요청’이라 기재하는 병원을 찾아가 시정해 줄 것을 요청하자 그 이후로 해당 의원에선 재택환자 처방전을 우리 약국으로 한 건도 전송하지 않고 있다.
이쯤 되면 약국 입지도, 약사의 전문성도 무슨 소용인가 싶다. 병원에 잘 보여 팩스 처방을 한 장이라도 더 확보하는 약국이 소위 ‘잘 되는 약국’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는 재택치료 환자 조제를 담당 중인 약사들을 통해 들은 최근 약국의 풍경을 1인칭 시점으로 담아 본 내용이다.
재택치료자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와 처방, 약 배달 건수도 연일 최고치를 달성 중이다.
하지만 지자체와 약사회에 재량이 맡겨진 재택 환자 약 배송 문제는 지역 별로 다른 지침 속 갈피를 못 잡으면서 병원과 환자의 입맛에 맞춰 의약품의 퀵, 택배 배송이 한 축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지자체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며 약 배송 문제에서 점차 손을 떼고 있고, 일선 약국이 밀려오는 비대면 처방 조제에 약 배송까지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비대면 진료 플랫폼, 심부름 업체들은 무차별적으로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배송하고 있다.
나아가 약 배송이 늘어나면서 환자는 굳이 약국을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다. 병원에서 지정한 약국으로 처방전을 전달하면 환자는 약국에서 보내온 약을 퀵이나 택배로 받아 복용하면 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늘어나는 비대면 진료 속 약사법에서 보장하는 '약국 선택권'은 환자가 아닌 병원이 가진 듯 싶다.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시민들이 비대면 진료와 퀵, 택배를 통한 의약품 배송을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학습해 가고 있다는 점"이라며 "비대면과 이름만 다른 재택치료 대상자의 전화 상담과 처방, 의약품 조제, 배송이 미래 약국가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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