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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고객들이 건강할 때 쇼핑하러 오는 약국이 목표"

  • 강혜경
  • 2022-06-17 15:05:32
  • [주목!이약국] 청주 오송이화약국 박희은 약사
  • 연고 없는 낯선 곳서 개국...이제는 어엿한 16개월 차 약국장
  • "찾아와 편안히 얘기할 수 있는 공간 됐으면... 휴베이스 가맹이 큰 힘"

[데일리팜=강혜경 기자] "개국은 머나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국장이 됐고, 약국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구나 뼈저리게 느꼈죠. 하지만 상황에 맞춰 이렇게, 저렇게 방향을 바꿔 나가는 것도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

충북 청주시 오송읍 오송이화약국은 MZ세대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은은한 조명과 살구색 빛 포인트 벽, 타일, 거울은 약국을 상징하는 포토존이다. 여기에 효능·효과별로, 제약사별로 구비된 다양한 의약품과 의약외품, 친절한 라벨링은 내게 필요한 약을 일차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이정표가 된다.

오송이화약국 박희은 약사.
약국깨나 해봤을 법한 인테리어와 제품 구성이지만 오송이화약국은 박희은 약사(34·이화여대 약대)가 한땀 한땀 계획하고 공들여 만든 첫 번째 약국이다.

'40살이 되면 개국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졸업 후 병원약사로 2년 일하고, 8년 간 제약회사에서 영업마케팅을 맡아 왔기에 30대 중반에 개국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게다가 연고 하나 없는 오송을 선택하리라고는 감히 상상해본 적 없던 일이었다.

"육아 휴직을 할 당시 남편이 오송에서 근무하게 돼 내려왔던 게 벌써 4년이더라고요. 복직을 해서 오송과 서울을 오가며 출퇴근을 하기도 했지만 급변하는 개국 상황을 전해 들으며 지금이 아니면 약국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국을 결심하게 됐죠."

하지만 약국 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자리가 없는 데다, 개국에 대해 속시원히 말해 줄 사람도 없었기에 온라인으로, 발품 팔아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그러다 동네에 병원 간판이 붙은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계약했다.

첫 개국의 목표는 '예쁜 약국, 즐거운 약국, 가고 싶은 약국'이었다. 개국 약국이 2만개를 넘어선 상황에서 그저 그런 약국이 아닌 가고 싶은 약국을 만드는 것이었다.

오픈 초기 박 약사는 오픈 갤러리를 통해 쉼과 여유가 있는 약국을 목표했다.
그는 SNS를 통해 틈틈이 봐왔던 다른 약국과 공간 디자인을 참고해 약국의 콘셉트를 정했고 로고며 인테리어까지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약국이 바쁜 곳, 딱딱한 곳으로 인식되는 게 싫었던 그는 오픈 갤러리 공간도 별도로 마련해 그림 구독 서비스도 신청했다.

"흔히 약국을 가기 부담스러운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바빠 보이는데 말 걸기 부담되고. 그래서 오송이화약국은 편안한 공간, 오셔서 두런두런 얘기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동네에 예쁜 약국이 생기자 '한 번 와 보고 싶었다'며 일부러 찾아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 번째 난관을 마주했다. 요양병원이지만 산부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외래 진료도 본다고 해 내심 고정 처방을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외래 처방이 적었던 것이다.

살구빛 포인트 약장에는 다양한 제품이 구비돼 있다.
처방이 적다면 일반약이나 건강 상담을 통해 약국을 키워나가자고 결심한 박 약사는 '건강할 때, 쇼핑하러 오는 약국'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소비자들이 찾는 다양한 약과 외품을 구비하고, 내공을 쌓겠다 마음 먹고, 휴베이스 체인에 자발적으로 가입했다.

"다양한 제품을 구비해야 하다 보니 현재는 오픈 갤러리를 포기했지만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은 웬만해서는 다 갖추고 있어요. 어떤 제품들을 구비해 두는 게 좋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고요."

그의 꼼꼼한 성격은 샘플링과 라벨링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연령대가 많다 보니 아이 마스크만 해도 각각의 제품을 샘플링해서 두께와 크기 등을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했으며, 피임약 코너에도 '31세 이상 흡연자는 경구피임약 복용 금지'라는 간과하기 쉬운 안내도 부착해 놨다.

육아맘인 박 약사는 소비자들을 위해 마스크 하나도 샘플링을 해놨으며, 피임약에도 '31세 이상 흡연자는 경구피임약 복용 금지'라는 안내문을 부착해 놨다.
누구에게나 사교적인 성격 덕에 한 번 오송이화약국을 와 본 사람이라면 다시 약국을 찾게 된다. 16개월이 지난 지금은 멀리서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을 찾아주는 단골들도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주말에도 문을 열고 평일도 오후 8시 40분까지 약국을 운영하다 보니 꼭 퇴근 길에 들러 약을 사가는 고정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약국에 미래는 없다는 냉소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휴베이스에 가맹하고 난 뒤 멋진 선배들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되면서 제 마인드도 변하게 됐어요. 첫 개국이었기에 막막했지만 이제는 40대의 나, 50대의 나는 어떤 약사가 돼야겠다는 각오도 다지게 되고 약국에 관한 부분들은 물론 육아, 인생에 대해서도 조언을 들을 수 있어 든든해요. 혼자 약국을 하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든든하죠. 개국 4개월 뒤 만난 휴베이스가 내게는 변곡점이었어요."

그는 시간을 쪼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운영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오송이화약국 인스타그램 피드.
"다른 약사님들과의 소통, SNS 이용자들과의 소통이 내게는 힘이 되고 배움이 돼요. 당장 6월 24일부로 병원이 폐업을 하는 게 또 다른 변수이긴 하지만 편하게 와서 물어볼 수 있는 단골약국이 되는 게 앞으로의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겠죠. 제가 이 곳 오송에 왔을 때 많은 분들이 도와 주셨듯 저도 지역 주민들을 위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편안한 약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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