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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세지는 일반약 규제…제약사 개발 의욕 꺾어

  • 김정주
  • 2022-08-16 06:18:15
  • 11월부터 해외의약품집 수재 안·유 면제 삭제
  • 복합효능 많아 건마다 임상...차라리 전문약이나 건기식으로 방향 바꿔

[데일리팜=김정주 기자] "다른 분야들은 규제를 완화한다고 난리인데 일반의약품 규제만 비현실적으로 퇴보하는 이유가 뭔가. 정부가 일반약과 제약계 목소리에 관심이 있긴 한 건가."

일반약 활성화를 기대하며 R&D에 골몰해 온 제약계 종사자들은 이제 외국에 피(fee)를 주고 들여오는 제품만 들여다볼 뿐, 더 이상 개발할 의욕이 없다고 말한다. 당장 오는 11월 외국 의약품집에 수재된 전문의약품의 독성·약리 자료제출 면제 규정이 삭제되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임상 부문의 경우 복합 효능이 많은 일반약 특성은 무시되고 건마다 개별 임상자료를 모두 제출해야 한다. 혁신적인 제형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업그레이드 버전'을 개발하려면 표준제조기준(표제기) 안에 포함돼 있지 않아 다른 트랙을 생각해야 한다.

이럴 바에야 개별 인정형이라는 광범위한 포괄성과 광고 유연성을 가진 건강기능식품으로 빠지는 게 낫다. 의욕적으로 해봐야 전문약을 능가하는 까다로운 규제로 시간, 비용, 인력을 감당하지 못하니 개발한 약을 개량신약으로 만들어 전문약 허가·급여 트랙을 밟는 게 기업으로서 예측 가능한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제약기업들의 개발 의지를 꺾고 있는 일반약 규제 흐름에서 소매 유통의 끝에 놓인 약국은 파스 한 품목이라도 자신 있게 내놓을 만한 신개발 제품이 없다고 호소한다. "내가 먹던 일반약이 왜 건기식이 된 거냐"는 소비자 물음에 적절한 눈높이 대답을 내놓기 어렵다. 무엇이 어떻게 꼬인 것일까.

규제 평가 근거 '안전성·유효성 → 임상문헌·논문'으로 무게 추 변화

허가·시판·급여 재평가와 관련해 정부의 규제 흐름에서 가장 큰 특징은 안전성·유효성은 가장 기본 근거로 두되 임상문헌이나 논문, 리얼월드에서 사용된 결과 근거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급여도 물 밀듯 쏟아지는 고가 항암제와 보장성 강화로 인한 재정 압박으로 급여재평가 등 사후 관리가 보다 강화되고 있고, 허가 규제 또한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현재 국내 제약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당장 11월 11일부터 시행되는 외국 의약품집에 수재된 전문약 독성·약리 자료제출 면제 규정 삭제 이슈다. 즉, 이제부터 일반약은 그간 인정돼 온 외국, 즉 A8 국가 의약품집에 수재된 제품이라도 이 근거는 허가를 신청할 수 있는 기본 자료가 될 뿐이다.

다시 말해, 성분·제제 관련 임상문헌·논문 등을 근거로 별도 허가 신청을 받아야 국내 시판허가 권한을 획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제약사들은 투자비용과 매출 수준 등을 고려해 외국에 수수료를 내고 라이선스 제품을 들여오는 수밖에 없다. 외국 일반약 의존도가 그만큼 더 커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A제약사 관계자는 "개발 능력이 없거나 광고비 투자 능력이 없어서 만들지 않는 게 아니지 않냐"며 "이건 소비자를 위한 규제가 아니다. 규제로 불필요한 외화 유출이 야기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들어 라이선스 수수료가 갈 수록 올라가고 있는데, 업계는 일반약을 활성화 하려고 수백 달러의 수수료를 지불해 할 판이다. 국내 시장 규모와 예상 매출을 고려할 때 이 정도의 투자는 심각한 부담이라는 게 제약기업들의 일관된 얘기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 수 십 년을 일해왔는데, 충분히 잘 유지·관리돼 온 합리적인 제도를 한 순간에 없애버리는 데 대해 식약처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이 제도와 관련해 업계에 사고나 불거진 이슈조차 없었고 단 한 번도 안·유로 문제된 적 없으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다음 업계가 생각하는 건 표준제조기준(표제기) 이내에서 선택하는 것인데, 선택지가 좁다. 만약 어린이용 비타민 젤리를 개발하고 싶어도 표제기에 없으면 안 된다는 의미다. 허용 성분도 적어서 개발하고 싶어도 구상 단계에서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이 된 셈이다. 제도를 보강하고 확대하려는 정부 고민 없이는 일반약 개발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일반약 임상재평가, 3상 모집 어려워 자진 퇴출 결말로

일반약 임상재평가 기준도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가차 없기는 마찬가지다. 통상 2~3년에 걸쳐 재평가에 필요한 임상을 진행하는데, 전문약과 달리 인원 모집이 어렵고 지정된 임상기관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서 "모수가 적다" 등 이유로 중도 포기 해버리면 여러 행정 연장을 거듭하게 된다. 이 사이 투여 되는 비용이나 시간, 인력을 고려할 때 기업들은 결국 자발적으로 임상을 포기하고 허가를 취하는 일이 생긴다.

다효능을 갖고 있는 일반약 특성 상 임상과정 뿐만 아니라 임상 가짓수도 많아 오히려 전문약보다 까다롭다. 예를 들어 염증 치료제의 경우 치주염과 위염에 적응증이 있다면 대표 효능이 아닌 개별로 분류돼 각각 따로 진행해 결과를 내야 한다.

시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만약 라이선스 제품이라면 개발 업체가 자국에서 마케팅 전략 상 업그레이드 버전을 출시하고 국내엔 기존 제품만 도입됐다고 가정해볼 때 더 심각해진다. 개발사가 자국 시장 전략으로 만든 업그레이드 버전만 임상을 진행했다면, 국내에서 임상재평가 진행을 감당해야 한다. 보험약제가 아니라 시장이 작은 일반약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진 취하나 퇴출을 결정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B제약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도 아깝게 버린(자진 취하 ) 제품이 있다. 이건 재평가 임상이지 안전성 이슈로 진행하는 시험이 아니"라며 "오랜 시간 시장에서 꾸준히 선택해 온 제품에 효능·효과를 판단하는 건 시장이고, 여기서 문제가 나타나면 자연 퇴출되는 게 이치다. 부작용 등 여러 부문을 모니터링하는 상황에서 임상 통계 수백례를 조사 분석해야 한다. 전문약보다 제출할 게 더 많다. 과연 이게 과학적인 판단인 것이냐"며 반문했다.

"개발 욕구 왜 없겠나…고강도 여건 감수하느니 전문약이 낫다"

업체들은 대조약 약물군의 임상 자료가 많지 않은 일반약 특성 상 근거를 더 충분하게 확보하기 위해 위약 대비 임상으로 그 폭을 넓힌다. 이렇게 되면 신규 효능이 돼버리는 경우도 생긴다.

이럴 바에야 훨씬 유연하고 포괄적인 건기식으로 우회해 인체적용 시험으로 개별 인정형을 획득하는 게 투자나 사후 관리 비용 면에서 유리하고, 신개발 제품이라면 전략을 수정해 전문약으로 허가 신청하는 게 기업으로선 예측가능한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C제약사 관계자는 "고액을 투자해 일반약을 개발해 시장에 내놔도 제한이 많아 인지도나 홍보 측면에서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처방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10년을 기다려야 100억원 매출을 기대하는 제품들"이라며 "타산이 맞지 않아 개발 과정에서 전문약으로 최종 결정하는 제품들이 그런 이유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 십 년 명맥을 이어온 유명 제품이라도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를 주어 업그레이드를 해 명성을 유지해야 하는 게 일반약이다. 제형이나 복용 편의성 등 개발을 디자인하고 싶어도 높은 허들을 줄줄이 넘어야 하는 데다가, 광고 규제도 날카로워 손을 쓸 방법이 없다. 그 사이 경쟁사에선 카피 제품을 내놔 저가 공략을 해버리면 결국 '후려치기 경쟁'에 휘말려 시장이 왜곡되고 만다.

그렇다고 일반약 개발 특허가 쉬운 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건기식 행의 관문은 활짝 열려 있고, 전문약 진입 통로는 매끄러운 반면 일반약 관문은 갈수록 좁고 험난해진단 얘기다.

식약처가 올해 새로 시행할 목표로 내놓은 규제들(데일리팜 재구성). 해외 의약품집 수재 품목의 자료제출 의무화, 일회용 점안제 포장단위 제한, 전문약 제조방법 CTD 관리가 대표적이다.
규제 당위성 불구 산업 부담↑·약국 신뢰↓·소비자 혼란…정부, 현장 관심 가져야

의약품은 효능·효과를 지닌 제품으로 개발 단계부터 투약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철저하게 관리돼야 한다는 점에서 품질 규제는 중요하다. 1960년대 초반 전 유럽을 강타했던 탈리도마이드 사태 이후, 미국에서 처음 도입한 재평가 규제는 허가·평가와 평가·심사 등 사전·사후관리 전 영역에 걸쳐 고도화됐고 우리나라 또한 규제 과학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산업계와 학계는 그 방식에 있어서 합리적인 방향성을 잃어선 안된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미국 사례를 보더라도 '그랜드 파더 드럭'처럼 오래 사용한 약제들은 가혹한 수준으로 평가하는 게 무의미하기 때문에 재평가 원칙에서 제외했었다"며 "일반약의 특성을 무시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도한 규제와 문턱으로 새로운 제품 개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은 소비자 구매 단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게 학계와 약사사회에서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D약사는 "안전상비약 수준의 일반약도 소비자에게 새 제품을 소개할 만 게 없어 업체에 문의해보니 규제가 심해 개발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대로 팔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며 "그나마 있는 약도 갑자기 건기식으로 빠져버리면 계속 복용하던 환자들에게 설명하기 난감하다"고 말했다.

일반약에 유독 가혹한 규제 형태는 제품을 다른 영역으로 이탈하게 부추기고, 정작 그 모호한 경계선 상 있는 건기식과 규제가 너무 벌어져 야기하는 또 다른 문제에 대해 A제약사 관계자는 "이대로 라면 현재 8대 2 수준인 전문약과 일반약 비중의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효율적인 관리와 재정 부담 완화, 의약품의 건전한 복용, 산업 활성화의 삼박자를 잘 맞춰가기 위해선 최소한 전문약과 일반약의 비중 유지 또는 개선을 위해 정부가 현장을 제대로 들여다 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교수 또한 "제약사에는 개발 의지를 꺾고 약국은 신뢰를 잃고,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규제들을 이제는 정부가 고민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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