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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클래스

프랜차이즈냐 면대냐…네트워크형 약국 법적 경계 논란

  • 김지은 기자
  • 2026-03-07 06:00:59
  • “형식 아닌 실질 본다”…자본·유통 결합 구조에 법적 리스크
  • 거래 강제·경제적 이익 제공 땐 사회질서 위반 판단 가능성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법원이 특정 도매업체와의 거래를 조건으로 약국 영업권 구조를 설계한 약정을 무효로 판단하면서 네트워크형 약국의 법적 경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트워크형 약국은 법률상 정의된 개념은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통상 특정 자본이나 운영 주체를 중심으로 복수의 약국이 공동 브랜드·공동 구매·공동 마케팅·경영 관리 시스템 등을 공유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문제는 이 구조가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 위법 소지가 발생하느냐다.

판례로 본 합법·불법 가르는 핵심 쟁점은

가장 먼저 구별되는 개념은 이른바 ‘면대약국’이다. 면대약국은 약사가 아닌 자가 약사의 면허를 빌려 약국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형태로, 약사법상 명백한 위법이다. 약사는 명의만 제공하고 실제 자금·경영·수익 귀속은 비약사에게 있는 구조다.

반면 네트워크형 약국은 형식상 개설자도 약사이고, 조제 행위 역시 약사가 수행한다는 점에서 구조 자체가 곧바로 불법은 아니다.

다만 법적 판단의 핵심은 ‘형식’이 아닌 ‘실질’에 있다. 약국 개설 자금의 출처, 임대차 계약 체결 주체, 인사·재무 의사결정권, 수익 귀속 구조 등을 종합해 볼 때 외부 자본이나 제3자가 실질적으로 약국을 지배·운영한다면, 면대약국과 다를 바 없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네트워크약국은 프랜차이즈(체인)와도 구분된다. 일반적 프랜차이즈 모델은 상표와 운영 매뉴얼, 마케팅 등을 제공하는 대신 가맹비나 로열티를 받는 구조다. 가맹점주는 독립된 사업자로서 거래처 선택과 경영 의사결정의 자율성을 가진다.

약국 영역에서도 단순히 공동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공동 마케팅을 하는 수준이라면 프랜차이즈 모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도매업체와의 거래를 의무화하거나 초기 투자금을 외부 자본이 부담하는 대신 경영권이 제한되는 구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본·유통·경영권이 결합되는 순간 네트워크형 약국은 법적 논란의 영역으로 이동한다.

약사법은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개설’은 단순 명의가 아니라 실질적 운영을 의미한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다.

최근 판결에서는 특정 도매업체로부터 매월 일정 금액 이상 의약품을 주문하도록 한 약정을 두고 도매상 간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구조라고 판단했다. 

거래 유지를 대가로 권리금 부담을 줄이거나 영업상 이점을 제공하는 구조는 의약품 공급자가 약사에게 간접적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같은 구조는 약사법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민법 제103조가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계약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다.

“합법과 위법 사이, 회색지대 줄어들까”

네트워크형 약국은 경영 효율성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확산되는 흐름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대형 자본 유입과 상권 선점 경쟁, 고액 권리금 구조가 맞물리면서 공동 구매·공동 운영 모델이 하나의 대안처럼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영업권과 도매 거래를 결합해 사실상 거래를 묶는 구조에 대해 사법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네트워크형 약국이 곧바로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자본·유통·경영권이 결합돼 약사의 독립성이 형해화될 경우 면대약국과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특히 특정 도매와의 거래를 조건으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외부 자본이 자금·수익 구조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형태는 법적 다툼의 소지를 안고 있다.

결국 관건은 약사의 직능 독립성과 의약품 유통의 공정성이다. 형식 상 약국의 외피를 갖췄더라도 실질이 자본이나 공급자 중심으로 기울어 있다면 법적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신호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합법과 위법의 경계에 놓인 회색지대가 점차 좁아질 수 있다”며 "자본·유통·영업권이 결합된 약국 운영 구조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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