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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17년간 퀄리티로 승부…후기임상부터 면역분석까지"

  • 이탁순
  • 2024-06-05 06:35:31
  • CRO를 만나다 | 바이오인프라 이상득 대표
  • 실험 전 과정 자동화로 효율성·투명성 제고…데이터 신뢰성 담보
  • 아세안국가 연수생에 생체시료분석 교육…민간 외교 담당

[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자동화 시스템이 구축되면 보통 연구원이 6시간 걸리는 작업을 70분만에 끝마칠 수 있습니다. 대신 연구원들은 본연의 검체 분석 연구에 집중할 수 있으니, 훨씬 효율적이죠."

새로운 기기를 설명할 때마다 이상득(64) 바이오인프라 대표의 눈이 반짝거렸다. 지난달 23일 용인 기흥구 흥덕지구에 위치한 본사 시설을 탐방하는 데만 40여분이 걸렸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시간에 쫓겨 하나라도 빼먹을 새라 부지런히 기기들을 소개해 나갔다. 진심을 다한 설명에 문과생인 기자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용인 흥덕지구 사옥 휴게실에 앉아 있는 이상득 대표.
용기에 코드를 부착하고 판독하는 기기부터 생동 검체 분류하는 기기까지 바이오인프라는 생동 전처리 과정을 자동화할 계획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80년대 초반 일본에서 '토탈랩오토메이션'라는 개념이 탄생했습니다. 저희는 토탈랩오토메이션을 포함해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 등 분석 실험 전 과정을 자동화, 체계화할 생각입니다."

"업을 하는 사람은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그가 자동화에 목매는 데는 데이터 품질 향상에 있다. 의약품산업의 퀄리티는 데이터 신뢰성이 뒷받침되는데, 모든 과정이 확인 가능하도록 투명하게 하려면 적합한 시설과 표준화, 자동화가 필수라는 것이다. 대게 사람에 의존하는 기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없다는 그의 철학이 담겼다.

"업을 하는 사람은 사명감이 있어야 합니다. 식약처가 도장 찍으면 다 똑같은 거 아니냐 그러는데, 그렇게 되면 퀄리티는 나빠지기 마련입니다."

2007년 생동성시험 분석 CRO 바이오인프라를 설립한 데도 품질향상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즈음 생동파동(생동성시험 데이터 조작 사건)이 일어나서 퀄리티로 경쟁한다면 자신이 있었습니다. 생동 규제가 도입될 때 퀄리티를 지향하는 바도 맞고, 충분히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 판단했죠. 그러다 한번은 국가연구기관에서 국산신약 분석을 못하니 도와 달라 해서 바로 매스(질량분석기)를 사 갖고 직접 분석 데이터를 낸 게 여기까지 왔네요."

바이오인프라의 자동화를 이끌고 있는 실험 기기들.
서울대약대와 동 대학원을 졸합한 그는 동아제약에서 제제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생물약제연구실장, 연구기획팀장, 개발본부 임상팀장 등 임상시험 관련된 경력을 십 수년간 쌓았다.

이후 전남대와 성균관대 연구교수 시절에는 DDS(약물전달시스템) 벤처를 운영하는 등 직접 기업도 경영했다.

17년간 CRO를 운영하면서 많은 고초도 겪었다. 특히 CRO는 정부 규제에 민감해 위탁생동 규제가 완화된 시절에는 경영상 어려움도 처했다. 당시 여러 CRO들이 문을 닫기도 했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시험건수가 줄었고, 경쟁사들은 반값 덤핑을 하는 바람에 회사가 문 닫을 지경까지 갔다"며 "당시 있던 집도 팔고, 아내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퀄리티에 대한 믿음은 고객의 신뢰를 얻었다. 2021년에는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바이오인프라에 업무를 위탁하기도 했다. 이에 아이러니하게도 규제가 강화되면서 회사가 발전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2018년 중국발 의약품 발암우려물질 NDMA 사건은 식약처 생동성시험 규제 강화로 이어졌고, 생동성시험 시장이 커지면서 가동률은 높아지고 이익은 늘었다.

"우리같은 산업을 의약품 평가산업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신뢰성과 정확성이 무너지면 의약품 신뢰 자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저희는 그동안 신뢰성과 정확성을 중시해왔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기술·시설 투자가 필요합니다. 의약품 평가산업이 이렇게 기술경쟁과 신용경쟁을 하면 좋은데, 가격 경쟁에 매몰된 점은 아쉽게 생각합니다. 가격경쟁이 심해지면 결국 퀄리티를 저버리게 되고, 이는 업계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것 입니다."

생동성시험 결과보고서 보관실을 안내하고 있는 이상득 대표.
회사가 성장하면서 작년 3월에는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그는 상장 배경에 기업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보여주고, 직원들의 자부심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상장 자금도 그대로 갖고 있고, 신사옥이나 시설 투자는 그간 모아 놓은 돈으로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신사옥이나 시설투자에만 100억원 넘게 투입됐다. 작년 바이오인프라의 매출액은 301억원, 영업이익은 1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매출액 20%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가산업은 규제가 강할수록 발달합니다"

바이오인프라는 이제 생동성시험 또는 임상1상 분석 사업을 넘어 더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

하나는 최근 서울 역삼동에 문을 연 임상사업부이다. 임상사업부에서는 임상 2상, 3상 연구자주도 임상까지 진행한다. 분석 서비스를 넘어 임상시험 관리 전반에 대한 토탈 CRO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다.

두번째는 오는 하반기 시험검사센터가 문을 연다. 여기서는 완제의약품의 품질검사를 담당하게 된다. 이 대표는 오리지널 수입의약품이 주 고객이 되는 고품질 시험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번째는 면역분석 사업이다. 그간 주력해온 합성의약품 PK(약동학) 분석 서비스를 넘어 이제는 바이오의약품 성분 분석도 신사업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항체의약품이나 호르몬의약품, DNA·RNA 유전자 분석, 최근 유행하는 ADC(항체-약물접합체) 등 면역 및 질량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초기 신약개발 단계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보다 깊이 있는 연구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지난해 임상·비임상 데이터 관리 솔루션 기업 '클루피'의 주식을 27억원에 취득하면서 eSource, EDC(전자자료수집) 등 임상 자동화 사업에도 클루피와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쌓은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개발도상국가 인재양성 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라오스 헬스사이언스 대학과 인력 교류에 대한 MOU도 체결했다.

바이오인프라는 라오스 대학 연수생들을 대상으로 생체시료분석 교육을 지원하게 된다. 앞으로는 라오스뿐만 아니라 베트남, 필리핀 등 다른 아세안 국가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개발도상국가에 기술과 교육을 제공한다는 의미에 분석 장비 글로벌 기업 워터스도 동참하게 됐다. 바이오인프라와 워터스는 지난 2022년 흥덕 사옥에 아세안 생체시료분석 아카데미를 공동 설립했다. 워터스는 매스 등 분석기기를 무상 지원했다.

"저도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일 때) 유엔 돈을 받아 연수도 받았고, 외국 기업 도움으로 생체실험 분석도 해봤습니다. 개발도상국에 기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면서 워터스 회장님도 흔쾌히 지원하기로 하셨습니다. 현지 대학원생뿐만 아니라 교수진 단기연수도 가능합니다. 민간 외교라고 생각하고, 작게 나마 시작할 생각입니다."

그는 한국, 특히 수도권 임상 입지가 좋기 때문에 CRO산업의 성장 기회는 열려 있다면서도 다국가임상 3상을 국내 CRO가 담당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품질 향상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CRO는 시설 장비가 고가이기 때문에 정부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보다 국제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규제산업은 규제가 강할수록 발달합니다. 제조업 규제가 강해야 평가산업이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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