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저점 승계' 차단…복잡해지는 제약바이오 상속·증여 전략
- 차지현 기자
- 2026-08-05 06:04:35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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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6년6개월 주가 반영…상속·증여 평가액 최소 30%↑
- 코스피 헬스케어 15곳·코스닥 29곳 저PBR 기준 포함
- 승계 앞둔 오너가 셈법 복잡…정상적 저평가 과세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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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정부가 상속·증여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는 '주가 누르기'를 막기 위해 상장주식 평가 방식을 강화한다. 장기간 업종 내 저PBR 하위권에 머물거나 기업가치 훼손 행위 이후 주가가 급락한 기업은 최대 6년6개월간치 주가를 토대로 상속·증여세를 내야 한다. 저PBR 기업이 많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승계 시점과 재원 마련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PBR·기업가치 훼손 기업, 상속·증여 평가 강화
5일 업계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상속·증여를 앞둔 상장사의 인위적인 주가 누르기를 차단하기 위해 주식 평가 방식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최대주주가 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미루거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에 나서는 유인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주가 누르기 추정 유형을 ▲장기 저평가형과 ▲단기 기업가치 훼손형으로 구분했다. 장기 저평가형은 최근 6년6개월 동안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 이상 PBR이 업종별 하위권에 속한 기업이다. 코스피는 업종별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가 기준이다. 장기간 업종 내 저평가 상태를 유지한 기업을 주가 누르기 의심 대상으로 살펴보겠다는 얘기다.
현재는 상장주식의 상속·증여 가액을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 총 4개월간 종가 평균으로 계산한다. 앞으로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가 해당 기업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했다고 판단하면 현재 평가액에 30%를 더한 금액과 과거 최대 6년6개월 평균 주가 중 더 높은 금액을 적용해 상속·증여재산 가액을 산정한다. 상속·증여재산 평가액이 기존보다 최소 30% 높아지는 셈이다.
단기 기업가치 훼손형은 최근 1년 안에 중복상장이나 교환사채 발행 등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행위가 있었던 경우다. 이와 함께 상속·증여 당시 평가액이 최근 3년간 시가보다 30% 이상 낮으면 해당한다. 이때는 과거 6개월·1년·2년·3년간 평균 주가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으로 재평가한다.
다만 추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곧바로 강화된 평가 방식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납세자가 업황 부진이나 실적 악화 등 주가 하락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현행 4개월 평균 방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제약바이오 코스피 15곳·코스닥 29곳, 강화 평가 사정권
PBR은 시가총액을 자본총계로 나눈 지표다. 회사의 장부상 순자산 대비 주식시장에서 얼마의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가치가 장부상 순자산보다 낮다는 의미다.
단순 계산하면 코스피·코스닥 헬스케어 기업 44곳이 강화된 평가 대상 사정권에 드는 것으로 집계된다. 코스피는 업종 내 PBR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를 각각 적용한 결과다. PBR은 올해 1분기 말 자본총계와 지난 4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을 토대로 산출했다.

한국거래소 분류상 코스피 헬스케어 업종으로 분류된 기업 중 PBR 산출이 가능한 기업은 61곳이다. 이 가운데 하위 25%에 해당하는 기업은 15곳으로 기준선은 약 PBR 0.82배로 파악됐다.
동아쏘시오홀딩스(0.82배), 일성아이에스(0.71배), 서흥(0.71배), 종근당홀딩스(0.51배), 팜젠사이언스(0.50배), 하나제약(0.49배), 유유제약(0.48배), 환인제약(0.44배), 바이오노트(0.43배), 제일파마홀딩스(0.39배), 한독(0.38배), 동화약품(0.35배), 에스디바이오센서(0.33배), 메타케어(0.24배),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0.14배) 등이 포함된다.

코스닥 헬스케어 기업 가운데 PBR 자료가 없거나 산출이 불가능한 기업을 제외하면 284곳이다. 이 가운데 하위 10%에 해당하는 기업은 29곳으로 기준선은 대략 PBR 1.11배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솔본(1.11배), 안국약품(0.89배), 원익(0.81배) 등 3곳은 PBR 0.8배 이상이었다. 디알젬(0.60배), 우진비앤지(0.58배), 엔지켐생명과학(0.56배), 바텍(0.53배), 대한약품(0.52배), 알리코제약(0.50배), 알피바이오(0.49배), 피플바이오·서린바이오·케어랩스(각 0.47배), 고려제약(0.45배), 레이언스(0.43배), 신일제약(0.41배) 등 14곳은 0.4~0.6배대에 분포했다.
나머지 12곳은 PBR 0.4배 미만이었다. 알파AI·씨유메디칼(각 0.39배), 화일약품·제놀루션·랩지노믹스(각 0.36배), 케이엠·삼아제약(각 0.35배), 진양제약(0.34배), 오상헬스케어(0.33배), 경남제약(0.29배), 휴마시스(0.25배), 앱토크롬(0.08배), 더테크놀로지(0.07배) 등이다.
물론 이들 기업이 곧바로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분류되거나 강화된 상속·증여세 평가 방식을 적용받는 것은 아니다. 이번 집계는 4일 종가 기준 PBR 순위만을 기준으로 한 단순 추산이다. 실제 장기 저평가형 추정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하려면 최근 6년6개월간 13개 반기 가운데 12개 반기 이상 업종 하위권에 머물렀는지를 추가로 확인해야 한다. 이후에도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 심의와 납세자의 소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저점 증여' 공식 막힌다…승계 시계 더 빨라질 수도
이번 상장주식 평가 방식 강화로 기업 입장에서는 승계 시점과 주가 관리, 세금 재원 마련을 둘러싼 셈법이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창업주와 오너 일가가 장기간 지배력을 유지해온 기업이 많은 데다, 창업주 세대의 고령화와 은퇴가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세대교체와 지분 승계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미 자녀 세대가 대표이사나 핵심 임원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회사가 적지 않은 만큼 향후 지분 이전과 최대주주 변경까지 이어지는 승계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창업주와 선대 오너가 자녀에게 보유 지분을 넘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제약바이오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주식 평가액과 세 부담이 낮아진 시기를 활용해 지분을 미리 이전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일양약품은 지난달 30일 정도언 전 회장이 정유석 대표에게 170만주를 증여하면서 최대주주가 정 대표로 변경됐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강덕영 회장이 지난해 12월 강원호 대표에게 120만주를 증여한 데 이어 이달 80만주를 추가로 넘길 예정이다. 추가 증여가 완료되면 강원호 대표가 개인 최대주주에 올라 단계적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된다.
삼진제약도 이달 창업주 양가가 나란히 지분 이전에 나선다. 조의환 전 회장은 오는 10일 조규석 대표와 조규형 부사장에게 각각 13만5000주를, 최승주 전 회장은 오는 24일 최지현 대표 등 세 딸에게 총 26만6400주를 증여할 계획이다. 명인제약은 지난 5월 이행명 회장이 이선영 씨에게 63만주, 이자영 씨에게 33만주, 명인다문화장학재단에 10만주 등 총 106만주를 넘겼다.
알리코제약은 지난 5월 이항구 회장이 이정은·이지숙·이지혜·이진복·여점숙 씨에게 각각 3만주씩 총 15만주를 증여했다. 삼일제약도 지난 4월 허강 명예회장이 아들 허승범 회장에게 20만주를 넘겨 허 회장의 지분율을 9.15%로 높였다. 동화약품은 지난해 3월 윤도준 회장이 윤인호 대표에게 115만3770주를 증여해 오너 4세 중심의 지분 기반을 마련했다.
환인제약은 지난해 10월 이광식 회장이 아들 이원범 대표에게 186만주를 넘겨 최대주주 교체를 마쳤다. 경보제약도 지난해 9월 이장한 회장이 보유 주식 47만9363주 전량을 자녀에게 증여했다. 장남 이주원 씨가 35만7503주, 이주아 씨가 12만1860주를 각각 넘겨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시행 전 증여를 재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새 평가 방식이 적용되기 전에 현재의 낮은 주가를 기준으로 증여를 마치기 위해 이미 계획된 거래를 서두르거나 남은 지분을 추가로 이전하려는 수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창업주가 고령이고 후계자가 이미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일수록 승계 일정을 앞당길 유인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도 시행 이후 한 번에 대규모 지분을 넘기는 방식이 줄어들 수도 있다. 증여재산 평가액과 세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에 대비해 후계자의 장내매수, 가족 구성원 대상 분산 증여, 공익재단 출연, 계열사를 통한 우호지분 확보 등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해 정상적인 저평가와 고의적인 기업가치 훼손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약사의 주가 부진은 약가 인하와 특허 만료, 임상 실패,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 산업 특성에 따른 영향이 큰 데다 장기 저평가형은 별도 기업가치 훼손 행위가 없어도 PBR만으로 심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적 부진이나 임상 실패로 주가가 하락한 기업까지 더 높은 상속·증여세를 부담하는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저점 증여를 무조건 편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사전 증여로 세 부담을 분산하는 것은 지배권을 안정적으로 이전하고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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