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국내사 특허 역량 "골리앗과 어린소년"
- 이탁순
- 2013-06-05 0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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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량신약 등 특허 도전 늘어...국내사 출원능력 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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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매일 의약품 권리장전을 읽는 특허청 약사들

대전에 자리잡은 #특허청에 약업계 기자들이 기웃거리는 일은 거의 없다.
의약품 특허라 하면 대충 독점적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권리 정도로 인식하지, 그 안에 복잡한 내용까지 찾아볼 만큼 전문적이지는 못했다.
그래도 최근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 간에 특허소송이 빈번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특허'란 용어가 다소 친근해지긴 했다.
특허청 직원들 역시 약업계 언론을 비슷한 시각으로 보는 것 같았다. 제약산업 관련 기사가 업무와 연관성은 크지만, 특허청 직원들이 특별히 기사에 연루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지난달 21일 기자가 대전 특허청사를 방문해 특허청 약무직 공무원들을 만났을 때는 서로 '공통분모'를 찾아가면서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첫번째 공감 - "나도 한때 제약회사 다녔었다"

특허청 김희수(54·서울대약대 졸) 약품화학심사과장에 따르면 현재 특허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약무직 공무원 수는 총 41명이다. 그 중 절반이 넘는 25명이 의약품 특허를 심사하는 약품화학심사과에 자리를 잡고 있다.
특이한 것은 약품화학심사과에 근무하는 약무직 공무원 모두 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김 과장은 "약품 심사업무에 투입되는 약무직 공무원은 일반 공무원처럼 시험을 통해 들어오지 않고, 박사 특별채용을 통해 입사한다"고 소개했다.

고급 학위를 가진만큼 특허청 입사 이전에도 화려한 경력들을 자랑한다. 특히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들이 많았다.
7년째 특허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범수(43·중대약대 졸) 사무관은 동아제약 책임연구원 출신이다. 그는 동아제약에서 스티렌과 자이데나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김 사무관은 "동아제약에서 발명자로 '특허명세서'를 쓰면서 특허청 업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그러다 자이데나 런칭이 끝나고 회사를 그만두면서 특허청 박사 특채를 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장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연구현장과 특허심사 업무에 서로 장단점이 있다"며 "회사에서는 결과물 압박 때문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었던 반면 특허심사 업무는 덜한 편이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업무 강도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며 피로한 눈을 비빈다.
김희수 과장의 2년 후배인 임혜준(53·이대약대 졸) 서기관도 제약회사 출신이다. 미국에서 포스닥(박사후과정)을 밟다 한국에 와서 취업한 곳이 삼양제넥스다. 임 서기관은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우리나라 특허가 굉장히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미 외국에서 다 해놔 발 디딜 곳도 없고 해서 국내 제약회사 연구소들은 약자 중에 약자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재 심사관으로 공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볼때도 다국적제약회사와 국내 제약회사를 비교하면 골리앗과 어린 소년의 싸움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고 전했다.
특허청 특채 1기이면서 대학 동기인 안소영 변리사(안소영국제특허법률사무소)를 보면서 특허청 입사의 꿈을 키웠다는 임 서기관은 "특허가 가장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심사업무도 관련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 해야 공정하게 다룰 수 있다"며 약사 특허심사관의 이점을 소개했다.

최 심사관은 "막상 공무원으로 일해보니까 처음에는 힘만 들고 생각과 달랐다"며 "'기안도 쓸 줄 모른다'는 선배들의 비아냥을 들어가며 배우면서 그제야 행정이 이해가 되더라"며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제약사 출신이라는 이야기에 제약회사를 출입하는 기자 입장에서 친근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번째 공감 - "국내 제약회사도 대단하다"
특허청에서 심사를 하다 보면 최근 연구개발 동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더욱이 전직 제약회사 출신 심사관들은 그 때 실험실로 돌아가 직접 현미경을 보고 있는 상상도 든다고 전한다.

연구원 경험이 있는 심사관들은 그럴 때면 '내가 직접 하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 생각도 든다고 끄덕였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국내 제약회사의 특허출원 능력은 월등히 향상했다는 게 공통된 이야기다.
최 사무관은 "최근에는 신약 출원이 줄어든 대신 국내 제약회사의 개량신약 비중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예전에는 국내 제약회사들이 오지지널 약물을 침해하지 않는 방어적 특허에 관심을 두었다면 최근에는 경제성과 바로 연결되는 공격적인 개량 특허 출원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허출원은 R&D 투자금액과 비례하는데, 국내 제약회사들의 R&D 투자비용이 다국적제약회사에 비해 100분의 1인데도, 특허출원 숫자에서는 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 서기관은 "아직까지는 국내 제약회사 특허를 보면 근시안적인 성격이 짙다"며 "미국과 일본이 투자해 얻은 성과를 벗어나기는 아직 어려운 수준"이라고 현실적인 진단도 내놨다.
이들에 따르면 요즘 의약품 특허출원 흐름은 현재 등록된 특허를 쪼개고 쪼개 권리를 넓히는 전략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임 서기관은 "그만큼 제약회사들이 위험부담이 많은 과감하고 원천적인 연구개발 투자는 기피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에필로그 - 그래도 공감되지 않는 것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은 시간이었지만 특허청 업무를 어느정도 스캔하는데는 성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업무강도는 다른나라와 비교할 수가 없었다. 김 사무관은 "연간 따지면 270여건의 특허 명세서를 살펴본다"며 "유럽이 1년에 100건, 가까운 일본도 230건을 하고, 그 역시 외주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업무량만 따지면 금메달감"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하루 못해도 6~7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데, 정말이지 눈의 피로는 상당한 것 같다"며 "의약품 명세서는 300~400페이지가 되는데 그걸 보려면 일주일도 걸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 사무관도 "맨 처음에는 기술서 하나를 보는데 보름이 걸린 적도 있다"며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임 서기관은 "타 분야에 비해 더 전문적이고 기술 난이도도 높다"며 "사실은 기피부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사급만 모인 국내 최고 브레인 집단이 이곳 특허청 약품화학심사과이다.
김 사무관은 "이공계쪽 젊은 박사들이 많다보니 타 부처보다 청렴한 것 같다"며 "특허청 성격상 클라이언트들이 직접 접근해 로비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 박사급 특채로 5급 사무관으로 들어오니까 승진기회가 적다. 김 사무관은 "다른 부처에서 6~7급이 하는 업무를 여기서는 5급 이상만 하고 있다"며 "우리과 95%가 사무관이다보니 승진대상자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덤덤하게 설명한다.
임 서기관은 "승진했다고 해서 업무가 달라지지 않는다"며 "그래서 승진에 대해 그렇게 목을 매는 편이 아니다"고 미소지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묵묵히 업무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특허청 약사들. 그들이 있기에 연구개발 결과물의 권리는 정당하게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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