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다가오는 혼란의 시기와 정부 능력 시험대
- 천승현 기자
- 2026-07-27 06: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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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 1년 가까이 제약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약가제도 개편 시행이 임박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행정예고한 제네릭 약가인하 내용을 담은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이 두 달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다음 달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편 약가제도는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약가 상한선이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5%로 내려가는 내용이 핵심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제네릭 약가가 16.0% 깎이는 셈이다.
제약업계는 개편안 확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반영됐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례로 항생 주사제 약가우대 실효성이 지목된다. 항생 주사제는 68%까지 약가를 우대해주는 내용이 개편안에 포함됐다. WHO ATC 코드 기준 J(전신용 항감염제)로서 투여경로 및 제형이 주사제인 항생 주사제가 약가 우대 대상이다. 항생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페니실린 계열이나 세팔로스포린 계열 의약품이 해당된다. 처방 현장에서 필수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항생 주사제의 약가를 높여줘 생산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항생 주사제는 생산 업체가 적은데다 이미 수십개의 품목이 등재된 제품이 많아 실제 혜택을 받는 제품은 극히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항생 주사제가 약가 우대를 받으려면 직접 생산과 동일 제품 3개 이하 등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페니실린 제제와 세팔로스포린 제제 등 주요 항생 주사제는 다른 의약품과 분리된 별도 공장이 필요해 원가 구조가 열악하고 생산 업체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원가율이 높은 항생 주사제의 약가가 낮아지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 포기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약가제도 개편 이후 항생 주사제의 약가 하락에도 약가 우대를 받는 제품이 많지 않으면 필수 의약품 수급난이라는 부작용이 현실화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인하 작업이 본격화되면 시작되면 업계 내 잡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기존 의약품을 2012년 이전과 이후 등재된 그룹으로 구분해 개정 산정률 45%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릭과 제네릭 등재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이 약가인하 대상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 인하에 따른 손실이 가장 큰 고민이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0억원 규모 제품의 약가 가 53.55원에서 45원로 내려가면 산술적으로 연간 16억원의 매출이 감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히 계산해도 1개 제품의 영업이익이 16억원 증발한다.
여기에 최고가 요건 미충족 시 인하율 확대는 제약사들에 또 다른 경영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2020년 7월부터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 53.55%를 받을 수 있는 기준 요건이 도입됐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15% 인하율을 적용하면 제네릭 최고가 산정 기준 53.55%가 1개 요건 미충족시 45.52%, 2개 요건 미충족시 38.69%로 내려간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와 최고가 요건 미충족 인하율 20%를 적용하면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은 36%,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8.8%로 낮아진다.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0.9% 인하되고 2개 미충족 제네릭은 현재보다 25.6% 내려간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생동성시험 미수행 제네릭에 대해 20.9%의 약가인하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기준 요건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인하율을 수용했을 때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는 제품에 대해서 생동성시험 수행 등으로 약가인하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강구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면서 생동성시험 수행 건수가 급증하면서 제약업계에 큰 혼란이 펼쳐진 이력이 있다.
지난 2020년 6월 보건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2023년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 제약사들은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해 기허가 제네릭 제품에 대해서도 생동성시험에 착수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정책간의 시간차도 큰 변수다. 혁신형제약기업 제도와 개편 약가제도 시행 시기의 시간차에 따른 엇박자도 예상되는 혼선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매출액 대비 R&D 비율에 따라 제네릭 약가를 가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가산이 적용된다. 최대 4년간 60%의 약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본 1년에 국내생산 조건을 충족할 경우 3년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의 혁신성을 평가해 약가우대 자격을 부여하는 ‘혁신형 제약기업’과 ‘준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일정은 이보다 뒤로 밀려 있다. 복지부는 8월부터 신청 접수를 시작해 12월 말에야 최종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되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역시 50%의 산정률을 최대 4년간 적용받는다. 기등재 의약품 조정 시에도 혁신형은 4년간 49%, 준혁신형은 3년간 47%의 약가 가산이 적용된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공백이 기업의 경영 방침과 R&D 투자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규 제네릭 출시를 앞둔 기업들의 경우, 불과 몇 개월 차이로 산정률이 5~15%p까지 차이 날 수 있어 출시 시점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개편 약가제도의 실제 시행 시점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결과 발표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의 복잡성이다. 정작 실무진도 제도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질 만큼 제도가 복잡해지면서 향후 운영 과정에서 불거질 혼선과 부작용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제네릭 약가제도를 개편하면서 복잡하고 소모적인 기준 요건을 폐지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새 제도에서는 기준 요건은 더욱 강화되면서 계산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때마다 숱한 부작용이 노출됐고 뒤늦게 정부는 수습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예를 들어 개편 약가제도에서 양도·양수 의약품의 약가 승계를 차단하는 규정이 담겼다. 상속이나 합병을 제외하고 의약품의 판권이 다른 기업으로 이전하면 원칙적으로 동일 제품 최저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당초 2020년 약가제도 개편으로 양도·양수 의약품도 계단식 약가제도의 적용으로 동일 제품 중 최저가로 등재됐다. 의약품 허가권이 다른 업체로 변경되는 양도·양수의 경우 급여 삭제와 재등재 절차를 거친다. 기존에 등재됐던 제품이라도 삭제 이후 신규 등재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이 불가피했다.
업계가 이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자 복지부는 일부 제도를 개선했다. 제조업자 지위 승계, 수입·제조허가 전환, 동일 제품 재허가 등 특정 사례에는 삭제된 제품의 최종 상한금액과 동일가를 산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높은 약가의 제네릭을 사고파는 행위가 빈번해졌다.
과연 정부가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시행하면서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을까. 정부의 제도 개편이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까. 정부의 실력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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