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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비상환제는 최선 아닌 차악 선택하는 문제"

  • 최은택
  • 2013-10-11 06:35:00
  • 시장형제 자타공인 실패작...'조건부 실거래가제' 검토할만

[이슈분석] 약품비상환제 논란을 푸는 고차방정식

2010년 10월 도입된 시장형실거래가는 실패한 약품비상환제도다. 적어도 제도시행 1년4개월 동안은 그랬다. 세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복지부 산하기관인 심평원 분석보고서 상의 평가 내용이었다.

복지부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리고 2012년 2월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1년 씩, 두번에 걸쳐 일단 제도작동을 중단시켰다.

부정적 평가도 영향이 있었지만 이른바 '반값약가제도'로 불리는 동일성분 동일약가제도 도입과 6500여개 기등재의약품의 약가 일괄인하가 시행되면서 호흡조절이 필요했다.

정책대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도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 의약품 거래과정에서 관행화 돼 온 불법리베이트 척결과 약품비 절감이 그것이었다.

◆실패했다=심평원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던 '시장형실거래가상환제도 효과분석' 보고서를 보자. 심평원은 이 보고서에서 10개가 넘는 연명수단, 다시 말해 이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보완장치를 제시했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내용이 아니라 각각의 문제점에 대응하는 열거식 해법찾기였다. 그만큼 복잡했다.

그러나 결론은 명백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는 1차 의료활성화라는 정부 정책방향과 불일치한다. 2012년 도입한 약가산정기준(동일약가정책) 도입으로 향후 상한금액 조정효과가 거의 작동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대안이다."

대형병원 중심의 인센티브 쏠림현상, 저가구매 기전 미작동, 1원 낙찰 확대 등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들이 나오면서 복지부도 고민에 빠졌다.

특히 대형병원 중심의 인센티브 쏠림현상은 정책효과가 일부 요양기관에만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명백한 '정책실패'의 증거가 돼버렸다.

보험약 평균 할인율(저가구매율)은 2.9%로 조금 개선되기는 했지만 기대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 시행이전에는 사실상 상한가 청구가 이뤄져 표면상으로는 거의 할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제약계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는 제도였다. 복지부와 일부 전문가 외에 모두가 반대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서 "갈 길은 뻔한데 복지부가 또 엉뚱한 수를 두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론도 있었다. 복지부가 지난해 운영했던 약가제도협의체에서는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존폐를 놓고 의견이 팽팽히 갈렸다.

2010년 2월 시장형실거래가제도 도입방안을 설명하고 있는 임종규 당시 의약품 약가유통 TF 팀장.
존치를 주장한 전문가들은 기등재약목록정비사업, 약가 일괄인하, 리베이트 쌍벌제 등 다른 정책들이 개입돼 제도효과를 상쇄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미 실패를 선언한 실거래가상환제 회귀는 폐지 이후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제약협회는 10일 복지부에 정책건의문을 전달하고 시장형실거래가제도 폐지를 공식 요청했다. 실거래가상환제도로 회귀하자는 얘기다. 약품비 절감목표는 일괄인하로 이미 달성됐고, 다른 강도높은 사후관리장치가 있어서 이 제도를 없애도 기대효과를 계속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또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등 정책환경 변화로 실거래가상환제로 회귀할 여건은 충분해졌다고 주장했다. 이 제도를 존치시키면 1원낙찰 등 비정상적 거래만 부추겨 제약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유통은 투명해졌는가=국회입법조사처의 의뢰로 의약품정책연구소가 지난해 수행한 연구보고서를 보면, 제약사 직원대상 설문에서 '쌍벌제 시행이후 의약사의 리베이트 요구가 줄었다'(91.7%), '자사의 리베이트 비용이 줄었다'(97.5%)는 응답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최근 특허가 풀린 일부 대형품목 제네릭간 리베이트 경쟁이나 의사단체가 녹취했다고 주장하는 '리베이트 제공유혹 녹취록' 이야기도 있지만 전반적인 경향성은 불법리베이트가 최소화되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과제는 남아 있는 '독버섯'과 법령상 나타난 불합리한 요소를 제거하는 일이다. 리베이트 제재강화는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과 남윤인순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을 조기에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 리베이트 허용범위 확대는 복지부와 의약산업계가 의산정협의체를 구성해 해법을 논의 중이다.

심평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에 의약품 유통정보가 수년간 집적되고 관리가 고도화된 점도 향후 리베이트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시장형실거래가제도와 상관없이 적어도 유통투명화 목표를 달성할 기반은 상당부분 확보돼 가고 있다고 평가할만하다.

◆약품비 절감은 계속될 것인가=제약협회는 시장형실거래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처방총액인센티브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제도는 잘만 운영되면 처방권자인 의사(의료기관)에게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면서 동시에 비용효과적 약물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정절감에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외래처방에 대해서만 인센티브가 제공되기 때문에 원내 의약품 사용이 많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까지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센티브율도 절감액의 최대 40%로 시장형실거래가제(70%)보다 현저히 낮다.

결국 처방총액인센티브제도를 대안이 가능한 모델로 만들기 위해서는 인센티브 평가대상에 원내외 처방을 모두 포함시키고 현행 법령이 인정하고 있는 최대 상한선인 70%까지 인센티브율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 처방약을 더 싼 약으로 대체조제한 경우 약국에 지급하는 대체조제 인센티브 지급율도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다른 쟁점도 있다. 복지부가 현재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안. 이 중에서도 특히 제약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방안은 연간 청구액이 50억원 이상 증가하는 주력품목을 협상대상에 새로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제약협회는 사용량 약가인하 연동제(최대 10%), 사용범위 확대 시 사전인하(최대 5%), 특허만료 약가인하(30~46.45%) 등이 작동하고 있어서 약품비 절감은 시장형실거래가제도가 없어도 계속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장형실거래가제도 폐지를 위해서는 복지부가 제시한 사용량 약가연동제도 개편안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남윤인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도의 문제점에 비춰 시장형실거래가제도는 폐지하는 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선수들 모여서 해법찾자=시장형실거래가제도 존폐여부에 대해 복지부는 "충분히 검토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는 원칙적인 입장 외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서울대 권순만 교수가 수행한 '효율적인 약가사후관리방안' 보고서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심평원은 이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약가제도 개편이 제약 리베이트, R&D, 신약개발 등 제약산업에 미친 효과와 영향을 분석해 시장형실거래가제도의 개선점이나 지속 여부 등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 제약협회의 분주한 움직임은 이 보고서가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존치 쪽으로 결론났고, 복지부 내부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포착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도 2012년 연구보고서인 '합리적인 약가제도와 약제비 관리방안'을 통해 "시장경쟁을 통해 가격이 인하되고, 이 편익이 보험자와 소비자에게 환원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존치를 지지하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존치시키려면 적어도 정책효과가 대형병원에만 그치고 있는 문제, 특히 의약품 유통의 70% 가량을 점하고 있는 약국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거꾸로 시장형제도를 폐지하고 실거래가상환제로 회귀하려면 실거래가격을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가령 '조건부 실거래가제'를 고려할 만하다.

실구입가를 허위신고한 요양기관과 허위신고에 공모한 의약품 공급자를 강력히 처벌하는 것이 첫번째다. 내부고발자 신고포상금도 3억원 규모로 획기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반복돼 온 제안이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약가제도협의체를 통해 유의미한 중장기 개선책을 논의했다가 다시 서랍속으로 집어 넣었었다.

국회 한 관계자는 "사실 약품비상환제 논의는 최선을 찾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찾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최선의 정책모형을 구현하면 좋겠지만 이게 어렵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선에는 효과제고 방안을 찾는 게 더 낫다는 주장이다.

국내 제약사 한 약가담당자는 "그동안 논의도 많이하고 실망도 많았다. 하지만 시장형실거래가제도 존폐는 제약산업에 사활적인 쟁점인 만큼 협의체를 구성해 효과적인 대안을 다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시간은 많지 않다.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결론을 내야 법령개정을 추진할 수 있다. 그리고 불법리베이트를 없애는 것이 시장형실거래가제도와는 직결된 쟁점이 아니라는 점도 드러났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 하면 실거래가격을 확인할 수 있느냐'로 모아진다.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든 이 물음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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