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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연형님'의 리더십 비결…"열린 소통"

  • 안경진
  • 2017-02-22 06:14:53
  • 인터뷰 | 한국얀센 김옥연 사장

[2017년 다국적사 최고경영자와 만남-②얀센]

#한국얀센 #김옥연 대표(50세)에겐 유독 '최초'란 타이틀이 많이 따라다닌다. 1983년 한국얀센이 설립된 이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최초의 한국인 여성, 바로 김 대표다. 상위 매출을 차지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 중에서도 여성 대표 선출은 파격적인 인사였다. 김 대표는 그때부터 5년째 얀센북아시아 지부와 한국얀센 사장을 겸임해오고 있다.

화려한 경력 만큼 그간의 행보도 인상적인데, 서울약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립안전연구원에서 1년 남짓 연구원 생활을 보낸 기간을 제외하면 줄곧 얀센에만 머물렀다. 1996년 입사 4년차 때 얀센벨기에 국제전략 마케팅(International Strategic Marketing) 부서 발령을 시작으로 아태지역 본부와 말레이시아, 중국 지사 등을 두루 거친 다음 한국사장직에 부임한 것이다. 근무지는 달라졌어도 '얀센인'으로 지낸지 20년이 넘었으니, "얀센과 결혼했다"는 외부 평가가 무리만은 아닌 듯 하다.

2015년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을 맡은 뒤에는 3년 연속 연임하면서 '최초의 여성 회장' 겸 '3년 연임 회장'이란 기록까지 세웠다.

인생사 자체가 '혁신'에 가까운 김 대표에게 한국얀센의 비전을 물으니, "혁신있고 책임있는 기업(Innovative and Responsible)"이란 답변이 돌아왔다. 제약사에게 혁신적인 의약품과 서비스 공급은 기본 의무고 환자, 사회에 대한 책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직원들로부터 '옥연형님' 혹은 '옥사장, 옥연낭자'라 불린다며 웃는 김 대표가 스스로 꼽은 리더십의 핵심은 '열린 소통'이다. "다양한 의견을 한 데 모았을 때 진정한 리더십이 나온다고 믿는다"는 자칭 '옥 사장'과 만나, 한국얀센의 현주소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 2016년도 성과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회사가 2015년에 10%, 16년에는 7%가량 성장했다. 2015년에는 제약업계 전체가 어렵지 않았나. 그럼에도 업계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고, 지난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비슷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수치적인 부분보다 회사가 의미를 두는 것은 전략적인 성공이다. 대표적으로 희귀혈액암 치료제 '임브루비카(이브루티닙)'가 발매됐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물인 '콘서타(메틸페니데이트)'가 성인 환자로 급여범위가 확대됐다. 1년에 4번만 투여하는 조현병 장기지속형 주사제 '인베가 트린자(팔리페리돈 팔미테이트)'가 지난해 말 발매된 것도 회사 전략 차원에서 의미가 컸다. 특히 한국법인은 아태지역의 대표 시장으로서 여러 분야에서 수상하며 인정을 받고 있다.

- 구체적으로 한국법인의 어떤 면이 인정 받고 있나?

가령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심퍼니(골리무맙)'를 발매하는 과정에서 질환의 진단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관련 학회와 함께 류마티스관절염 진단기준을 연구하고, 교육을 확대해 더 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왔고,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현병 분야도 유사하다. 수년 전 '인베가 서스티나'를 출시하고 지난해 '인베가 트린자'까지 발매됐지만 장기지속형 주사제의 사용빈도가 여전히 낮지 않나. 환자들의 삶의 질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학회나 정부관계자들과 함께 고민했다. 오랜 기간 유지돼 왔던 보험장벽을 완화시킨 것도 그 일환이었다. 환자와 의료진, 학계, 미디어 등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정책입안자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에 그 같은 성과가 가능했다고 본다.

- 2017년에는 어떤 품목에 주력할 계획인가?

올해는 최근 론칭한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자는 게 목표다. 마약성 진통제 분야에서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제품 '뉴신타(염산타펜타돌)'를 중심으로 임브루비카, 인베가 트린자 등이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주력할 계획이다. 얀센의 중요한 성장동력인 바이오의약품 분야도 계속해서 사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심퍼니(골리무맙),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 레미케이드(인플릭시맵)' 등이 꾸준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품목별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있다. 인베가 트린자의 경우 급여기준은 확대됐지만 환자의 치료목표에 대한 눈높이 차이가 크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갖는다. 과거에는 급성 증상만 없애줘도 충분하다고 봤지만 지금은 조현병 환자들을 사회로 복귀시키고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폭넓은 시각이 존재하지 않나. 치료목표를 사회복귀에 맞출 경우 유일한 대안은 장기지속형 주사제다. 물론 심리치료나 재활치료도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당위성이 학회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정부 관계자들에게 확산되고 있고, 최근에는 정신보건법 개정이 논의되는 등 제도적 발판이 마련되어 가는 듯 하다. 올해 매출보다는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자는 데 큰 목표를 두고 있다.

임브루비카의 경우 워낙 혁신성이 높은 약이라 가급적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제공되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뉴신타 역시 마약성진통제 분야에서 25년만에 처음으로 발굴된 물질로 소화기계 이상반응을 현저하게 줄였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직 발매 초기 단계여서 처방 가능한 병원을 확대하고자 힘쓰는 중이다.

- 바이오시밀러가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그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레미케이드가 워낙 얀센의 대표 품목으로 잘 알려져 있다보니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 물론 본사 입장에서는 미국에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출시됐으니 영향을 받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단기효과일 것이다. 얀센은 전체 매출의 20%를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혁신성을 인정받으면서 예상보다 빨리 허가, 발매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중장기적 성장전망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 않나. 비단 바이오시밀러만의 영향은 아닐 것이다.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의식해서 사업을 축소한다던지 어떻게 싸워서 이길 것인지를 고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그보다는 환자들이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우면서 시장 전체를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 얀센에 근무하셨던 분들 얘기를 들어보니 사장님을 '옥연형님'이라고 부르던데, 본인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생각하시는지?

글쎄 형님보다는 '옥사장, 옥연낭자'라고 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웃음). 업계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대다수의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란 보편타당성의 오류를 자주 범했던 것 같다. 25년 여 기간 동안 회사생활을 하면서 얻게 된 가장 큰 깨달음은 매우 다양한 관점과 경험, 사고방식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나 혼자 잘났다고 착각함으로 인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 다양한 의견들을 한 데 모으고 단결된 힘으로 발전시켰을 때 비로소 진정한 힘이 나온다고 느꼈다. 그래서 판단을 보류한 채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길 강조하는 편이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결정의 질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얀센만의 문화가 있나?

재작년부터 'LT(Leadership Team) 체크인'이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돌아가면서 팀 단위로 회사에 대한 의견을 내고, 사전조사를 통해 궁금한 내용을 질문한 다음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정해진 3~4시간 동안 소통한 뒤에는 회식 자리를 갖기도 한다. 'MD(Managing Data) 다이알로그'라고 해서 차부장급 임원들과 직접 대화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장소는 사무실로 국한하지 않고 까페나 우리집에 가기도 하는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려 한다. 올해는 시무식 때 매주 월요일 점심에는 무조건 직원들과 식사하겠다고 공언해서 스케줄을 비워두고 있다. 직책을 떠나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는 어떤 조직보다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 프로필을 보면 놀랍다. 다른 회사에 이직할 생각은 없었나?

딱 두 번 정도 다른 회사에 가볼까 생각한 적이 있다. 25년 동안 2번이면 적은 편 아닌가(웃음). 남들처럼 회사를 떠날까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회사가 추구하는 기업 철학과 개인의 가치가 잘 맞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표면상 내놓은 철학이나 가치가 일상에서 실천되지 않으면 허상이나 다름 없는데, 얀센은 일상에서 기업의 비전이나 가치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보이는 회사다.

- 공정경쟁규약이 강화되고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영업환경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그에 대한 얀센의 기조는 어떠한가?

지금은 제약업계에서 치열하지 않은 질환 분야가 없다. 브랜드 간 차별화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의 규제조건 아래서 차별화를 강조하다보면 불필요한 형태의 경쟁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브랜드 차별화 보다는 의료진들이 환자를 치료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을 우리가 가진 제품과 서비스로 해결하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가령 의사들에게 세미나를 지원하는 활동 자체를 떠나 진료에 도움이 되는 정보나 제품, 서비스를 연결하는 솔루션 쪽으로 대화가 진행된다면 그들 스스로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즉 해당 분야에 관한 전문성이 선행이 돼야 한다. 단지 제품을 파는 존재가 아니라 치료에 도움이 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로서 위상을 높이다 보면 규제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 보건복지부가 희소질환이나 암질환에 관한 개별 펀드 운영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약가제도와 펀드 운영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환영하는 바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제안한 보고서에 일부 포함된 내용이기도 했다. 정부가 4대 중증질환에 관한 보장성 강화 정책을 펴면서 나아진 부분도 많지만 그럼에도 통계상으론 보건의료비 변화가 없다. 전체적인 의료비가 올라가다 보니 그럴 수 밖에 없기도 할텐데, 혁신성이 올라가면서 의료비용은 자연히 높아지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소수의 환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반대로 다수가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한 보편타당성에 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암을 포함해 특수질환에 대한 기금운영은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다. 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도 재난적 질환을 앓고 있는 소수의 환자들에게 사회적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KRPIA 회장직과 북아시아 지역, 한국법인을 맡고 있어 책임이 무겁지 않나. 개인적인 포부도 궁금하다.

북아시아 지역 안에서 한국은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대만의 경우 지난 4~5년간 아태지역 전체를 통틀어 성과가 뛰어났고, 홍콩은 마침 한국인 사장이 계셔서 충분히 잘하고 있다. 한국얀센도 임원진들이 자율적으로 맡은 바 역할을 잘 해주고 계셔서 협회 일을 포함한 외부 활동에 힘쓰고 있다. 결국 회사에도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덕분에 주변분들이 "바쁘시죠?"라고 물으면 "별로 바쁘지 않아요"라고 대답한다(웃음).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아닌가. 누가 많이 아느냐 보다는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연결 포인트를 찾아내는 능력이 리더십이나 역량의 차이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존슨앤존슨 그룹 내에서 제약 부문 외에 다른 사업부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제안은 전혀 없었고 혼자만의 생각이다.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하는 스타일이기에 미래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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