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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한국 약가제도, 혁신가치 보상 아쉬워"

  • 안경진
  • 2017-03-20 06:14:53
  • 인터뷰 | 한국릴리 폴 헨리 휴버스 사장

[2017년 다국적사 최고경영자와 만남-④릴리]

"한국 약가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다만 혁신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다고 보긴 힘들다"

한국릴리의 폴 헨리 #휴버스(Paul Henry Huibers) 사장이 현행 약가제도에 대한 견해를 조심스레 밝혔다. 1990년 입사한 뒤 12년간 일라이 #릴리에 몸 담으며 미국, 브라질,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영업·마케팅 부서를 총괄임해 온 휴버스 사장은 2012년 한국지사 대표로 부임했다. 어느덧 한국에 머문지도 5년차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외국인 사장들 가운데 맏형 격이랄까. 그의 표현을 빌자면 '빅브라더(big brother)'란 단어가 적당할지도 모르겠다.

이전까지 중남미 지사 대표로 있었던 그는 그는 유난히도 변화가 많았던 시기에 한국지사를 이끌어야 했다. 2006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던 골다공증 치료제 #포스테오는 급여승인을 받는 데만 10년이 걸렸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가 특허만료 이후 100여 종이 넘는 제네릭 공세로 고전하면서 매출부진에 따른 부담도 심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단일보험(single payer) 특성과 예산편성에 신중해야 하는 한국정부의 입장에는 공감한단다. 한미약품 같은 국내 기업이 본사와 연구협력을 진행 중인 부분에 대해선 자부심도 크다고 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선 신약승인을 받기까지 감수해야 하는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고도 털어놨다. 혁신의 가치를 알리는 게 제약사들의 사명이지만, 혁신에 대한 보상이 충분하지 않으면 그 피해가 환자들에게 돌아갈까 우려된다고. 올해는 환자접근성 향상이란 목표 아래 당뇨병 신약 자디앙과 트루리시티를 안착시키고, 2년 전 진행성 위암 치료제로 허가받은 사이람자의 급여승인을 위해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휴버스 사장이 말하는 혁신의 의미와 함께 한국 제약산업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한국지사에 부임한지 5년차다. 한국 제약산업의 특징과 개선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은 국가적으로 혁신과 인프라가 강점이다. 인천공항이 12년 연속 최고공항으로 선정됐다는 기사를 오늘 아침에 읽었는데, 그만큼 혁신이 뿌리깊게 자리했음을 대변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LTE, 5G 등 탁월한 IT 기술을 기반으로 인재양성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혁신의 국가라고 생각한다. 제약산업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근무했던 남미 지역을 예로 들면 남미는 민간과 공공 의료기관의 시설격차가 크다. 민간 의료기관은 우수한 시설을 갖췄만 공공기관은 열악한 환경 탓에 주로 빈곤층이 이용한다.

반면 한국은 민간과 공공시설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대규모 투자 덕분일 것이다. 본사에서 한국지사를 방문할 때면 반드시 국내 병원을 방문하는데, 다들 우수한 자원과 환경에 감동을 받고 돌아간다. 한국이 시장규모 대비 많은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연구개발의 핵심 기지 역할을 할 수 있는 원동력도 그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참고로 릴리는 작년 한해 동안 한국에서 15건의 임상시험을 수행해 전 제약사를 통틀어 가장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쳤다. '빨리빨리'를 고집하는 한국의 문화적 특징도 양질의 임상연구를 신속하게 수행하는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웃음).

아쉬운 점은 없나? 릴리의 제품들이 급여과정에서 난항을 겪었는데, 한국 약가제도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다. 국가 간 특성과 지역 차이에 따라 고유의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시장과 1:1 비교는 어렵다고 본다. 한국은 납세자의 세액과 건강보험료를 기반으로 약가를 지불하는 단일보험(single payer) 체제라, 보건의료 예산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해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런 한국의 약가제도는 분명 좋은 제도지만, 제약사가 신약승인을 받는 과정에선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비단 릴리 뿐만 아니라 다른 제약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예를 들어 혁신적인 생물학적 제제를 40년 전에 개발된 화학제제와 1:1로 비교하는 방식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

현행 약가제도에선 혁신성을 갖춘 생물학적 제제들이 오래 전에 개발되어 가격이 저렴한 제제와 비교되고 있다. 부분적으로 높은 약가를 받았다고 해도 혁신에 대한 보상이 적적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혁신의 중요성 알리는 것이 제약사들의 사명이기에 환자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모든 보건의료 당사자들이 원하는 목적은 동일하지 않나. 정부와 제약사, 환자가 바라보는 지향점은 혁신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향상이란 측면에서 동일할 것이다. 허나 많은 제약업계 종사자들은 새로운 의약품이 존재함에도 비급여 상태로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현실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지사를 포함해 글로벌 제약사들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지 않나. 약가인하의 여력이 있어 보인다. 제약사가 가격을 낮춰 환자 접근성을 더 높이는 방안은 어떻게 생각하나?

신약이 탄생하기까지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한 제품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출시하기까지 최소 10년이 걸린다고 알려졌다. 비용으로 치면 2억 6000만불의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금이 투입 된다. 실험실에서 수만개의 후보물질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 중 한 개만이 상용화되지만 이런 부분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상용화된 제품의 가격에는 이전의 수 많은 실패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 즉 실험실 연구와 1~3상 임상연구, 시판 후 발생되는 비용, 제품 철수 리스크 등의 요소가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업은 신약 접근성과 가격인하 사이에서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릴리의 중증 골다공증 치료제 '포스테오(테리파라타이드)'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릴리는 포스테오 급여 승인을 위해 지난 10년간 꾸준히 노력해왔고, 그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더 많은 환자에게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급여승인과 동시에 약가가 대폭 인하됐지만 혜택을 받는 환자가 증가해 매출은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기업이 접근성과 가격인하를 적절하게 조율한 사례다. 한편으론 국가간 약가참조에 따라 발생하는 이슈도 있다.

신약이 한국에서 특정 약가를 받으면 타국에서 해당 약가를 책정할 때 참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한국에서 낮은 약가가 책정될 경우 해외 약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표인 환자 접근성 향상 측면에서 보더라도 긍정적이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혁신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함으로써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점이 우려된다. 의료빈곤층이 혁신신약에 접근할 수 없다는 점은 크게 안타까운 부분이다.

실패한 임상에 대한 보상을 이야기하셨다. 최근에는 일반 환자들이 임상실패 부담을 져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논란도 있는 듯 하다. 임상실패 줄이기 위해 릴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제약업계가 연구개발의 전반적인 과정에서 비용을 줄여 신약개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는 적극 동의한다. 제약사를 포함한 관련 업계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릴리는 크게 연구개발(R&D)과 커머설(commercial) 부서로 나뉜다. R&D 부서에서 비용절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신기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가령 동물실험에 앞서서는 컴퓨터를 활용해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소프트웨어를 통해 제품 필터링 가능성을 탐구한다.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사전 발굴한 뒤 동물실험을 진행하는 것도 하나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제약업계가 지향하는 목표 중 하나는 바이오마커다. 비록 초기단계지만 사람이 가진 유전자 구조와 특징을 파악하고 나면 환자 치료에 획기적인 가능성이 열리게 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암환자들에게 ALK, EGFR 돌연변이 검사나 PD-L1 동반진단 등이 활용되고 있지 않나. 20~40년 뒤에는 개별 환자의 유전자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방식이 열릴 것이다. 물론 적극적인 바이오마커 활용은 정부 입장에서도 발전적인 흐름이다. 환자의 치료반응을 미세하게 확인하고, 처방할 수 있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사의 협업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가능성과 제약산업계의 전망은 어떤가?

오픈이노베이션은 릴리의 중요 전략 중 하나다. 한 기업의 과학자들이 모든 문제의 답을 알 순 없다. 제약산업군에만 국한해서 생각하기도 어렵다. 다른 분야의 과학자와 협력을 통해 고민을 해결하는 데 추가보완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은 릴리가 항상 레이더를 키고 주시하는 국가다. 한국릴리는 릴리가 한미약품과 진행 중인 협력관계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4월에는 바이오코리아가 개최될텐데, 본사 담당자들이 현장에 방문해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텍의 여러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릴리는 한국 기업들과 지속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구해나갈 것이다. 회사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 대학병원 실험실의 교수 한명이 협력 대상이 될 수 있고, 국내 유수의 제약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협력 가능성이 큰 기회의 장소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릴리의 성과를 듣고 싶다.

2016년은 릴리가 창립 140주년을 맞은 의미있는 한해였다. 대외적으로도 많은 인정을 받았다. 국무총리 표창을 포함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상 수상, 여성가족부 가족친화기업 재인증을 받은 점은 회사 차원에서 뜻깊은 일이다. 특히 한해 3개의 제품을 국내에 출시한 점은 이례적인데, 진행성 위암 치료제 사이람자와 당뇨병 분야에서 SGLT-2 억제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 GLP-1 유사체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수치상으론 주요 제품의 특허 만료와 보험등재에 따른 약가인하 등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한 자리수 성장을 보였다. 올해는 새롭게 출시된 제품들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통해 두자리수 성장이 기대된다.

올해 주목할 제품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지난해 12월 급여승인된 중증 골다공증 치료제 포스테오다. 앞서 언급했듯이 다년간의 노력과 협상을 통해 10여 년만에 급여명단에 오르게 된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동안 비급여 상태에서도 다수 환자에게 치료 혜택을 제공하며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는데, 보험적용 및 약가인하를 통해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당뇨병 치료제인 자디앙과 트루리시티다. 전세계적으로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폭넓은 치료옵션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는 가운데, 혁신적인 당뇨병 치료제를 2개나 출시한 점은 자랑스럽다. 릴리는 트라젠타를 필두로 DPP-4 계열이 주로 처방되던 시장에서 SGLT-2 억제제란 새로운 계열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자디앙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 향후 SGLT-2 억제제 전 계열을 확대하는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가 크다. 트루리시티도 지난해 6월 출시된 이후 국내 GLP-1 유사체 시장의 약 65%를 점유하며 동일 계열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주 1회 투여용법으로 주사제에 대한 부담을 완화시켜 의료현장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피드백이 나온다. 투약방법이나 편의성 개선이 환자 삶에 미치는 효과를 과소평가해선 안된다. GLP-1 유사체 중 1일 1회 용법과 주 1회 용법이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면, 환자 입장에서 대단한 혁신이지 않나. 이처럼 우수한 혈당강하 효과와 사용 편의성을 갖춘 트루리시티는 의료진과 환자들의 선호하는 치료제로서 입지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아울러 비급여 출시된 진행성 위암치료제 '사이람자(라무시루맙)'는 2018년 급여 승인을 목표로 심평원과 지속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위암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발병률이 높은 암종 중 하나다. 사이람자는 유의한 치료 효과가 확인된 최초의 위암 VEGFR2 억제제로서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다.

5년동안 어떤 철학을 갖고 한국지사를 운영해 왔는지 궁금하다. 본인 스스로 어떤 리더라고 생각하나?

한국에선 5년, 릴리에선 올해로 27년째 근무했다. 한 기업에서 오랫동안 근무한다는 건 개인과 기업의 신념이 서로 맞아야 가능한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투명성(transparency)과 열정(passion), 인간존중(respect for people)의 3가지 가치를 추구하는데 이는 릴리가 추구하는 가치기도 하다. 특히 인간존중과 관련해서는 항상 인용하는 표현이 있다. 임직원 모두 한 배를 타고 일하는 동료이고, 그 배가 앞으로 잘 나가도록 방향을 잡는 게 나의 역할이란 것이다. 저는 '사장님' 보다는 '폴님'이라고 불리길 원한다. 실제로도 직원들 모두가 '폴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스스로는 빅브라더(big brother), 소위 큰 형님 같이 독재적인 스타일의 리더는 아니라고 자부하는데, 다들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다(웃음). 즉 닫힌 문이 아니라 언제나 열려있는 평등한 조직을 추구한다.

'오픈도어 정책(opendoor policy)'이라고 해서 직원들이 원하면 언제라도 찾아와서 질문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것이 인간존중의 가치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저 혼자 모든 해답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현장에 있는 영업담당자들이 풍부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임직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가감없이 듣는 것이 제 역할이자, 경영 철학이다.

최근 글로벌에서 감원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내에서도 2년 전 ERP 등에 따른 감원이 진행된 적이 있지 않나. 이번에는 한국직원들에게 미치는 여파가 없는지 궁금하다.

개인 인생에 굴곡이 있듯이 기업 경영에도도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 2년 전에는 릴리의 주력제품이던 3~4개 품목이 특허만료 되면서 국내 매출이 큰폭으로 하락했다. 그에 따라 구조조정은 불가피 했다. 하지만 현재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제품을 런칭하고 비즈니스를 키워 나가며 인원을 충원하는 단계다. 올 1~2월만 해도 신규 및 내부승진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12명을 새롭게 충원했다.

현재 릴리는 창립 이래 가장 유망한 포트폴리오와 파이프라인을 갖추고 있다. 2014~2023년까지 10년 이내 20개의 신약출시가 예상되고 있으며, 국내에도 향후 5년간 8~10개의 신약출시가 예정됐다. 탄탄한 파이프라인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성장모듈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 판단되며, 이에 발맞춰 인력을 지속 충원하고 직원들의 역량 개발을 도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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