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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약 90%는 처방받은 의약품…그 이유는?휴베이스 연구소가 버려진 의약품 낱알을 일일이 식별하고 약가를 계산한 연구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버려진 약 90% 이상이 조제의약품, 다시말해 처방받아 조제된 약들이었다는 사실입니다.총 6만1014정 중 일반의약품은 10%가 채 되지 않았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요?단순하게 생각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일반의약품보다 전문의약품, 처방을 통한 조제의약품을 더 많이 복용하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우리나라 의약품 산업의 80% 이상이 전문의약품이니, 버려진 약 역시 전문의약품이 많을 수 밖에요. 하지만 휴베이스 약사들은 조금 다른 의견을 제시합니다.일반의약품은 유효기간과 약의 종류, 효능효과가 적혀있는 포장 단위로 구입하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필요시 언제든 남은 약을 복용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국민들은 가정에서 '필요한 때마다' 일반약을 소진할 수 있죠.반면 조제의약품은 낱알단위로 약포지에 포장해 나가는 게 대부분입니다. 유효기간도 알 수 없고요, 요즘이야 의약품 정보를 약봉투에 인쇄해주지만, 예전에는 이마저도 없어 조금만 오래돼도 이게 언제적, 왜, 어떤 목적으로 조제받은 약인지 알 수 없어지죠.또 여러 약이 한 봉지에 섞여 오랜 시간 있다보니, 안전성도 담보할 수 없고요. 의사와 약사들이 처방, 조제받은 약은 그때그때 다 먹되, 남은 건 다시 복용하지 말라고 강조할 수 밖에 없어요. 남으면 버릴 수 밖에 없는거죠.조사를 진행한 10개 약국 중 문전약국에 해당하는 우리대학약국에 모인 폐의약품을 보시죠.수거된 조제의약품 수가 358가지, 일반의약품 수는 10가지였습니다. 금액으로 보면 각각 566만9505원, 1만4763원. 엄청난 차이가 나네요.동네약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조사에 참가한 모약국은 조제약 수와 일반약 수가 각각 164가지, 15가지. 금액으로 치면 68만5497원, 7만3066원으로 격차가 큽니다.전체 10개 약국을 보면 조제약은 2137가지, 일반약은 218가지가 수거됐고, 금액으로 환산하면 각각 1277만8060원 대 91만8547원. 약 14배 차이가 납니다.이들 중 진통제 효능 의약품만 따로 골랐습니다. 골라서 일반의약품과 조제된 의약품으로 또 나눠보았죠.소염진통제는 총 381가지 제품으로 식별됐고요, 이중 조제된 의약품이 331가지, 일반약으로 판매된 것은 50가지였습니다. 조제된 의약품 중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것이 172가지 6만1398정, 전문의약품이 159가지 3만1676정으로 나왔습니다.자, 그럼 금액으로 환산한 수치도 보시죠. 소염진통제 전체 분량은 125만원, 이 중 조제로 나간 진통제는 114만원어치였습니다. 조제로 나간 진통제가 전체 진통제 폐의약품 중 86.9%에 달하네요.정리하면, 버려진 조제된 소염진통제 331개 중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성분이 172가지가 됩니다.보이시나요? 52%(일반약으로 살 수 있는 제품)가 약국에서 일반약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약들이라는 점이요.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프로펜, 나프록센같은 것들이죠.캐나다 약국에서 일했던 한 약사는 미국과 캐나다는 진통제 처방을 이렇게 한다고 말합니다."의사가 처방을 낼 때 '진통제는 일반약 ㅇㅇㅇ를 사서 통증이 있을 때만 드세요'라고 안내하는 거죠. 그럼 환자는 진통제를 조제약과 분리해 따로 관리하고, 조제약을 다 복용한 이후에도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복용할 수 있을 거에요. 한꺼번에 조제받아 다른 약들과 함께 버리지 않게요."이렇게 소염진통제만이라도 같은 성분이면 일반약으로 대체하면 장점과 단점이 있을 겁니다.단점은 한 약포지에 포장하지 않으면 복약순응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 포장과 별도로 판매되니 분실할 위험도 생기는 거죠.반면 장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일반약은 개별 포장으로 식별이 쉬워 '덜 버려진다'고요. 진통제 성분 만이라도 일반약으로 판매된다면 폐의약품 수는 많이 줄어들 겁니다.물론 미국과 캐나다 방식을 우리가 무조건 따라할 이유는 없습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의약품이 사보험 영역이니, 의사도 병원도 가능한 처방을 적게 내려 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하지만 건보재정 절감을 생각하면 한 번 고려해볼 만한 제도 아닐까요?오늘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은 2400가지 버려진 약 중 가장 많이 버려진 약이 무엇인지, 항생제가 얼마만큼 버려지는지 분석해보죠. 보다 진지한 내용이 될 것 같습니다.2017-01-11 06:15:05정혜진 -
약 복용 중단 환자들 약 남긴 이유 "좀 나아서"어제에 이어 오늘은 우선 소비자가 '약을 왜 버리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휴베이스 소속 약사 10명이 폐의약품을 가져온 환자를 설문한 내용을 분석했습니다.먼저 설문은 3가지 문항으로 ▲약을 다 복용하지 않고 남긴 이유 ▲폐의약품을 가져오라는 안내를 약국에서 받았는지 여부 ▲폐의약품을 약국이 수거하는 것에 대한 의견 등 질문들로 이뤄졌습니다.약을 가져온 217명 중 182명이 설문에 응했습니다. 약사가 조제하는 시간도 못 기다려 안절부절하고 약사를 호통 치는 환자가 많은데, 이렇게 수분이 걸리는 설문에 응답한 환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주목할 점인 것 같습니다.답변 중에 가장 많은 22%(97명)의 응답자가 꼽은 원인은 '좀 나아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했다'입니다.2위는 '일반약을 사두었는데 유통기한이 지났다'(17%, 73명), 공동 3위는 '의사가 필요할 때만 약을 먹으라고 해서 약이 남았다'와 '잘 안 나아서 의사가 다른 약으로 바꿔주었다'가 각각 11%(47명)으로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5위 '안 나아서 약을 중단하고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다'(8%, 35명), 6위 '먹는 걸 잊어버렸다'(8%, 34명), 7위 '분명히 용법대로 다 먹었는데도 약이 남았다'(8%, 33명), 8위 '(여행이나 상비감기약으로) 미리 처방받았는데 남았다'(6%, 27명), 9위 '약이 독한 것 같아서 줄여서 먹었다'(4%, 17명), 10위 '부작용 때문에 중단했다'(3%, 13명) 등이 나왔네요.기타 의견으로 '다른 병원에 입원'(1명), '먹는 법을 잊어버려서'(1명), '보관 중 변질'(1명), '사망'(2명), '선물받았다'(1명), '입원 기간 중 처방 변경'(1명), '치과 시술', '선물(어떻게 먹어야 할 지 몰라서)'(1명) 등이 있었습니다.이렇게 보면 약이 남은 이유는 크게 ▲환자의 복약 순응도 ▲약에 대한 환자의 거부감 ▲의사 처방 단계의 원인 등 세가지로 꼽힙니다.답변 비율과 내용을 주제별로 묶어보면 재밌는 사실이 몇 가지 보이는데요.'증상이 나아 임의로 복용을 중단했다'나 '약이 독한 것 같아 줄여서 먹었다'는 의견을 보세요. 의사 처방, 약사 복약지도와는 별개로 환자들이 자신이 먹을 약을 스스로 컨트롤하는 비율이 꽤 높다는 걸 알 수 있죠.또 증상이 나았거나 독한 약을 기피한다는 점에서 국민들도 '약은 되도록 안(적게) 먹는 게 좋다'고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약 먹는 걸 너무 좋아한다"고 버릇처럼 말하는 것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요.의사 처방 패턴과 관련 있는 내용도 눈에 띕니다.'의사가 필요할 때만 먹으라고 해서 남았다', '안나아서 다른 병원에서 처방을 다시 받았다', '여행을 위해 미리 처방받았다가 남았다'는 걸 보면 처방 단계부터 약이 남을 가능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죠. 어느 정도 처방 단계에서 개선할 여지가 있을 듯 합니다.이번 조사에 참여한 한 약사는 "해외여행을 대비해 남편이 감기약을 15일치 미리 받아왔는데, 보니 정제는 물론 외용제, 시럽까지 약제비 7만원, 본인부담금 2만원 정도의 약을 한보따리 받아온 경우도 있었다"며 "사용될 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약이라 하기엔 너무 많은 조제약이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또 재밌는 건 이 부분이에요, 보세요. '분명히 용법대로 다 먹었는데 약이 남았다'고 응답한 환자가 33명이나 됩니다. 용법대로 다 먹었는데 약이 남았다...무슨 말일까요? 애초에 약이 잘못 나간걸까요?휴베이스 약사는 "환자들은 의사나 약사 앞에서 '약을 잘 챙겨 먹었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며 "약사들이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 집에 남은 약은 없는지, 잊지 말고 잘 복용해야 한다는 점 등을 더 강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이렇게 분석해볼 수도 있어요. 만성질환약(먹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주는 약)과 증상 치료제(일시적인 질환을 치료하거나 줄여주는 약)을 묶어 둘을 비교하니, 버려지는 약 중 만성질환약은 우리나라 치료제 시장 크기를 생각했을 때 상당히 적은 약이 버려지고 있더군요.고혈압, 고지혈, 당뇨 치료제를 합한 수가 134인데, 진통제(381), 항히스타민제(180), 항생제(253)를 합하면 814개나 돼요.이건 어떤 의미일까요? 휴베이스 연구소는 '국민들이 반드시 먹어야 할 약과, 덜 먹어도 될 약을 잘 구분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연구소의 한 약사는 이렇게 설명해요. "우리나라 국민들이 만성질환제에 대해서는 복약 순응도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고요.만성질환 치료제가 상대적으로 비싼 탓도 있지만, 꼭 먹어야 하는 약은 버리는 게 없을 정도로 대부분 잘 복용하고 있다는 거죠. 반면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위한 진통제, 항히스타민제, 항생제는 환자들이 되도록 안 먹으려하고요.약사는 "의사와 약사는 자신이 처방·조제한 약은 환자들이 모두 복용한다고 생각하지만, 약사 예상과 실제 사이엔 치료제별로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지금까지 살펴본 데이터만 봐도, 앞으로의 복약상담은 많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약사가 생각하는 '국민'들이 이렇게 달라져 있으니까요.다음 편은 버려진 의약품을 전문약과 일반약으로 구분한 자료를 가지고 '버려진 의약품' 속으로 좀 더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2017-01-10 06:15:00정혜진 -
한해 1000억원대 약품이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대한민국 건강보험에 예산 1000억원이 추가로 생긴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휴베이스가 작년 8월부터 독특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회원 약국 10 곳이 '가정 내 남은 약은 모두 약국으로 가져오세요'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3개월간 환자들이 가져온 약을 수거해 분석한 프로젝트입니다.약사들은 수거한 #폐의약품의 낱알을 식별해 어떤 약인지를 판별하고, 약가를 따져 버려진 약을 금액으로 환산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약을 가져온 환자에게 '왜' 이 약을 버리게 된 건지도 꼼꼼히 설문했습니다.3개월 간 약사들은 약국 문을 닫은 후 저녁 내내 이 약들을 끌어안고 작업하느라 상상 이상의 수고로움을 감수했습니다.휴베이스 실험약국이 게첨한 홍보물과 약국에 들어온 폐의약품, 식별을 위해 정리한 폐의약품들.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었을까요.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약이 10개 약국에 모였고요, 이 자료를 분석한 데이터는 우리에게 분명히 '어떤 무언가'를 말해주게 되었죠.휴베이스 연구소가 진행한 독특한, 하지만 정작 열 명의 약사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이 연구 결과를 데일리팜이 받아 분석했습니다.단지 버려진 약에서 우리나라 건보 재정 낭비 현황, 처방과 조제의 허점, 개선할 점들을 우리가 얘기할 수 있다 말하면 과장일까요. 휴베이스와 데일리팜이 함께 준비한 폐의약품 이야기는 총 5편으로 진행됩니다.10개 약국에 3개월(8월~10월) 동안 모인 폐의약품, 정확히 말해 건강기능식품과 처방약, 일반의약품, 식별이 불가한 시럽과 가루약이 섞인 뭉치들은 몇 자루의 봉지를 채웠습니다.3개월간 총 217명의 환자가 폐의약품을 가져왔고, 이것들은 총 2391가지로 식별됐습니다. 정제만 따졌을 때 총 6만 정이 넘는 양이었습니다.이어 등재된 약가로 환산도 해봤습니다. 식별이 되는 약만 모았는데도, 놀라지 마세요. 금액으로 따지니 이 2300여가지 약들은 총 1400여 만원 어치가 됐습니다.1400만원. 단지 3개월 동안 10개 약국에만 모인 금액이 이 정도라면 적지 않은 금액입니다.10개 약국이 '대한민국 표본 약국'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는 이를 표본 삼아 전국 단위로 확장시켜 봤습니다. 10개 약국을 전국 2만개 약국으로, 3개월 수거기간을 1년으로 환산했죠.단순화해봐도 우리나라 전국 약국에서 폐의약품을 수거한다면 1년동안 버려진는 의약품은 1120억원. 매달 100억원의 의약품이 버려지는 거에요.가져온 환자 한명 당 평균 11개 품목의 의약품을 버렸고요, 가장 큰 금액으로는 22만원어치의 약을 한꺼번에 들고 온 환자도 있었답니다. 왜 이렇게 많이, 비싼 약을 버린 건지 궁금하시죠? 이 점은 나중에 살펴보도록 하고요.평균을 내보니 10개 약국을 다녀간 환자들은 1인당 평균 6만4961원 어치의 약을 버렸습니다.약국에 오는 환자의 대부분이 (동네약국일 경우) 본인부담금 1만원 이하를 내고 조제를 받습니다. 물론 건보재정에서 충당하는 약값은 훨씬 비싸고요.그렇게 조제해 간 약 중 3개월 동안 6만5000원 어치의 약을 다시 버린다니, 이거 건보재정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그럼 다시, 앞에서 나왔던 버려지는 약을 전국, 1년 단위로 환산했을 때 도출된 금액 1120억원을 다시 보겠습니다.정부 통계를 보면 2015년 1년 간 직장인은 1인당 110만원,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는 1인당 117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고 해요.1년간 버려지는 약값으로 환산한 1120억원은 직장인 10만명, 지역가입자 9만6000명이 낸 건보료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정부가 2017년 지원한 건보료 예산 6조8764억원의 1.6%에 해당하고요.다시 말하면 직장인 10만명이 낸 건보료가 매년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거에요. 한국 제약 R&D의 대명사가 된 한미약품이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사 중 가장 처음으로 R&D투자액 1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한해 투자액은 1156억원이었고요.개인 개인에게 6만5000원은 별 거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지요.그럼 왜 이렇게 엄청난 양이 버려지고 있을까요? 내일은 그 원인부터 알아보겠습니다.2017-01-09 06:15:00정혜진 -
입지 좁아진 영업사원(MR)…구조조정 1순위병신년(丙申年)엔 영업사원 부당해고 논란으로 유난히 다국적제약사들이 몸살을 앓았다.프랑스계 제약사 사노피는 영업부 소속 직원 2명을 자율준수프로그램 위반 명목으로 해고했다 노조 측 반발을 샀다.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본사는 지난해 6월 130억원대 예산절감 시행과 인건비 60억원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법인 또한 ERP를 통한 인력조정이 기정사실화되며 노조는 반대집회를 개최했다.그 전해에도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가 OTC사업부 영업사원 80명 중 40명을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가동해 정리했다. 실적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 명목이었다.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작으로 제약산업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났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 진출해 공격적으로 영업조직을 구축했던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때부터 조직을 축소하기 시작했다.외자사들은 수익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고수익 품목 위주로 제품군을 정리하고, 실적이 저조한 사업부의 인력조정을 통해 순이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영업 시스템과 조직에 변화를 꾀했다.지석만 노무법인 노동119 노무사는 "2010년부터 다국적사들이 조직을 슬림화 하기 시작했다. 이익 없는 제품을 국내사 외 제3기업에 넘기면서 구조조정을 상시화 했는데 이때부터 대량해고가 예고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1순위는 영업사원이었다.국내 제약사도 2010년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약가인하 정책, 청탁금지법 규제, 제약산업 자체 CP규정 강화 등 문제에 부딪히며 인력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무엇보다 효율적인 영업조직 구축을 위해 CSO 등 외부자원을 활용하는 선택을 한다.결국 실적악화와 신성장동력을 위한 타계책으로 꺼내든 것이 영업사원 감축이었던 것이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5년 제약산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제조업체 영업직은 2만5496명으로 전체 구성원 중 28.4%를 차지하고 있다.2013년과 비교하면 영업직 인력비중은 2006년 34.6%에서 2014년 28.4%로 6.2%p 감소했다. 이후에도 30%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연구직은 2006년 9.0%에서 2014년 11.8%로 2.8%p 증가했다.영업인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각 제약사의 신규 영업인력 선발 경향에서도 나타난다.2016년 상반기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MR공채를 하지 않았다. 일동제약, 유한양행, 제일약품은 수시 채용 또는 경력직 영업사원을 채용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전문의약품 영업사원만 선발했다.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2010년 쌍벌제 시행은 실제 영업관행 형태를 바꾼 가장 큰 영향 중 하나였다"며 "이전에는 영업력 자체가 기업의 성장동력과 같아 영업직 출신 대표가 영향을 발휘했으나, 쌍벌제 이후 키워드는 신약개발 역량강화와 글로벌 진출 확대 이슈로 옮겨갔다"고 말했다.이러한 변화는 국내 제약사들이 외자사를 벤치마킹해 실적이나 CP위반을 문제로 인력을 감축하는 형태로 나타났다.2015년 국내 모 상위사는 권고사직을 거부한 영업인력 30명을 대기발령했다. 실적 저조와 CP규정 강화 부적응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해당 기업은 이어 지난해까지 지속적으로 매출정체 등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대기발령 방식의 인력조정을 진행했다.지석만 노무법인 노동119 노무사는 "조직개편에 따른 구조조정이나 위탁계약에 의해 잉여인력은 생길 수 밖에 없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사람에게는 권고사직, 대기발령, 영업활동 표적수사 등 부당해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제네릭과 개량신약 위주로 마케팅과 영업력을 집중해 온 국내 제약사가 투아웃제, 쌍벌제, 청탁금지법 등 정부 규제 강화로 대면영업에 한계를 드러내자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정윤택 대표는 "최근 개발부나 연구소 출신 제약사 사장단이 산업행태와 행동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자연적으로 연구인력은 증가하고 영업사원은 줄어드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조정을 하는 양상을 보인다"며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 환경변화에 의한 CSO와 온라인몰 같은 영업시스템 변화는 필연이다고 강조했다.결국 과거와 같이 단순한 리베이트 기반 영업방식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없다는 분석이다. 영업조직을 감축해 비용을 절감하고 대체 인력으로 CSO나 도매그룹을 활용하는 방안이 제기된 것이다.정 대표는 "영업사원 감소는 불가피하다. 기존 영업역할이 CSO로 많이 갈 것이다"며 "기존 리베이트 영업의 한계로 품질경쟁력과 올바른 정보, 물류비용 절감을 위한 전략이 지속될 것이다"고 전망했다.그는 "영업관행에 변화를 가져야 한다. 신제품은 CSO에 바로 맡길 수 없기에 의약사 대상 전문화 스킬을 가진 정보전달자가 필요하다. 기업내 MR역할이 과거 단순히 몸으로 하는 영업행태에서 벗어나 전문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영업조직 전문화를 강조했다.2017-01-06 06:15:00김민건 -
얼굴보는영업 위기…외자 온라인, 국내 CSO로시작은 2010년 4월이었다. 경남 김해시의사회는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영업사원의 진료실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이 조치는 곧장 전국으로 확대돼 많은 병원들이 진료실 출입문에 '영업사원 출입금지'라는 팻말을 걸어놓는 발단이 됐다.2013년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해 2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학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리베이트 근절 선언과 함께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의료기관 출입금지 운동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6년 11월 '영업사원 출입금지' 팻말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도 의사협회는 공문을 보내고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출입을 금지하고, 처방통계 자료도 제공하지 말라고 일선 병의원에 당부했다.2010년에는 리베이트를 준 제약사뿐만 아니라 받은 의사들도 처벌할 수 있는 '쌍벌제' 시행이, 2013년에는 당시 유력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적발, 그리고 작년은 공무원 등과 업무 관련자들의 접대를 엄격히 제한하는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 해다.의료인을 옥죄는 일이 있을때마다 화살은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에게 돌아갔다. 그때마다 의사를 만나 약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권유해야 실적을 얻을 수 있는 MR들의 한숨만 늘어갔다.거래처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자 등산객, 환자로 변장하는 영업사원들도 생겨났다. 출입금지 조치는 7만 영업사원들의 생계를 그렇게 위협했다.회사도 비상이 걸렸다. 의사들이 대면영업에 난색을 표하면서 이를 대신할 새로운 창구가 필요했다. 온라인 마케팅이 활성화된 것도 이 시점이다.대면영업 대안으로 화상디테일, 온라인 심포지엄 떠올라다국적제약사들은 발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갔다. 2013년 한국화이자제약화이자에센셜헬스(PEH) 사업부는 MCM(멀티채널마케팅) 전담 부서를 구성했다. 여기서 화상디테일, 온라인 심포지엄 등을 진행한다.한국MSD의 웹컨퍼런스 시스템 'MSD 온에어'를 활용한 화상회의는 매년 회원수가 20%씩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MSD는 최근 국내 파트너 종근당과 함께 DPP-4 억제 당뇨치료제 '자누비아'의 #온라인 심포지엄을 진행했는데, 사상 최대 인원인 1293명이 동시 접속하는 기록도 세웠다.MSD 관계자는 "사내 워크샵을 진행할 때 20년 뒤 영업현장은 지금과 사뭇 달라질 것이란 강의를 들었다"며 "변화에 대한 국내 의료진들의 적응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놀랐다"고 말했다.사노피의 기저인슐린 온라인 심포지엄 현장 모습.한국릴리도 자사 제품과 관련된 의약학 정보를 제공하는 멀티채널마케팅 '릴리온'의 웹사이트를 지난해 11월 공식 론칭했다. 릴리온에서는 온라인 웹 세미나, 관련 논문 및 의약학 정보, 다시보기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다국적제약사들의 온라인 마케팅 확대는 영업 효율성의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이전에는 100명의 영업사원들이 600명의 의료진을 커버했다면, 멀티 채널을 통해서는 8000명의 의료진을 관리할 수 있어 보다 영업 역량(capability)이 향상됐다"고 말했다.국내 상위사들도 일부 온라인 심포지엄을 진행하고 있다. 동아ST는 지난해부터 신제품 B형간염치료제 '바라클'과 위염치료제 '스티렌' 관련 온라인 심포지엄을 시작했다.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등 상위사도 온라인 심포지엄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추세다. 다만 비용부담이 커 일부만 적용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영업사원들의 의약품 정보전달 역할이 일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종합병원 영업을 하고 있는 손재현 코오롱제약 과장은 "이러다 보험이나 중고차 영업처럼 온라인이 MR의 역할을 대신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지금도 많은 의사들이 인터넷이나 온라인 심포지엄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 MR들도 이제 스스로 변화를 준비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하지만 온라인이 당장 면대면 영업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최근 시행되고 있는 온라인 마케팅도 면대면 영업으로 쌓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장기적으로 온라인 마케팅 비중이 커진다면 MR 숫자 조정이나 역할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국내제약 온라인몰 설립, CSO를 통한 영업 외주화 가속화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설립한 온라인몰도 약국 영업사원들의 역할변화를 대변하고 있다.지난 2012년 한미약품이 온라인팜을 설립한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보령제약이 보령컨슈머헬스케어를 설립해 온라인몰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전반기에는 일동제약도 약국 대상 온라인몰을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2일 오픈한 보령컨슈머헬스케어의 팜스트리트 홈페이지.온라인팜과 보령컨슈머헬스케어는 기존 약국 직거래 영업사원들을 흡수해 운영하고 있다. 제품주문이 온라인몰을 통해 이뤄지면 기존 약국 영업사원들이 진행하던 주문, 배송, 결제업무가 간소해지는 대신 정보제공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반면 온라인몰 가입을 위한 영업활동은 추가된다. 현재 해당 제약사들은 온라인몰 전환에 따른 영업사원 숫자는 크게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대면영업의 위기는 다른 형태로도 나타나고 있다. 자체 영업조직을 줄이고 #CSO(판매대행업체)나 도매로 제품판매를 외주화하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콜마, 대웅바이오, 동구바이오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은 외주 영업비율이 높은 회사로 알려졌다.현장에서는 CSO로 판매되는 의약품 시장규모가 이미 1조원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CSO 업체수도 1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판매대행업체인 한국메딕스는 최근 출시된 셀트리온제약의 고혈압복합제 셀미스타정 판매목표로 50억원을 잡았다. 공식적으로 CSO에 투자하는 제약사들도 나타나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한국메딕스에 4억원을 투자해 현재 지분 10.81%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메딕스는 새해부터 셀트리온제약의 경구제 판매권을 확대·인수했다.최근 제일약품도 판매대행업체 제일앤파트너스를 설립했고, 서울제약도 자사 임원이 투자한 CSO업체 '헤스티안'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외주업체에 제품영업을 맡기면 그만큼 인건비나 판관비를 절감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CSO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보통 40~50%라는 점에서 제품영업과 함께 리베이트도 외주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실제로 유유제약은 CSO를 통해 리베이트를 우회 제공했다가 지난해 11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적발됐다. 지난 12월에는 경남 지역의 CSO가 중소병원 리베이트 사건에 연루돼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래관계에 있는 제약사들이 초비상에 걸리기도 했다.구조적으로 CSO 시장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약가인하, 내수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제약사들은 비용절감이 불가피한데다 주종목인 제네릭약물이 각종 정부규제로 성장 한계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CSO같은 외주업체에 대한 의존률은 더욱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비용감소와 업무효율을 목적으로 한 일련의 흐름들은 결국 영업사원 감소와 연결돼 있다. 작년 내내 벌어진 인력감축을 둘러싼 노사갈등 문제도 시스템 변화의 징후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업사원 수 조정만으로는 미래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말한다.김준철 IMS헬스코리아 전무는 앞으로 제약의 영업형태는 전통적인 대면방식에서 환자 선택권 보장을 위한 프로그램 확대, 멀티 채널 마케팅 가속화, 대면 영업방식이 정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우리나라는 디지털 마케팅 비중이 1%에 불과하지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 40%를 넘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나라도 디지털 마케팅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Clinical Decision Syppory System)같이 의사의 진료행위를 지원하는 정보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런 흐름에서 영업사원의 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전무는 "영업지역의 재설계, 제공정보의 질적향상, 영업사원 인센티브 방식 조정, CRM 시스템 적용 등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이러한 세밀한 경영(micro management)을 통해 영업활동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더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2017-01-05 06:15:00이탁순·안경진 -
엄습한 인공지능과 로봇 시대…약사 서바이벌 게임[상황 1] = 전남 K약사는 인공지능 왓슨이 보험상담사 역할을 하게 된다는 뉴스를 접하고 화들짝 놀랐다. 조제로봇보다 더 위협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보도 내용은 이렇다. 왓슨 국내 사업 파트너사인 SK C&C는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콜센터 시스템을 선보이며 내년 3월 보험업계에 도입을 준비 중이다.이렇게 되면 우리말을 학습한 인공지능 왓슨이 24시간 연중무휴 보험상담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K약사는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말을 습득한 인공지능이 상담업무까지 수행하는 시대가 왔다고 하니 놀랍다"고 말했다.[상황 2] = 1년전 일본을 방문한 서울의 P약사는 도쿄의 한 대형 드럭스토어 매장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가슴에 모니터를 달고 여기저기 구동이 가능한 로봇이 고객을 응대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소프트뱅크가 제작한 페퍼(Pepper)라는 로봇인데 이미 일본에는 고객 상담과 안내용 로봇이 상용화되기 시작했다.P약사는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로봇이었는데 고객이 제품이 어디에 있는 이야기하면 모니터에 위치가 표시되고 직접 안내까지 하는 것을 봤다"며 "머지 않은 미래에 국내 약국에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일본에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상담안내 전문 로봇 인공지능, 로봇, IOT 등으로 대표되는 산업혁명 4.0이 사회 곳곳에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이미 시작된 약국 카운터 안쪽의 산업혁명 4.0의료기관과 약국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인공지능 왓슨은 대형병원에 설치돼 암진료 보조업무를 시작했고 병원 약제부에도 항암제 조제로봇이 도입돼 업무를 시작했다.약사들은 도래하고 있는, 아니 이미 시작된 산업혁명 4.0을 어떻게 볼까? 혼란스럽지만 뒤돌아 보면 약국도 이미 4차 혁명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ATC라고 불리우는 조제 자동화기기는 이미 보편화됐고 컴퓨터 클릭만 하면 복약지도서가 출력돼 나온다.DUR이라는 인프라를 통해 금기약물을 사전에 걸러주고 스케너 한번이면 처방전 정보가 자동으로 약국 전산 컴퓨터에 입력된다. 산업혁명 4.0 이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말한다.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 물리 시스템의 구축이 기대되는 산업상의 변화를 말한다. 부산의 C약사는 "지금도 약사가 '안녕하세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자 여기 복약지도문 읽어보세요' 순으로 응대만 해도 별다른 문제 없이 조제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이 약사는 "위 사례는 약에 대한 정보전달이 빠져있는 경우인데 지금도 아무도 모르게 이런일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서면복약지도를 배척하고 약사가 직접 복약지도를 하겠다는 하는 것도 힘들어졌다"고 주장했다.이 약사는 "결국 효율화, 경제성, 작업처리 속도 등이 월등하다면 약국업무에 신기술이 급속도로 접목될 수 밖에 없다"면서 "약사 스스로 신기술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이보다 더 큰 위기는 고객들의 스마트폰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한 단순 정보는 물론 부작용까지 체크를 하고 온다는 것이다.경기 수원의 H약사는 "인공지능보다 더 무서운게 스마트해진 환자들이라며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정보를 검색하고 있는 환자들이 요즘 약국에서 느끼는 가장 큰 위기"라고 지적했다.◆"스마트해진 환자들...로봇보다 무섭다"이 약사는 "환자들은 자기가 복용하는 약이 5가지라면 그 5가지 약에 대해서는 부작용, 복용법 등 약사들보다 더 많은 단순지식을 갖고 있다"며 "특히 젊은 엄마들이나 20대 환자들의 정보습득 능력을 보면 무섭다"고 말했다.그러나 신기술 도입으로 단순 반복적인 조제업무에서 벗어나면 환자와 소통의 길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만약 인공지능이 약을 조제하면 남는 시간을 환자와의 소통에 활애할 수 있다는 것이다.◆약사 부가가치를 높여라미국 외래약국에서 근무를 하고 귀국한 C약사는 "조제로봇이 상용화된 약국이 상당히 많아졌다"며 "민간 보험사가 기존 FFC(Fee for Service) 방식의 약국 평가를 P4P(Pay for Performance) 전환하면서 약국의 환자관리의 효율성이 중요해졌다. 단순포장의 조제는 로봇이, 약 검수와 환자관리는 약사가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이 약사는 "물론 근무약사들에게는 위기감이 들 수 있지만 약국장 입장에서는 정확도와 시간에서 조제로봇이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그는 "조제 업무에서 벗어난 미국 근무약사들은 화상통화를 통한 환자상담, 방문 상담서비스, 약력관리, 주사제 투약 등의 업무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는 점을 한국약사들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기계를 활용해 조제실에서 벗어난 뒤 환자와의 상담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약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에 대해 우석대 약대 강민구 교수는 "사람보다 정확하고 비용 효과적이기 때문에 로봇이 대체할 수 역할은 분명히 많다"며 "다만 약사의 역할과 기능이 뭐고 약사의 부가가치를 찾는 고민을 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2017-01-04 12:15:00강신국 -
'카드수수료 보전…불법 조장 방치해도 괜찮나우리는 이제 고가의약품 지원대책 도입 타당성에 대해 묻겠습니다. 데일리팜 고가약 기획팀이 만난 사람들의 의견은 3가지 유형으로 갈립니다. 병원, 약국, 제약, 도매 등 주로 직접 의약품을 취급하는 당사자들은 필요하다고 했죠. 반면 전문가그룹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필요성은 느끼는데 '대안이 있겠느냐'는 회의적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이중 반대의견을 낸 전문가그룹에 병원이나 약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례들을 들려줬습니다. 이번 기획 두번째 편에서 다뤘던 황당하거나 곤혹스런 이야기들이었는데, 갸우뚱했던 고개가 조금은 펴집니다. 그런다음 정책적 지원 필요성에 일정부분 공감한다고 해요.이렇게 현실, 현장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공감의 문은 열리기 마련입니다. 그럼 다음순서는요? 바로 현장의 문제나 애로사항을 해소할 대안을 찾는 일이 되겠죠.데일리팜 #고가약 기획팀은 우선 현장 애로사항을 토대로 '고가약'을 명제화하기로 했습니다.어떻습니까? 참인지, 거짓인지를 묻기 위한 게 아닙니다. 이 명제들에 공감한다면 최소한 대책마련 필요성에 대한 찬반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정리했습니다.그러나 대책을 고민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고가약의 정의와 범위, 기준입니다. 우리 기획팀은 고가약 개념화는 유보했습니다. '개념이나 기준조차 설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슨 대책을 고민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겠죠.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명제를 기준으로 끌고 들어가는거죠. 카드수수료가 조제료를 잠식하면서 요양기관과 환자 또는 요양기관과 의약품 공급자 간 갈등을 유발하는 약제, 여기다 유통업자나 요양기관이 취급을 꺼리는 약제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의약품들을 선별해 관리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애로사항 가운데서는 카드수수료에 대한 원성이 가장 컸습니다.한 도매업자는 "카드수수료가 조제료를 잠식하는 정도면 고가약으로 봐야 한다. 정부에서 초과된 수수료를 보전해 주거나 수수료율을 획기적으로 낮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의약품관리료를 현실화하자는 의견도 있었죠. 약계 한 관계자는 "의약품은 관리하다보면 훼손이나 멸실 등 여러 문제가 생기기 마련인데, 고가약의 경우 손실이 너무 큰 게 문제"라면서 "이런 관리상 리스크를 감안해 관리료를 별도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주장했습니다.복지부는 2차 상대가치 개편을 추진하면서 마약류의약품에 별도 관리료 점수를 산정하기로 했죠. 고가약도 이렇게 별도점수를 부과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봐달라는 겁니다.조제료를 초과한 카드수수료는 제약사가 보전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현행 제도로는 불가능하죠. 불법리베이트에 해당하니까요. 복지부 관계자는 "카드수수료 보전은 리베이트 허용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만약 제약사가 그렇게 한다면 양자 모두 처벌대상이 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그렇다면 카드수수료 초과분을 제약사가 보전해 줄 수 있도록 허용범위를 손질하는 건 어떨까요? 제약사가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이겠죠?사실 제약사는 고가약으로 인한 요양기관의 '갑질'이 심각하다고 주장합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관리상의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제도를 마련하는데 공감한다"면서도 "사실 약국이나 의료기관 주장과 달리 '을'인 제약사가 피해를 보는 일이 더 많다"고 주장했습니다.관련 사례는 기획2편에서 소개돼 있는데요. 냉장보관이 필요한 생물학적제제가 늘어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는 제약사에 냉장고를 사달라고 대놓고 요구한 병원들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이 관계자는 "요양기관에서 파손 또는 훼손, 멸실되는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고가약의 경우 당연히 손실부담이 클텐데, 불법적으로 제약사에 보전을 요구할 게 아니라 이런 경우 제약사가 합법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SOP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불법 딱지도 떼고 제약사도 정당하게 비용처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죠.민간의 일이어서 정부차원의 정책적 지원문제는 아닙니다만 훼손이나 멸실 등으로 인한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손해보상보험 도입도 고민할만하다는 의견도 있었죠.하나같이 쉽지 않습니다. 카드수수료의 조제료 잠식 해소, 제약사 보전 SOP 제정, 손해보상보험 등과 같은 대안들이 하나라도 현실화된다면 '갈등유발'이나 '물리적 접근성 하락(약국·도매 등 취급기피)', '애물단지'라는 명제는 자연스럽게 폐기될 수 있을 겁니다.고가약에 대한 우리의 '어설픈 명상'은 여기까지입니다. 우리는 정부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조금은 엉뚱한 이 발제에 관심을 갖고 고민해 주길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공동취재]=최은택·김정주·정혜진·이정환2017-01-04 06:15:00데일리팜 -
인공지능 약사? 관건은 '사람약사'만의 일"약사가 곧 사라질 직업이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한 의사의 자신만만한 발언에 약사 직능을 주로 취재해 온 기자들은 입을 다물었다. 2012년의 일이다. 어떤 근거가 있기에 저 의사 대표는 저리도 자신만만한가. '의사는 괜찮은데, 약사들은 어쩌니'라는 태도였다.진원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맨 처음 '약사는 곧 사라질 직업'이라고 공표한 이가 누구인지. '구글이 선정한 최고의 미래학자'라는 토마스 프레이의 연구결과가 가장 많이 나왔다. '2030년까지 전세계에서 20억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위협적인 말도 한 학자다.◆로봇이 대체할 약사 vs 인공지능이 대체할 심리상담가자세히 보자. 그가 꼽은 '사라질 직업' 101개를 뜯어보면, 사라질 직업은 결코 약사만의 문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101개 직업 안에는 의사와 심리 상담가는 물론 교사, 저술가도 있다. 이 모든 직업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는 말이니, 토마스 프레이가 생각한 기준이 궁금해진다.어느 직업이든 그 안에서 창의력과 기술이 섞인 비율에 따라 다채로운 그라데이션을 보이지 않는가. 다시 보면 그의 의도는 명확하다.예컨대 '소설가'는 (지금으로써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웹 상의 정보를 수집해 문장을 만들어내는 '라이터'(writer)는 이제 인공지능도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토마스 프레이가 꼽은 '사라질 직업'들은 그 다채로운 직업군 중 단순 기술과 반복만으로도 가능한 직업들을 일컬은 말이었다.그럼에도 경계할 것은 약사가 속한 직업군이다. 다른 건강 관련 직업들을 '인공지능', '빅데이터의 발달에 영향받는 직업군에 넣고, 약사는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는가.토마스 프레이 역시 약사를 '상담과 건강 관리'보다 '조제와 투약'을 하는 직업으로 분류한 것이다. 만약 약사의 주 업무가 '건강 상담과 관리'라 생각했다면 토마스 프레이는 로봇보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직업으로 보지 않았을까.('토마스 프레이' 사진 출처 : 네이버 인물 사전)◆"미국 큰 병원 가보니, 약사가 한 명도 없더라"...진실은?이미 선진국, 특히 미국 보건의료현장에서 기술, 로봇에 따른 약사인력 대체 현상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다.미국 보건의료 환경에 밝은 삼육대 약학대 양재욱 교수는 "대학병원급 대규모 병원의 경우, dispenser 로봇(조제로봇)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고 항암제 등 정맥주사제를 조제하는 로봇도 일반화되고 있다"며 "체인 약국은 조제건수가 400건 이상인 약국에 자동조제기를 설치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박정관 위드팜 부회장도 같은 의견이다. 박 부회장은 최근 위드팜 회원의 밤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파급력을 설명했다.그는 "약국에 엄청난 변화 있을 것이다. ICT, 인공지능, 무인자동차, 특히 사물인터넷(IoT)이 보편화되면 지금 약사들이 하고 있는 많은 역할이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그 시기가 조만간, 향후 5~6년 안에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그가 바라보는 약국 현장은 5년 안에 조제 역할을 사물인터넷과 로봇이 대체할 전망이다.박 부회장은 "유명 포털 임원이 CEO 대상 강의에서 '미국 5대 메이저 병원에 갔더니 약사가 1명도 없더라'라고 강의하고 있다"며 "한국의 약사 역할로 기계가 조제하는 현장을 봤기 때문에 '약사'가 안보였던 것이다. 실제 미국 약사 역할은 한국과 다른데도 말이다"라고 강조했다.양재욱 교수의 의견도 일치한다. 그는 "미국에서 약사 직능 다양화는 일찌기 시작됐다. 지금 대부분의 주에서 약사에게 일차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는 provider자격을 주고 있다"며 "그 외에도 약사 직역이 임상 위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한다.월그린과 CVS같은 대형 드럭스토어 약사들은 예방주사를 주거나 환자의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관리하는 역할로 점차 변모해 가고있다.큰 병원 현장에 보이지 않던 약사들은 단순 조제가 아닌, 환자상담과 약력 관리를 위해 상담실에 있거나 임상을 위해 의사들과 회진을 도는 상황이다.우리가 생각하는 '약사의 역할'이 미국에서는 이미 달라져있는 것이다.◆원격진료·화상투약기, 4차산업혁명 일환인가그렇다고 변화할 미래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는 옳지 않다. '조제'만 하는 약사 직능이 곧 없어진다는 말은 곧, 다른 일을 하는 약사들이 많아진다는 뜻이고 결론적으로 직능 역할 확대의 계기로 볼 수 있다.양 교수는 "4차산업 발전으로 약사 업무는 더 편해지고 신속·정확해 질 것이다. 조제오류와 같은 실수가 감소해 약사와 환자가 대화 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더 많아 질 수 있지 않겠나"라며 "한사람의 약사가 할 수 있는 업무의 량은 분명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반면 인터넷 네트워크 상 오류의 문제, 컴퓨터 해킹 등 전산 문제가 겉잡을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현재 약사사회가 반대하고 있는 '원격 진료'와 '화상투약기'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미래 발전 산업의 일환으로 두 사업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원격진료 현장(왼쪽)과 화상투약기(오른쪽)정치적 사안과 논리를 배제했을 때, 약사들이 이러한 신 기술을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기보다 수용할 것을 빨리 수용하고 그 안에서 약사 역할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양재욱 교수는 "첨단 테크놀로지를 멀리하고 배척하고만 있으면 이 제품들이 우리 약사의 뜻과 다른 방향으로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발전해 갈 가능성이 있다"며 "약사들이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우리의 생각과 의지들을 모아가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휴베이스 홍성광 대표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안에서 약사의 역할을 찾을 때라는 의견을 내놨다.홍 대표는 호주의 예를 들었다. 호주에서 연봉이 가장 높은 직업이 '양털깎이'인 이유를 들어서 말이다. 땅이 넓고 노동력이 부족한 호주는 기계 산업이 아무리 발달해도 양털은 사람만이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홍 대표는 "시대가 바뀌고 트렌드가 바뀌어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약사직능도 이렇게 '사람만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일례로 현재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ATC를 예로 들었다. 1인약국들이 소형 ATC를 구입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홍 대표는 "약국은 자동화·기계화에 점차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기계의 조제, 투약 정확도도 높아지고 만족도도 높아진다. 기존 약사 업무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양재욱 교수는 '이런 컴퓨터에게 약사자격증을 주는 것을 과연 소비자인 환자들이 원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미국 저명한 학자들의 글을 근거로 제시했다.Beth Lofgren은 미국약사회 발간 Pharmacy Times에서 '컴퓨터나 로봇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동정심, 협동심, 애정 같은 것을 가지지 못한다'고 답했다.Hubert Dreyfus도 '컴퓨터가 아직도 할 수 없는 것'이라는 책에서 '컴퓨터는 아직도 생명, 따뜻한 감정, 융통성, 응급상황 대처능력, 최종 결정권, 도덕성 및 자유의사를 가지지 못한다'고 강조했다.양 교수는 "아무리 인공지능 등의 첨단기계가 발달한다 하더라도 최종적인 책임은 그 기계를 사용하는 약사에게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그렇다면 일선 약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기계에게 자리를 내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할까. 약사들의 생각은 다음 편에 이어진다.2017-01-03 12:15:00정혜진 -
배꼽이 큰 카드수수료…CCTV·인수증 필수2017-01-03 06:15:00데일리팜 -
인공지능과 로봇…그들은 친구인가, 경쟁자인가인공지능과 로봇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의미하는 4차 산업혁명은 단연코 지난 한해 '이슈'였다.최근 발간된 '전문직의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저자는 인공지능 왓슨 같은 시스템이 의료분야 직업 사이의 신성불가침한 경계를 사라지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미국은 미래 산업혁명인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았고, 우리나라 병원들도 로봇이 진료하고, 조제하는 4차 산업혁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국내 첫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 도입한 길병원 첫 진료에서 8초 만에 의료진과 의견 100% 일치2016년 9월8일.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가천대 길병원이 미국 IBM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를 도입, 미래형 의료기술을 펼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왓슨은 '인간' Vs '슈퍼컴퓨터' 대결로 유명세를 탔다. 2011년 미국 ABC 방송의 퀴즈쇼에서 왓슨은 인간의 생각 속도보다 빠르게 정답을 검색해 버저를 눌렀다. 66문제를 맞추고 9문제를 틀렸다.'기계가 인간을 꺾었다'는 충격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왓슨은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에서 일명 레지던트 생활을 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던 것이다.선진 의료기관이 자체 제작한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습득한 왓슨은 지난 9월 한국에 상륙했다. 내년이면 전체 암의 85%를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인공지능, 8초 만에 '답' 내놓는다처음 길병원 왓슨 도입 소식을 들었을 땐,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에이아이(A.I.)'를 떠올렸다. 인공지능이 프로그래밍 된 로봇이 길병원 암센터에 앉아 있을 줄 알았다.길병원 암센터를 방문 후, 어처구니 없는 생각을 했구나 싶었다. 길병원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미국 IBM 뉴욕 본사에 놓인 슈퍼컴퓨터 왓슨과 소통한다.왓슨은 클라우드방식으로 미국 IBM본사에 있는 왓슨과 통신으로 처방 결과를 얻는다.길병원이 가장 공들인 부분은 4차 산업혁명, 미래형 진료와 어울리는 사이버틱한 왓슨센터의 개소다. 왓슨센터는 총 3대의 대형 모니터가 놓여져 있고, 의료진의 협진을 위한 각자의 개인 컴퓨터가 마련돼 있다.국내에서 왓슨을 활용한 첫 진료는 12월5일 이뤄졌다. 길병원 왓슨센터는 다양한 전문의 다학제진료로 이뤄지는데, 왓슨은 다학제진료에서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해낸다.길병원은 기존 암환자에게 청구되는 다학제진료비 이외 왓슨 처방에 대한 진료비는 받지 않고 있다.첫 환자는 대장암 진단 후 3D 복강경 우결장절제수술을 받고, 혹시 남아있을 암세포 제거 및 재발방지를 위한 보조항암치료가 필요한 61세 남성이었다.전문코디네이터와 전문의 진료를 마치자 의료진은 환자의 나이, 몸무게, 전신상태, 기존 치료방법, 조직검사 결과, 혈액검사 결과, 유전자검사 결과 등의 정보를 왓슨에 입력하고 의견을 물었다.왓슨은 8초 만에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내놨다. 이 환자에겐 약물 치료 중 FOLFOX(폴폭스, 일반항암제) 혹은 CapeOX(케이폭스, 일반항암제) 약물요법을 권했는데, 기존에 의료진이 예상하던 방법과 동일했다.의료진의 소견서와 진단서에 나타난 정형 및 비정형자료의 의미와 맥락을 분석한 왓슨은 이를 바탕으로 환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치료옵션을 제안한다는 강점을 지닌다.하지만 아직까지 CT나 MRI와 같은 영상물 판독은 하지 못한다. 국내외에서 인공지능의 진단과 처방을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논란은 있기 때문이다.왓슨은 훌륭한 조력자왓슨이 도입된 길병원 의료진의 생각은 어떨까. 왓슨 다학제진료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생(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왓슨은 훌륭한 조력자"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길병원을 시작으로 국내 왓슨 도입이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가천대 길병원의 왓슨은 다양한 진료과목 의료진과 전문코디네이터와 함께 다학제진료로 진행된다. 김 교수는 "왓슨이 환자를 직접 만나본 게 아니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에비던스(evidence)를 빠르게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의료진이 스스로에 대한 판단을 점검하고, 최신지견 및 임상연구 결과를 효율적으로 찾아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평가했다.왓슨의 최적화된 제안과 다양한 진료과 전문의의 다학제 진료, 전문 코디네이터의 의견 등이 반영되기 때문에 실제 임상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방법에 있어 신뢰를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왓슨으로 인해 미래의 의료에 있어 의사의 역할이 사라지고, 간호사가 간단한 수술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전문직의 미래: 4차 산업혁명 시대' 책 내용에는 "기우일 뿐"이라고 전망했다.김 교수는 "왓슨의 결정을 받아들이는 역할은 의사가 해야할 일"이라며 "무슨 약을 처방하라고 지시할 수 있지만, 약물 부작용 평가와 환자들의 정서적인 문제해결은 왓슨의 영역 밖"이라고 밝혔다.길병원에서 왓슨으로 첫 진료가 이뤄진 현장의 모습이다. (사진 중앙) 환자가 의료진과 왓슨의 처방을 지켜보고 있다.4차 산업혁명 속에서 왓슨의 역할은 의사, 간호사, 전문코디네이터 등과 함께 '팀'을 이뤄 훌륭한 조력자일 뿐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김 교수는 "왓슨은 혁신적이지만, 의료는 보수적으로 가야한다"며 "왓슨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지만,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책임진다"고 강조했다.왓슨 사례 살펴보니의료에 있어 왓슨의 활약이 돋보인 건 지난해 일본에서다. 일본의 한 대학병원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60대 할머니는 수개월에 걸쳐 표적항암제를 처방 받아 투여했다.하지만 상태는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등 상태가 악화됐다. 일본 의료진은 환자의 유전자데이터를 왓슨에 입력했고 10분 뒤 '2차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치료 방법으로는 기존 항암제와 다른 항암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답을 내놨다. 60대 할머니는 면역력이 떨어진 만큼 치료가 늦어질 경우 폐혈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왓슨의 진단 결과로 할머니는 치료를 받았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다. 이 같은 사례는 왓슨이 의사가 모든 의료정보를 파악하기에 존재하는 한계를 극복해준 케이스로 평가 받는다.◆삼성서울병원 조제로봇 도입 1년 로봇이 약제부로 들어오니 "생산성·안전성 UP""로봇을 선정하고 데모를 거치는 과정에서 최우선 선별 조건은 생산성과 안전성이었다. 지난 1년 사용 결과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2015년 9월 국내에 첫 조제로봇이 대형 병원에 설치 될 예정이란 소식이 알려지면서 약사사회의 관심이 주목됐다.그 주인공은 삼성서울병원 약제부. 이 병원은 항암제 무균조제 수행 약사의 안전과 환자 안전 강화를 도모하고 조제효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암병원 외래 항암주사제 조제업무에 로봇 APOTECA Chemo을 도입했다.삼성서울병원 약제부가 1년여 전 도입한 항암제 조제로봇. 병원 측은 직접 조제로봇을 사용 중인 해외 병원과 로봇 제조사 등을 방문해 검토한 결과 Loccioni사의 APOTECAchemo를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당시 기술적 측면에서 로봇이 과연 대형 병원 조제 환경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과 더불어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조제로봇과 약사의 직능, 역할의 상관관계에 대한 고민이었다.약사사회의 다양한 측면의 생각과 달리 지난 1년간 삼성서울병원 약제부와 함께한 항암제 자동조제 로봇은 이 약제부 약사들에는 없어서는 안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이 병원 약사들이 병원약사회 뉴스레터와 학술대회 포스터 등을 통해 밝힌 조제로봇에 대한 생각을 종합해 보면 한마디로 '만족'이다.약사들은 이 과정에서 로봇의 도입 초기 목표는 약사가 수행하는 항암제 조제업무에 로봇의 자동조제 과정을 접목해 안전과 효율을 함께 확보하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생산성과 안전성이 최우선 조건이란 것.병원 약제부는 이번 항암제 조제로봇을 병원에 들여오기까지 1년이 넘는 준비 기간과 시험기간을 거쳤다.조제로봇 장비 설치와 전산 프로그램 준비 과정에서 항암 조제에 숙련된 약사 5명을 로봇 데모팀원으로 선발해 제조사로부터 별도 교육 등을 받도록 했다. 처음 시작은 자동화 장비 도입을 가정해 그 효과를 분석하는 작업이었다. 조제 소요시간, 인력당 조제 생산량, 다빈도 처방 약품 등 항암주사제의 조제 현황에 대한 통계를 파악했고, 장비의 조제 생산성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지 자체저으로 확인 과정을 거쳤다.다음으로 조제로봇 설치를 위한 환경 조건도 점검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도입한 ISO cleanroom standard class 7의 환경과 충분한 설치 공간, 냉각장치, 전력과 전산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이중 추가로 갖춰야 할 부분은 병원에 협조를 구해 갖춰나갔다.장비 설치와 전산 프로그램이 준비되는 동안에는 항암제 조제에 숙련된 약사 5명을 로봇 데모팀원으로 선발해 제조사 엔지니어에게 철저한 사용자 교육을 받도록 했다.삼성서울병원 약제부 측은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치고 데모팀원 약사를 전담으로 교육받도록 하니 로봇 가동 중 사용미숙으로 인한 장애 발생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며 "이런 과정을 마치고 2015년 9월부터 일평균 항암처방 조제량이 가장 많은 암병원 외래 항암처방을 대상으로 데모가 시작됐다"고 말했다.지난 1년간 조제 로봇을 사용한 약제부 약사들의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약제부 약사는 "기계 데모 운영 중 이미 예상했던 생산성에 도달했다"며 "항암제 무균조제를 하는 약사 안전과 환자 안전 측면에서 필요한 측면이 있어 실무 운영 과정에서 장시간 고민해 왔던 안전관리에 대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약사는 또 "다만 업무량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로못을 최대한 가동해도 로봇이 조제하는 업무량은 한정돼 있어 좀더 효율적으로 운영할수 있도록 포장단위가 큰 제형의 국내 도입이 적극적으로 진행됐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며 "최근 새로운 항암제가 계속 도입되고 있어 로봇으로 조제할 수 있는 약품이 조금 더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약제부 측은 조제로봇 도입으로 생산성과 안전성이 모두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 결과는 삼성서울병원 약제부가 최근 병원약사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항암주사제 조제 자동화 로봇 사용 평가' 포스터에서도 드러났다.이번 포스터에서 약사들은 로봇 APOTECA Chemo가 조제 가능한 품목은 항암제 중 30개 품목이었으며 로봇 1대로 암병원 외래 암환자 처방 중 24.9%를 조제했고, 1일 평균 8시간 가동, 일평균 조제 건수는 100건으로 약 2명의 약사 인력을 대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또 조제 실패율은 0.98%, 중량 확인에 의한 조제 오차율 평균은 -1.25%였으며, 이같은 수치는 무균조제 수행 약사 매뉴얼 조제와 비교했을 때 로봇 시스템 조제 정확성 확인 기능과 안전 측면에서 높은 만족도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약제부는 "외래 암환자가 많아 항암제 조제과정의 안전관리를 위해 로봇조제가 가능한 항암제는 최대한 자동조제로 운영하려고 하고 있다"며 "2016년말까지 리모델링을 통해 3대의 로봇 설치를 모두 마치고 2017년부터는 3대의 로봇을 모두 가동할 예정이다. 3대의 로봇 운용은 로봇 제작사에서도 아직 진행해보지 못한 일로 전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했다.약제부는 또 "3대의 로봇이 설치되면 입원과 외래 환자, 항암 프로토콜과 사용 약물 빈도 등 본원의 처방 발생 특성에 맞게 로봇을 운용할 계획"이라며 "또 항암제뿐만 아니라 일반 주사제에 대해서도 자동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약사의 노동집약적 업무부담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2017-01-02 12:15:00김지은·이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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