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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약사 조제 실수, 어떤 법적 책임이 발생할까

  • 데일리팜
  • 2026-07-01 06:00:45
  • 요약
  • 법률사무소 리오 이일형 대표변호사(약사·변리사)

조제는 약사의 전문성과 집중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요구되는 업무다. 처방전 확인부터 의약품 선택, 용량과 용법 검토, 조제 및 최종 검수까지 어느 한 단계에서라도 오류가 발생하면 환자의 건강에 영향 줄 수 있다.

약사는 조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이지만, 약사도 사람인지라 간혹 실수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처방전이 한꺼번에 몰리는 문전약국이나 여러 약사가 교대로 근무하는 대형약국에서는 조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와 관련해서 약사 출신 변호사이자 약국전문변호사로 활동하는 이일형 변호사는 “조제 실수가 발생했다고 해서 모든 사건에서 동일한 법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실수의 내용과 환자에게 발생한 피해, 인과관계, 약국의 검수 시스템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약국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조제 실수

조제 오류의 형태는 다양하다. 이름이나 포장이 유사한 의약품을 혼동하는 경우, 처방된 용량과 다른 함량의 의약품을 조제하는 경우, 복용 횟수나 기간을 잘못 표시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정제와 서방정 등 제형을 혼동하거나 처방 의약품 일부를 누락하는 사례도 있다. 처방전 자체에 오류가 있었지만 약사가 이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에는 처방의 적정성 검토와 의사에 대한 확인 의무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조제 실수의 법적 책임을 판단할 때는 단순히 약이 바뀌었다는 결과만 보지 않는다. 약사가 당시 부담했던 주의의무가 무엇이었는지, 통상적인 검수 절차를 준수했는지, 오류를 발견한 뒤 어떤 조치를 했는지 등이 함께 검토된다.

조제 실수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잘못 조제된 의약품을 복용한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약사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손해배상 범위에는 잘못된 약을 복용하면서 발생한 추가 진료비와 치료비, 일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 후유장해에 따른 손해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문제될 수 있다.

다만 조제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환자가 주장하는 모든 손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조제 오류와 환자의 증상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환자의 기존 질환과 복용 중이던 다른 의약품, 실제 복용량과 복용 기간 등이 중요한 판단 자료가 된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면 처방전과 조제기록, 의약품 재고 및 전산기록, 복약지도 내용 등을 보존해야 한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책임을 전부 인정하거나 반대로 사고를 축소·은폐하려는 대응은 분쟁을 키울 수 있다.

환자가 다치면 형사책임도 가능한가

조제 실수로 환자가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업무상과실치상 또는 업무상과실치사죄가 문제될 수 있다.

실제 와파린 1일 처방용량이 7.5mg이었는데 약사가 3mg으로 잘못 조제해 환자가 약 4개월 동안 처방량보다 적게 복용한 사건이 있었다. 이후 환자에게 운동실조와 뇌경색증 등이 발생했고, 형사재판에서 약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쟁점이 됐다.

춘천지방법원 2020년 1월 17일 선고 2017노780 판결에서는 1심이 약사에게 금고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사례는 조제 실수가 단순한 환불이나 교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형사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와파린처럼 치료 범위가 좁고 용량 변화에 따른 위험이 큰 의약품은 보다 엄격한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실수로 다른 약을 조제하면 처방 변경죄인가

약사법 제26조는 약사가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 등의 동의 없이 처방을 변경하거나 수정해 조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그렇다면 실수로 다른 약을 조제해 결과적으로 처방 내용이 변경된 경우에도 약사법상 처방 변경에 해당할까.

전주지방법원 2017년 6월 7일 선고 2016고단2065 판결은 알프람정 0.25mg 대신 졸피람 10mg을 조제했다는 이유로 약사가 기소된 사안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재판부는 약사법상 처방 변경·수정 조제에 관한 처벌 규정은 고의로 처방을 변경한 경우에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즉 실수로 다른 의약품을 조제해 처방을 변경한 것과 같은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고의적인 처방 변경죄가 곧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해당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과 조제 실수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환자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나 업무상과실치상 책임은 여전히 검토될 수 있다.

근무약사가 실수하면 약국장도 책임질까

근무약사가 업무 중 조제 실수를 한 경우 해당 근무약사의 책임뿐 아니라 고용주인 약국장의 책임도 문제가 된다.

민법상 사용자책임에 따라 종업원이 업무 수행 중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히면 사용자가 함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따라서 근무약사가 조제 과정에서 환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약국장도 민사상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약국장이 직접 조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항상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국의 인력 배치와 검수 체계, 근무약사에 대한 교육·감독, 고위험 의약품 관리 방식 등이 함께 검토될 수 있다.

형사책임은 개인의 과실을 원칙으로 하므로 근무약사의 실수가 곧바로 약국장의 형사책임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약국장에게 별도의 관리·감독상 과실이 있었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

문전약국과 고위험 의약품은 이중 확인 필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앞 문전약국은 항응고제, 항암제, 면역억제제 등 복용량 변화가 환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약품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약국에서는 조제 속도보다 검수의 정확성을 우선해야 한다.

유사한 명칭이나 포장을 가진 의약품은 보관 위치를 분리하고, 고위험 의약품은 별도의 표시와 이중 검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제자와 검수자를 가능하면 분리하고 환자 이름, 의약품명, 함량, 복용법을 최종 단계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오류를 발견했을 때의 대응 절차도 미리 정해둘 필요가 있다. 환자의 복용 여부를 신속히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처방 의료기관과 협의해 환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처방전과 조제기록을 임의로 수정하거나 폐기해서는 안 되며 사고 발생 및 대응 과정도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조제 실수 관련 자주 묻는 질문

-조제 실수가 발생하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나.

그렇지 않다. 약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자의 상해, 조제 오류와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이 확인돼야 한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형사책임의 성립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근무약사가 배상하면 약국장은 책임이 없나.

근무약사가 업무 중 발생시킨 손해라면 약국장에게도 민법상 사용자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실수로 다른 약을 조제하면 고의적인 처방 변경인가.

단순한 조제 착오와 고의적인 처방 변경은 구분된다. 다만 처방 변경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민사책임이나 업무상과실에 따른 형사책임은 별도로 검토될 수 있다.

조제 실수는 환자의 생명·건강과 약국의 신뢰를 동시에 위협한다. 사고가 발생한 뒤 법적 책임을 다투는 것보다 인력 배치와 검수 절차, 고위험 의약품 관리체계를 사전에 정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정확한 조제 시스템은 환자를 보호하는 장치이자 약사와 약국장을 보호하는 가장 현실적인 법적 안전망이다.

 필자 약력

-영남대학교 약대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7기)
-주식회사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
-(현)법률사무소 리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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