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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연화의 관점] 홍조·두통이 '흔하게 발생'은 과연 몇 %?(7)의약품을 처방받은 사람들은 많은 경우, 부작용 메시지를 찾아보게 된다. 부작용 메시지는 부작용 종류와 발생할 가능성 묘사의 조합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홍조 및 두통이 흔하게 발생할 수 있다'처럼 말이다. '홍조 및 두통'은 부작용 종류, '흔하게'는 부작용 가능성을 나타낸다.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어떤 가능성을 묘사할 때, 구어적 부사들을 사용해왔다. '자주, 가끔, 흔히, 때때로, 종종' 같은 단어들이 대표적인 예다. 아울러, 전문가들도 어떤 가능성을 묘사할 때, 숫자보다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개념 단어를 좀 더 많이 사용해왔다. 이것은 부작용 가능성을 표현하는 규칙에도 영향을 미쳤다.그래서 의약품 부작용 가능성 표현법은 다섯 단계의 구어적 표현으로 약속되어 존재한다. 한국어로는 '매우 흔하게, 흔하게, 때때로, 드물게, 매우 드물게'이고, 영어로는 'very common, common, uncommon, rare, very rare'이다. 헬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는, 이러한 방식의 표현법을 'verbal descriptor'로 명명하기도 한다.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표현은 구어적이지만, 의미하는 것은 숫자적이다. 가령 '매우 흔하게'라는 단어는 관찰된 부작용이 10%보다 클 때 사용할 수 있다. '흔하게'는 부작용 가능성이 1~10% 사이일 때, '때때로'는 0.1~1% 사이일 때, '드물게'는 0.1-0.01% 사이일 때, '매우 드물게'는 0.01%보다 낮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즉, 임상시험에서 관찰되는 부작용 가능성의 숫자 표현은 규칙에 따라 구어적 표현으로 치환돼 사람들에게 전달된다.하지만 '흔하게'라는 단어가 일반인에게(전문가들에게조차) 1~10% 사이의 가능성으로 인식될 수 있을까? 여러 국가의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건강 심리학자인 다이엔 베리(Dianne Berry)는 구어적으로 표현되는 부작용 가능성을 사람들이 어느 정도로 인식하는지 알고자 했다.결과에 따르면, very common으로 묘사한 부작용은 평균 64.7%의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very common headache'라고 적혀 있으면, 그 약을 먹고 두통이 발생할 확률을 60% 이상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다른 표현들도 실제 부작용 가능성보다 몇 배에서 몇십 배로 인식시켰다. 구체적으로 common은 44%, uncommon은 16.2%, rare는 7.1%, very rare는 3.4%의 가능성으로 추정되었다.이 실험은 영어로 진행되었다. 그렇다면 궁금하지 않은가. 한국어 맥락에서도 저렇게 부작용 가능성이 과대로 인식되는지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실험을 진행해보았다. 우선, 온라인 실험을 설계하고, 300명의 일반인을 모집하였다. 그리고 '매우 흔하게' 부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흔하게' 두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때때로' 설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드물게' 피부 통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매우 드물게' 백혈구 수치 감소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지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숫자로 기록하게 했다.결과에 따르면, '매우 흔하게'는 55.01%, '흔하게'는 46.93%, '때때로'는 32.04%, '드물게'는 19.42%, '매우 드물게'는 12.26%의 가능성으로 인식되었다. 즉, 한국어 맥락에서도 부작용 가능성은 실제 가능성보다 과대 추정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예컨대, '때때로' 설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는 문장을 읽은 사람은 실제 설사 가능성이 0.1~1% 남짓인데, 30% 이상으로 가능성을 가늠한다는 의미이다.아울러, 구어적인 가능성 표현은 객관적 해석 관점에서 본질적 한계를 가진다. 왜냐면 흔하게, 때때로 같은 부사는 개인의 삶 속에서 경험된 개념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미권의 선행 연구들도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데, 'often'이라는 표현은 28~92%의 가능성으로 다양하게 해석되는 걸 파악할 수 있다. 'likely' 역시 25~75%로 변화량이 많다. 즉, 나의 흔하게와 너의 흔하게는 같지 않고, 나의 드물게와 너의 드물게도 같지 않다는 것이다.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묘사가 '약속된 대로' 해석되지 않는다는 것, 이건 생각보다 큰 문제이다. 부작용 가능성에 관한 추정은 약의 복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약사들은 현장에서, 부정적 가능성을 과대 추정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난다. 이러한 위험 인식을 수정하는 것도 전문가의 역할이라 환자 접점에서 적지 않은 노력을 투입한다. 하지만, 이미 결과를 상상해버린 사람의 해석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정리하자면, 메시지는 사람의 인식을 경작하고, 행동 결과를 짐작하는 지표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약의 메시지가 개인과 사회의 위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언제나 고려되어야 한다. 올바른 표현은 객관적인 해석의 필요조건임을 기억하면서 말이다.2022-11-09 16:33:45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내 약국 숫자들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가(6)별생각 없이 어떤 숫자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숫자가 당신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너먼과 그의 절친한 동료 트버스키는 숫자가 주는 암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재미있는 실험을 고안했다.실험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연구자들은 돌림판에 1부터 100까지의 숫자를 표시하고, 이 돌림판을 10 또는 65에서만 멈추게 조작했다. 그리고 실험 참여자에게 회전판을 돌리게 하고, 나타난 숫자를 보게 했다. 그러고 나서 연구자들은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 수의 백분율" 같은 양(quantity)에 관련한 추정치를 실험 참가자에게 기록하게 하였다.오리건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결과에 따르면, 돌림판과 유엔에 가입한 아프리카 국가 숫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0에서 돌림판이 멎은 참가자들은 평균 25%, 65에서 돌림판이 멎은 참가자들은 평균 45%로 유엔 가입률을 추측했다. 즉, 학생들이 직전에 본 돌림판 숫자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이러한 숫자의 암시 효과는 기준점 효과(anchoring effect)로 불린다. '어떤 판단을 할 때 직전에 본 숫자가 머릿속에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고 그것이 기준점 역할을 해주는' 이 현상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일상적이다.예를 들어보자. 10만 원인데 50% 할인을 적용해서 5만 원이라는 메시지를 읽을 때, 우리는 (자동으로) 10만 원을 기준점으로 세우고 5만 원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원래 얼마였는데 얼마로 할인해드릴게요’라는 메시지에 매번 지갑을 열게 되는 것이다.소매업(retail) 진열 마케팅 전략에서도 기준점 효과를 설득 메시지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다. 9천 원짜리 제품이 홀로 진열되어 있을 때 보다, 1만5천 원짜리 옆에 진열되어 있을 때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만약 같은 카테고리에 2만 8천 원짜리 제품이 있다면, 1만5천 원짜리 제품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효과가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볼 수 있다. 즉, 소매점에서는 어떤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싶은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가 제품의 가격을 기준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이러한 기준점 효과의 메커니즘은 수리적 점화(numerical priming)라고 불리는데, 노출된 숫자가 뇌에 점화(반짝반짝 불을 켜고) 다음 판단에 활용되는 걸 의미한다. 또 다른 예를 보자. 홍콩중문대학교의 웡과 퀀(Wong & Kwon) 교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리적 점화 실험을 시행했다.그들은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공항 활주로의 거리가 7.3km보다 긴지 혹은 짧은지 생각해 보라고 했다. 다른 그룹에는 7,300m를 기준 숫자로 주었다. 두 숫자는 의미상으로는 같지만, 표현은 다르다. (이것이 이 실험의 묘미다) 그리고서 버스 비용을 추정하는 질문을 하였다.연구 결과 7.3km 기준점에 노출된 참가자들은 7,300m에 노출된 참가자들보다 버스 비용을 유의하게 낮게 추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돌림판의 사례처럼 전혀 관계가 없는 추론에도 직전에 본 숫자는 (그 진짜 의미와 관계없이, 물리적인 크기만으로) 판단 기준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약국에서의 기준점 효과를 생각해 보자.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수많은 숫자는 절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약국 안에서 어떤 판단을 할 때, 직전에 본 숫자는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만약 조제 후 본인부담금으로 1,500원을 계산했다면 10,000원은 비싸게 느껴진다. 본인부담금이 30,000원이었다면 10,000은 그다지 비싸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 약국 본인부담금이 얼마인가? 이 숫자 기준점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생각해 볼 만하다.내 기준점을 다르게 가져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수증 숫자 항목을 잘 적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약제비 총액이 얼마라고 크게 적혀 있으면 기준점은 커질 수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꼭 좋은 것일까? 맥락에 따라 다르므로, 이것 역시 각자의 판단이 필요하다.혹은 다양한 숫자가 보이게 진열해두면 어떨까? 고객은 카테고리별로 숫자를 볼 수 있게 된다. 방금 계산한 본인부담금이 기준이 아니라, 내가 관심 있었던 영역의 카테고리의 숫자들이 기준이 될 수 있다.다만, 의약품은 신용재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고 난 뒤에도 해당 제품에 대한 품질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제품들을 신용재라 부른다. 의, 약료 서비스가 대표적] 이기 때문에 약사가 그 카테고리에 있는 제품들을 어떻게 평가하고 설명하는지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오픈 매대로 진열했더라도 꼭 함께 걸어 나가 [의약품 설명과 숫자]를 함께 보며 커뮤니케이션할 필요가 있다.종합하자면, 첫째, 내 약국 공간에 존재하는 다양한 숫자들도 메시지처럼 사람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기준점이 되는 숫자들을 잘 활용하는 건 의미 있는 설득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그러므로 내 약국 숫자들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 살펴보자.2022-11-02 16:27:45데일리팜 -
[오늘약사] 약화사고 후 약을 회수하기 가장 쉬운 방법개국한 약사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다급한 질문이 올라오곤 합니다. 약화사고가 있었는데 저녁 시간이라 병원은 문을 닫았고, 이 상황에서 환자에게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느냐는 내용입니다. 스마트한 약사님이 약제비를 결제한 카드 회사를 통해 연락할 수 있다는 팁을 주기도 합니다.약화사고 후 약을 회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당연히 약사가 미리 환자의 연락처를 기록해놓는 것입니다. 약화사고 뿐 아니라 위해의약품 정보 및 안전성 서한이 공표될 경우 환자안전을 위해 빠르게 의약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연락처 수집은 필수입니다. 병·의원은 필수로 수집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약국에서 연락처 수집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실제로 발사르탄, 라니티딘, 메트포르민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검출되었을 때 회수의무가 있는 약국에서 환자에게 바로 연락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약을 처방한 의사가 전적으로 잘못한 것이니 병·의원에서 책임지고 연락해야 한다는 주장은 약사의 책임과 역할을 더욱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약사는 약이라는 물질의 전문가일 뿐만 아니라 약물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환자의 약물사용 전반을 관리할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저는 약국에서 환자 연락처 수집의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약사님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첫 번째는 환자의 연락처를 수집하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오해 때문입니다. 약사법 제30조에는 조제기록부에 환자의 인적사항을 적어 5년 동안 보존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약화사고 발생 시 조제기록부를 이용한 사후적 환자안전 확보 필요성을 고려할 때 약사법 제30조1항 중 ‘환자 인적사항’에는 환자의 연락처를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유권해석을 했습니다. 약사법과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연락처를 기록하는 것이 약사의 의무이고 오히려 연락처를 기록하지 않는 것이 태만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두 번째는 약사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연락처 제공에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도 신규환자에게 연락처 제공을 요청하였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있어서 충분히 공감합니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은 약사에 대한 전반적인 국민 인식과 신뢰성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약사회에서 인적사항 수집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조제된 의약품이 전달된 이후에도 환자들이 가치 있다고 체감할만한 약료서비스를 제공해야 개인정보 수집의 당위성 시비가 해소될 것입니다.책임 없는 권리는 없습니다. 약의 전문가인 약사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한 오해, 환자의 거부감을 이유로 의약품 사용과 환자 안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약사가 국민의 신뢰를 더 많이 얻고 의약품 사용에 더 깊이 관여하려면 조제와 판매 이후에도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만 합니다.환자의 연락처를 묻고 기록하는 행위는 행정업무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화사고 후 약을 회수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자 약의 전문가로서 약물치료 중인 환자를 끝까지 보살피겠다는 책임감의 표현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믿고 의지할만한 전문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여 약사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할 초석이 될 것입니다. 이윤표 약사 이력 전 항공우주의료원 약제과장 현 힐링약국 대표약사 현 서울시약사회 디지털컨텐츠이사2022-10-16 15:48:01데일리팜 -
[오늘약사] 약사는 왜 약사랑만 놀까?약사는 약사랑만 논다?!약사들이 약사끼리만 논다고 하면 “아닌데? 나 친구 많은데?”라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 사실 제가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점은 노는 것이 아니라 ‘약사의 시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약대 입학 전에는 약사 지인이라고는 거의 없던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대부분 지인이 약사가 됐습니다. 동기나 선후배 결혼식을 가면, 우스갯소리로 여기 있는 약사 다 모으면 신약 하나 나와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약사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아는 교차점이 많고, 고충을 나누기도 좋습니다. 어딜 가서 힘들다고 해도 “너는 전문직이니 말도 마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니까요. 그 편안함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더 어려워지는 건지 점점 약사들끼리의 교류가 늘어나게 됩니다.팔이 안으로 굽는다?!약사들과 만나면 약계 현안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대부분이 약사의 처지를 우선하기 때문에 의견이 부딪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혹여 다른 의견이 있다고 해도 말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친구 사이라면 상관없지만, 관계가 두텁지 않은 상태에서는 더더욱 다른 의견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답이 정해진 듯 당연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우리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약사님들의 카톡방에서도 다른 의견에 대해 민망할 정도로 밀어붙이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철렁합니다.동질성은 강하지만 토론이 어려운 문화, 다른 의견은 ‘적’으로 치부되는 살벌한 문화 속에서 과연 직능의 확장과 발전을 가져올 내부 비판마저 실종되는 것은 아닐까요. 그것이 과연 우리에게 유익할까 생각해보게 됩니다.그리고 우리가 너무 약사의 시선에 몰두해서 바깥의 시선이 냉담한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저도 약사가 아닌 분들과 약계 현안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약사 내부에서는 탄탄하던 논리가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배경지식과 이해가 달라서 그랬겠지만 제 논리가 스스로 궁색할 때도 정말 많았습니다.‘다른 것’과 부딪혀야 합니다약대에 입학해서 어느 순간 의사가 ‘적’이 되어 있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직능 간의 마찰, 중복되거나 위임될 수 있는 역할 등 고려할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본질은 ‘면허’입니다. 약사에게 면허라는 배타적인 권한이 부여되는 것은 배타적인 권한을 더욱 강화해나가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른 전문 직업군과도 협업하고 소통해 국민을 위해 일할 때 배타적 권한이 권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배타성은 주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적 인정을 위해 역량을 쌓고, 다른 직능 및 국민과 소통, 경청, 협업, 토론하며 직능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걸까요.물론 직능 간의 권력을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약대생 때라도 학부 시절 다양한 학과와 교류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필수로 한다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보건의료계열의 전공 학생들끼리 환자 중심으로 토의하며, 각자의 직능을 깊이 이해하고 상호 존중할 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이렇게 편견이 없었던 시간은 졸업 이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며, 협력과 연계에 익숙한 약사로 성장하는 데에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저의 경우 한약제제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 한의사분들과 모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을 통해 단순히 본초 및 방제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서로의 직업에 대해 잘 몰랐거나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도 한의사와 한의원의 역할 및 기능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서, 약국과 한의원과의 협업에 대해서 깊게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그래서 저는 이 글을 마치며 약사님들께서 약사가 아닌 색다른 직종의 분들과의 모임을 하나 가져보실 것을 제안합니다. 변호사, 금융업 종사자, 교사, 간호사, 의사, 수의사, 공인중개사, 세무사 등 어떠한 직군이든 좋습니다. 이러한 모임 속에서 약사에 대한 시선을 느끼고, 그 속에서 약사의 미래를 소통해 보면 어떨까요. 거기서 나온 영감과 아이디어들이 모여서 불안하지만 희망이 있는 약사의 미래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자체가 약사 직능에 대한 홍보가 될 것입니다.수많은 모임 속에서 린치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약사님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정상원 약사 이력 삼육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건강증진교육학과 석사과정 NSCA 상급 스포츠 영양코치, SNS마케팅 전문가 1급 중독상담 전문가 2급, 심리상담사 1급, 반려동물관리사 1급 보건의료인 도핑방지교육과정(일반, 심화) 수료2022-10-11 18:48:03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지식·참여 위한 도구, 의약품 첨부문서(5)의약품은 임상시험을 시작으로 의약품 허가 및 등록 단계를 딛고 태어난다. 의약품 메시지도 임상시험, 허가, 등록 단계를 거쳐 의약품첨부문서(written medicine information)라는 법적 장치에 기록된다.의약품첨부문서는 전문가에게만 공개되다가, 1988년 벨기에와 스위스, 1996년 미국을 필두로 일반인에게 공개됐다. 공개 방식은 의약품 패키지 안에 문서를 접는 종이 형태로 같이 포장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의약품첨부문서는 PIL(patient insert leaflet)으로 불리기도 한다.필자는 의약품 메시지를 연구하며, 많은 사람에게 의약품첨부문서가 담고 있는 메시지 하나하나를 수용자 중심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때마다 자주 듣는 질문은 “누가 그걸 보나요? 대부분 그냥 버리지 않나요?” 였다.사실 패키지 안에 들어 있는 (여러 번 접힌) 그 종이를 펴서, 돋보기를 들고 세세히 읽어보는 사람의 수는 적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의약품첨부문서에 기록된 모든 단어는 쪼개고 쪼개져, 다양한 채널에서 수많은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노출된다.예컨대 초록창에서 의약품 이름을 검색하면 약학정보원이 디지털화한 의약품첨부문서의 내용을 볼 수 있다. 오프라인에서 환자에게 전달되는 서면 정보 역시 의약품첨부문서의 메시지를 기준으로 생성된다.의사나 약사가 환자에게 말로 전달하는 정보도 다르지 않다. 우리 역시 인서트(PIL)를 중심으로 공부하지 않는가. 게다가 다수의 콘텐츠 생산자들은 각자의 선호도 및 지식을 바탕으로 의약품첨부문서에 적힌 효능, 부작용 및 주의사항 메시지를 재가공해 다양한 채널로 전파하고 있다.한편, 건강 기관은 공개된 의약품 메시지가 의약품에 관한 환자의 지식을 높여 환자와 전문가 간 커뮤니케이션을 도울 것이라 기대했다. 일반인들 역시 의약품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핵심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의약품첨부문서는 건강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는다.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전문 용어(technical language) 사용이다. 의, 약 전공자에 의해 개발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읽을 수 있을지언정 이해하기는 어렵다. 둘째, 법적으로 규정(legislated format)된 형태를 수십 년째 사용하고 있는데, 수용자 UI/UX 전략 없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 부족하다. 그 결과 일반인들은 문서와 상호 보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어렵다.셋째, 사람들이 기대하는 목적과 제공되는 정보 사이에 틈이 존재한다. 사람들이 의약품 정보에 관한 공개를 원한 이유는 '의사 결정'을 위해서이다. 오랜 기간 의약품 첨부문서를 연구한 로버트 밴더 스티클(Robert Vander Stichele)은 사람들이 의약품첨부문서를 의, 약사와의 상담과 대체할 수 없다고 평가하는 것에 주목했다.그는 사람들이 의, 약사와 더 깊게 대화하고, 치료 과정에 참여하고 싶어 하므로 정보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사람들은 의, 약사와 “함께” 의약품 메시지를 읽길 원한다. 그리고 약의 복용 관련한 결정(얼마나 오래 먹어야 하나, 부작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참여”하길 원한다.종합하자면 사람들이 정보를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음에도, 현재 의약품첨부문서는 (쭈뼛거리며) '나는 의약품 메시지 줬어. 할 일 했어'라고 시무룩하게 말하는 듯하다. 그것을 바탕으로 생성되는 다양한 복약안내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정보를 열심히 쌓아서 보여주는 데만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고, 그것을 읽어야 하는 사람들의 일상,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이해하는 데는 노력을 덜 하는 것이다. 이러한 근시안적 사고는 의약품 메시지의 시작점부터 현장까지 전반적으로 볼 수 있다. 의약품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의약품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단절되어 있다는 의미이다.환자 중심(patient-centered or patient-focused) 약료는 의약품에 관한 이해가 상호 보완적일 때 현실화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상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인간 인지 구조의 약점과 정보 처리 과정의 한계를 메시지 디자인에 반영해야 한다.그러지 않으면, 방금 무언가를 읽은 거 같은데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으로 귀결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의약품첨부문서는 의약품 메시지의 원천으로서, 환자의 지식과 참여를 위한 도구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리고 의약품 메시지가 오해되지 않고 이해되는 것에서 치료 시너지가 생긴다는 것도 참고하자.2022-10-05 08:59:37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부작용 메시지와 노세보 효과(4)사람들은 새로운 약물 요법을 시작하거나 약물 요법을 바꿀 때, 효능과 부작용을 알아보기 위해, 웹 서핑을 한다. 약의 효능 메시지는 약의 효과를 경험하는 플라세보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반면, 약의 부작용 메시지는 약의 부작용을 경험하는 노세보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임상신경과학자인 울리케 빙겔(Ulrike Bingel)과 동료들은 건강한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레미펜타닐(강력한 진통제)을 투여한 후, 열 자극을 주고,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으로 뇌를 촬영했다. 실험은 (약의 효과에 대해) 기대를 유도하지 않은 그룹, 긍정적인 기대를 유도한 그룹, 부정적인 기대를 유도한 그룹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결과에 따르면 각 메시지에 반응하는 뇌의 부위는 달랐으며, 긍정적 기대를 유도한 그룹에서는 진통제의 효과가 2배로 나타났다. 반면, 부정적 기대를 유도한 그룹에서는 진통제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이러한 주관적 효과는 통증과 관련된 뇌 영역의 신경 활동의 변화로 입증되었는데 긍정적인 효과는 내인성 통증 조절 시스템(endogenous pain modulatory system) 활성과 관련이 있었고, 부정적인 효과는 해마(hippocampus) 활성과 관련이 있었다.신경과학자 파브리치오 베네데티(Fabrizio Benedetti)의 연구에 따르면 부작용 메시지는 불안(anxiety)을 거쳐 통증 전달을 촉진하는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 연구자는 불안에 의한 통각 과민증(anxiety-induced hyperalgesia)을 설명하며, 부정적 메시지가 발현시키는 통증 증가 노세보 효과를 검증했다.노세보 효과는 고지혈증약 복용 과정에서도 관찰된다. 스타틴 요법 약을 먹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 에서는 유의한 근육 통증 부작용 (clinical spectrum of statin-associated muscle symptoms; SAMS)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그런데도 현장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환자가 스타틴계열에 과민한 반응을 보여, 약을 중단하는 사례들이 발생한다. 이것은 근육 통증 부작용의 원인이 꼭 스타틴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이에 연구자들은 의, 약학 전문가들이 부작용 메시지에 의한 환자들의 “일시적인 노세보”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전문가들이 환자들의 부작용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건 맞지만, 노세보를 포함한 다른 원인으로 부작용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스타틴 치료를 조기에 중단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아울러 부작용 메시지는 복용을 회피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더 나쁜 결과]를 생성시키기도 한다. 일례로, 1995년 10월 영국의 안전 의약품 위원회(UK Committee on Safety Medicine)는 피임약이 정맥 색전증(venous theomboembolism)과 관련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피임약 표지에 표기했다.이후 피임약 사용 비율은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원하지 않는 임신 및 낙태 비율은 2배 가까이 상승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공중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으며 'October 1995 oral contraceptive pill scare' 사건이라고 불렸다.이런 맥락에서 많은 “대체 (정확히 이해되기 어려운) 부작용 정보를 왜 공개해서, 사람들을 쓸데없이 걱정시키는 게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는 기본적인 안전 욕구이며, 실제 부작용을 미리 알고 이에 대처한 이로운 사례도 적지 않다.일례로 콧물을 억제하는 약의 부작용이 졸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운전 전에 콧물약을 복용하지 않음으로써, 졸음운전을 피할 수 있다. 소염진통제의 부작용이 위장 출혈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빈속에 약을 먹지 않음으로써 위 점막 손상을 피할 수 있다. 항생제의 부작용이 장내 미생물 총의 불균형에 의한 위장관 불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프로바이오틱스를 좀 더 챙겨 먹어 설사 등의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이처럼 부작용 메시지 공개가 건강 결과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이에, 필자는 부작용 메시지에 의해 생성되는 수용자의 위험 인식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구체적으로 부작용 메시지에 관한 환자들의 반응을 점검하고, 위험이 왜곡되지 않는 방향으로 부작용 메시지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도출해야 한다.그런데 수용자 중심으로 메시지 전략을 실행하자는 목표는 단순해 보이지만, 과정은 녹록지 않다. 왜냐면 메시지 전략은 심리,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사회과학 이론을 습득하고, 의약학 맥락에 적용하는 융합적인 사회과학 사고방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또한 커뮤니케이션은 정답이 없다. 커뮤니케이션 학문은 “사람들이 왜 오해할까? 왜 의심할까? 왜 위험을 과대 추정할까?” 등의 다양한 “왜”를 탐구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반영하고, 그 결과를 검증하면서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지, 그 문제해결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아울러 이러한 사회과학적 사고방식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길러진다. 하지만 현재 약대 커리큘럼에는 “문제해결”을 위한 학문적 커뮤니케이션 교육과정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 부분을 지금 당장 개선하기는 어렵다.그래서 할 수 있는 걸 먼저 해보는 걸 권유한다. 우선, 칼럼을 읽으면서 제시된 문제를 차곡차곡 정리해보자. 그리고 앞으로 연재될 수많은 오류 사례들을 통해 [오류를 줄여가는]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보자. 그 합이 전체적인 틀을 바꾸는 데 일조할 것이다.2022-10-05 08:53:09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효능 메시지와 플라세보(placebo) 효과(3)피그말리온(Pygmalion)은 자신의 이상형을 조각하고, 갈라테이아(Galatea)라 이름 지었다. 피그말리온은 매일 마음을 다해 그녀에게 사랑의 언어를 속삭였다. 아프로디테 여신은 그 사랑에 감동하여,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준다. 기대는 원하는 바를 이루게 한다는 피그말리온 효과는 교육계에서 로젠탈 효과로 다시 증명되었다.1968년 사회학자 로버트 로젠탈(Robert Rosenthal) 교수는 미국의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기대 효과에 관한 실험을 했다.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지능이 높은 아이들이라고 알려주고, 다른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았다. 학기가 끝날 무렵, 지능이 높다는 암시를 받은 아이들의 지능지수는 유의하게 향상됐다. 반면,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은 그룹의 아이들에게는 유의한 변화가 없었다.이러한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자기-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 효과라 명명한다.사람들은 미지의 것(미래, 결과)을 예측하거나, 기대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대하는 방향에 맞춰 행동을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그 결과 많은 믿음은 현실로 나타난다. 자기-충족적 예언 효과는 의약품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효과가 없는 성분일지라도 효능 메시지와 함께 제공되면 사람들은 그 메시지에 맞춰 기대하고 놀랍게도 약효가 발휘된다. 약의 메시지를 먹는 것이다.메시지의 생리활성 메커니즘은 2000년도 초반, 의약품 메시지에 반응하는 뇌와 기관의 호르몬 방출 등을 검사할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을 활용한 뇌신경학 실험들로 밝혀지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들에게 효능 메시지를 보여주었다.참가자들은 메시지를 처리하며 치료 결과에 관한 기대를 했다. 그리고 기대는 미래를 상상하는 뇌 영역에 자극을 가했다. 이 자극은 도파민 분비에 영향을 미쳤고, 혈압과 심장박동수를 줄였다. 결과적으로 효능 메시지는 통증 감소, 피로 감소, 치료 효과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그런데 기대는 개인의 경험을 통해 발달하기 때문에 개인차가 존재한다.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단서로는 병원이나 약국의 브랜드, 약의 모양, 전문가의 친절한 표정, 흰 가운, 주사기, 약을 삼키는 행동 등이 있다.구체적으로 "약국이 깨끗했다. 전문가가 친절하고, 긍정적으로 설명을 해줬다. 약 모양과 색도 과거의 나에게 효과적이었던 색이다. 약을 편하게 삼켰다. 결과를 경험했다." 등의 과정 누적이 기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성분이지만, 굳이 나는 하얀색 약이 잘 듣는다는 분, 나는 연질이 더 좋다는 분, 나는 저 약국보다 이 약국 약이 잘 듣는다는 분 등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자기-충족적 기대 효과들이 발생한다.예전에는 이러한 플라세보 효과는 배제되어야 할 것으로만 치부되었다. 왜냐면 약에 의한 효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의 심리는 그 자체로 치료 결과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긍정적 기대 효과를 [환자의 관점에서] 최적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커지고 있다.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디자인 혁신, 고객 경험의 순간을 반영하는 브랜드 약국 공간, 전략적 커뮤니케이션하는 의약품들의 목표는 고객들의 기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래서 환자가 경험하는 치료의 모든 과정에 '긍정성'을 부여하고자 노력한다.결과적으로 "그 병원에 가면 잘 낫더라, 그 약국에 가면 잘 낫더라, 저 브랜드의 약이 효과적이더라, 나는 그 약이 좋아" 같은 단편적인 평가부터 "그 약국 약사는 좀 달라. 그 사람 말은 믿을 수 있어" 등의 인간적인 신뢰를 포함한 복합적인 기대를 만들고자 한다. 즉, 치료받는 사람의 마음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이러한 맥락에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간 및 제품 메시지는 고객을 위해 어떤 긍정적 기대를 주려고 노력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덧붙여, 현재 공식적으로 허가받고, 유통되는 암로디핀 효능 메시지도 살펴보자. "고혈압, 관상동맥의 고정 폐쇄(안정형협심증) 또는 관상혈관계의 혈관 경련과 혈관수축(이형 협심증)에 의한 심근성허혈증. 최근 혈관조영술로 관상동맥심질환이 확인된 환자로 심부전이 없거나 심박출량이 40% 미만이 아닌 환자의 관상동맥 혈관재생술에 대한 위험성 감소".이 효능 메시지들은 환자에게 어떤 기대를, 어떤 효과를 발생시킬까? 생각해볼 문제이다.2022-09-26 15:10:25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약의 메시지는 뇌에서 어떻게 처리될까(2)인간은 메시지를 읽고, 해석하고,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한다. 인지심리학자의 선구자인 조지 밀러(George A. Miller)는 인간이 한 번에 최대 7±2의 항목(메시지 조각)을 단기기억에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7을 매직 넘버라 지칭했다. 그의 연구를 이어받은 넬슨 코완(Nelson Cowan)은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 항목 수는 7개보다 더 적은 4개 정도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은 인간의 뇌는 제한된 용량(limited capacity)이고, 완벽하지 않다는 인지심리학의 전제로 활용된다.사람들은 매일 폭포처럼 쏟아지는 메시지를 모두 다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다. 어떤 메시지는 깊게 생각하고 처리하지만, 어떤 메시지는 순간적인 기분에 따라 혹은 별생각 없이 처리하기도 한다. 1981년 리처드 페티(Richard E. Petty)와 존 카시오포(John T. Cacioppo)는 사람들이 인지적 노력의 정도에 따라, 두 가지의 경로로 메시지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첫 번째 경로는 많은 인지적 노력을 기울여 정보를 처리하는 중심 경로(central route), 다시 말해, 체계적으로 메시지를 분석하는 경로이다. 두 번째 경로는 최소한의 노력 혹은 자동적으로 메시지를 처리하는 주변 경로(peripheral route), 쉬운 말로 대충 생각하는 경로이다. 이러한 경로를 실험적으로 증명하며 두 저자는 정교화 가능성 모델(Elaboration likelihood model: ELM)로 메시지 처리 과정을 설명했다.예를 들어보자. 약국에 들어가서 파스를 살 때, 파스의 특징을 범주화하여 자신의 상태에 가장 맞는 파스를 고르기 위해 머리가 깨질 듯한 인지적 노력을 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은 3분 안에, 약사의 추천 혹은 광고 및 지인의 추천 혹은 사전 경험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정보를 주는 사람에 대한 신뢰, 제품의 브랜드가 즉각적인 판단의 요인이 되는 것이다.이것이 주변 경로를 활용한 메시지 처리 방식이다. 반면, 몇십만 원 이상의 영양제를 구매하는 경우 혹은 수술 여부처럼 내 생명에 밀접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는 메시지의 질(argument quality)에 따라 설득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람들은 풍부한 근거, 메시지의 논리성, 주장의 타당성들을 토대로 찬찬히 생각하고 결정하려 한다. 이것이 중심 경로를 활용한 메시지 처리이다.우리는 자신을 [언제나, 항상] 중심 경로로 메시지를 처리하는 합리적, 이성적 인간이라 평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자 존 바그(John A. Bargh)와 타냐 샤르트랑(Tanya L. Chartrand)은 인간을 "The Unbearable Automaticity of Being" 말 그대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자동성(즉각적 반응)에 의존하는 존재라고 평가했다. 사실 우리는 매사, 별로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 인지 능력은 앞서 말한 대로 한정적이어서 그것을 절약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로 불리기도 한다.게다가 중심 경로를 통해 메시지를 [제대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동기, 둘째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나랑 상관있는 주제여야 한다. 그래야 그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생각(동기)이 든다. 아울러 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메시지일지라도 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면, 체계적 사고를 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심 경로를 활용하지 못한다.그래서 의약 메시지를 체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 아무리 동기가 충만해도 중심 경로로 메시지를 처리하기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혹은 입맛에 맞는 [생생한 근거, 논리적인 구조를 가진 가짜 뉴스]에 더 열광한다. 심지어 사실이 아닌 메시지를 중심 경로로 정보를 해독했다고(찬찬히 열심히 읽었다!) 착각하기 때문에 더 믿는다.정리하면, 인간은 웬만하면 인지 능력을 아끼고, 메시지를 대충 처리한다. 동기가 충만하고, 능력이 뒷받침될 때만 메시지를 이성적, 체계적으로 처리한다. 내 메시지가 이성적으로 해석되길 바란다면, 상대의 능력을 높여주고, 동기를 고양해야 한다. 혹은 타인이 내 메시지를 [내 의도대로] 잘 처리해 줄 거라 기대하지 말고, 메시지 자체를 [자동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정도로] 잘 도출해야 한다. 찰떡같이 말해야, 마음에 붙는다.2022-09-26 15:04:18데일리팜 -
[모연화의 관점] 약의 메시지를 보이는 대로 믿는 사람들(1)밀가루를 동그랗게 빚어 포장지에 넣고 진통제라 이름을 붙인다. 이 밀가루를 먹은 여러 사람이 통증 경감을 경험한다. 메시지를 바꿔보자. 가려움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 밀가루를 먹은 몇몇이 긁는다!김영하의 단편소설 에프킬라편을 보면 다음과 같은 장면이 나온다. 어르신들이 자기 전 온 방에 에프킬라, 들에 나갈 때 온몸에 에프킬라, 물린 곳에 축축하게 에프킬라 등 다양하게 에프킬라를 사용하는 것이다. 글쓴이가 에프킬라를 몸에 뿌리면 어떡하냐며 질문하니, 모기약이 달리 모기약이냐며 모기랑 관련된 곳에는 다 써도 된다는 답이 등장한다.사람들은 약의 메시지가 (만든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자신에게 보이는 대로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은 그 자체로 생리 활성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구체적으로 앞의 예시처럼, 효능 메시지는 기대한 효능을 경험하게 하는 플라세보(placebo) 효과를, 부작용 메시지는 기대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하는 노세보(nocebo) 효과를 일으킨다.그리고 모기약의 사례처럼 약의 메시지는 개개인의 다양한 결과 기대(outcome expectation) 신념을 만든다. 사람마다 모기약이라는 메시지를 읽고 모기를 잡는 약, 모기를 위한 약, 모기를 쫓는 약, 모기 물렸을 때 바르는 약 등 다양한 의미와 약을 연결한다. 이런 오해가 진짜 있을 것 같냐고? 생각보다 너무 많아 문제다.게다가 다양한 채널로 의약품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전문가와 일반인의 메시지 격차는 다변화되었다. 1980년대 이전에는 의약품에 관한 메시지가 전문가에게만 있었다. 그들은 부정적인 메시지를 선별적으로 배제하고 효과 중심의 의약품 메시지를 주로 사용했다. 왜냐면 의, 약학 전문가들은 치료 효과 극대화라는 자신들의 직업적 목표 안에서, 부작용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이 치료 결과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직접 약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약의 이중성(효과와 부작용)을 몸소 체험하며, 빈번한 부작용과 드문 부작용까지 알기를 요구했다. 의약품 안전 사용에 관한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대다수 국가는 1980년대 후반을 시작으로 모든 의약품 메시지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0년 월드와이드 웹, 2007년 아이폰 출시는 공개된 의약품 메시지를 확산시켰다. 이제 사람들은 궁금한 순간, 무엇이든 검색해서 찾을 수 있다.그런데 일반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의약품 메시지와 전문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메시지는 예상대로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건강심리학자 다이엔 베리(Diane Berry)는 환자와 의사에게 16개 의약품 관련 카데고리를 주고, 환자와 의사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정보의 중요도 순위를 각각 매기게 한 후 그 결과를 비교했다.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은 부작용에 관한 논의를 가장 중시했다. 반면, 의사들은 약물 상호작용, 세세한 약에 관한 질문들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부작용은 10위에 머물렀다.바꾸어 말하면, 사람들에겐 효능 메시지보다는 부작용 메시지가 더 보인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것이 만들어 내는 의미는 각자의 맥락에서 “보이는 대로”일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정보를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에 주저하는 편이다. 약사 앤드리아 딕(Andria Dyck)과 동료들은 환자에게 부작용을 설명하는 약사들의 복약지도를 녹화해서 분석했다.결과에 따르면 약사들 역시 최대한 모호하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부작용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향을 보였다. 아울러 벨기에의 건강심리연구자인 밴더 스티클(Vander Stichele)과 동료들의 연구를 보자. 그들은 543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환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대한 태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겨우 20%만 의약품 메시지 제공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의사의 44%는 양면적, 36%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의약품 메시지의 선택 편향이라는 전문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메시지는 이미 “완전 공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건강 심리 연구자 케이트 파세(Kate Faasse)의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논문 제목을 기억하자. 그리고 사람들은 약을 보이는 대로 믿는다는 이 사실을, 현장의 모든 맥락에서 고려하자. 마지막으로 우리가 건네주는 약의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사사건건) 예측하자.예를 들어, 혈압약이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우리는 혈압약을 혈압을 조절하는 약으로 이해한다. 사람들도 그럴까? 혈압약을 혹여, 혈압을 치료하는 약으로 보진 않을까? 혈압을 치료하는 약이기 때문에, 약을 먹은 후 정상 혈압이 되었다면 약을 끊어도 된다고 여기는 건 아닐까? 혈압이 떨어지면 치료가 된 것이니까 꽤 안심해 버리는 건 아닐까?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러한 고민이 메시지 문제 해결의 시작이다. 메시지의 오해 문제는 꽤 오랜 시간 곳곳에 존재했지만, 그간 구체적인 발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려면, 문제를 자세히 뜯어봐야 한다.메시지 문제의 핵심은 메시지가 사람에 맞춰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시지는 읽는 사람들을 위한 도구이다. 그러므로 의약품 메시지를 읽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그것이 어떻게 보이는지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하루 자신의 근처에 있는 약을 들고, 약을 둘러싼 메시지들을 살펴보자. 어떤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 것 같은가?2022-09-23 10:46:15데일리팜 -
[오늘약사] 약국에서 '명현반응'이란 말은 없애자약사 면허는 내려놓고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에 종사하다 보니,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한 사건 사고를 접할 기회가 많다. 2018년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있었다. 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해 섭취했다가 피부발진 등 이상 반응을 겪었던 건이다. 판매 업체는 소비자의 연락을 받고 ‘건강이 호전되는 명현반응’이라면서 안심하고 드시라고 대응했다. 소비자는 업체의 말을 믿고 병원을 가지도, 섭취를 중단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더 빠른 효과를 보기 위해 되려 더 많은 양의 상품을 섭취했다.소비자의 이상 반응은 악화됐다. 안타깝게도 급성 괴사성 근막염에 이어 패혈증이 발생했고, 응급실에 갔으나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무리한 이윤 추구가 사람의 생명을 해치는 지경까지 간 것이다. 해당 업체는 사망한 소비자의 유족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상황이다.명현반응은 약사들에게도 꽤 친숙한 말로, ‘장기간에 걸쳐 나빠진 건강이 호전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 반응’을 지칭한다. 의약품 복용 중 부작용(side-effect)이 발생했을 경우 그것을 쉽게 설명하고 환자의 눈높이에서 안심되도록 설명하기 위해 몇몇 약사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례에서 보듯 주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곳에서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한 단어로 변질된 측면이 없지 않다.문제는 명현반응이라는 말이 근거가 빈약한 용어라는 점이다. 한의학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된 단어로 오해받고 있지만, 사실 그 유래가 의학 서적이 아니라 정치철학서인 사서삼경으로 확인된다. 해당 고서에는 ‘눈앞이 캄캄할 정도로 고통이 있어야 약이 잘 든는다’는 말이 쓰였는데, 실제 말뜻은 ‘신하가 임금에게 따끔하게 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정치적 수사였다. ‘명현’은 중국의 의학 데이터베이스에서 검색하더라도 잘 나오지 않는 단어다. 일본 한의학 문헌에서도 드물게 등장하긴 하나, 그 뜻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된 것은 찾기 어렵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의학계와 한의학계 모두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의과대학이나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도 없는 내용인 것으로 확인된다.식약처 역시 이런 용어가 의학계는 물론 건강기능식품 업계에서도 남발 및 악용되어 강하게 경고했던 바 있다. 식약처는 명현반응을 주장하는 업체들이 소비자에게 '일시적으로 몸이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지는 현상'이라는 거짓 설명으로 환불‧교환을 거부한 뒤 같은 제품을 계속 섭취하도록 유도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혹자는 이런 무리스러운 거짓말을 온라인, TV 광고, 다단계 업체들만 한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만 나무랄 일은 아니다. 약사들 역시 환자를 대상으로 처벌 또는 시정조치를 지시받은 사례들도 확인된다. 2019년 대구의 한 약국에서는 100만 원 상당의 건강기능식품과 가공식품을 아토피 피부염에 특효라고 판매했다. 피해자는 아토피가 낫기는커녕 부종과 피부 변색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약사는 오히려 증량해서 드시라고 안내했다가 법정 소송까지 이어져 벌금형을 받았다.어디 약국뿐인가. 약사들이 차린 건강기능식품 기업에서도 이런 위험한 용어사용이 발견된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약국에 건강기능식품을 유통하는 기업 최소 5곳이 자신들의 홍보 또는 안내자료에 ‘이런 부분은 명현반응이니 소비자에게 안심하고 계속 드시라고 말씀하세요’라는 뉘앙스의 홍보내용을 담고 있다. 약사들은 같은 약사 직종 내부의 말을 신뢰하기 때문에, 업체에서 잘못된 정보를 퍼트리면 일파만파 퍼져 여러 약사들이 잘못된 약국 상담을 하게 된다. 그렇기에 그 위험이 더 크다.필자가 확인한 홍보자료들은 약사가 직접 경영하거나, 약사들이 개입하여 만들어진 건강기능식품 기업들이다. 어떤 기업의 경우 약사들을 모아놓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공공연하게 명현반응이니 믿고 섭취시키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또 다른 업체는 아예 약사들을 모아서 하는 온오프라인 강의에서 명현을 강조하기도 한다. 해당 기업들이 준비한 자료가 학술적으로 근거가 있는지는 경우에 따라 따져볼 일이지만, 사람의 생명과 약사들의 명예를 담보로 하는 일이니만큼 반드시 다시 살펴봐야 할 일이다.사람들은 가운 입은 사람들이 힘을 주어 말하면 철석같이 믿어버린다. 약사가 한 말이 만약 환자에게 독이 되는 말이라면, 약사에게는 그런 말을 삼갈 의무가 있다. 하물며 평범한 판매자도 지키는 법규인데, ‘부작용 관리’가 핵심 직무 중 하나인 약사들이 부작용마저 미화시켜 건강기능식품을 무결점의 상품으로 판매한다면 약사의 품위는 더 떨어지지 않을까.필자는 이 글을 읽는 약사님들이 이제 이 ‘명현반응’이라는 단어를 대체하셨으면 한다. 약을 설명할 때에도, 영양 상담을 할 때에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용어다. 대신, “흔하게 발생하는 이상반응이에요”, “사람에 따라 이럴 수 있어요”, “조심스럽긴 하지만 조금 더 지켜보는게 어떨까요?”, “이런 경우라면 중단하시는게 좋겠어요” 등으로 케이스 별로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떨까. 김주성 약사 이력 서울대 약학대학 졸업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 NPK솔루션즈 대표2022-09-04 20:14:4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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