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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장과 근무약사 8명의 '비밀과외'#[14]서울 양천구 목동정문약국높은 퀄리티의 근무약사 세미나와 최첨단 다각경영까지. 문전약국의 진화는 계속되고 있다.서울 이대목동병원 인근 목동정문약국은 처방조제 업무 외 다양한 약국경영 시스템을 접목해 운영 중이다.근무약사 8명 등 직원 13명을 이끌고 있는 최용석 약국장(50·조선대)은 회사처럼 약국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직원 관리를 위한 매뉴얼을 철저히 적용한다.휴가, 급여 등 마치 회사처럼 약국을 운영한다. 이같은 매뉴얼 경영은 다른 약국에 비해 낮은 이직률로 효과를 보고 있다. 5년차 직원만 2명, 3년 이상 장기근속자도 많다.#목동정문약국의 한 근무약사는 서울지역 근무약사 급여보다 더 받는다고 귀띔했다. 약국 업무에 애착을 갖고 더 열심히 하면 그만한 대우를 해주겠다는 게 최 약사의 마인드다.◆공부하는 근무약사들 = 목동정문약국 경영의 핵심은 무엇일까? 바로 약국장과 근무약사가 참여하는 정기세미나다.매달 근무약사들이 돌아가면서 특정 질환, 제품 등에 대해 발제를 하고 상호 토론을 하는 방식인데 2011년 시작된 세미나는 웬만한 질병에 대한 공부는 이미 끝냈다.주제 발표와 토론이 끝나면 실제 약국경영에 접목하는 방법까지 논의가 확장된다. 죽염. 동물약, 화장품, 파스, 유산균, 철분, 오메가 3, 비타민 D 등도 세미나 주제였다.세미나 결과를 토대로 매대를 다시 정리해 제품별 분류, 골드존 진열 상품 등도 정한다. 근무약사들이 발표하고 방향을 정리하다 보니 실제 약국경영에 접목하면 전사적인 마케팅이 가능해진다.#매월 진행하는 정기세미나#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세미나 주제는 '갱년기 질환'. 24일 주제 발표를 하는 한정선 근무약사는 "제품 PM을 불러 세미나를 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제약사의 전문약 디테일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한 약사는 "업체들은 병원에 랜딩만 하면 끝"이라며 "신약 처방이 나오면 약사들이 자료를 자체 조사해 공부하고 있다. 일본은 약국을 대상으로 세미나도 해주는데 너무 아쉽다"고 밝혔다.목동정문약국 약사들은 오히려 건기식 업체가 일반약보다 제품 디테일 보다 더 낫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제약사들이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문전약국 처방조제에 다각경영 접목 = 최용석 약국장은 약국 하루 방문객을 1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처방조제 환자와 보호자, 매약을 위한 고객까지 모두 고려한 수치다.최 약사는 문전약국이지만 다각 경영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정문약국약사' 추천 POP다.근무약사들이 세미나를 거쳐 괜찮은 제품이라고 의견을 모으면 '정문약국 약사 추천' POP을 부착한다. 또 POP에는 소비자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만 제시한다.정문약국약사 추천 POP#골드존에 제품 배치 매출로 직결#어린이 영양제를 예를 들어보자. 어린이 영양제를 구매하는 엄마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는 맛이다. 그리고 성분, 효과다. 여기에 제품 성상이미지도 POP에 표기한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상담이 필요한 화장품에도 핵심 정보를 POP에 담아낸다.최용석 약사는 건기식 등 동일 제품의 인터넷 가격 난매도 고민이다. 환자항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약사는 이에 수시로 인터넷 판매가격을 체크하고 이달의 할인코너를 마련해 가격변동에 적절하게 대처한다.목동정문약국에서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제품은 나노금 항균 칫솔이다. 바로 출입문에서 접수대와 대기공간 사이에 마련한 골드존에 진열을 했기 때문이다.골드존에는 다양한 제품을 진열하고 테스트 해본다. 마진율이 높은 제품을 배치하면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나노금 항균 칫솔도 의외의 결과였다. 입원환자 보호자들이 잘 사갔다. 숨겨져 있는 고객을 찾은 것이다.약사가 직접 포장한 피로회복제 패키지도 판매한다. 남자용, 여자용 다르게 구성했다. 최용석 약사의 노하우가 배어 있다.◆투약구에 달려있는 소형카메라 정체는? = 목동정문약국의 주력은 그래도 처방조제다. 최 약사가 꼽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접수대다. 전산 직원들에게 단정하고 친절한 응대를 주문한다.#투약구에 설치된 카메라에 제품을 촬영하면 별도 서버에 저장된다.#직접 디자인한 약사(흰색)와 직원(보라색) 가운#복약서비스는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근무약사 6명을 투약과 복약상담에 투입한다. 또 상담창구마다 소형카메라를 설치해 조제약을 모두 촬영한다.조제약을 카메라 렌즈에 가져다 놓고 촬영하는 방식이다. 환자와 분쟁과 마찰을 해소하고 다시 한번 검수하는 효과도 있다.복약지도문은 이미 서면 복약지도 의무화 이전 도입했고 서면 복약지도서 외에 약사들의 구두 상담도 이어진다. 단골확보의 근간이다.0#투약구 근처에는 약국장과 근무약사들의 소통을 위한 '화이트보드'가 달려있다. 약국장 지시사항은 물론 품절약 정보, 신제품 입고 현황, 신약 정보, 처방약 반품 대응방법 등 약국 필수 경영정보를 공유한다.가운, 명찰도 자체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근무약사가 직접 디자인했고 직원들이 골랐다. 약사는 흰색, 직원은 보라색 가운을 입는다.또 약국 청결 상태도 최 약사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매대 제품에 먼지가 쌓여 있다면 고객이 사고 싶겠느냐는 게 최 약사의 생각이다.최 약사는 "직원들이 약국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공부하고 약국경영 실험을 계속하다 보면 눈코 뜰 새 없다"고 말했다.문전약국이지만 변화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 노력. 거기에 목동정문약국의 경영 노하우가 담겨 있었다.2015-04-21 05:49:59강신국 -
파란만장…9번 개폐업과 4번의 소송[13]경기도 분당 이층약국"이 약국이 궁금합니다. 꼭 한번 방문해 세세한 이야기를 담아주세요."데일리팜 앞으로 한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자신을 30대 초반 갓 개국한 새내기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메일에 적은 선배 약사 약국이 궁금하다며 취재를 요청했다.다른 약사들에게도 꼭 한번 소개했으면 한다고 '강추'한 곳은 이층약국 강남성 약사(42)였다. 그가 처음 던진 한마디부터 심상치 않았다.약국한지 15년 만에 9번 약국 문을 닫고, 4번의 송사에 휘말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고 말한다.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나만의 맞춤 약국 찾기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그의 약국 경영 스토리를 들어봤다."첫 약국 선택이 평생 좌우할 수 있어, 신중해야"강 약사는 15년 전 동료 약사들과 동업으로 첫 약국을 시작했다. 규모가 꽤 되는 약국을 야심차게 열었지만 젊은 약사들에게 큰 약국의 경영은 녹록하지 않았다.요령이 없는 초보 약사들이 적지 않은 임차료를 감당하기 힘들었고, 결국 6개월만에 월세도 못낼 지경이 됐다. 첫 약국은 그렇게 접었다.이후도 나아지지 않았다. 브로커 감언이설에 속기도 했고, 인근 병의원에 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송사에 휘말려 적잖은 상처도 받았다."약국 오픈 날 바로 윗층에 약국이 들어오더라고요. 어떤 약국은 면대 업주 약국이기도 했고요. 비싼 수업료 내고 개국할 때 꼭 거치고 확인해야 할 내용이나 방법 등을 배웠어요. 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약국을 선택하는 방법도 터득했죠."약국을 찾은 아이에게 직접 약을 투약하며 시범을 보이는 강 약사이 모습. 상처 속에서 성장했고, 노하우도 생겼다. 처음 선택한 약국이 전체 약사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절감했다.그는 후배 약사들은 힘든 상황을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 선택한 게 후배들에게 개국 과정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경험을 살려 조언을 해 주는 일이다.온라인에 '성공약국 길라잡이' 카페를 만들었더니 반응이 오기 시작해 급기야 오프라인 모임도 결성했다. 개국 멘토링을 해주면서 예상 외로 초보 약사들이 의약품 판매 상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강 약사는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성공약사 마인드 ▲개국 입지 선택법 ▲안전한 개국 과정 바로알기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서다."첫 약국 삐끗하면 여파가 크다는 걸 몸소 체험했잖아요. 후배 약사들만은 제발 그런 길 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글을 올렸죠.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고 관련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정보를 주고 싶은 게 제 생각이예요.""즉시 반응오고 질문 부르는 POP의 마술"이층약국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진열장 곳곳에 놓여진 POP다. 화려하지 않지만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내용부터 상품에 저절로 손이 가게 만드는 문구까지, 약사가 일일이 고안하고 만든 것들이다.강 약사가 생각하는 POP 조건은 즉시 반응을 일으키고 질문을 유도하는 내용. 고객에게 궁금증을 유발해 약사에게 무언가 묻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소아과 약국의 특성을 살려 강 약사는 타깃을 소아와 산모,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들로 잡고 있다. 진열 제품과 POP도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약사가 직접 제작한 POP는 고객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POP를 만들기 위해 그는 진열할 제품을 직접 사용도 해보고 복용도 한다. 제약회사가 제품과 관련해 정보를 보내지 않으면 일일이 연락을 해 요청한다. 제품을 확실히 알아야 포인트를 잡아 POP 제작도 가능하고 상담도 수월하기 때문이다.'아이들 면역력 키우는데 최고, 맛있는 프로폴리스', '뉴질랜드 초유/15개월 이상/쵸코맛', '설사 아토피/물로 된 유산균/400억 이상'부터 '뇌 발달은 36개월 이전에 끝, 오메가3와 칼슘으로 우리 아이 뇌를 도와주세요'와 같은 POP는 그렇게 나왔다."소아과 약국이니 젊은 엄마들이 많이 찾으세요. 엄마는 자기 약은 안챙겨도 아이 건 먼저 궁금해하고 주저없이 약을 구입하거든요. 저 역시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 관심을 갖게 돼요. 약사는 자기 약국에 들여놓는 제품에 대해선 철저하게 주인이 돼야 합니다." "약국, 나만의 학술·마케팅 무대로"이층약국은 인테리어부터 디스플레이까지 각본에 맞춰 꾸며진 무대같다. 공부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며 환자에게 다가가기 쉽고 효율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예를 들어 투약대 바로 옆 공간엔 진열장을 뒀다. 투약 과정에서 고객에게 일반약, 건기식에 대한 상담도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점이 좋다.이층약국을 찾은 엄마 고객들은 조제 대기 시간 약사가 꾸며 놓은 진열장을 살펴보곤 한다. 약을 기다리는 환자가 진열대를 보고 궁금증이 생기면 약사에게 말을 건다. 그러면 투약대 옆을 뚫어 만든 통로로 바로 나가 고객에게 제품 설명을 할 수 있게 했다.진열에도 그만의 방식이 있다. 유산균 하나라도 가격, 균종, 약사가 추천하려는 제품별로 순서를 정해 일렬 배치한다.강남성 약사. 제품 하나하나 특징을 세세히 알다보니 막힘없이 한 진열장에 제품 특징을 술술 풀어놓는다.그만큼 약사는 깐깐하게 제품을 선택하고 고객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소아, 산모에 관한 약이나 제품은 여러 루트를 통해 공부하고 알아봐 최대한 약국에 들여놓으려고 해요. 일단 선택한 제품은 진열부터 상담까지 저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고객에게 다가가죠. 고객이 웃고 들어와 웃으며 나가는 약국, 제가 바라는 무대의 시작과 끝이죠."2015-04-09 06:14:59김지은 -
처방전 '제로'…약국은 라운지다[12]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파운지약국당당하다. 약을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던지니 오히려 편하단다.나영지 약사(37·이화약대)는 9년 전 서울 동부이촌동에 파운지약국을 열었다. 처음엔 처방 조제를 했다. 그러다 1년도 안돼서 전문약을 싹 치웠다. 파운지약국엔 그 흔한 박카스도 구경할 수 없다.그래도 오로지 약국 방문을 위해 미국에서 귀국하는 환자까지 있을 정도다.파운지약국은 2011년 서울시로부터 좋은간판 업소로 선정됐다. 약국 입구 오른편에 적혀 있는 병원처방조제는 개국당시 붙었던 것으로, 오는 7월 리모델링 이후 제거할 예정이다.스물 아홉. 나 약사는 꽃 다운 나이에 개국을 택했다. 현실은 달랐다."많이 파세요." 약국 문을 닫고 나가는 손님의 한마디가 비수로 꽂혔다.편안한 약국을 만들자는 생각에 약국 이름을 파운지(pharmacy+lounge)로 지었다. 2011년 서울시 좋은간판 은상을 수상할 정도로 외관 인테리어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꼼꼼히 신경썼다.그런데, 손님 중 한명이 그에게 "많이 팔라"고 인사를 하며 약국문을 나섰다. 순간 '(약국 운영을) 잘못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나 약사의 머리를 스쳤다.환자에게 당당한 약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환자의 아픔을 공유하기 시작했다.이상적일 수 있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아도 건강해 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약을 주지 않았다.나영지 약사는 하루 1~2명의 환자가 약국을 방문하고 있지만, 평생 약국을 하고 싶을 정도로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1시간, 2시간. 환자와 대화시간은 점점 늘어갔다. 대화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도 있었다. 과거 사랑방이라 불리우던 약국이 서울 동부이촌동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나 약사는 최근 5년 간 "많이 파세요"라는 말을 단 한 번도 듣지 않았다. 대신 요즘은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하루 환자 2~3명, 단골환자는 꾸준히 방문전문약도 없고, 최소한의 비상상비약만 갖춘 파운지약국을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2~3명 꼴이다. 하지만 파운지약국은 한 번 방문하면 이내 단골환자가 될 수 밖에 없다.단골환자는 4~5년 이상 꾸준히 파운지약국을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나 약사를 만나기 위해 귀국을 한 환자가 있을 정도다."우리약국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맞춤조제를 해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을 갖추고 있어요. 합성의약품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저를 믿고 따라와 주는거죠. 환자 상태에 따른 저 만의 조제방법이 있는데, 환자와의 소통이 필수죠."그 때문인지 단골환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약국을 찾는 환자가 있을 정도다.나영지 약사는 지난 2007년부터 서울시 동부이촌동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하루에 2~3명의 환자가 방문을 하지만, 복약상담은 1~2시간 이상 이뤄지는 파운지약국. 이제는 약사와 환자 사이가 아닌 동네친구를 만난다는 느낌으로 약국을 찾는 환자가 더 많다."건강한 사람이 약국을 찾는 일은 별로 없어요. 약을 찾는 사람들은 분명 무엇인가 준비가 필요한,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죠. 제 덕분에 많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제가 더 힘을 받아요."나 약사는 평생 약국을 운영하는게 목표다. 힘들지 않기 때문에 평생 약국을 하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다. 즐기면서, 보람을 느끼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만약 지금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몸이 덜 힘들더라도 '많이 파세요'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면, 평생 약국을 하겠다는 말은 못할거예요. 환자들에게 인정 받으면서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다는게 원동력이라고 봐요."2015-04-02 06:14:59이혜경 -
20~30대 초보 엄마 사로잡은 훈남[11] 경기 남양주 혜인온누리약국환하게 미소지으며 약국 문을 들어서는 아이의 이름을 약사가 부른다. 30대 남약사가 꼬마 손님 이름을 일일이 알고 부르는 모습. 문득 이 약국, 그리고 이 약사에게 호기심이 생긴다.경기도 남양주 혜인온누리약국 전경. 경기도 남양주 혜인온누리약국 서정훈 약사(37·서울대 약대)의 모토는 '우리동네 이웃약사'다.나이 지긋한 약국장이 한 자리에서 오랫동안 약국을 지키는 사랑방 약국이 떠오를 듯 하지만 이 약국은 예외다.약국을 인수한지 1년이 조금 넘은 데다 30대 중반을 갓 넘겼지만 서 약사는 이미 지역 주민들에겐 친근한 이웃약사로 통한다. 특히 이 지역 초보 젊은 엄마들 사이에선 없어서는 안되는 고마운 존재다.온·오프라인을 아우르며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 엄마들의 이웃, 서정훈 약사의 약국 경영 스토리를 들어봤다.근무약사 시절 경험이 평생 '자산'…진료과목별 약국 두루 경험서 약사가 지금의 약국이 자신에겐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꼽을 수 있는 건 근무약사 기간의 경험 때문이다.다른 분야를 전공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그는 뒤늦게 약대를 나와 근무약사로 취업했다.남보다 늦은 출발에 조급할만도 했지만 서 약사는 '정도(正道)'를 택했다. 근무약사로 일하는 기간이 자신의 평생 약사 인생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서정훈 약사는 근무약사 시정 다양한 진료과목 약국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약국 조건을 선택했다. 급여보다 다양한 경험을 선택한 그는 진료과목별 약국을 두루 경험하며 자신에게 가장 맞는 약국 조건을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과 소통하며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소아과약국이 자신의 적성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고, 지금의 자리를 선택했다."근무약사 시절 많은 경험을 해보자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초보 엄마들이 모르는 것, 놓치고 가는 부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아이들을 좋아해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이 찾는 내과 인근 약국보다 소아과약국이 맞다고 생각했죠."온라인쇼핑몰 운영도 근무약사 시절 시작한 일 중 하나다. 패기 하나로 시작해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미래 약업 시장을 생각했을 때 대비해야 할 부분이라고 보고 시작한 게 현재 약사 운영 쇼핑몰 중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온라인몰을 운영하면 가격경쟁에 매몰되기 마련인데 시작부터 항상 약사가 운영하는 쇼핑몰의 정도를 잃지 말자 생각했어요. 마케팅 담당 직원이 있지만 저는 약사로서 고객 상담에 집중하고 고객이 진짜 필요한 약만을 권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부분이 고객들에게도 전달돼 온라인몰 안에서도 단골 고객이 생기는 것 같아요."주민과 소통하는 젊은 약사…20~30대 초보 엄마 공략서 약사의 고민은 지금의 약국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온오프라인 상에서 지역 주민과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약국 한켠에 개시해 놓았다.1년 전 지금의 소아과약국을 인수하고 주 타깃 고객층을 만 5세 미만 아이를 둔 20~30대 초보 엄마로 잡았다. 아이와 더불어 임산부, 자녀를 둔 엄마에게 양질의 복약정보와 건강상담을 진행하겠단 생각에서다.소아과약국 약사라면 흔히 가질만 한 생각이지만 서 약사의 실천 방식은 조금 특별하다. 일방적인 전달보다 고객과 쌍방향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객과 상담은 약국 현장으로만 끝나지 않는다.엄마들이 많이 찾는 지역 커뮤니티에 주기적으로 글을 게재하고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건강 정보를 게재하고 있다.그는 현재 우리동네 이웃약사 'DRUG STORY'라는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하며 환자들과 상담, 소아, 산부인과 건강 정보는 물론 약사 개인의 약국 생활 일지를 올린다.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이 서 약사의 블로그를 방문한다. 서 약사가 고객과 소통,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동료 약사들과 소통이다.동료 약사들과 공유하며 얻는 것들이 그에겐 값진 자산이다. 서 약사는 약사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학회와 스터디에 참여하고 시간이 되는대로 약사 대상 강의에도 참석하려고 노력한다.서 약사가 운영 중인 우리동네 이웃약사 블로그."약국에선 환경상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정보가 한정되기 마련이에요. 고객이 약국에서 묻기 어려운 부분이나 내용이 많아 제가 전달하지 못한 부분을 온라인 상에서 자유롭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생각보다 온라인 상에서 상담을 요청하면 최대한 답변을 하고 부족하면 직접 약국에 찾아와 대면 상담을 진행하기도 합니다.""작지만 큰 변화"…약사가 직접 꾸미는 약국은혜인온누리약국의 복약대, 투약대, 진열대 등 약국 한곳한곳 서 약사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다.약국을 운영하며 고객의 반응을 살펴 곳곳을 직접 변화시키는 것이다. 한꺼번에 큰 돈을 들여 인테리어를 진행하면 비용대비 효과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약사가 직접 고안해 꾸민 투약대 모습. 또 약국 사정을 잘 모르는 전문가가 변화시킨 인테리어가 약사와 고객들에겐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그래서 서 약사가 선택한 방법은 약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약사가 최대한 적은 돈을 들여 곳곳을 변화시키는 것이다.처음 시도한 것은 복약지도대 변화다. 인수 전 많은 제품이 진열돼 있던 상담대를 넓히고 캣포스를 들여 놔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서정훈 약사. 특히 젊은 엄마들에 호응이 높은 것은 조제실 앞 공간의 변화다. 기존에 상품을 늘어놓았던 공간을 활용, 투약대를 만들었다. 진열장과 게시판 하나만으로 고객들에게는 편리한 공간이 탄생했다. 고객 반응과 POS 매출 결과를 바탕으로 진열대 위치나 상품 배열에도 주기적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고객 편의를 고려하면서 동시에 약국 매출도 생각한 변화죠. 큰 돈을 들여 대대적인 인테리어를 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약사는 비용 대비 효율을 생각하면 망설이게 되기 마련이거든요. 세심한 관찰과 조금의 수고로 내 약국에 변화를 주는 것도 약국 운영의 재미 중 하나인 것 같아요."2015-03-26 06:14:59김지은 -
매약 매출이 더 높은 층약국이 있다?[10] 경기 성남 분당새봄약국상가건물 2층에 위치한 분당새봄약국겉보기엔 별다른, 특별한 점이 없었다. 10평 남짓 작은 공간, 직원과 약사 둘이 근무하는 2층에 위치한 층약국. 대로변의 소음이 없어선지 변화진 약사의 분당새봄약국의 첫인상은 '조용하고 얌전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약국이 최근 매출이 급상승했다고? 왜일까.변 약사 역시 '별다를 게 없는 약국'이라며 인터뷰 자체를 부끄러워했다. 비오는 평일이지만 같은 층 가정의학과 의원에서 유입되는 처방 환자가 심심치 않게 드나들었다.같은 건물에 학원이 많아선지 새학기 감기로 고생하는 학생들도 종종 방문했다. 이제 걸음마를 뗀 아이가 천원짜리 한 장을 들고 들어와 캐릭터 비타민과 바꿔가며 해맑게 웃었다.혼자서 조제와 상담, 매약, 방문객 응대까지 도맡은 변 약사를 기다리며 약국을 계속해서 보다보니, 조금씩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일반약은 물론 건기식과 의약외품, 위생용품까지, 층약국답지 않은 폭넓고 다양한 제품들이 눈에 띄었다.일회용 밴드는 말할 것도 없이 무좀약 하나도 4~5가지 품목을 갖춰놓고 있었다. 발포비타민, 근육통 완화제, 여드름치료제, 염모제, 진통제 등 모두 5가지 이상의 제품이 준비된 약국이다.공간이 넓지 않지만 벽면과 단 하나의 오픈매대를 사용한 밀도높은 진열이 눈에 띈다. 제품이 많지만 깔끔하고 작지만 좁지 않다는 인상은 여기에서 나왔나 보다.대부분의 제품이 종류별로 5가지 이상의 품목을 구비하고 있다. 변화진 약사(36·덕성약대)는 2013년 10월 지금의 분당새봄약국을 열었다. 개국 경력은 길지 않지만 약사 경력은 10년을 넘어섰다. 병원과 소아과 문전약국, 요양원, 이마트 입점약국 등 다양한 곳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기반으로 가졌기에 마음 먹을 수 있었다."일반약과 건기식에 관심이 많아 층약국은 생각도 못해봤어요. 층약국을 오픈하고 조제에 신경쓰면서도 다양한 제품 구비에 욕심이 났어요. 제품별로 품목별로 가능한 다품목 소량 매입을 원칙으로 하고 환자들이 찾는 제품이 있으면 알아봐서 괜찮다 싶으면 주문해 구비해요. 약국 물품 매입하다 보니 제 물건 살 마음이 없어질 만큼 웹서핑을 하게 되더라고요."덕분에 분당새봄약국은 보통의 1층 약국 못지 않은 구색을 자랑한다. 그 뿐인가. 지금도 조금씩 품목을 늘려가고 있다. 진열, 회전율 등 여러가지 이유로 꼭 소량으로 주문해 빨리 소진시킨다.특히 건기식은 '여기서 파는 건 생산된지 얼마 안된 것들이라 좋아'라는 칭찬을 들을 만큼 제품 회전율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약국 중앙에 위치한 오픈매대(왼쪽)와 제품마다 비치된 샘플(오른쪽) 환자 별 특이사항과 대화를 기록한 메모(왼쪽)와 환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오른쪽) 또 제품마다 샘플도 꼭 준비해 만지고, 맛보고, 사용해볼 수 있도록 한다. 웬만하면 약국에서 파는 화장품과 비타민은 변 약사가 먼저 써보고 먹어본다. 자신이 써 보고 좋으면 환자에게도 추천한다. 조제와 상담에 애쓰며 매약까지 욕심내는 것은 철저히 환자 선택권을 높이고 더 신선한 제품을 주기 위해서다.그래서 변 약사의 약국은 상가건물 2층에 있지만 매약 매출이 차차 늘어 최근에는 조제 매출을 따라잡았다."관심인 것 같아요. 일반약이나 건기식이 상담하기에 더 유리한 면이 있잖아요. 환자개개인에도 관심이 많아요. 약국이 지역의 오래된 내과 앞에 있다보니 환자들도 다 이 지역 주민들이에요. 원래 인상과 얼굴을 잘 기억하는 편이기도 한데, 포스 프로그램에 그때 그때 대화한 가족사항이나 약력 등을 기록해요. 다시 왔을 때 화제로 꺼내기도 좋고 약력관리도 되고요. 얼마전에는 한 학생이 '엄마, 이 약사님 진짜 기억력 좋아'라며 놀라더라고요. 환자들이요? 당연히 기분 좋겠죠."부탁해놓은 건기식이나 처방전을 미리 맡겨놓고 간 환자에게는 일일이 문자메시지로 알려준다. 문자 발송내역에는 '문의하신 비타민D가 토요일에 준비됩니다', '약이 내일 도착한다고 합니다. 늦어져 죄송합니다', '방문이 힘드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라는 말들이 이모티콘과 함께 가득하다.2시간 남짓 약국에 머무르며 이러한 물리적인 노하우들을 확인하고도 새봄약국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환자들을 응대하는 변 약사를 한참을 보고서야 몸에 밴 상냥함, 병에 대한 걱정, 과하지 않은 친절, 포장하지 않은 듯한 말 한마디가 눈에 띄었다.변 약사는 환자들에게 때론 언니처럼, 때론 엄마처럼, 때론 동생처럼, 때론 친구처럼 말을 걸었다. 그 친절이 과하지 않아 좋아보였다.변화진 약사"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어선지 아이 데리고 오는 엄마를 보면 내 일처럼 마음이 가더라고요. 다른 환자들도 그렇게 대하다 보니 지역 주민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약국은 대형화하고 커지기 보다 그 지역 안에서 주민을 섬세하게 케어해야 한다고 봐요.막 약사가 됐을 때, 약국을 처음 열었을 때 주변의 좋은 선배님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주지 않으셨으면 지금의 저도 없겠죠. 내리사랑이라 하나요. 하늘과 같은 약사 선배님들이 자신의 노하우와 팁을 알려주셔 이만큼 할 수 있었어요. 제가 받은 것을 누구에게 줄 수 있을까요. 더 좋은 약국, 좋은 약, 좋은 상담으로 주민들께 돌려드려야 하지 않을까요."변 약사는 주변 상가와 주민들이 '약국 인테리어를 새로 해 전보다 건물 자체가 밝아진 것 같다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지 LED 조명 때문이었을까. 변화진 약사의 미소와 따뜻함으로 약국이 더 밝게 보인 건 아니었을지.2015-03-19 06:14:59정혜진 -
작은 공간을 '꿈의 무대'로 만든 약사[9] 경기 성남 모약국고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인테리어와 의약품 등 각종 상품이 한눈에 들어오는 과학적 디스플레이의 구현. 약국의 변화를 바란다면 한번 쯤 꿈꿔 볼 만하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과 노력에 비해 불확실한 효과를 생각하면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은 일들이다.이럴 때,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간단 명료한 변화 하나로 약국을 360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이템이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약사의 '마인드(mind)' 변화.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모약국. 모연화 약사는 간판 이미지도 직접 고안했다. 경기도 분당 모약국은 태생부터 여느 약국들과 달랐다. 약국이 유별나다는 게 아니다. 이 약국의 경영인이자 전문 약사인, 모연화 약사가 특별하기 때문이다."약대를 졸업하고 병원에서 일할 때도 조금 특별한 직책에 있었어요. 영양전문 약사로 회진을 돌며 환자들의 영양상태를 직접 체크하고 상담했죠. 그 과정에서 환자들을 직접 대면하고 더 만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게 지금의 이 약국이에요."7평 남짓한 모약국은 전형적인 항아리상권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 이렇다할 의원 하나 없는 아파트 단지 숲 상가 1층 약국. 같은 건물에 가정의학과가 하나 있지만 하루 고정 처방전은 50건이 채 안된다.하지만 약사는 지금의 약국 자리가 1년 여를 기다리며 찾고 또 찾았던 '맞춤 자리'라고 설명한다. 대체 왜?지명 구매 환자에 "어디가 불편하신가요" 질문부터대다수 약사들이 개국을 고려할 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얼마의 고정 매출이 보전될 수 있을까이다. 하지만 모 약사의 개국 과정은 고민의 시작부터 달랐다."어느 자리에 가야 지역 주민들을 더 밀착해 만날 수 있을까가 약국 자리의 선택 포인트였어요. 최종 목표는 약사로서 나만의 책을 써보고 싶었고요. 책을 쓰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역 주민, 환자들을 만나 소통해야 했어요."모 약사의 약국 경영자로서, 또 한명의 약사로서 약국 운영 방식은 질문 하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모연화 약사는 지명구매 환자 한명에게도 그냥 약을 집어주는 법이 없다. 꼭 왜 그 약을 필요로 하는지, 어디가 불편한지를 먼저 묻는다. "어디가 불편하셔서 그 약을 찾으시는데요?"특별할 것 없는 약사의 질문 하나가 환자와 약사 관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모 약사는 특정 상품을 원하는 지명구매 고객이라 해도 한번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무엇보다 약사와 환자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는 약사는 약의 전문가, 환자는 자신의 인생, 건강의 전문가로 두 전문가의 만남이 곧 약사와 환자 간 관계라고 보고 있다.그만큼 고객은 자신이 우려하고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약의 전문가이자 디렉터인 약사에게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답을 구하고자 하는 마음의 자세가 돼 있다는 게 모 약사의 생각이다.그런 환자에게 단순히 요구하는 약을 집어주는 것은 환자가 궁금해 하고 알고 싶어하는 부분을 묻고 설명할 기회조차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모 약사의 생각이다.약사의 질문 하나에 환자의 반응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평소 궁금했던, 걱정했던 부분에 대해 자연스럽게 약사에게 털어 놓고 그 과정이 곧 상담으로 이어진다.약국을 찾은 한명의 환자도 허투루 보지 않고 환자의 건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약사의 마인드, 모 약사가 한명의 약사이자 경영자로서 7평 동네 약국을 운영하는 방식이다.7평 남짓한 소형 약국이지만 모약국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구비해 놓았다. "단순히 약을 판매한다는 생각에 꺼려하시는 약사님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생각의 차이에요. 이 약을 권함으로써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단 생각이 곧 적극적인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거죠. 고객의 말, 걱정을 들어주고 적절한 답을 주겠다는 생각, 그것이 곧 약사의 마인드라고 생각해요."7평 약국의 변신…약사의 마인드가 불러온 변화"댁에 쌓아놓은 영양제들을 약국으로 가져오세요. 모약사가 설명해 드립니다."모약국 한켠에는 집에서 복용 중인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를 가져와 상담받을는 문구가 적혀있다. 약국 한켠 약사 캐릭터와 함께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이 약국에서 사지도 않은 약을 가져와 상담을 신청하라니, 자기 약국에서 산 약도 상담하는 것을 꺼리는 일부 약사들과는 분명 다른 마인드이다."환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여기저기서 약이나 영양제, 건기식을 구입해 마구잡이로 복용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그런 부분들이 안타까워 웬만하면 먹고 계신 것을 다 가져오시라 해서 제가 확인도 하고 올바른 복용법을 권해드리기도 하죠. 손해라고요? 아뇨, 오히려 약국 경영에도 적지 않게 도움이 되던걸요."다른 데서 구입한 영양제를 들고와 모 약사의 상담을 받다 이 약국의 단골 환자가 된 고객도 상당수다.요즘은 인터넷 구매와 더불어 해외 직구가 유행하면서 정확한 정보 없이 건기식, 영양제 등을 구입해 복용하는 고객이 특히 많아졌다.모연화 약사. 그런 고객들에게도 약사가 깊숙이 개입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곧 약사가 해야 할 '약료'의 역할이라는 게 모 약사의 지론이다. 모 약사는 최근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약사 협업 모임 휴베이스에서 교육기획마케팅 본부장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하나보단 둘이, 둘 보단 셋 이상이 모이니 단순했던 약국 경영이 즐거워 졌다고 모 약사는 말한다."단순히 약국 경영이 어려워서 약사들이 모인 것은 아니에요. 현재도 나쁘지 않지만 미래를 생각한거죠. 짧지않게 남은 시간을 얼마나 더 즐겁고 재밌게 약국을 운영할 수 있을까였죠. 그 답은 의외로 약사들이 함께 모이고 머리를 맞대는 데 있더라고요. 약사들이 조제실 밖으로 나와 '관계'를 통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2015-03-10 06:14:59김지은 -
암환자 보듬고 경영활성화 기법 한곳에[8] 부산 사하구 해동온누리약국약국은 언뜻 보기에도 생기가 넘쳤다. 가까이에 있는 소아과에서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가 드나들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근무약사들은 주변 의원에서 유입되는 처방전에 맞춰 조제하고 복약지도 하느라 분주했다. 정은주 약사(51·경성약대)는 약국 한켠에 마련된 상담공간에서 다른 지역서 찾아온 환자와 긴 시간 상담에 열중하고 있었다.부산 사하구 도로변에 위치한 해동온누리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정 약사는 약국경영 전문가로 여러차례 강의에 나서고 있는 경영 전문가이다. 동시에 암환자 면역력 증강을 위한 영양요법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경영 마인드와 학술을 기반으로 한 환자 상담이 공존하는 곳, 해동온누리약국이었다. 해동온누리약국 전경 "평범한 입지를 탐나는 입지로"사하구 장림2동에 위치한 해동온누리약국이 처음부터 '잘 되는 자리'였던 건 아니다. 정은주 약사는 앞서 두 번 약국이 폐업한 자리를 임차해 5년 전 지금의 해동온누리약국을 열었다. 주변에는 이비인후과와 치과가 있었고 가까이에 약국도 2~3곳이 더 있었다."안되는 자리를 인수한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소아과 등이 입점해 처방전이 더 늘어난 상태입니다. 처음에는 처방전에 기대지 않고 일반약과 건기식 판매를 활성화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일찍이 약국에 건강 관련 제품을 다양하게 갖췄어요. 지금도 매출은 조제수입과 그외 판매수입이 5:5정도입니다."그는 88년부터 약국을 시작했다. 의약분업을 지켜보며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겠다'고 생각해 경영의 필요성을 느꼈다. 카네기경영자과정을 수료했고 약국에도 변화를 줬다. 2000년부터 포스시스템을 도입했다. 최근 들어 유행하는 드럭스토어형 약국을 정 약사는 10여년 전부터 운영했다.의약분업, 경영 활성화 눈뜬 정은주 약사이런 경영마인드는 약국 곳곳에 배어있다. 셀프 메디케이션 코너, 이벤트 매대, 오픈매대 등 다양한 코너가 마련됐다. 셀프메디케이션 코너와 체지방측정기 직접 체지방 측정을 할 수 있는 인바디와 혈압 측정기가 놓여있고 옆에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진단시약 코너가 있다. 진단시약에는 임신과 배련 테스트기 뿐 아니라 다이어트, 유방암 진단, 아미노산 검사표 등 다양한 제품이 진열됐다.'골든존'(golden zone)이라 할 수 있는 약국 중앙 이벤트 매대는 진단시약이 자세한 POP와 함께 진열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겨울철 건조한 날씨를 감안해 립케어 제품으로 꾸몄던 매대다."만성질환을 유추할 수 있는 모발검사도 약국에서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헬스케어 시장은 셀프메디케이션으로 나아갈 것이고, 약국은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대기하는 환자들에게도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이 직접 건강을 체크해볼 수 있어 환자들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밴드 진열대(왼쪽)와 이벤트 매대(오른쪽)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진열한 어린이 상품. 일반약 코너도 기능별, 품목별로 구획이 나눠져 제품을 찾기 쉽다. '일회용 밴드' 한가지 만으로도 진열장 모서리 한 진열장을 다 채울 정도로 제품이 다양하다. 어린이 환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낮은 진열대에는 어린이 비타민과 캐릭터 상품들이 놓여있다. 약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구경하고 만져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별다른 특별한 점은 없고 다른 약국에서도 하는 것들이에요. 다만 약국 인테리어를 자주 해 서 신선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1~2년에 한번씩은 전체 인테리어, 부분 인테리어를 진행합니다. 이벤트 매대는 한달에 한번씩 제품을 교체해주고 설명도 첨부하지요."매약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한달에 한번 이상 근무약사들에게 주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질 높은 복약상담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그는 "근무약사들도 상담과 약물 지식은 수준급"이라고 칭찬했다.면역·영양요법으로 암환자 상담도 병행정 약사는 전날 남원 강의를 마치고 돌아온 터였다. 약사 대상 암환자 상담 학술강의를 주로 하는데, 최근 면역·영양요법에 관심 있는 소규모 의사 커뮤니티가 정 약사 강의를 의뢰했다.그가 암환자 상담을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로, 한·독 생의학학회에 참여하면서부터다. 2012년 독일로 연수를 다녀왔고 지금도 자신이 상담하는 환자들의 상태를 연구해 학회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약국 한쪽 상담공간(왼쪽 하단이 정은주 약사) "암환자 상담이라 하면 거창한 것 같지만, 간단히 말해 환자의 기본 체력을 높여 치료 효과를 높여주는 것입니다. 환자 중에는 백혈구 수치가 낮아 항암치료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 이전에 면역력을 높여주고 영양상태를 호전시키면 항암치료도 가능해질 뿐 아니라 효과도 좋아집니다. 병원은 치료에만 관심을 갖고 치료 이전에 필요한 것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어요. 이 부분을 약사가 채워줄 수 있는 거죠."정 약사는 매주 금요일 강의를 위해 약국을 비울 만큼 많은 강의에 나서고 있다. 암과 간염에서 영양요법이 얼마만큼 효과를 내는지, 환자 생존기간을 얼마나 늘려주는 지를 약사들에게 강의한다. 그렇다고 특별한 제품을 쓰는 것은 아니다.정은주 약사"환자를 환자로 바라보지 않고, 내 가족이나 내가 암 환자라고 생각해보자는 말을 강의에서 자주 합니다. 의·약사의 역할만 하고 나머지는 환자가 이겨낼 수 있는 신체 환경을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라고요. 제가 특별한 제품을 쓰는 것이 아니다. 건강기능식품, 일반약, 한약을 사용합니다. 약사들이 잘 알고 있는 제품도 많을 거에요. 흔한 것이지만 환자에게 맞고,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상담하고 권해주는 것이지요."주변의 동료 약사들은 정 약사가 상담과 처방조제를 동시에 활성화한 보기 드문 케이스라고 말한다. 일반약 판매 기법에서 조제, 복약상담, 환자 상담까지 골고루 갖춘 약국이라는 것이다."경영을 잘 하는 약국도 많고, 환자 상담에 깊이가 있는 약사도 많습니다. 저는 다만 두 분야 모두에 관심을 가진 것 뿐입니다. 무엇보다 지식이 다가 아니라 지식을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좋은 걸 알면 환자에게 알려주고 잘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까지가 약사 역할이라 봅니다. 그렇게 되면 약국도 '치료'가 아닌 '치유'의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 겁니다."2015-03-06 06:14:59정혜진 -
방촌시장 최 약사의 단골만들기[7] 대구시 동구 현대온누리약국최혜윤 약사"인사돌, 이가탄도 구강 관련 제품과 묶어 오픈 매대에 진열해 봤어요. 그랬더니 기본 상담으로 발생하는 매출 외에 또 다른 매출이 발생했어요."대구시 동구 방촌시장에 자리잡은 현대온누리약국 최혜윤 약사(46, 영남대)는 '시장통', '단골'이라는 개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환경에서 약국을 운영한다.'클리닉 건물 1곳에 약국 1곳'이라는 전형적 패턴이 그대로 적용되는 방촌시장 약국가.방촌시장을 축으로 현대온누리약국 주변에만 5곳 이상 약국이 성업 중이다. 결국 일반약 가격 경쟁력, 단골환자 유지 능력에 따라 약국경영의 성패가 갈린다는 이야기다.최 약사가 꺼내든 카드는 오픈매대와 함께 일단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온 환자는 단 한 명도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준비한 다양한 조제약이었다.약국 프랜차이즈 업체의 도움을 받았지만 '최 약사의 오픈매대'엔 그 만의 특징이 있다. 다품종 전략이다. 치간 칫솔, 마스크, 무릎보호대 등 종류별로 구색이 다양하다.여기에 손톱깎기, 빗, 반지고리, 가위 등 생활잡화도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대기하는 고객들이 이것 저것 둘러보다 결정하는 식인데, 매출도 쏠쏠하다는 게 최 약사의 설명이다.인사돌, 이가탄 등 일반약부터 칫솔 등 다양한 구색의 구강관련 용품을 오픈매대를 통해 고객이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코너별 디스플레이로 공통 품목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주력품목도 또 직거래 제약사 별로 묶어 진열했다. 여기에다 생활용품, 어린이용품, 아로마테라피, 비타민 판매대 등 유사 제품군을 한데 모아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했다.최 약사는 "셀프형 구조로 개선한 결정적 이유는 똑똑해진 고객들 때문"이라며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은 고객들의 지식 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높다"고 말했다.그래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일반약 복약지도와 상담. 단가가 높은 약을 권하기보다 환자에게 맞는 약을 추천하는 게 포인트다.구내염으로 이비인후과를 다녀온 환자에겐 비타민B 제품을 추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최 약사는 "환자가 약국과 약사에게 뭘 원하는지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면서 "단가가 높은 약을 권하기보다 환자에게 가장 알맞는 약을 추천하는데 주안점을 둔다"고 말했다.조제실로 가보자. 최 약사의 단골유지를 위한 비법은 평범하게도 다양한 전문약 구비다.인근 의료기관 처방 변경에 따른 재고약 부담에 노출돼 있지만, 내 약국에 온 환자에게 약이 없어 조제를 못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최 약사는 생각한다."환자를 돌려보내지 마라" 준비된 처방약처방약 찾기 DB와 최 약사의 신약입고 노트 약장을 보니 조제약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처방약을 빠르게 찾기 위해 엑셀 파일에 품목별 DB를 만들어 놓았다. 새로 들어온 신약은 수첩에 먼저 정리해 놓는다.약국의 하루 평균 조제건수는 80~100건 내외. 그러나 보유하고 있는 처방약은 수천 품목이다.최 약사의 병원약국과 제약사 근무 경험이 약국경영에 유용하게 적용된 사례다.빠른 조제를 위해 ATC기계는 물론 컴퓨터 4대가 동원된다. 여기에 POS 시스템, 복약지도 봉투 등은 기본이다.최근 약국실무실습 프리셉터로 활동한 최 약사는 후배들이 제약, 병원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에 약국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그래야 안목도 넓어지고 약국경영에 대한 자기만의 철학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약국을 운영하며 약대생 교육을 담당하는 선배이자 스승이 6년제 후배약사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다.2015-02-24 06:14:59강신국 -
"이쁘다 이쁘다 하시니…받은 게 많아요"[6] 부산 보수동 우리들약국손님에게 보청기 살 돈 100만원을 건넸다? 잘 알지 못하는 어르신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적지 않은 돈을 줄 수 있었던 건 7년 간 '손님을 아끼고 생각하는 마음'으로 운영해온 약국의 평범한 에피소드 중 하나였을 뿐이다.부산 중구 보수동에서 7년째 #우리들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경 약사(36.부산약대)는 작년 크고 작은 매체에 '천사 약사'로 소개된 화제의 인물. 직접 만나 그의 약국을 둘러보니 동네 주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약국 여기저기 속속들이 배어있다."지난해 방송사에서 섭외가 왔을 때, 벌써 2년이나 지난 일이었어요. 처음 라디오 방송에 나가면서 잡지, TV 등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니 당황스럽더라고요. 라디오에 소개된 것도 작가가 '부산에는 방송 안되고 서울에만 나온다'고 해 응한 것인데, 전국에 방송되고 아는 분들이 '그런 일이 있었냐'고 아는 척 해주시니 쑥스럽습니다."아는 사람에게 지나가다 한 말이었다. 말이 전해지면서 기자 귀에 들어갔다. 방송에서 연락이 왔을 때에도 '아침에 전화만 받아주면 된다'고 했단다. 이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어르신 쉼터 역할을 하는 약국 앞 벤치."잡지에 나온 걸 약국에서 어르신들이 보시고는 '실물이 훨씬 예쁜데 사진이 이상하게 나왔다'며 친근하게 말씀하실 정도로 자기 일처럼 좋아하세요."우리들약국은 부산에서도 오래된 동네 보수동 골목에 있다. 절판된 헌책을 구할 수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이 유명한,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가까이에 최근 흥행한 영화배경이 된 국제시장이 있고, 가정집 촬영지도 약국에서 몇 걸음 되지 않을 만큼 가깝다. 약국 바로 맞은 편에 노인복지회관과 양로원이 자리한다. 노인 환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보니 근무약사 2명과 돌아가며 일요일까지 문을 연다."손님도 대부분 어르신들이고, 약국을 편하게 왔다갔다하세요. 오시면 꼭 앉아 쉬어가시고요. 그래서 약국 앞에 벤치를 놓았어요. 한번은 페인트칠 하려고 의자를 치웠더니 의자 다시 놓으라고들 하시더라고요."그는 우리들약국이라는 이름과 동네 분위기가 좋아 1년 정도 된 약국을 인수했다. 약대를 다닐 때부터 '약국을 하면 우리약국이란 이름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던 차, 집에서 가까운 곳에 우리들약국을 보고 개국을 결심했다. 병원약사 1년 반, 파트타임 약사로 일하던 중이었다."20대 어린 나이에 개국했으니 고생을 안했다 할 수 없었죠.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난매약국이 있어요. 처음 한두달은 가격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고, 이 일대 모든 약국을 다니며 가격조사도 했죠. 그렇게 한두달 해보니 가격으로 승부해서는 끝이 없겠다 싶더라고요. 우리 구매가가 그 약국 판매가보다 5000,6000원이 비쌌어요. 손님들과 가격 때문에 시비도 일었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어요."이전부터 일반약과 건기식에 관심이 많았다. 가격이 아닌 정확한 정보와 상담으로 승부하겠다고 맘 먹었다. 주변에 병의원이 있는 곳도 아니어서 조제보다는 상담에 치중했다. 개국하고 3~4년 동안 온갖 학회와 교육, 스터디를 마다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싶단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한 건 비단 그때문만은 아니다.약국 내부(왼쪽)와 저렴한 비타민을 전면에 배치한 모습(오른쪽) 기다리는 손님을 위해 준비한 잡지(왼쪽)와 주민들 대신 받아준 택배(오른쪽) "우리 약국 맞은 편에 40년 역사의 김약국이 있었어요. 이 일대에서 자란 사람이면 누구나 김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고 컸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했던 곳이에요. 약사님이 명망이 높고 주민 신뢰가 높았어요. 제가 약국을 여니 김 약사님에게 갔던 신뢰가 고스란히 저에게도 오더라고요. 주민들은 제가 말씀드린 건 곧이곧대로 다 따르시고 다 구매하시니 공부를 안 할 수 없었어요."약사 말을 100% 신뢰하는 어르신에게 마진이 좋다고 더 비싼 제품을 권할 수도, 얼렁뚱땅 넘겨 짚어 적당한 제품을 골라줄 수 없었다."약국은 작지만 일반약과 건기식은 거의 없는 제품 없이 모두 구비하고 있어요. 가격도 다양하게 갖춰놓고요. 경제적 여유가 없는 분도 드실 수 있는 저렴한 제품부터 체질에 맞는 고가 제품까지, 환자분 건강에 도움되는 게 뭔지 고민하고 그렇게 상담하면 복약순응도도 높아지고 건강이 호전되는 게 보입니다."약국하는 얘기와 사는 얘기를 주고받다보니 지난주에는 서태지 콘서트를 보고 왔다고 한다. 눈이 반짝이며 어릴적 우상을 이제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 볼 수 있어 좋았다며 이 약사는 20대의 순수한 젊음을 잃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다시 보청기 어르신의 근황을 물었다."얼마전 그 분 집들이에 갔다 왔어요. 어르신들에게 봉사다니며 그런 분들이 사는 쪽방이라는 데를 자주 돌아봤는데 정말 불편하거든요. 그분도 그런 2평 남짓 되는 쪽방에 생활하시다 돈도 모으고 노력해서 15평짜리 방을 구하셨다고 저희를 초대하셨어요. 약국 직원들과 집들이를 갔는데, 책과 꽃으로 잘 정돈된 방이 그렇게 인상적일 수 없더라고요."말을 잇는 이 약사의 눈이 그렁그렁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다. 그는 원체 눈물이 많은 편이라며 손사래를 쳤다.이현경 약사."2년도 지난 일이고, 자세한 건 저도 기억 못했거든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같이 방송에 나오며 그러시더라고요. '이 약사님에게 돈을 갚을 때마다 '희망을 잃지 말라, 꼭 좋아질 거다, 절대 절망하지 말라'고 얘기해줬다고요. 저는 기억도 못한 걸 할아버지는 소중하게 생각하시고 매번 돈을 갚으러 오실 때마다 편지나 책을 갖다 주셨어요. 경제적으로 어려울 지 몰라도 존경 받을 만한 어른이라는 생각에 제가 더 감사하더라고요."그는 그저, 그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할아버지를 도왔을 거라고 말했다. 100만원이란 돈이 지금 당장 나보다 그분께 목숨만큼 절실해 보였다고, 자신이 그 시간에 약국에 없었으면 다른 약사님이 주셨을 거라고 말이다."요즘 마케팅에서 고객 설득을 넘어 고객 감동이 필요하다는 말 많이 하잖아요. 감동을 위해선 진심이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저희 약국 환자들이 저를 믿고 저를 진심으로 아껴주시니 저 역시 진심이 나올 수 밖에 없어요. 오며가며 인사하고, 챙겨주시고, '이쁘다 이쁘다' 아껴주시니 저는 제가 드리는 것 보다 주민분들께 받는 게 훨씬 많다고 느껴요. 동네도 좋고 어르신들도 좋고. 저는 약사되길 참 잘한 것 같아요."2015-02-18 06:35:00정혜진 -
"온돌마루에 앉아 차한잔 하고 가세요"[5] 서울 도봉구 혜민M약국작지만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따뜻한 좌식 온돌 마루가 있고 테이블에는 귤과 과자가 놓여있다.용건 없이 방문해도 눈치 주거나 부담 주지 않는다.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차 한잔은 옵션이다.요즘은 도시에서 흔치 않은 '마실'을 이 약국으로 오는 주민들이 있다. 서울 도봉동에는 이러한 주민과 어르신들을 생각해 약국에 온돌 마루와 옥침대를 설치한 약사가 있다.한기숙 약사(55·숙명여대 약대)의 혜민M약국은 주택가 작은 골목에 자리 잡았다. 전형적인 의약분업 이전의 동네 약국 형태. 실제 한 약사는 이곳에서 30년 넘게 약국을 했다.약국에 들어서서 먼저 눈에 띈 것은 마루와 한옥 아이템을 차용한 인테리어다. 한옥의 대들보가 약국 천장을 가로지르고 판매대 옆 공간을 차지하는 마루가 인상적이다.냄새를 흡수한다는 히노끼와 소나무를 이용한 인테리어 덕인지 보통 약국에서 으레 나는 약품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노인분이 많은 동네다 보니,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오면 의자에 앉아계시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더라고요. 2013년에 새로 인테리어를 하면서 앉거나 누워 쉴 수 있는 마루를 깔면 좋겠다 싶었어요. 약국 특성이나 조제 특성에 맞게 인테리어도 동서양이 조화된 콘셉트를 원한다 했더니 업체가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주셨어요."약국 이름 '혜민'은 조선시대 의약과 일반 서민의 치료를 맡아본 관청 '혜민서(惠民署)'에서 따왔다. 물리적인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이곳에 들른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고자 한 마음에서다."저녁 늦게 일하고 돌아오시는 분들이 많아 밤 10시 가까이 약국을 열어요. 약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서 인테리어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해놓고 보니 저도 편하고 손님들도 편히 쉬다 가셔서 좋습니다."인터뷰를 위해 약국 한쪽에 자리를 잡자 한 약사는 먼저 자몽차를 건넸다. 약국 취재를 가며 받아온 차가운 드링크 대신 따뜻한 차를 받자 친구 집에 놀러온 기분이었다.약국 내부 인테리어한 약사는 '예쁜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약국에 놀러와(?) 머무는 사람에게 한 약사는 어김 없이 차를 권했다.약국에 들어서는 환자 누구나 한기숙 약사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듯, 익숙하고 편한 말투로 말을 걸었다. '술을 줄이라'는 잔소리에도 싫은 내색 없는 76세 할아버지부터, 간밤에 한 약사의 도움으로 심한 두통이 나았다고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중년 부인과 함께 온 93세의 아버지, 어제 먹은 삼계탕에 탈이 나 약을 지으러 온 아줌마까지 모두가 자기 집 드나들듯 약국에 들어섰다.기자가 뜨끈한 온돌마루 한쪽에 앉아 손님이 뜸해지길 기다리며 보니, 혜민약국의 무기는 단순한 온돌마루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환자의 약력관리와 식습관, 생활습관까지 바로 잡아주는 한 약사의 관심과 애정이 이 약국의 특색이자 강점. 손님들은 한 번 들렀다 하면 좀체 가려고 들질 않았다. 몸이 아픈 얘기는 물론 사는 얘기, 속상했던 얘기까지 한참을 풀어놓고야 일어선다."대부분 환자가 단골이고 다른 지역 멀리에서 찾아오는 환자도 많습니다. 제 약국을 찾는 손님들 체질과 먹는 약, 식품, 질병 정보를 다 알고 관리해주니 여기까지 오시는 거지요. 다 기억에 의존하지 못해서 노트를 만들어 환자 정보를 기록하는데, 약국에 손님이 올 때마다 '그때 가져간 약은 잘 먹는지, 몸은 불편하지 않은지' 챙기게 됩니다. 절 믿고 찾아주는 환자들이 고마워 저도 잘 돌봐드리려고 노력하고요."마실 온 어르신과 대화 중인 한기숙 약사. 환자들은 자신이 하고싶은 말이 많은 만큼 다른 사람의 상담시간도 기다려준다. 약국 안에 흐르는 조용한 클래식 선율처럼 느긋하고 여유있게 궁금한 것을 모두 물어본다. 한기숙 약사도 질문 하나하나에 꼼꼼히 대답하고 원리를 설명한다. 급해하거나 재촉하는 환자는 없다.친절만으로 이 많은 환자를 단골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기숙 약사는 상담으로 환자 체질을 파악해 그에 맞는 일반약, 한방, 영양요법 등을 다양하게 추천한다. 한 약사의 자세한 설명에, 환자들은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 환자와 약사 사이의 끈끈한 신뢰가 확인되는 지점이다."30년 넘게 한방, 체질, 영양, 식품 등을 공부했어요.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해 병을 낫게 하는 게 보람있어요. 그 재미에 계속해서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계속해서 공부하고 환자 상태를 살피는 데 집중해요. 지나다 들른 환자에게도 증상을 물어보고 단발적인 '치료'보다 원인부터 바로 잡아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을 권합니다. 원리를 설명해서 환자가 이해를 하면 '더 팔려고 하는건가'라는 의심을 하지 않아요. 장기적으로 먹으면 좋다고 추천한 제품은 두세개씩 구매해가기도 합니다."약국을 크게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한기숙 약사.약사가 이젠 처방조제에서 벗어나 건강 관리자가 돼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알지만 약국 현실은 이를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 그래도 한기숙 약사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약국에서 상담, 약국 소품, 인테리어까지 모두 '주민 건강 관리를 위한' 약사 역할을 해오고 있다."약국을 크게 할 생각이요? 처방에 의존해 조제만 계속 하는 약국, 저랑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환자를 불편하게 하고 환자에게도 스트레스를 줍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원리를 모르는 약사는 아무도 없어요. 약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환자 병이 나을리 없죠. 약국 오는 손님들과 이야기 하고 건강도 체크해주고 하루하루 만족스러운 게 좋습니다. 더 많은 약사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주민들과 더 가까이 있었으면 해요. 약사를 위해서도, 주민들을 위해서도 그보다 좋은 길이 없지 않을까요?"2015-02-05 12:24:59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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