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돌마루에 앉아 차한잔 하고 가세요"
- 정혜진
- 2015-02-05 12: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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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약·궁|마실나오는 약국...인테리어 하나도 주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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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건 없이 방문해도 눈치 주거나 부담 주지 않는다.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차 한잔은 옵션이다.
요즘은 도시에서 흔치 않은 '마실'을 이 약국으로 오는 주민들이 있다. 서울 도봉동에는 이러한 주민과 어르신들을 생각해 약국에 온돌 마루와 옥침대를 설치한 약사가 있다.
한기숙 약사(55·숙명여대 약대)의 혜민M약국은 주택가 작은 골목에 자리 잡았다. 전형적인 의약분업 이전의 동네 약국 형태. 실제 한 약사는 이곳에서 30년 넘게 약국을 했다.
약국에 들어서서 먼저 눈에 띈 것은 마루와 한옥 아이템을 차용한 인테리어다. 한옥의 대들보가 약국 천장을 가로지르고 판매대 옆 공간을 차지하는 마루가 인상적이다.
냄새를 흡수한다는 히노끼와 소나무를 이용한 인테리어 덕인지 보통 약국에서 으레 나는 약품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노인분이 많은 동네다 보니,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이 오면 의자에 앉아계시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시더라고요. 2013년에 새로 인테리어를 하면서 앉거나 누워 쉴 수 있는 마루를 깔면 좋겠다 싶었어요. 약국 특성이나 조제 특성에 맞게 인테리어도 동서양이 조화된 콘셉트를 원한다 했더니 업체가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주셨어요."
약국 이름 '혜민'은 조선시대 의약과 일반 서민의 치료를 맡아본 관청 '혜민서(惠民署)'에서 따왔다. 물리적인 치료는 불가능하지만 이곳에 들른 환자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고자 한 마음에서다.
"저녁 늦게 일하고 돌아오시는 분들이 많아 밤 10시 가까이 약국을 열어요. 약국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서 인테리어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해놓고 보니 저도 편하고 손님들도 편히 쉬다 가셔서 좋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약국 한쪽에 자리를 잡자 한 약사는 먼저 자몽차를 건넸다. 약국 취재를 가며 받아온 차가운 드링크 대신 따뜻한 차를 받자 친구 집에 놀러온 기분이었다.

약국에 들어서는 환자 누구나 한기숙 약사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듯, 익숙하고 편한 말투로 말을 걸었다. '술을 줄이라'는 잔소리에도 싫은 내색 없는 76세 할아버지부터, 간밤에 한 약사의 도움으로 심한 두통이 나았다고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중년 부인과 함께 온 93세의 아버지, 어제 먹은 삼계탕에 탈이 나 약을 지으러 온 아줌마까지 모두가 자기 집 드나들듯 약국에 들어섰다.
기자가 뜨끈한 온돌마루 한쪽에 앉아 손님이 뜸해지길 기다리며 보니, 혜민약국의 무기는 단순한 온돌마루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환자의 약력관리와 식습관, 생활습관까지 바로 잡아주는 한 약사의 관심과 애정이 이 약국의 특색이자 강점. 손님들은 한 번 들렀다 하면 좀체 가려고 들질 않았다. 몸이 아픈 얘기는 물론 사는 얘기, 속상했던 얘기까지 한참을 풀어놓고야 일어선다.
"대부분 환자가 단골이고 다른 지역 멀리에서 찾아오는 환자도 많습니다. 제 약국을 찾는 손님들 체질과 먹는 약, 식품, 질병 정보를 다 알고 관리해주니 여기까지 오시는 거지요. 다 기억에 의존하지 못해서 노트를 만들어 환자 정보를 기록하는데, 약국에 손님이 올 때마다 '그때 가져간 약은 잘 먹는지, 몸은 불편하지 않은지' 챙기게 됩니다. 절 믿고 찾아주는 환자들이 고마워 저도 잘 돌봐드리려고 노력하고요."

친절만으로 이 많은 환자를 단골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한기숙 약사는 상담으로 환자 체질을 파악해 그에 맞는 일반약, 한방, 영양요법 등을 다양하게 추천한다. 한 약사의 자세한 설명에, 환자들은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 환자와 약사 사이의 끈끈한 신뢰가 확인되는 지점이다.
"30년 넘게 한방, 체질, 영양, 식품 등을 공부했어요. 환자 상태를 파악하고 딱 맞는 제품을 추천해 병을 낫게 하는 게 보람있어요. 그 재미에 계속해서 공부하게 되더라고요. 지금도 계속해서 공부하고 환자 상태를 살피는 데 집중해요. 지나다 들른 환자에게도 증상을 물어보고 단발적인 '치료'보다 원인부터 바로 잡아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을 권합니다. 원리를 설명해서 환자가 이해를 하면 '더 팔려고 하는건가'라는 의심을 하지 않아요. 장기적으로 먹으면 좋다고 추천한 제품은 두세개씩 구매해가기도 합니다."

"약국을 크게 할 생각이요? 처방에 의존해 조제만 계속 하는 약국, 저랑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불편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환자를 불편하게 하고 환자에게도 스트레스를 줍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 원리를 모르는 약사는 아무도 없어요. 약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환자 병이 나을리 없죠. 약국 오는 손님들과 이야기 하고 건강도 체크해주고 하루하루 만족스러운 게 좋습니다. 더 많은 약사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주민들과 더 가까이 있었으면 해요. 약사를 위해서도, 주민들을 위해서도 그보다 좋은 길이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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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06: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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