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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파란만장…9번 개폐업과 4번의 소송

  • 김지은
  • 2015-04-09 06:14:59
  • |이·약·궁|'맞춤' 약국자리 찾기...약국, 마케팅 무대로

[13]경기도 분당 이층약국

"이 약국이 궁금합니다. 꼭 한번 방문해 세세한 이야기를 담아주세요."

데일리팜 앞으로 한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자신을 30대 초반 갓 개국한 새내기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메일에 적은 선배 약사 약국이 궁금하다며 취재를 요청했다.

다른 약사들에게도 꼭 한번 소개했으면 한다고 '강추'한 곳은 이층약국 강남성 약사(42)였다. 그가 처음 던진 한마디부터 심상치 않았다.

약국한지 15년 만에 9번 약국 문을 닫고, 4번의 송사에 휘말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고 말한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나만의 맞춤 약국 찾기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그의 약국 경영 스토리를 들어봤다.

"첫 약국 선택이 평생 좌우할 수 있어, 신중해야"

강 약사는 15년 전 동료 약사들과 동업으로 첫 약국을 시작했다. 규모가 꽤 되는 약국을 야심차게 열었지만 젊은 약사들에게 큰 약국의 경영은 녹록하지 않았다.

요령이 없는 초보 약사들이 적지 않은 임차료를 감당하기 힘들었고, 결국 6개월만에 월세도 못낼 지경이 됐다. 첫 약국은 그렇게 접었다.

이후도 나아지지 않았다. 브로커 감언이설에 속기도 했고, 인근 병의원에 당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송사에 휘말려 적잖은 상처도 받았다.

"약국 오픈 날 바로 윗층에 약국이 들어오더라고요. 어떤 약국은 면대 업주 약국이기도 했고요. 비싼 수업료 내고 개국할 때 꼭 거치고 확인해야 할 내용이나 방법 등을 배웠어요. 또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약국을 선택하는 방법도 터득했죠."

약국을 찾은 아이에게 직접 약을 투약하며 시범을 보이는 강 약사이 모습.
상처 속에서 성장했고, 노하우도 생겼다. 처음 선택한 약국이 전체 약사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절감했다.

그는 후배 약사들은 힘든 상황을 피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래서 선택한 게 후배들에게 개국 과정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고 경험을 살려 조언을 해 주는 일이다.

온라인에 '성공약국 길라잡이' 카페를 만들었더니 반응이 오기 시작해 급기야 오프라인 모임도 결성했다. 개국 멘토링을 해주면서 예상 외로 초보 약사들이 의약품 판매 상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강 약사는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성공약사 마인드 ▲개국 입지 선택법 ▲안전한 개국 과정 바로알기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의를 하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서다.

"첫 약국 삐끗하면 여파가 크다는 걸 몸소 체험했잖아요. 후배 약사들만은 제발 그런 길 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에서 글을 올렸죠.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고 관련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정보를 주고 싶은 게 제 생각이예요."

"즉시 반응오고 질문 부르는 POP의 마술"

이층약국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진열장 곳곳에 놓여진 POP다. 화려하지 않지만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내용부터 상품에 저절로 손이 가게 만드는 문구까지, 약사가 일일이 고안하고 만든 것들이다.

강 약사가 생각하는 POP 조건은 즉시 반응을 일으키고 질문을 유도하는 내용. 고객에게 궁금증을 유발해 약사에게 무언가 묻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하는 것이다.

소아과 약국의 특성을 살려 강 약사는 타깃을 소아와 산모, 자녀를 양육하는 엄마들로 잡고 있다. 진열 제품과 POP도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약사가 직접 제작한 POP는 고객의 궁금증을 유발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한다.
POP를 만들기 위해 그는 진열할 제품을 직접 사용도 해보고 복용도 한다. 제약회사가 제품과 관련해 정보를 보내지 않으면 일일이 연락을 해 요청한다. 제품을 확실히 알아야 포인트를 잡아 POP 제작도 가능하고 상담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아이들 면역력 키우는데 최고, 맛있는 프로폴리스', '뉴질랜드 초유/15개월 이상/쵸코맛', '설사 아토피/물로 된 유산균/400억 이상'부터 '뇌 발달은 36개월 이전에 끝, 오메가3와 칼슘으로 우리 아이 뇌를 도와주세요'와 같은 POP는 그렇게 나왔다.

"소아과 약국이니 젊은 엄마들이 많이 찾으세요. 엄마는 자기 약은 안챙겨도 아이 건 먼저 궁금해하고 주저없이 약을 구입하거든요. 저 역시 아이를 키우다 보니 더 관심을 갖게 돼요. 약사는 자기 약국에 들여놓는 제품에 대해선 철저하게 주인이 돼야 합니다." "약국, 나만의 학술·마케팅 무대로"

이층약국은 인테리어부터 디스플레이까지 각본에 맞춰 꾸며진 무대같다. 공부하고,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며 환자에게 다가가기 쉽고 효율적으로 상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예를 들어 투약대 바로 옆 공간엔 진열장을 뒀다. 투약 과정에서 고객에게 일반약, 건기식에 대한 상담도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이층약국을 찾은 엄마 고객들은 조제 대기 시간 약사가 꾸며 놓은 진열장을 살펴보곤 한다.
약을 기다리는 환자가 진열대를 보고 궁금증이 생기면 약사에게 말을 건다. 그러면 투약대 옆을 뚫어 만든 통로로 바로 나가 고객에게 제품 설명을 할 수 있게 했다.

진열에도 그만의 방식이 있다. 유산균 하나라도 가격, 균종, 약사가 추천하려는 제품별로 순서를 정해 일렬 배치한다.

강남성 약사.
제품 하나하나 특징을 세세히 알다보니 막힘없이 한 진열장에 제품 특징을 술술 풀어놓는다.

그만큼 약사는 깐깐하게 제품을 선택하고 고객 선택권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다양한 상품을 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소아, 산모에 관한 약이나 제품은 여러 루트를 통해 공부하고 알아봐 최대한 약국에 들여놓으려고 해요. 일단 선택한 제품은 진열부터 상담까지 저만의 노하우를 만들어 고객에게 다가가죠. 고객이 웃고 들어와 웃으며 나가는 약국, 제가 바라는 무대의 시작과 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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