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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글로벌 라이센싱 그쳐선 안돼...3상 갈 여력 만들자"

  • 이탁순
  • 2017-05-31 06:15:00
  • 대형 제약사 출자 공동 프로젝트 필요...벤처 성장 위해 상장 문호 넓혀야

제26차 제약산업 미래포럼 지상중계

강수형 동아ST 부회장이 30일 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제약산업 미래포럼에서 산업 육성을 위한 현실적 제언을 이야기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국제시장에 명함을 내밀만한 수준은 아니다.

바이오시밀러의 해외진출과 국산 신약의 글로벌 기술수출로 유망산업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지만,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낮은 연구개발 투자비율, 산업 인프라 부족 등 넘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노바티스, 로슈 등 거대 빅파마를 보유한 스위스를 롤모델로 꼽지만, 장기적 안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원 출신으로 CEO까지 오른 강수형 동아에스티 부회장도 시장의 장미빛 전망에 일침을 가했다. 강 부회장은 "내수시장은 외국계 제약회사의 수입약 비중이 늘고 있고, 국내 제약산업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평균 7~9%로, 20%가 넘는 빅파마나 바이오벤처에 한참 못 미친다"며 "과연 좋은 방향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진단이다. 그는 또 우리 제약기업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하고, 빅파마로 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면 글로벌 라이센싱(기술수출)에 그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3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데일리팜 제약산업 미래포럼에서 강 부회장의 외침은 깊은 울림이 있었다. 모두 다 희망만을 이야기 할 때, 근본적 문제점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포럼은 '정부-제약회사-바이오텍-연구자-자본, 다 함께 생태계 일원'이며 '스위스처럼…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제언'을 주제로 한만큼 각계각층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냈다.

우리도 3상 해야 글로벌 제약사 갈 수 있다…대형 제약사 뭉쳐야

이날 토론회에는 50여명의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강 부회장은 이날 제약회사에서는 유일하게 발표자로 참여했다. 그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시밀러로 성공한 것은 배수진을 치고 무리한 투자를 이어갔기 때문"이라며 "반면 기존 제약회사 가운데는 이같은 리스크를 감당할 만한 기업이 없었다"며 자성의 모습도 보였다. 국내 제약기업의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심의 절실함을 셀트리온의 성공을 빗대 이야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 제약회사들은 후기 임상시험 자금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초기 신약개발 단계에서 라이센싱을 통한 실적을 내는데 그치고 있다"며 "더 큰 부를 창출하려면 임상2상, 임상3상 등 후기 임상까지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문제는 국가적으로 생각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사실 국내 제약산업에서 글로벌 기술수출(라이센싱)은 엄청난 성과다. 그전까지는 신약개발 여력 조차 없었는데, 한미약품 등 사례로 최근 초기 신약개발 단계지만 빅파마에 팔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비약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이 우리의 기술을 신뢰하고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발표자로 나선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도 최근 글로벌 기술수출에 대해 "10년전 줄기세포 스캔들로 무너진 국내 임상개발 데이터에 다시 신뢰를 보낸 역사적 일"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하지만 강 부회장은 현재 초기단계 기술수출 전략은 전체 계약의 10% 정도인 계약금만 일차적으로 수획하고, 나머지는 조건이 붙는 마일스톤 형태로 단기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일환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이 선정되는 등 우리 정부가 (제약·바이오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데 공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전국가적인 인식전환과 함께 보다 효율적인 방향으로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고 서두를 꺼냈다.

강 부회장은 "기본적으로 제약산업 육성은 민간주도로 나아가야 하며, 구호에만 그치지 않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법론을 만들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의견수렴 장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많은 연구과제들이 있었지만, 지금껏 성공사례가 없었다는 건 무언가 프로젝트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실질적 처방과는 먼 대책에 우려를 표시했다. R&D를 지속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하고, 획기적인 지원책이 있어야 정부가 세운 2020년 7대 제약강국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김태억 본부장도 글로벌시장에서 후기임상을 진행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며 강 부회장 의견에 동조했다.

그는 "매년 의약품 수지적자는 늘고 있고, 국내 혁신신약 씨드(seed)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한미약품, 유한양행, 동아에스티 등 대형 제약기업들이 공동 출자해서 몇 조짜리 기업을 만들어 해외시장 진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후기임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2000~3000억원이 필요한데, 국내 1등 제약사의 영업이익은 1000억원이 안 된다면서 내놓은 대안 중 하나다.

창업자 영향력이 큰 우리나라 제약사 문화에서 M&A가 어렵다면 여럿이 뭉쳐 신약개발을 위한 후기임상 비용부담을 해소하자는 의견이다.

김 본부장은 "민간이 중심이 되고, 정부가 백업해주는 메가 제약기업이 나와야 한다"면서 "글로벌 M&A 등 회사 사이즈를 키우는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일환으로 2020년 사업단 역할이 끝나면, 대형 제약기업과 민간투자 출자를 통해 1조짜리 회사를 만들어 상장하는 방안과 펀드를 만드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토론자들 중에서는 한국형 IMI 설립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IMI는 2004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와 유럽제약산업연맹(EFPIA)에 의해 출범한 단체로, EU내에서 진행되는 신약 개발 프로젝트의 산·학·연 네트워크 활성화를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질환에 대한 빅데이터를 형성하고, 신약개발에 혁신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호평이 나오고 있다. 김태억 본부장은 "우리나라 수준에서 글로벌 제약사가 참여해 규모가 큰 IMI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면서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어 IMI 프로젝트 중 하나에 참여해볼 생각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발표자와 플로어와의 토론회 모습. (오른쪽부터) 좌장인 이동호 울산의대 교수, 김태억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 강수형 동아에스티 부회장,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 김상봉 식약처 의약품정책과장, 홍정기 진흥원 R&D진흥본부장
벤처 창업자들은 계속 과학자에만 머물러...민간투자 활성화 위해 상장 문호 개방해야

산업 기반을 튼튼히 하는 바이오 벤처,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여러 방안들도 제기됐다.

현재 바이오텍을 운영중인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우리나라 벤처들은 기술은 쌓이고, 자본은 모이는데 경영전략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며 "과학자가 자본가로도 성장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초기 벤처 경영자들은 자본의 열매를 따지 못하고, 10여년간 과학자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영자적 마인드를 가진 스타트업·벤처 대표들이 많이 육성되면 보다 생태계가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은 이것이 우리나라 제도의 문제라고도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장 바이오업체는 경영 안정성을 위해 최대주주가 지분율이 30% 미만일 경우 7년간만 거래소에 유지할 수 있는데, 이런 조건들이 벤처캐피탈이나 일반 투자자들의 기업 투자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신 본부장은 "민간에 자금이 많기 때문에 상장 문호를 넓혀주면 자금모집 측면에서 벤처들의 지속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며 "하지만 데이터를 속이거나, 진도가 나가지 않는 기업들은 퇴출시키거나 도태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가 50% 이상 출자한 바이오 초기 펀드를 만들어 신생 벤처나 스타트업들이 장기간 투자받을 수 있는 환경 마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이동호 울산의대 교수는 제1기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의 경험을 살려 "우리나라에 인재는 많지만, 각자 뿔뿔이 흩어져 있다"며 "이를 한데모아 집단 지성으로 만들면 R&D 성과도 모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쪽 인사들도 산업계의 육성 요구에 호응했다. 홍정기 보건산업진흥원 R&D진흥본부장은 "유망 바이오의약품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해 신약개발 초기단계 및 융합분야에 중점 지원할 계획"이라며 "민간시장 투자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치명적 중증 질환 신약개발을 위해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들도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획기적의약품 및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개발 촉진법'을 마련했다"면서 "제도 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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