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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D-GSK, HPV 백신 비용효과성 대결 2라운드?

  • 안경진
  • 2017-10-28 06:40:20
  • GSK 배포자료 발단…'서바릭스 vs. 가다실9' 비용효과 재점화

(왼쪽부터)가다실, 서바릭스, 가다실9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을 판매하고 있는 #MSD와 #GSK 사이에 또다시 묘한 신경전이 감지되고 있다.

양사의 불편한 관계가 새삼스럽진 않다. 지난해 '#가다실(MSD·4가백신)'과 '#서바릭스(GSK·2가백신)'가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두 회사가 불꽃튀는 신경전을 벌였던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입찰가격(6689원)이 당초 예상보다 벌어진 데다 NIP 접종건수마저 확연한 차이를 보이면서 최근 분위기는 MSD의 승리로 굳어지는 듯 했다. 지난해 말 질병관리본부가 공개한 NIP 접종현황에 따르면, 가다실 접종건수가 11만 9949건(78%), 서바릭스가 3만 4173건(22%)으로 8대2 수준이다.

1회 접종비용이 20만원을 웃도는 '가다실9' 역시 가격적인 핸디캡을 무릅쓰고, NIP 접종대상에서 제외되는 민간시장을 차근차근 접수해나가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의학저널(Lancet Infect Dis 2017년 9월 28일자)에 발표된 연구논문을 계기로 양사의 자존심 싸움이 재점화 되는 양상을 보인다. 정확하게는 논문 자체보단 GSK의 보도자료가 발단이다.

GSK, "서바릭스 HPV 16·18형 89.1% 예방"

해당 연구는 영국 카바나흐(Kavanagh) 교수(스트래스클라이드대학)가 스코틀랜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것으로, 서바릭스의 질환 예방효과를 다룬다.

GSK 한국법인은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바릭스가 스코틀랜드 리얼월드 데이터에서 16, 18형에 대해 89.1%의 예방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백신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고위험군 HPV 유형에 대한 '교차예방 효과(Cross-protection)'가 입증됐다고도 언급한다.

1988~1995년 사이에 출생한 여성 청소년 8584명을 추적했을 때, 1995년생 여성 청소년의 HPV 16, 18형의 유병률이 7~8년 뒤 4.5%로 확인돼 NIP 시행 당시 20세였던 1988년생 여성(HPV 유병률 30%)보다 크게 감소했다는 이유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1995년생 여성 청소년의 HPV 유병률이 같은 조건의 1988년생 여성보다 현저하게 낮아, 서바릭스의 HPV 집단면역(Herd protection) 효과도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본 연구와 함께 게제된 줄리아 브로더튼(Julia Brotherton) 교수의 기고문도 언급됐다. 호주에서 국가 HPV 백신접종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브로더튼 교수는 '서바릭스의 교차예방 효과 입증'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서바릭스의 교차예방 효과가지속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을 확인한 의미있는 연구"라며, "서바릭스가 전 세계 자궁경부암 예방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백신"이라고 언급했다.

서바릭스 vs. 가다실9 비용효과성 문제 수면위로

민감한 부분은 '한편'으로 시작되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GSK는 2017년 5월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의 성명서를 인용한다.

WHO가 "서바릭스의 교차예방 효과를 최대로 고려할 때 9가 HPV 백신은 비용효과적이지 않다"고 발표했다는 것. 이번 연구가 실제 접종환경에서 서바릭스의 비용효과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로 향후 백신 선택과정에서 기타 HPV백신 대비 서바릭스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카바나흐 교수의 평가 내용도 추가됐다.

단순하게 접근할 경우, "서바릭스가 가다실9보다 비용효과적"이란 논리는 수긍 가능하다. 당장 우리나라의 상황만 따져보더라도 가다실9은 5가지 아형(31·33·45·52·58형)이 추가된 최신 백신이란 이유로 몸값이 비싸다. 접종기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1회 평균 5~6만원가량 비싸다고 가정할 때, 2회 접종 기준 10만원 이상 비용차가 생긴다.

가격차와 교차예방 효과를 최대로 고려할 때 서바릭스가 비용효과적이란 내용 자체는 문제가 없다.

팽팽한 비용효과성 주장, 우열 가릴 수 있나?

그런데 성명서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GSK의 주장과 WHO의 요지는 어긋난다. WHO는 비용효과성 면에서 특정 백신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국가별 HPV 유병률이 상이하므로 관련 혈청형과 제품의 특성을 고려해 백신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했을 뿐이다. GSK는 "백신의 종류와 관계없이 관련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HPV 백신접종이 권고된다"는 WHO 성명서의 일부만을 발췌했다.

WHO는 2회접종이란 전제 아래, 저소득 국가에선 서바릭스가 비용효과적일 수 있다고 언급한다. 이와 반대로 소득 수준이 높은 국가에선 가다실9으로 교체하는 편이 비용효과적일 수 있다고도 설명한다.

지불능력만 있다면 질환예방범위가 넓고 자궁경부암 예방효과를 90%까지 높인 가다실9이 오히려 경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HPV 백신 3종의 혈청형 차이
참고로 한국인 여성은 흔히 감염되는 HPV 유형 중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 혈청형은 16형(25.6%), 52형(25.2%), 58형(11.5%), 18형(7.5%) 순이라고 알려졌다(J Korean Med Sci. 2012;27:1093). 기존 4가백신(6·11·16·18형)보다 9가백신(6·11·16·18·31·33·45·52·58형)의 질환예방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건 이런 이유기도 하다.

현재로선 우리나라의 소득수준과 HPV 유병률을 감안한 백신 비교연구가 없기 때문에 비용효과성과 관련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미 정부가 가다실(4가백신)과 서바릭스 2종을 동일하게 NIP에 포함시키고 있기에 비용효과성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지만, 편향된 자료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을 때 독자들에게 초래될 수 있는 혼란은 우려스럽다.

2년 전 연구지만 MSD는 대한소아감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4가백신이 2가백신보다 비용효과적"이라는 한국인 대상의 비용경제성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12세 대상 2회접종을 가정할 때 4가백신(가다실)의 ICER값(점증적비용효과비)이 약 1370만원, 2가백신(서바릭스)이 약 2400만원으로 두 백신 모두 한국에서 비용효과적인데, 가다실의 접종비용이 더 높게 책정됐다는 점을 고려할 경우 비용효과성이 더 높다는 논리였다. 생식기사마귀와 자궁경부상피내암 등에 대한 예방효과를 고려한다면 약 9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보인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최근 GSK 발표내용과 관련해 MSD의 공식입장은 확인되지 않는다. 회사 내부적으로 대응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HPV 백신이 NIP로 지정된지 1년 6개월을 지나는 시점에 불거진 비용효과성 논란이 향후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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