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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혈압 140/90mmHg 고수"…내년 개정 가능

  • 안경진
  • 2017-11-16 06:14:59
  • 대한고혈압학회, ACC/AHA 가이드라인 관련 공식입장 밝혀

ACC/AHA 고혈압 가이드라인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출처: ACC 동영상 캡처)
미국 심장학계가 #고혈압 진단기준을 '140/90㎜Hg→130/80㎜Hg으로 낮춘다는 입장변화를 보이면서 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회의(#AHA 2017)가 열리고 있는 13일 캘리포니아 현지에선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의 고혈압 가이드라인 개정판이 베일을 벗었다. 환자의 연령대나 동반질환 등 다른 요소와 무관하게 성인 고혈압 환자의 진단기준을 130/80㎜Hg으로 하향조정한다는 골자로, 자그마치 14년만에 고혈압 정의 자체에 손을 댔다.

기존에도 당뇨병이나 만성신질환을 동반하거나 노인 환자인 경우엔 130/80mmHg이 목표혈압으로 제시됐지만, 모든 고혈압 환자에게로 일반화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혈압을 낮출수록 좋다(the lower, the better)"는 #SPRINT 연구 결과를 적극 차용한 데 따른 변화로 해석된다. 문제는 한층 엄격해진 잣대를 들이댈 경우 고혈압 환자가 대거 양산된다는 데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다수 외신들은 "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미국 성인들 가운데 고혈압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32%→46%로 14%p 늘어나게 된다"는 우려를 표명한다. 전체 성인의 절반에 달하는 인구가 고혈압 진단을 받는 대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소식이 보도됨에 따라, 일선 진료현장의 혼란을 우려한 대한고혈압학회가 공식입장을 표하고 나섰다.

고혈압 기준 130/80mmHg으로 낮추면 고혈압 환자 1600만 돌파

현재 우리나라는 대한고혈압학회의 2013년 고혈압 진료지침을 차용하고 있다. 해당 지침은 수축기혈압과 확장기혈압 모두 120mmHg과 80mmHg 미만일 때를 '정상혈압'으로 간주하고, 수축기혈압 140mmHg 이상 또는 확장기혈압 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한다.

다만 수축기혈압이 120~129mmHg이거나 확장기혈압이 80~84mmHg 인 경우 '1기 고혈압전단계', 수축기혈압이 130~139mmHg이거나 확장기혈압이 85~89mmHg인 경우를 '2기 고혈압전단계'로 세분화 된다. 고혈압으로 진단된 후에도 혈압의 높이에 따라 '1기 고혈압'과 '2기 고혈압'으로 추가 분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혈압 분류기준(출처: 2013년 대한고혈압학회 진료지침)
이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국내 성인 고혈압 환자수는 결코 적지 않다. 학회가 지난 추계학술대회에서 공개한 '고혈압 Fact Sheet'의 중간분석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추정한 30세 이상 남녀의 고혈압 인구수는 2016년 1180만명(전체 인구의 32.0%)으로 집계됐다.

지금보다 고혈압 진단기준이 낮아질 경우 미국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환자 개인에게 일순간 고혈압 환자라는 낙인이 씌워짐은 물론, 국가 재정에 미치게 될 파급력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수준이 높은 국제가이드라인이 변경됐음에도 학회가 조심스러운 기조를 유지하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학회 참석차 캘리포니아 현지에 나가있는 학회 회원 및 임원들과 신속한 논의를 거쳐 공식입장을 표명하게 됐다는 후문.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대한고혈압학회 #조명찬 이사장은 "고혈압의 진단 기준을 바꾸는 것은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난 일"이라며, "미국에서 제시된 기준을 적용하면 30세 이상 한국인 절반가량이 고혈압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이사장에 따르면 130/80㎜Hg 기준을 적용할 때 국내 성인 고혈압 환자는 1652만 7000명으로 650만명가량이 늘어나게 된다. 비율로는 남성이 59.4%, 여성이 42.4%로 전체 50.5%에 육박하리란 전망이다.

조 이사장은 "ACC의 새 기준으론 성인 2명 중 1명이 고혈압에 해당한다. 특히 젊은 층의 고혈압 비율이 대폭 늘어나게 돼 환자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상황"이라며,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논의한 다음 내년 초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가 진료지침 개정판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 때까진 140/90mmHg 기준을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제약사 로비? NO!…"고혈압 기준변화, 학술적 근거는 충분해"

하지만 고혈압 기준변화가 유예됐을 뿐, 바뀌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학회 역시 "우리나라 고혈압 정의가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예방적 차원이라는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 배경에는 2015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됐던 SPRINT 연구가 자리한다(NEJM 2015;373:2103-16). 미국립보건원(NIH) 주도로 시행된 이 연구에선 심혈관계 고위험군 9361명을 3.26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수축기혈압(SBP)을 120mmHg까지 낮춘 환자들의 심혈관사건 발생률과 사망률이 140mmHg까지 낮춘 환자들 대비 유의하게 감소된 것으로 확인된다.

목표혈압을 140/90mg으로 완화시켰던 미국 JNC-8 가이드라인과 상반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학계에선 상당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의료진이 없는 방에서 환자 혼자 자동혈압계를 사용해 혈압을 측정하게 하는 진료실자동혈압(AOBP) 방식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환자의 긴장요인을 배제함으로써 본인의 혈압과 근접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진료환경과는 차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전임 집행부였던 대한고혈압학회 김철호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역시 "SPRINT 연구는 기존 연구들과 완전히 다른 혈압측정방식을 사용한 탓에 10mmHg 이상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당장은 진료지침을 개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각에선 "고혈압 치료제 처방을 늘리기 위한 제약사들의 꼼수"라는 비난도 나온다. 수많은 인원이 고혈압으로 진단됐을 때 이득을 보게 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무리하게 고혈압 진단기준을 낮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회는 "SPRINT 연구의 혈압측정방법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건 맞지만 국가기관에서 주도한 연구인 만큼 공신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SPRINT 연구가 발표되기 전부터 역학의학자들 사이에서 고혈압 진단기준을 낮춰야 할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제약사의 마케팅 용도로 활용될 가능성은 다분하기 때문에 약물치료 시작 시점을 정할 때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학회 강석민 총무이사는 "지난 3년간 ACC/AHA 전문가들이 SPRINT 연구 외에도 9000여 건의 체계적 문헌고찰(systemic review)을 거치며 고심 끝에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것으로 안다"며, "혈압이 115/75mmHg 이상인 경우 수축기혈압과 이완기혈압이 각각 20mg과 10mg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질환 위험이 2배씩 증가한다는 사실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심혈관계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고혈압 관리"라고 말했다.

"변화 가능성 오픈…고혈압 인지율 높이는 기회 삼겠다"

물론 국내 가이드라인 개정시점이 내년 초까지 유예됐다고 해서, 학회가 남은 기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회는 새로운 미국지침을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의 전문가 단체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의견을 조율하는 한편, 국민들에게는 생활습관 개선을 통한 혈압관리의 중요성을 적극 홍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명찬 이사장
실제 이번에 발표된 ACC/AHA 가이드라인도 고혈압 진단기준을 낮췄을 뿐, 130/80mmHg을 찍는 순간부터 고혈압 약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진 않다. 약물치료가 필요한 시점을 결정할 땐 혈압수치 외에 개인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새 가이드라인의 공식입장이다.

혈압이 130/80mmHg 이상이더라도 심혈관질환 위험도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130/80mmHg 이상인 모든 고혈압 환자들에게 약물치료가 필요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가령 과거 심혈관질환으로 진단됐다면 혈압이 130/80mmHg을 넘는 시점부터 칼슘차단제(CCB)와 안지오텐신전환효소억제제(ACEI),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이뇨제 등 1차약제가 권고된다. 또한 10년내 죽상경화성심혈관질환(ASCVD) 발생 위험이 10% 이상인 고위험군이라면 140/90mmHg 이상일 때부터 2가지 이상의 고혈압 약제를 병용할 수 있다.

반면 혈압이 130/80mmHg이더라도 심혈관질환 위험지수가 낮다면 생활습관만으로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조 이사장은 "미국에서 혈압수치가 130/80mmHg인 이들 가운데 약물치료 대상은 10~2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10%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나머지 80~90%는 운동과 식단조절, 체중감량 등 생활습관 관리만으로도 혈압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생활습관 관리를 충실히 하면서도 고혈압 환자로 낙인찍혀 사회생활에 제한을 겪는 사태가 벌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고혈압 진료지침 개정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고혈압 인지도와 치료율, 조절율을 향상시키고 생활습관 개선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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