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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르탄 파동 한달...제약, 불안감·회수압박 '속앓이'

  • 천승현
  • 2018-08-13 06:30:59
  • 중국산 원료 2곳 NDMA 검출 174개 판매 중지...업계 "다른 원료도?" 불안
  • 제약 "제조번호 별 아닌 전체 판매 중지로 손실 극심"
  • "회수명령 없이 회수독촉으로 혼선 가중"

지난달 초 갑작스럽게 불거진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이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중국 원료의약품 업체 2곳이 제조한 원료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출로 174개 품목의 판매가 중지되자 업계에서는 또 다른 발사르탄 원료에서도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판매중지 조치를 받은 업체들은 당국의 승인을 받은 적법한 원료를 사용한데다, 과거 일부 제조과정에서 문제의 원료를 사용했는데도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며 울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판매중지 의약품의 강제회수 명령을 내리지 않은 채 직간접적으로 회수를 독촉하고 있어 제약사들은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라며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중국산 원료 2곳 NDMA 검출 174개 판매중지...업계 "다른 원료도?" 불안

식약처는 지난 6일 국내 원료 수입업체 대봉엘에스가 제조한 일부 발사르탄 제품에서 NDMA 잠정 관리 기준을 초과했다며 해당 원료를 사용해 제조된 22개사 59개 품목에 대해 잠정적으로 판매를 중지했다. 중국 주하이룬두가 대봉엘에스에 공급한 원료 중간체(조품)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원료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NDMA 기준을 0.3ppm 이하로 설정했는데, 대봉엘에스 발사르탄 원료에서는 수거검사 결과, NDMA가 0.12~4.89ppm 검출됐다. 이로써 NDMA 검출 발사르탄을 사용해 판매가 중지된 제품은 총 174개 품목으로 늘었다. 이들 제품의 지난해 총 처방실적은 9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제약업계에서는 또 다른 원료에서도 NDMA가 검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NDMA는 발사르탄은 제조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면서 생성됐다. 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주요 중간체인 '비페닐테트라졸'을 제조하는데, 비페닐테트라졸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디메틸포름아미드(DMF)라는 용매를 사용해야 하고 테트라졸 형성 이후 아질산을 사용해 급랭시키는 과정에서 NDMA가 생성됐다.

대봉엘에스가 원료의약품 등록시 제출한 자료상으로는 발사르탄 조품 제조방법은 제지앙화하이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식약처는 대봉엘에스가 발사르탄 원료의약품을 등록한 이후 주하이룬드가 제조방법을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내 업체가 공급받은 발사르탄 조품이 제지앙화하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생산됐지만 원료 제조방법 변경이 신고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 제조업체 중 중국에서 출발물질이나 조품을 수입해 발사르탄을 제조하는 제품은 대봉엘에스를 포함해 총 17개사 18개 품목이다.

식약처는 국내에 등록된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86개 품목에 대해 NDMA 검출 여부를 점검하는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절반 가량 조사가 마무리돼 추가 조사에 따라 NDMA 검출 원료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화이자제약의 경우 지난달 최초 판매중지 조치 당시 자사의 '노바스크브이'가 안전하다는 홍보전을 펼쳤지만, 2차 판매중지 대상에 포함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제약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발사르탄 뿐만 아니라 동일 계열의 다른 성분에서도 NDMA가 검출되는 경우다. 이론적으로 칸데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로사르탄, 올메사르탄 등 중간체로 테트라졸을 제조하는 다른 ARB 계열 약물의 원료에서도 발사르탄과 같은 환경의 제조공정을 사용할 경우 NDMA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식약처는 발사르탄의 NDMA 검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만약 발사르탄 이외 다른 '살탄' 계열의 원료의약품에서 NDMA가 검출되면 혼란은 더욱 극심해지고 장기화할 수 있다.

▲"한번이라도 문제 원료 사용하면 판매중지"...업계 "제조번호별 판매중지" 요구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식약처의 판매중지 조치에 대해 제약업계에서는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식약처가 판매를 중지한 제품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이다. 생산 시기에 따라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도 판매가 중지된 셈이다. 상당수 제품은 문제의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판매가 중지됐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이번에 판매중지 리스트에 포함된 한국휴텍스제약의 복합제 '엑스포르테(발사르탄+암로디핀)'는 지난 2016년 9월 대봉엘에스 원료에서 인도 쥬빌런트 원료로 변경했다. 엑스포르테는 작년 76억원(출처:유비스트)의 원외처방액을 올린 휴텍스 2대 품목으로, 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주말 실태조사를 나온 식약처 조사관에게도 이런 사실을 공지했다"면서 "하지만 제조번호 별이 아닌 전체 제품에 대해 판매금지 조치를 내려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에서 "식약처가 애초에 제조번호별로 제품 판매금지를 내렸다면 회사 손실 뿐만 아니라 국민 불안도 최소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드러내는 이유다.

반면 미국에서는 지난달 14일 자진회수가 시작됐는데, 제조단위별로 구분해 제지앙화하이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만 회수가 진행됐다. FDA는 정기적으로 회수 대상 의약품을 제조번호별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FDA가 업데이트한 회수대상에는 발사르탄 단일제 10종과 발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HCTZ) 복합제 3종이 포함됐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각) 처음 자진회수 명령을 받았던 발사르탄 단일제 3종과 발사르탄/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 복합제 2종에서 각각 7개와 1개 품목이 추가된 것이다.

회수조치의 영향을 받는 회사도 메이저파마슈티컬즈와 솔코헬스케어, 테바 파마슈티컬인더스트리 3개사에서 프린스톤 파마슈티컬, 앱케어(AvKARE), A-S 메디케이션 솔루션즈 LLC, 브리언트랜치프리팩, HJ 하킨스컴퍼니, 노스윈드 파마슈티컬즈, 액타비스(테바), 프로피션트 Rx LP, 레메디리팩 등이 더해진 12개사로 늘어났다.

▲ FDA가 8월 2일자로 업데이트한 발사르탄 회수품목 명단 일부(자료: FDA 홈페이지)
이와 관련 식약처는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제약업체들과 가진 비공개 회의에서 "식약처 측은 "DUR상 의약품 배치별 구분이 불가능하고 조제 현장에서 약사들이 배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강제회수 내리지 않으면서 회수 압박...원활한 회수 걸림돌"

제약업체들은 판매 중지 의약품의 회수 과정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한다. 식약처가 강제 회수명령을 내리지 않고 사실상 회수를 압박한다며 울분을 표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들 발사르탄 의약품에 대해 강제 회수명령은 내려지지 않았고 식약처는 자발적인 회수만 요청한 상태다. "이미 NDMA 검출 발사르탄 의약품은 판매가 중지됐기 때문에 회수는 당장 시급한 문제가 아니다"라는 게 식약처의 공식 입장이다.

식약처가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에 대해 강제 회수명령을 내리지 않은 이유는 아직 명확한 회수 대상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으로 분석된다.

식약처의 '의약품 등 회수폐기 처리 운영지침'을 보면 의약품 등으로 인해 공중위생상 위해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부는 강제 회수명령을 지시할 수 있다. 현재까지 NDMA 검출 발사르탄 의약품 중 일부는 유해성이 드러났지만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는 않아 강제회수 대상이 아니라는 게 식약처 설명이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식약처가 강제회수 이상으로 회수를 압박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 지방청에서는 관할 제약사들이 직간접적으로 강하게 회수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일부 지방청에서는 제약사들에 이메일을 보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회수 종료 시 갖춰야 할 요건들을 확인해 보니 약사법에 따라 제출돼야 할 회수대상 의약품 취급자의 회수확인서가 미제출된 업체가 있다"면서 사실상 회수를 강제하는 형국이다.

식약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별도 제공하는 자료를 근거로 회수대상 의약품 취급자의 회수확인서를 꼭 제출하라"며 구체적인 회수 방법도 명시한다. 심평원을 통해 문제의 발사르탄 의약품이 공급된 약국을 일일이 확인 후 빠른 시일 내 회수를 마무리하라는 독촉 성격이 짙다.

지난달 26일 열린 국회 업무보고에서 류영진 식약처장은 "내달(8월) 8일까지 회수를 마치겠다"며 이례적으로 자진회수 종료 시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9일 회의에서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강제회수명령을 요구하는 건의가 제기됐다. 강제 회수명령이 내려질 경우 도매업체, 요양기관과 긴밀한 협조체계를 통해 신속하게 회수를 진행할 수 있지만 회수명령이 떨어지지 않아 도매업체들도 회수에 적극적인 협조를 보이지 않고, 재고 파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가 약국에 직접 공급한 물량은 회수에 어려움이 없지만 도매업체를 거쳐 요양기관에 들어간 제품을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모두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제약사들의 하소연이다. 식약처가 강제 회수를 내리지 않아 오히려 원활한 회수에 걸림돌이 된다며 울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매업체를 거쳐 요양기관에 납품된 제품을 제약사가 자발적으로 모두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뿐더러, 회계처리나 공급내역보고 등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식약처가 회수명령을 내리지 않으면서 자진회수를 압박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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